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타칭 흥행보증수표 강동원(35)이다. "투자가 안 되는 배우는 아니라서…저 홈런도 쳤잖아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충무로의 몇 안 되는 배우 중 톱 클래스다. 어깨를 으쓱거려도 잘난'척'이 아닌 진실이기에 반박할 이유조차 없다.
여전히 강동원이라는 이름 앞에는 '꽃미남' 수식어가 빠지지 않고 어느 장소에서나 '얼굴'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진정한 배우로 인정받기 위해 굳이 망가짐을 택하지는 않았다. '예쁜얼굴'을 유지하면서 13년간 톱 배우 자리를 지켜낸 능력자다.
그런 강동원이 드디어 판타지를 만났다. 영화 '가려진 시간(엄태화 감독)'을 통해 생애 첫 원톱 주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강동원 is 뭔들' 30대 몸으로 '소년화' 된 강동원은 또 한 번 여심 사냥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 '가려진 시간'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었나.
"기본적으로 이야기가 재미있었고 판타지 장르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풀어 나간다는 점이 좋았다. 멈춘 세계를 구현하는 것도 키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 실제 아이디어를 낸 부분도 있나.
"비누깎는 장면에서 비누를 깎으면 그 분비물들이 허공에 떠 다닐 것이라는 설정은 시나리오에 없었다. 내 아이디어다. '비누깎을 때 잔여물이 다 날아 다닐텐데 정리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더니 감독님이 받아들여 주더라.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흥미를 많이 느끼는 편이라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때 그때 말했다."
- 어떤 작품보다 연기에 대한 집중도가 필요했을 것 같다.
"내 또래 남자들은 물론 40~50대 남성 분들이 봐도 오글거리지 않았으면 싶은 마음이 있었다. 물론 여성 관객들도 잡고 가고 싶었고. 톤은 만족하는 편이다. 막 오글거리려고 하다가 넘어가고 또 넘어간다. 그렇다고 소년같은 표현을 완전히 안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 중심을 잡는 것에 고민이 많았다."
- 어른이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소년에 멈춰있다고 할 수도 없는 캐릭터다.
"맞다. 그 부분이 정말 어려웠다. 어쨌든 십 여 년간 혼자 살다가 나타난 느낌도 내야 했다. 그렇다고 지적 수준이 너무 높은 남자처럼 말하면 그것도 이상하지 않나. 진짜 많이 생각하고 노력했다."
- 참고할 만한 기존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었나.
"레퍼런스가 아예 없었다. 제작사 측에서도 '뭘 봐 달라'고 넘어온 것도 없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야 했기 때문에 더 힘들었다. 물론 그래서 더 재미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 소리가 민감해 하는 모습이 디테일하게 느껴졌다.
"모든 것이 멈춘 세계에 살다가, 친구 목소리 밖에 안 들리는 세상에 살다가 돌아왔으니 고막이 성하겠나. '귀가 약하지 않을까' 하는 설정이었다. 소리보다 빛을 더 잘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다고 자폐 쪽으로 초점을 맞추지는 않았다."
-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모습에 많은 관객들이 빠져들지 않을까 싶다.
"그래주시면 감사하고.(웃음) 움직이는 물체에 대해 낯설어 하고 열린 세계에서 계속 혼자 숨어있다. 그 감정도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적정선을 유지하려 했다. 수린(신은수)이가 손을 잡아주는 순간부터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였다."
- 시·공간이 멈춰진 세계가 어떻게 표현될까 싶었는데 굉장히 인상깊었다.
"솔직히 말하면 촬영을 하면서 프리 단계가 잘못됐다는 판단이 있었다. 뒤늦게 파악했지만 전체 신을 3D 세트에서 찍었어야 하는 것이 맞더라. 살짝 바람만 불어도 무조건 NG가 나니까.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도 풀세트에서 찍는 것이 옳았다. 다음에 비슷한 영화를 찍게 된다면 적극적으로 건의할 생각이다."
- 어느 곳에서든 바람이 안 불 수는 없지 않나.
"바닷가 촬영은 미쳐버리겠더라. 말 그대로 다들 가만히 있는데 NG가 났다. 연기가 문제가 아니라 머리카락이 날리고 안 날리고가 관건이었다. 럭키로 한 날 바람이 좀 약해 조명팀이 막아주면서 겨우 촬영을 마쳤다. 스프레이를 뿌리고 그래도 안 되는 것은 CG로 잡고 난리도 아니었다."
- 특히 힘들었던 장면이 있다면.
"멈춘 세계에서 섬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배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게 참 힘들더라. 결국 감독님은 '우리 다 해봤는데 안 됐잖아. 못 나가잖아'라는 식의 대사로 상황을 설명하자고 했지만 난 그걸 용납할 수 없었다. 난 내가 받은 시나리오가 있었고 그 부분은 어떻게든 합의가 돼야 했다. '그래봤자 한 회 차 더 찍으면 되는건데. 꼭 찍자'고 내가 감독님을 설득했다. 그렇게 탄생한 신이다."
- 그 와중에 대부분 야외 촬영이었다. 추위에 엄청 떨었다고.
"산 촬영은 영하 20도로 떨어지니까 참을 수가 없더라. 은수는 추운데 반바지를 입고 연기를 해야 했다. 애한테 그런 짧은 옷을 입혀 놔가지고 고생을 많이 했다. 우리가 '은수야. 너 연기 계속 해야지. 안 할거야? 해야지'라고 하면 처음엔 은수도 고개를 끄덕거렸는데 나중에는 너무 힘드니까 '나 연기 안 하고 싶다'고 하더라. 중학교 1학년에 이 작품으로 연기를 처음 해보는 친구가 뭘 알겠냐. 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