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칭 흥행보증수표 강동원(35)이다. "투자가 안 되는 배우는 아니라서…저 홈런도 쳤잖아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충무로의 몇 안 되는 배우 중 톱 클래스다. 어깨를 으쓱거려도 잘난'척'이 아닌 진실이기에 반박할 이유조차 없다.
여전히 강동원이라는 이름 앞에는 '꽃미남' 수식어가 빠지지 않고 어느 장소에서나 '얼굴'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진정한 배우로 인정받기 위해 굳이 망가짐을 택하지는 않았다. '예쁜얼굴'을 유지하면서 13년간 톱 배우 자리를 지켜낸 능력자다.
그런 강동원이 드디어 판타지를 만났다. 영화 '가려진 시간(엄태화 감독)'을 통해 생애 첫 원톱 주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강동원 is 뭔들' 30대 몸으로 '소년화' 된 강동원은 또 한 번 여심 사냥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 많이 고생스럽지 않았나.
"힘들긴 했지만 고생이라고까지 생각하진 않았다. 그리고 나보다 은수가 더 고생했다. 따지고 보면 난 분량이 그렇게 많지도 않았다. 영화 시작 40분 후에 나오니까. 지금까지도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작품은 '전우치'다. 8개월을 찍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액션이었다. 한 겨울에 와이어까지 달고 날아야 했다. '전우치'를 뛰어넘을 작품이 있을까 싶다."
- 감독이 제작보고회 때부터 자랑했던 '등장신'이다.
"영화적으로 임팩트가 있어야 하는건 당연했다. 공을 많이 들였다. 근데 마케팅적으로 먼저 풀었다. 예고편을 통해 미리 볼 수 있다. 그래서 막상 영화를 보면 임팩트가 떨어지지 않을까 고민이 되더라. 하지만 어차피 그 부분은 내 관할이 아니니까 '넣어도 되냐, 안 되냐'에 대해 논의할 때 '업자들끼리 알아서 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배급사·제작사 측에서 '짜치게 업자가 뭐냐'고 하시더라.(웃음)"
- 엄태화 감독의 장점은 무엇인가.
"엄청 섬세하다는 것? 동갑이라 통하는 부분이 많았다. 한 가지 아쉬운건 술이었다. 술을 워낙 못 마신다. 근데 촬영 끝날 때 쯤 되니까 세 잔은 거뜬히 드시더라. 누가 마시라고 한 것도 아닌데 본인이 '맛있네요' 하면서 홀짝 홀짝 먹더니 좀 늘었다. 지금은 만나면 '요즘엔 한 잔 안 하고 자면 잠이 잘 안 와요'라고 하더라."
- 현장 최고 베테랑으로서 후배들과의 작업은 어땠나.
"배우는 하나의 직업이고 그 속에 계급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선배나 후배나 나에겐 똑같다. 선배라고 해서 막 '선배, 선배' 하면서 아부를 떠는 스타일도 아니고, 후배라고 해서 막 '이렇게 해, 저렇게 해'라고 하지 않는다. 가르치려고 들지도 않는다. 내가 경험을 했던 것들을 필요로 하면 얘기는 해 주지만 거의 말을 안 한다."
-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우리 직업이 또 경험이 쌓였다고 잘하는 것도 아니고 경험이 없다고 못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은수 같은 경우도 '가려진 시간'이 첫 영화인데 깊이가 없나? 생각해 보면 그건 또 아니란 말이다. 아무리 신인 아이라도 놀라운 지점은 있고 배울점도 있었다."
- 처음 신은수를 봤을 때 선배로서 또 파트너로서 어떤 느낌을 받았나.
"'이 친구 어떻냐'고 사진을 보여줬을 때 '클로즈업 찍으면 너무 좋을 것 같은데요?'라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 영화에서도 클로즈업 신들을 보면 힘이 느껴진다. 다만 아직 어리고 현장 자체가 낯설다 보니 어느 날은 너무 좋은데 어느 날은 '음? 얘 누구지?' 싶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 나이대 순수함을 그대로 갖고 있는 친구라서 그 점이 가장 놀라웠다. 그게 화면에 그대로 드러나기도 했다."
- 순수함을 예로 들자면.
"욕심이 별로 없다. 굉장히 쿨하고 '이걸로 난 꼭 성공할거야!'라는 마음도 없어 보였다. 졸리면 자고.(웃음) 옆에서 지켜 보면서 가장 안타까웠을 때는 딱 봐도 먹고 싶은데 옆에서 못 먹게 할 때. 은수는 당연히 힘들어 한다. 시사회가 끝난 후에도 삼겹살 집에서 뒤풀이를 하는데 매니저가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더라. 그래서 몰래 고기 한 점 집어주고 그랬다."
- 엄태구와는 많이 친해졌나.
"태구 씨랑은 대화 자체를 거의 안 했다. 그 사람이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다. 유명하던데.(웃음) 그렇다고 사이가 안 좋은 것도 아니고 딱 할 일, 할 말만 했다. 태구 씨가 '밀정'을 함께 찍고 있었을 때라 나도 김지운 감독님과 인연이 좀 있으니까 궁금해서 '밀정 촬영은 잘 돼 가요?'라고 물으면 '네'라고 답하고 또 10분을 가만히 있었다. 다들 아시겠지만 엄태화 감독님과 형제 사이다. 감독님이 말씀하시기를 어느 날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는데 '태구가 집에서 말을 안 해'라고 하셨다고 하더라. 그 만큼 진짜 말이 없다."
- 본인은 평소 말이 많다고 생각하나.
"태구 씨를 보면서 답답해 하는 걸 보면 태구 씨 보다는 말을 잘 하는 것 같다.(웃음) 사실 김지운 감독님도 만만치 않게 말씀이 없다. 한 공간에 둘만 있어도 말을 잘 안 하신다. 가끔 '차 한 잔 마시자'고 하면 걱정부터 된다. 왠지 혼자 나가면 안 될 것 같고 '누구를 같이 데리고 나가지?'라고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