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영화 ‘암살자(들)’로 서울 여의도와 부산이 동시에 시끌하다. 여의도에서는 영화의 역사적 해석을 둘러싼 정치권 논쟁이 국정감사장까지 번졌으며, 부산에서는 출연 배우들이 일정을 줄줄이 취소했다.
국정감사 업무보고 하는 최휘영 장관 (서울=연합뉴스) 이동해 기자 =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2026.10.7 eastsea@yna.co.kr/2026-10-07 11:25:43/ <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먼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는 영화 ‘암살자(들)’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여야 의원들은 제작진의 국정감사 증인 및 참고인 채택 여부부터 작품의 역사적 해석, 배우 보호 등의 문제를 두고 충돌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의힘은 표현의 자유와 창작의 자유를 존중한다”면서도 “세월호도, 5·18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도 함부로 왜곡돼서는 안 되는데 왜 육영수 여사의 죽음은 달라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어 “허진호 감독을 비롯해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 대표 등 제작 관계자들의 증인 및 참고인 채택을 해야 한다”며 “문체위에서 이런 사안을 다루지 않는다면 대체 어디서 다뤄야 하느냐”고 주장했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도 “‘암살자(들)’과 관련해 온 나라가 시끄럽다. 저도 영화를 봤는데 너무 거짓말이 많다”며 “왜 감독이 이런 영화를 만들어 잘못된 역사 인식을 심으려 했는지 불러서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인 채택, 참고인 채택에 절대 반대한다”고 맞섰다. 그는 “이미 영화에 평점 테러가 가해지고 있고 조직적인 매크로가 의심되는 정황 때문에 네이버가 수사를 의뢰한 상황”이라며 “배우의 집을 찾아가고 광고 출연을 반대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걸 증인 채택, 참고인 채택으로 가져가면 정치적 공방 말고 무엇이 남겠느냐”고 덧붙였다.
이재정 문화체육관광위원장도 “영화 내용을 가지고 국감장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영화의 내용을 점검하기 위해 창작자를 국회에 불러오는 일은 절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여야 간사가 합의하더라도 위원장으로서 허락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배우 개인의 신변 문제로 번진 것을 두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유해진 배우 자택 앞에서 벌어지는 시위가 불법 시위냐. 영상을 보니까 ‘사과하라’ 정도였고, 신체에 위협을 가한 행동은 없었다. 인원도 50명 정도였다. 똑같은 잣대가 적용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영화에 대한 평가가 문화예술인 개인의 신변 위협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이라며 “아무리 합법적인 집회일지라도 배우 집 앞에 가서 시위를 한다는 것은 당사자와 가족에게 얼마나 큰 공포심을 줄 수 있다. 더 큰 사태로 번지지 않도록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강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드카펫 걷는 '낮과 밤은 서로에게' 감독과 배우들 (부산=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6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리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개막작 '낮과 밤은 서로에게' 감독 및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걸으며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6.10.6 scape@yna.co.kr/2026-10-06 20:26:41/ <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여의도가 ‘암살자(들)’을 두고 뜨겁게 맞붙은 사이, 부산에서는 출연 배우들을 만나기 어려워졌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측은 지난 2일 공식 SNS에 “‘암살자(들)’ 제작사의 요청에 따라, 예정되어 있던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참석 및 야외무대인사 일정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어 “관객 및 게스트들의 안전과 원활한 행사 진행을 고려한 제작사의 의사를 존중한다”며 “관련 일정을 기다려주신 관객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설명했다.
‘암살자(들)’에 출연한 배우 이민호가 관객과 직접 만나는 행사인 ‘액터스하우스’ 일정도 취소됐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앞서 “오는 7일 오후 6시 50분 예정이었던 ‘액터스 하우스: 이민호’ 행사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취소됐다”고 밝혔다.
유해진도 7일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 부산 그랜드볼룸에서 열리는 ‘2026 부일영화상’에 불참한다. 당초 유해진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만약에 우리’ 구교환, ‘어쩔수가없다’ 이병헌, ‘왕과 사는 남자’ 박지훈, ‘호프’ 조인성 등과 함께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이번 일정 취소 역시 최근 ‘암살자(들)’을 둘러싸고 불거진 역사적 해석 논란의 여파로 해석된다. 특히 보수 성향 단체 회원들은 지난 4일 유해진의 자택 앞에서 시위를 열고 영화 상영 중단과 제작진, 배우 사과 등을 촉구했다. 이후 유해진 측은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으며, 경찰은 지난 6일부터 유해진에 대한 신변보호에 들어갔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제29회 광복절 경축식 생중계 도중 육영수 여사가 저격당한 역사적 사건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작품이다.
당시 수사당국은 문세광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렸으나, 영화는 또 다른 인물의 개입 가능성을 가설로 제시한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작품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당시 권력 기간 등이 배후에 있는 것처럼 암시한다며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반면 영화적 상상력은 자유 영역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맞서면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암살자(들)’ 측은 지난달 28일 공식 입장을 통해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의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가 아니”라며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영화 속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고 있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