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만난 이승민. 대구=김수민 기자
"저도 넘어간 줄 알았어요."
김도영(KIA 타이거즈)과 이승민(삼성 라이온즈)은 같은 타구를 바라보며 똑같은 생각을 했다.
지난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KIA의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1차전. 8회 초 선두 타자로 나선 김도영은 이승민을 상대로 큼지막한 타구를 만들어냈다. 타구를 한동안 응시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공은 중앙 담장을 넘지 못했다. 삼성 중견수 김지찬이 공을 잡지 못한 사이 타구는 담장을 맞고 나왔고, 뒤늦게 속도를 올린 김도영은 2루에 멈춰 섰다.
경기 후 김도영은 당시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배트 끝에 맞긴 했는데 홈런이 돼 넘어갈 줄 알았다. 그래서 맞는 순간 뛰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인정했다.
2루타 치는 김도영 (대구=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8회초 무사 상황에서 타석에 선 KIA 김도영이 2루타를 치고 있다. 2026.10.26 마운드 위에 있던 이승민도 다르지 않았다. 27일 PO 2차전을 앞두고 만난 그는 "김도영 선수가 치자마자 '아, 넘어갔겠다' 하면서 돌아봤는데 안 넘어갔더라"며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이승민은 "어제(26일)는 힘 대 힘으로 한번 붙고 싶어서 자신 있게 직구를 던졌는데, 진 것 같다"며 미소를 보였다. 이어 그는 "앞으로 이기면 되니까 어제 결과는 크게 신경 쓰지 않겠다. 다음에 만났을 때는 꼭 제가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도영에게 큰 타구를 허용했지만, 이승민은 흔들리지 않았다. 앞서 3타수 3안타를 기록한 카스트로를 2구 만에 내야 뜬공으로 잡아낸 데 이어 나성범도 범타로 돌려세웠다. 김선빈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지만, 한준수를 3루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지난 26일 플레이오프 1차전에 등판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이승민. 삼성 제공 이날은 팀이 뒤진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지만, 이승민은 앞으로는 승부처에서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이승민을 가장 믿음직스러운 투수로 꼽았다. 큰 경기에서 느끼는 긴장감 역시 이승민에게는 이겨내야 할 대상인 동시에 즐겨야 할 감정이다.
이승민은 "확실히 정규시즌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응원 소리부터 다르기 때문에 더 긴장된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 긴장감을 최대한 즐기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순간에 많이 던져봤기 때문에 내가 더 신경 쓴다고 해서 잘 던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상황을 최대한 재미있게 받아들여야 내 피칭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