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상(39)이 서울 여의도 한 한정식 가게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용한 곳에서 펼쳐진 취중토크는 살짝 어색함이 감돌았다. 어색함은 오래 가지 않았다. 개그맨답게 센스 있는 단어 선택으로 분위기를 순식간에 무르익게 했다. 맥주를 주문했다가 어울리지 않는다며 청주로 바꾸는 센스는 물론이고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이하 맛녀들)' MC답게 12가지가 넘는 음식들을 섭렵하며 맛을 평가했다.
개그맨 유민상은 대한민국 억울 캐릭터 일인자다. 당하는 캐릭터가 필요하면 여지없이 유민상을 찾는다. 유민상에게 '억울' 이미지는 그의 자부심이다. 가끔 불쌍하다며 챙겨 주는 대중도 있다는 것이 그의 말. '억울한' 분야에선 성공이라고 자신했다.
이런 그가 새로운 도전을 한다. 리얼 예능에 도전하는 것. 지난 29일 MBC every 1은 '달라서 간다'라는 4부 파일럿 예능을 선보였다. 김대희·솔비·유상무와 함께 일반인과 여행을 떠나는 리얼 버라이어티쇼다. 정규를 향한 그의 욕심과 열정은 대단하다. KBS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일원으로 다른 프로그램과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후배들에게 길잡이가 돼 주려면 길을 터야 한다. 그 총대를 메고 당당히 나섰다. "일반인들과 여행을 다니는 프로그램인데, 우리가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안달하는데 어떻게 할 순 없고. 이게 웃음 포인트일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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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미디 프로그램이 단 두 개뿐이에요. "대한민국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이 없어질까 봐 걱정이에요. 이렇게 되면 한 분야를 잃게 되는 거죠. 코미디 프로그램이 없어진다면 김준현 같은 사람은 TV에서 볼 수가 없어요. 데뷔할 방법이 없는 걸요. 우리는 얼굴이 특출하게 잘생긴 것도 아니라서 기획사 오디션을 보기도 힘들어요. 제2, 제3의 유재석이 나오려면 코미디 프로그램은 존속해야 해요."
- 어떤 프로그램이 더 생기면 좋을까요. "예전에 '무한도전'에서 박명수·유재석 선배가 '코미디 빅리그'에 도전했잖아요. 이런 컬래버레이션도 좋을 거 같아요. 애드리브와 콘서트 개그가 합쳐지면 시너지를 발휘하지 않을까요. 일회성으로 했던 '코미디 빅리그'였지만 정말 좋았어요."
- 새 예능 '달라서 간다'에 출연했어요. "녹화가 정말 힘들었어요. 실험적으로 이것저것 많이 했어요. 개그맨이라 웃겨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제작진이 너무 웃기지 않아도 된다고 하기에 땀이 삐질삐질 났어요. 일반인들과 여행을 다니는 프로그램인데, 우리가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안달하는데 어떻게 할 순 없고. 이게 웃음 포인트일 수도 있겠네요."
- 일반인과 함께하는 예능이 부담스럽진 않나요. "일반인들이 처음에만 신기해하고, 시간이 지나니까 신경도 안 쓰시더라고요. 연예인을 보고 신기해하는 건 한 시간이었어요. 지나가다가 우리를 발견한 몇몇 분들은 일반인도 연예인인 줄 아시더라고요. 씁쓸했어요. 그래도 좋았어요. 방송 촬영이 아니면 가 볼 수 없는 데도 가 봤어요. 일반인들도 연예인 체험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보통 연예인들이 여행 가는 게 좋아 보이잖아요. 근데 카메라가 계속 따라다니기 때문에 완전히 자유롭지 않아서 힘들어하더라고요."
- 정규 프로그램이 될 것 같나요. "정규가 됐으면 좋겠어요. 정말 잘 돼야 해요. 촬영할 때 굉장히 어색한 상태로 출발했는데, 이틀 동안 일반인과 정말 가까워졌어요. 저와 다른 직군들과 여행을 가서 굉장히 색달랐어요."
- 후배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되고 싶어요. 뚱뚱이 후배들이 나를 넘으면 좋겠어요."
- 하고 싶은 예능이 있다면요. "준현이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가장 부러워요. 앉아서 VCR만 보면 돼잖아요. 스태프는 정말 고생하는데 MC들은 정말 '꿀'이에요. 게다가 시청률과 화제성도 좋잖아요. 준현이는 '인생술집'에서 술도 마셔요. 술 먹고 비디오 보고 밥 먹으러 가는 김준현, 정말 부러워요. 그만의 고충이 당연히 있겠지만 부러운 건 어쩔 수 없어요."
- '맛녀들' 할 때 입이 작아서 생긴 에피소드가 있나요. "한입만을 먹을 때 입이 작아서 많이 흘려요. 더럽다며 하차하라는 댓글도 있었어요. 악플과 소통하는 편이라 '일부러 적게 먹겠다'고 선언하고 먹었어요. 그랬더니 좋게 보시더라고요. 근데 그들의 입이 큰 건지, 내 입이 작은 건지 잘 모르겠어요. 내 입은 평균보다 작고 그들의 입은 평균보다 큰 거 같아요. 난 손발이 다 작아요. 섬섬옥수 스타일이죠." - 맛집을 고르는 기준이 있나요. "두 가지를 봐요. 아예 오래되거나 허름한 곳 아니면 엄청 확장한 곳이요. '확장한'은 장사가 잘된다는 말이에요. 이런 곳은 실패한 적이 없어요. 확실합니다."
- 맛을 표현하는 법이 김준현씨와는 정말 달라요. "김준현은 사기꾼이에요. 닭백숙 국물 한 번 먹는데 나비가 날아다닌다니 말이 안 돼지 않나요. 나는 그렇게 표현 못 해요. 그냥 직접적으로 '안 짜고 맛있다'라고 말하는 편이죠. 콩국수를 먹고도 '모르겠다'고 말했어요. 두유에 면을 말아 먹는 느낌이에요."
- 개그맨이 안 됐으면 뭐가 됐을까요. "관광과를 졸업했는데 한 여행사에서 실습을 했어요. 항공사 패키지 서류를 보내 주는 일을 했죠. 두 달 정도 했더니 자연스럽게 계속하겠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땐 꿈꾸는 게 따로 있다고 말하고 나왔어요. 왠지 개그맨이라고 말하는 게 창피했어요. 공익 때는 지적계에서 일했어요. 2년 하다 보니까 지식이 쌓였어요 그래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딸까 했는데 시험이 어렵더라고요. 그냥 생각만 했어요. 아마도 부모님 도움을 받아서 PC방이나 게임 가게를 하지 않았을까요."
- 노후 대책이 있나요. "재테크나 장사 계획이 전혀 없어요. 노후 대책, 진짜 대책 없죠. 주변에선 캐릭터가 좋으니 고깃집을 하라고 하는데, 관심이 '1'도 없다. 위기가 온다거나 하향선을 그릴 때쯤 다른 길을 선택할 것 같아요. 지금은 월급쟁이처럼 적정 수준의 수입을 유지하고 있으니까 괜찮아요. 또 혼자라서 돈을 모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못 느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