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반지로 프러포즈하겠다던 삼성 라이온즈 박승규가 첫 번째 목표를 이뤘다. 생애 처음 나선 한국시리즈(KS)에서 타율 5할을 기록하며 우승 반지의 주인이 된 것. 올겨울 결혼을 앞두고 큰 경사를 맞았다. 우승과 함께 마음을 전할 수 있게 된 박승규의 얼굴에는 웃음이 번졌다.
삼성은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KS(7전 4선승제) 5차전에서 KT 위즈를 꺾고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정상에 올랐다. 2014년 이후 12년 만이자 통산 9번째 우승이다. 박승규는 이날도 4타수 2안타 2득점으로 활약했다. 4차전까지 12타수 6안타 1홈런 4타점을 기록한 그는 시리즈를 16타수 8안타, 타율 0.500으로 마쳤다.
방망이도, 프러포즈 공약도 화제였다. 박승규는 4차전 승리 후 방송 인터뷰에서 “꼭 우승을 해서 우승 반지로 프러포즈하고 싶다”라고 깜짝 고백했다.
삼성 박승규. 삼성 제공
그러나 우승이 '처음이라' 박승규가 놓친 게 있었다. 이튿날 경기를 앞두고 기자와 짧게 만난 박승규는 “우승 반지가 내년에 나오는지 몰랐다"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면서 "다른 반지로 프러포즈 제대로 할 것”이라며 웃었다.
우승을 확정한 뒤에도 생각은 같았다. 그는 “반지는 내년에 나올 것 같아서 따로 프러포즈를 제대로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의 뜨거운 가을 뒤에는 예비 신부의 응원이 있었다. 늘 예비 신부의 메시지를 주고 받고 전화를 하며 야구장으로 출근한다. 그는 “예비 신부가 운동선수 출신이라 선수 마음을 잘 안다”라며 “‘하던 대로, 하지만 방심하지 말고 하라’고 이야기하며 북돋아준다. 항상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큰 경기를 앞둔 긴장과 부담을 이해해주는 사람의 말이 힘이 됐다.
그 응원을 받은 박승규는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않았다. 3차전 쐐기 홈런에 이어 4차전에서는 4타수 3안타 3타점을 쓸어 담았다. 3회 적시타를 때렸고, 7-4로 쫓기던 5회에는 2타점 2루타로 격차를 벌렸다. 5차전에서도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KS 전 경기 안타 행진을 완성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이 “승규가 지금 미친 것 같다. 세리머니도 미쳤다”라며 웃을 만큼 타격과 몸짓 모두 강렬했다.
삼성 박승규. 삼성 제공
과감한 세리머니에는 동료들을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있었다. 박승규는 우승 후 “즐거운 분위기가 좋고, 긴장도가 많이 올라가는 것도 오히려 좋아한다”라며 “그 분위기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전염시키고 싶어서 더 미친 듯이 했다”라고 설명했다. 정작 우승 뒤에는 차분했다. 이유를 묻자 “경기장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서 그렇게 기뻐할 여력이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라며 웃었다.
우승의 순간도 쉽게 실감 나지 않았다. 그는 “계속 이기고 있었는데도 9회 2아웃이 됐을 때 ‘진짜 내가 우승하는 건가’ 싶었다”라고 돌아봤다. 기쁨이 눈물로 바뀐 것은 선배들을 바라봤을 때였다. 박승규는 “우승해서 너무 좋았는데 형들을 보고 눈물이 났다”라며 “형들이 우승할 수 있게 보탬이 된 것 같아서 너무 기쁘다”라고 말했다.
시리즈 MVP를 받은 주장 구자욱에게도 축하를 보냈다. 앞서 자신보다 구자욱이 MVP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던 박승규는 “햄스트링이 아픈데도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줘서 감사하다”라며 “주장으로서 힘들었을 텐데 팀을 이끈 만큼 보상을 받은 것 같아 기쁘다”라고 했다. 자신의 활약보다 함께 뛴 동료들의 공을 먼저 이야기했다.
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한국시리즈 4차전 kt wiz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5회말 2사 주자 1,2루 상황에서 삼성 박승규가 2타점 적시 2루타를 치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입단 후 부상과 시련을 거쳐 얻은 결실이었다. 박승규는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지만 그 시간이 있었기에 관리하는 방법도, 이 자리에 서는 방법도 배운 것 같다. 소중한 경험이었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항상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형들과 동료들도 그렇게 생각해서 하나가 돼 우승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덧붙였다.
동료들과의 약속을 지킨 박승규에게 이제는 예비 신부를 향한 약속이 남았다. 생애 첫 KS에서 타율 5할로 우승에 힘을 보탠 외야수는 이제 또 하나의 소중한 순간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