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주'라는 타이틀은 배우 정우(33) 앞에 오랜 시간동안 따라다니던 수식어다. 2001년 영화 '7인의 새벽'에 단역으로 모습을 보이면서 데뷔해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활동한지 13년. 작은 역할을 맡다가 2009년 자전적인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영화 '바람'(09)의 주연배우로 나서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능청스러운 표정과 자연스러운 연기력, 거친 캐릭터를 보여주면서도 특유의 호감도로 어필해 '성공 가능성이 높은 배우'로 불렸다. 하지만 아쉽게도 곧장 입대를 하면서 연기활동에 맥이 끊어졌다. 그리고 2013년, tvN '응답하라 1994'에서 주연을 맡아 드디어 스타로 떠올랐다. '쓰레기'라는 캐릭터를 맡아 무심한듯 하면서도 뒤에서 조용히 자기 여자를 챙기는 다정다감한 매력을 어필하며 인기 상승곡선을 그렸다. 광고업계의 이어지는 러브콜, 영화·드라마 관계자들로부터 밀려드는 출연제의를 받으며 연신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정우와의 술자리는 중구 순화동의 시청역 인근 한 레스토랑에서 이뤄졌다. 술을 즐기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와인을 천천히 음미하며 분위기를 즐겼다. 자신을 알아본 손님과 레스토랑 직원들과 사진촬영을 하는 등 친절하게 팬서비스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홀 서빙을 담당한 레스토랑 직원의 행동패턴만 보고 "나랑 비슷한 부분이 많다"며 "당신은 100% AB형"이라고 정확하게 혈액형을 알아맞혀 함께 자리한 이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연신 웃음을 유도하며 유쾌한 분위기를 주도해 지인들로부터 '지금 예능 프로그램 녹화하러 왔냐'는 말까지 들었다. 감성이 풍부하고 표현력이 좋은 '천생 배우'지만 누군가와 어울릴때는 상대를 배려하고 즐거움을 주는, '좋은 사람'이었다.
-표준어를 굉장히 자연스럽게 구사하시네요. 경상도 출신 남자들이 사투리 고치는게 쉽진 않았을텐데요.
"저는 의외로 빨리 고쳤어요. 성격을 바꾸니 쉽게 고쳐지더라고요. 예를 들어 정장을 입었을때와 슬리퍼를 신고 다닐때는 행동이 확 달라지잖아요. 제 경우에도 같은 말을 하더라도 격한 사투리를 쓰면 사람들이 '저 친구가 불만있나'라는 오해를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일부러 많이 웃으면서 좋은 인상을 주고 또 성격 자체도 누그러뜨려 부드러운 느낌을 주려 노력했죠. 그러다보니 말투를 바꾸는 것도 좀 쉬워지더군요."
-가만히보니 헤어스타일을 거의 바꾸지않고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데뷔때부터 지금까지 출연작을 모아보면 '머리가 안 자라는게 아니냐'는 착각이 들 정도예요.
"맞아요.(웃음) 제가 머리 만지는걸 불편하고 귀찮게 생각해요. 그래서 짧은 스타일을 고수했죠. 그리고 지금껏 맡은 배역의 특성상 감독님들이 제가 머리에 신경쓰는걸 좋아하지 않았어요. '응답하라 1994'때는 진짜 신경많이 쓴 거예요. 편하게 촬영장에 갔더니 신원호 감독님이 '아무리 그래도 남자주인공인데 신경 좀 쓰자'라고 하시더군요."
-말씀하실때 잘 웃으시고 상대방도 즐겁게 만드는 재주가 있네요. 예능프로그램 한번 하셔도 되겠어요.
"프로페셔널이 돼 누군가를 웃겨야한다는 상황에 놓이면 강박증에 시달리게 될 거예요. 자신이 없네요. 그냥 보는게 좋아요. 제가 예능프로그램을 좋아하거든요. '라디오스타'와 '짝'은 지금도 빼놓지않고 챙겨봐요."
-'응답하라 1994' 이후 관련 토크쇼와 콘서트까지 나오던데요.
"토크쇼 출연했을때 참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제가 마침 유연석의 뒤에 앉아있었는데 객석에서 여자분들이 작은 종이에 뭔가를 써서 계속 봐달라는 듯 신호를 보내더라고요. 그런데 그 신호를 저한테 보내는건지 유연석에게 보내는건지 알수가 없잖아요. 괜히 손 흔들었다가 망신당할것 같아 가만히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제 팬이 맞긴하더군요. 끊임없이 손을 흔들고 종이를 쳐다보라길래 녹화를 쉬는동안 잠시 가서 만나봤어요. 종이에는 '구두가 좋아, 아니면 운동화가 좋아'라는 글이 적혀있더군요.(웃음) 구두나 운동화는 자칫 고가제품이 될수도 있을것 같아 그냥 모자 사이즈를 알려줬어요. 정말 고맙지만 비싼 선물은 부담되거든요. 모자 정도면 저도 부담이 덜할 듯 했죠."
-오랫동안 자취를 한 걸로 아는데 요리는 좀 할줄 아시나요.
"14년 자취했어요. 요리 좀 하죠. 레시피만 보면 그럴싸하게 만들수 있어요. 미역국·소고기국·김치찌개부터 닭볶음탕·삼계탕 등 어지간한 요리는 다 할줄 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