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플레이오프 1차전이 우천 취소됐다. 삼성 제공 지난 2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플레이오프(PO) 1차전이 비로 미뤄졌다. 어렵게 티켓을 구해 먼 길을 찾아온 팬들에게는 더욱 야속한 비였다.
20년째 KIA를 응원해 온 류현기(29) 씨도 그중 한 명이다. 고향 친구가 티켓 예매에 성공하면서 서울과 마산, 광주에 흩어져 있던 일행은 함께 대구 원정길에 올랐다.
류현기 씨는 이날 낮 12시 1분 대구 동대구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공교롭게도 기차에서 내리기 직전 우천 취소가 공식 발표됐다. 그는 "동대구역에 도착하기 직전에 우천 취소 소식이 떠서 정말 참담했다"며 "조금씩 내리는 비가 제 눈물 같더라"고 돌아봤다.
대구까지 온 김에 라이온즈파크도 찾았다. 류현기 씨는 "야구장으로 향할 때 비가 많이 오지 않았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경기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비가 그쳤다"고 말했다.
결국 야구 대신 대구 도심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막창을 먹고 볼링을 치며 아쉬움을 달랬지만, 다음 날 출근을 앞둔 일행은 경기가 재편성된 26일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결국 전날 저녁 각자의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고대하던 PO 직관은 그렇게 대구 여행으로 바뀌었다.
우천 순연된 PO 1차전은 26일에 진행된다. 삼성 제공 수원에서 새벽부터 차를 몰고 대구를 찾은 야구 팬도 있었다. SSG 랜더스 팬 윤수현(24) 씨는 KIA 팬인 친구가 티켓을 구하면서 함께 야구장을 찾기로 했다. 주차 걱정에 새벽 3시부터 운전대를 잡았다. 대구에 가까워질수록 비가 거세졌지만, 포스트시즌 경기인 만큼 예정대로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놓지 않았다.
그러나 돌아온 건 우천 취소 소식이었다. 윤수현 씨는 "거짓말 같았다. 너무 허탈했다"며 "취소 발표가 난 뒤에도 친구들과 경기 시작 시각인 오후 2시까지 경기장을 떠나지 못했다. 믿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경기 시작 시간을 조정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윤수현 씨는 "폭우 수준으로 비가 쏟아지는 것도 아니었고, 비가 점점 그쳐 갔다"며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는 날씨나 여러 상황에 따라 경기 시작 시간을 앞당기거나 미루기도 하는데, KBO도 그런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부산에 사는 삼성 팬 김채민(22) 씨는 대구행 기차에 오른 지 불과 3분 만에 우천 취소 소식을 접했다. 결국 다음 역에서 내려 곧바로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26일 오전 시험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삼성 라이온즈 굿즈를 착용하고 대구행 기차에 오른 김채민 씨. 본인 제공 김채민 씨는 "우천취소 덕분에 시험을 마친 뒤 경기를 볼 수 있게 돼 마음은 편하다"면서도 "3분만 일찍 취소 소식이 떴어도 기차를 타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삼성 팬들에게 서스펜디드 경기는 달갑지 않은 기억"이라며 "경기 도중 중단되는 것보다는 아예 우천 취소되는 편이 훨씬 낫다. 경기가 순연되면 선수들의 부상 위험도 줄이고, 더 좋은 경기력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렵게 티켓을 구해 먼 길을 찾아온 팬들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크다. 김채민 씨는 "티켓을 구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 때문에 멀리서 온 팬들은 허탈함이 정말 클 것 같다"며 "주말 경기가 평일로 미뤄지면서 직관하지 못하게 된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민 씨 역시 이번 경기를 삼성의 원년 팬인 아버지와 함께 관람할 예정이었지만, 경기 일정이 바뀌면서 함께 야구장을 찾지 못하게 됐다. 김채민 씨는 "아버지가 인생 첫 가을야구 직관이라고 무척 신나 하셨는데, 함께 보지 못하게 돼 아쉽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