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 아시안게임(AG)과 아시안패러게임(APG) 무대를 연이어 밟은 장민호(29·안양시청)가 아시아신기록을 세우며 한국 스포츠 역사에 전례 없는 이정표를 남겼다.
장민호는 20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APG 육상 남자 100m(스포츠등급 T13) 결선에서 10초48의 아시아신기록을 작성하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로써 장민호는 한국 스포츠 사상 최초로 비장애인 아시안게임과 장애인 아시안게임에 모두 출전한 선수라는 타이틀과 함께, 첫 출전한 장애인 국제종합대회에서 금메달까지 품에 안았다. 불과 20여 일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비장애인 아시안게임 혼성 1600m 계주(4×400m) 예선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웠던 그는, 무대를 바꾼 이번 대회에서 아시아신기록을 갈아치우며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강자로 우뚝 섰다.
레이스는 압도적이었다. 오전 예선에서 10초61로 아시아신기록을 세우며 1위로 결선에 오른 장민호는 결선 5번 레인에서 출발 총성과 함께 총알같이 튀어 나갔다. 일본의 후쿠나가 료타(10초72)와 가와카미 슈타(10초77)가 뒤를 쫓았지만, 장민호는 후반 폭발적인 스퍼트로 격차를 더욱 벌리며 독주했다. 자신이 오전에 세운 아시아기록을 0.13초 앞당기며 결승선을 통과한 그는 전광판의 기록을 확인한 뒤 태극기를 두르고 환하게 웃었다.
장민호. 사진=공동취재단
장민호의 트랙 복귀와 금메달 여정은 굴곡의 연속이었다. 고교 시절 장거리 선수로 뛰다 운동을 접었던 그는 2023년 단거리 스프린터로 전향해 트랙에 복귀했고, 이듬해 전국체전에서 100m와 200m, 400m 계주를 석권하며 3관왕에 올랐다.
그러나 정상을 향하던 순간 뜻밖의 시련이 닥쳤다. 지난해부터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유전성 희귀 질환인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이 급격히 저하되며 시각장애 판정을 받았다. 선수 생명이 위태로운 고비였지만 장민호는 운동화를 벗지 않았다. 비장애인 국가대표로서의 경쟁을 포기하지 않고 아시안게임 출전을 이뤄냈으며, 동시에 장애인 육상 무대에도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고야 트랙에서 기적 같은 질주를 펼치며, 시각장애인들에게 용기를 주겠다던 출사표를 금빛 메달로 증명해냈다.
장민호. 사진=공동취재단
한편 앞서 열린 남자 800m(T51/T52/T53) 결선에서는 베테랑 유병훈(54·경북장애인체육회)이 1분40초84를 기록하며 5위로 경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