[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는 지난 8월 AI 활용 음악 중 인간 창작자의 실질적·주도적 참여가 인정된 부분에 한해 신탁 등록을 허용하는 규정 및 약관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가수 ‘리아’로 잘 알려진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 합의나 입법적 결론이 없는 상황에서 음저협이 먼저 기준을 마련하고, 입법 기관이 뒤이어 논의하는 잘못된 선례가 만들어지면 안된다”며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역시 음저협 측에 문화예술계 전반의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공문을 전달했으며, 음저협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개정안은 발표 22일 만에 전격 철회됐습니다. 일련의 과정에서 드러난 핵심 과제는 ‘의견 수렴과 사회적 공감대의 부족’이었습니다.
격랑에 휩싸인 음악 산업과 저작권 이슈 속에서 균형 잡힌 담론을 형성하고자, 국내의 저작권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국 최영진 저작권정책관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음저협 개정안 둘러싼 문체부 공문의 배경과 취지
문체부는 지난달 18일,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AI 활용 음악의 저작물성과 권리 인정 범위에 대해 범문화계의 폭넓은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최영진 정책관은 당초 개정안이 정부 가이드라인과 감사원 지적 사항 등을 고려해, 문체부 차원에서 음저협에 신탁관리단체의 세부 기준 정립을 권고했다며 그간의 경위를 설명했습니다.
신탁관리단체의 세부 기준에 대해서는 “문체부 승인 대상이 아니며, 법으로 직접 규정할 사안도 아니다”라며 법제화 이전 민간 자율 영역임을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비율이나 조건은 권리자들의 동의를 바탕으로 음저협이 자율적으로 정해야 할 ‘민간의 영역’이라는 설명입니다. 다만 약관 개정 자체는 문체부 승인 사항인 만큼, 사전 조율이 미흡한 상태에서 세부 내용이 먼저 공개된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과 난감함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최 정책관은 음저협에 발송한 공문의 취지에 대해 “개정안을 폐기하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음저협이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기준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한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다만 음저협 나름의 내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으나, 소속 회원과 일부 학계·법조계 등 제한된 범위의 의견 수렴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모두가 100% 동의하는 안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개정안이 콘텐츠 산업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창작자뿐만 아니라 이용자와 산업 생태계 전반의 이해관계자들까지 참여하는 공개적인 공론장의 조성이 필수적이라는 취지입니다.
결국 이번 개정안을 시작점으로 삼아, 폭넓은 의견 수렴과 보완 과정을 거치는 등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 최종 확정에 도달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핵심은 ‘내용’보다 ‘절차’, 민간의 영역으로만 볼 수 있나
“문제는 공개적인 의견 수렴이 없었다는 거예요. 그런 노력이 중요한데. 이 사안은 문체부가 주도할 것이 아니라 민간(음저협)의 영역입니다.”
최 정책관은 해당 기준이 법이나 정부 정책이 아닌 음저협의 신탁관리 규정이자 계약의 영역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공론화와 기준 정립을 포함한 일체의 과정을 민간단체인 음저협이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설명은 법적·행정적 테두리 안에서는 타당한 논리입니다. 다만 AI 음악 저작권 기준이 향후 전체 문화 콘텐츠 생태계에 미칠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를 단순히 ‘민간의 자율적 계약 영역’으로만 남겨두기에는 과제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음악 창작자와 이용자뿐만 아니라 플랫폼, 콘텐츠 기업 등 생태계 구성원들 전체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제도적 관심과 공론화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사실 이러한 논란이 어느 날 갑자기 터진 것은 아닙니다. 국내 1호 AI 작곡가 ‘이봄(EvoM)’이 등장한 2016년부터, AI 음악 기술을 활용한 ‘조선힙합’ 프로젝트가 음원차트에 진입한 2026년 오늘에 이르기까지 저작권 논란은 계속돼 왔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음저협이 개정안을 내놓기까지 지난 10년간 가이드라인 제정이나 워크숍 개최 등 정부 차원의 원론적인 대응은 있었을지언정, 현장의 혼란을 해소할 ‘실효성 있는 제도화나 입법’으로 이어지는 공론화는 부족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 정책관은 “현재 문체부와 국회도 공론화 과정인 공청회·토론회 등의 준비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는 뭐라고 할까?
유엔(UN) 전문기구인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의 저작권법 담당 국장 미셸 우즈는 2025년, WIPO의 역할에 대해 “AI와 지식재산 문제에 대해 인간 중심적 접근을 꽤 명확하게 제시해 왔다”며 “최소한의 수준에서 각국 저작권법의 일부 측면을 조화시키는 역할이 WIPO에게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우즈 국장은 미국과 유럽 등의 주요 행사에서 AI 시대의 저작권 정책과 인간·AI의 창작 기여, 저작권과 AI 음악의 미래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던 인물입니다.
이에 필자는 최근 한 달여간 국내에서 이어지고 있는 AI 활용 창작물의 저작권 논란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우즈 국장에게 서면 질의를 발송했습니다. ‘인간의 창작적 기여를 판단하는 기준’, ‘국가별 기준이 다를 경우 발생 가능한 문제점’, ‘국제적 최소 원칙의 필요성’ 등이 핵심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우즈 국장은 수차례에 걸친 질의에 “WIPO는 회원국들이 논의할 수 있는 중립적인 장을 제공하고 정보와 자료를 공유하는 곳일 뿐”이라며 불과 1년 전과 사뭇 다른 입장을 보내왔습니다. 인간의 창작 기여 기준이나 국제 원칙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은 피한 채 인터뷰에 응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오는 11월 WIPO에서 개최 예정인 ‘Global Forum on IP and AI’의 등록 링크를 첨부해 왔을 뿐입니다.
결국 글로벌 지식재산권을 총괄하는 WIPO 조차 명확한 표준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제적으로도 확립된 정답이 없는 사안인 만큼, 이제는 우리 생태계 내부에서 창작자와 이용자, 산업계가 함께 수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대한민국 국회와 문체부, 음저협이 절차적 공론화와 의견 수렴의 필요성에 뜻을 모으고 토론장의 재개에 뜻을 모은 것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글로벌 표준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 손으로 합리적인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입니다.
김지욱 ㈜메이저세븐이엔엠 대표 ▶저자소개=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석사. 현재 (주)메이저세븐이엔엠의 대표로 음악 저작권과 콘텐츠 현장에서의 음악 저작권 관련 업무 및 자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JTBC ‘싱어게인’,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tvN ‘태풍상사’, ‘폭군의 셰프’, SBS ‘우리들의 발라드’, Mnet ‘보이즈플래닛’ 등 다수 프로그램 및 콘텐츠의 음악 저작권 관리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