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 선수단이 28일 플리트우드와의 카라바오컵 16강전 승부차기 중 동료들을 격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챔피언 아스널이 4부리그 팀인 플리트우드 타운에 덜미를 잡히며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아스널은 28일(한국시간) 영국 랭커셔의 하이버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풋볼리그(EFL) 컵(카라바오컵) 16강전에서 플리트우드와 정규시간을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5로 패배하며 8강 진출이 좌절됐다.
이번 이변은 두 팀의 리그 순위가 무려 83계단이나 차이 나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지난 12년 동안 논리그에서 6번의 승격을 이뤄낸 플리트우드는 잉글랜드 EFL 리그2(4부리그) 소속이다.
경기 내용은 아스널의 일방적인 공세였다. 아스널은 공 점유율 78% 대 22%, 슈팅 수 26 대 3으로 경기를 완벽히 지배했다. 그러나 아스널은 유효슈팅이 7개에 그치는 심각한 결정력 부족에 시달렸다. 반면 플리트우드는 단 3번의 슈팅 기회 중 2번을 유효 슈팅으로 연결하는 효율적인 축구를 선보였다.
아스널은 후반 5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상대 수비가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공을 빅토르 요케레스가 골대를 향해 밀어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후 아스널은 숱한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41분 유망주 맥스 다우먼이 상대의 태클에 보복성 발길질로 응수하다 퇴장당하며 수적 열세에 놓였다.
플리트우드의 골키퍼 제이 린치는 눈부신 선방 쇼로 팀을 구했다. 그는 경기 막판 벤 화이트와 마르틴 외데고르의 결정적인 슈팅을 연달아 막아내며 경기를 승부차기로 이끌었다. 승부차기에서도 린치는 브루누 기마랑이스의 킥을 막아냈다. 플리트우드의 마지막 키커 코너 호히가 침착하게 골망을 흔들며 대이변에 마침표를 찍었다.
플리트우드 공격수 코글란과 롤러 감독이 28일 아스널과의 카라바오컵 16강전서 승부차기 끝에 이긴 뒤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승리가 확정되자 열광한 홈 팬들은 그라운드로 쏟아져 들어왔고, 맷 롤러 플리트우드 감독은 벅찬 감격에 눈물을 쏟아냈다. 롤러 감독은 경기 후 영국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상대팀을 고려할 때 구단 역사상 최고의 밤이며 우리가 챔피언을 꺾었다"라고 기뻐했다.
플리트우드의 이변은 최근의 부진한 성적을 고려하면 더욱 놀랍다. 플리트우드는 최근 정규 리그 8경기에서 단 1승만을 기록 중이었고, 컵대회 직전 두 경기인 첼트넘 원정(2-4 패)과 엑서터 원정(1-2 패)에서 연달아 패배하며 6실점을 내준 상태였다. 플리트우드의 왼쪽 수비수 제이크 배티는 "우리 리그 성적은 원하던 바가 아니지만, 컵 대회에서는 모두의 뱃속에 불을 지핀다. 손주들에게 들려줄 마법 같은 순간"이라며 "어떤 팀도 두렵지 않다. 8강에서도 홈 경기를 배정받아 똑같이 해내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골키퍼 린치는 "바람 부는 하이버리의 끔찍한 날씨 조건을 예상했고 그것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생각했다"라며 "지난해 그림즈비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꺾은 것에서 영감을 받았다"라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