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현대자동차 제공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이 승용 전기차(EV)를 넘어 신흥국 상용차 시장의 전동화 주도권을 잡기 위해 현지 공공 프로젝트와 공적개발원조(ODA) 연계 사업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 대표 관광 거점인 발리 섬에 첫 상용 전기버스를 공급하며 동남아시아 친환경 모빌리티 시장 선점에 나섰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독립기념탑에서 열린 ‘전기버스 및 충전 인프라 보급 프로젝트 출범식’을 통해 중형 전기버스 ‘카운티 일렉트릭’ 11대를 발리 주정부에 공식 인도했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대한민국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인도네시아 정부가 공동 추진하는 ODA 사업의 핵심 과제로,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가 주관한 공개 입찰에서 현대차는 배터리 안정성, 사후관리(A/S) 체계, 친환경 프로젝트 수행 역량 등 전 부문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 최종 공급사로 낙점됐다.
발리 대중교통 노선에 투입되는 카운티 일렉트릭은 현지 도로 특성에 맞춰 인도네시아 특장업체와 협업해 제작된 20인승 중형 버스다. 128kWh 용량의 고효율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200km 이상의 항속거리를 확보했으며, 150kW급 고출력 구동 모터를 적용해 중저속(시속 50km에서 80km) 가속 성능을 기존 디젤 모델 대비 30% 이상 끌어올렸다. 현대차는 단순 차량 납품에 그치지 않고 현지 원격 관제 및 정비 체계를 구축해 공공 운행 안정성을 밀착 지원할 계획이다.
동남아 주요 신흥국은 도심 대기오염 해소와 탄소 감축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 공공 대중교통의 전동화 전환을 국가 전략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풍부한 니켈 매장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배터리·EV 생산 허브 도약을 추진 중이며, 수도 자카르타뿐 아니라 제2 도시 수라바야와 세계적 휴양지인 발리 주정부까지 전기버스 보급에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비야디(BYD) 등 중국계 상용차 제조사들의 저가 공세에 맞서 현지 인프라 유지보수 신뢰도를 갖춘 글로벌 완성차 기업 간의 수주 경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2024년 11월 수라바야에 이어 발리까지 성공적으로 상용 전동화 포트폴리오를 안착시킨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승용 전기차 중심이었던 아세안 생산·판매 전략을 버스 등 공공 상용차 영역으로 확장해 브랜드 신뢰도를 다각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자동차는 인도네시아 현지 완성차 조립 공장과 배터리 합작공장 등 기구축된 밸류체인을 기반으로 자카르타를 비롯한 주요 대도시로 공급망을 확대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세계적 관광 도시인 발리의 무공해 교통 체계 전환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인도네시아 실증 레퍼런스를 발판 삼아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태평양 전역으로 친환경 상용차 수출 판로를 다변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