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데뷔 10년이 넘었다. 모델로 먼저 존재감을 떨친 홍종현(29)은 이후 배우로 전향, 첫 작품부터 주목받는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타고난 피지컬에 날카로우면서도 매력적인 비주얼은 어디선가 살짝 스쳐만 지나가도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연예계에서 초반 주목도와 별개로 오랜 담금질은 필요했다. 수 많은 작품에 꾸준히 출연했고, 다양한 도전을 감행했지만 스타로서, 배우로서도 '한 방'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 홍종현은 "과거에는 잘하고 싶은 마음에 조급해 했던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마음이다. 모든 일이 의지대로 되는건 아니니까. 지금은 아주 조금 여유를 찾은 것 같다"고 진심을 표했다.
영화 '다시, 봄(정용주 감독)'은 비록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지 못했지만, 홍종현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그것을 표현할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홍종현에게는 분명 좋은 기회였다. 깊이있는 감성 연기부터 정반대의 귀여운 주사까지 한 작품에서 모두 만나 볼 수 있기 때문. "내가 애교가 별로 없다"며 씨익 웃는 미소 자체가 본인만 모르는 애교의 정석이다. 물오른 기세는 KBS 2TV 주말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로 이어가고 있다. 청춘물에서 주말드라마로. 독특한 행보처럼 보이지만 이 또한 홍종현의 야무진 선택이었다. 특별한 기준이 없기에 다 하고 싶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지금의 홍종현을 완성했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에 이어 미리 찍어둔 SBS '절대 그이'까지 당분간은 열일이 예약돼 있는 홍종현이지만 작은 산을 넘고 넘어 군대라는 큰 산을 눈 앞에 두고 있는 것도 사실. 신경을 쓰지 않으려 해도 어느 한 구석에 해결하지 못한 숙제처럼 남아있는 찝찝함은 어쩔 수 없다. "군 입대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그 자체에 대한 고민은 없지만 되도록이면 최대한 빨리 가고 싶다"는 속내다. 열심히 달려왔기에 공백기 후에도 변함없이 열심히 달릴 것이라는 신뢰를 쌓았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고민 후 만들어내는 성취감에 행복함을 느낀다는 홍종현. 노력의 성과는 배우 홍종현을 기대하고 기다리게 만드는 이유다. -'다시, 봄'의 강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개인적으로는 연기하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좋았다. 관객 입장으로 본다면 공감대가 높을 것이라 생각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 역시 어릴 때 굉장히 많이 했던 상상 중 하나다. 비슷한 사건은 아니더라도 영화를 보면 자연스레 자신의 과거가 떠오를 것이다. 생각할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이라 좋았다." -유행이 지난 타임슬립 장르로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나온 시간 여행과 관련된 영화들은 조금 더 판타지 요소가 강하다고 해야 하나? 큰 사건이 발생하고 그것이 특별한 변화를 일으키는데 우리 영화는 소소한 행복을 찾아 주는 것이 목적이자 전부다. 사실 난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과거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
-시나리오를 선택한 잉도 비슷한가. "맞다.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보는 분에 따라 받아 들이는 반응은 다를 것이고, 명확한 정답이 있지는 않겠지만 혹시 나처럼 위로 받는 분이 있다면 긍정적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캐릭터는 어떻게 준비했나. "감정의 변화도 심하고 상황도 계속 달라진다. 촬영내내 호민이의 인생 그래피를 떠올리면서 연기했다.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도 됐지만 결국 덤빌 수 밖에 없더라. 앞 뒤를 하나하나 따지기 보다는 주어진 상황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유도하는 신을 찍을 땐 부상도 있었다고. "심하게 다친건 아니다. 당기는데 요령이 없다 보니 어깨가 살짝 삐끗했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데 유도는 처음 해 봤다. 단기간에 마스터 할 수 있는 운동은 당연히 없겠지만 유도는 특히 더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생기더라. 그래도 내 실력에 비해 화면은 잘 나온 것 같아 다행이다. 극중 상대역으로 나온 준서라는 친구가 실제 내 연습 파트너였다. 체육관에서 항상 만났고 현장까지 와줘 고마웠다." -후회가 남는 과거가 있나. "음…. 원래 지나간 것에 대한 후회는 많이 안 하는 편이다. 다시 돌아가서 영화처럼 살라고 해도 난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다만 지금은 할 수 없는, 과거에만 해볼 수 있었던 경험들이 있지 않나. 정작 그때는 소중한 줄 모르고 당연한 듯 생각했던 것들을 조금은 더 소중하게 받아들일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바꾸고 싶은 미래는 있을까. 선택의 갈림길에서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한번쯤은 할 수 있지 않나. "아주 큰 선택 중에서는 바꾸고 싶은 것이 없다. 근데 배우 일을 막 시작했을 때 잘하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 많이 조급해 했다.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래도 편안하게, 즐기면서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은 있다. 어쨌든 내 의지대로 되는 것은 아니니까. 지금은 예전보다는 아주 조금 여유를 찾은 것 같기는 하다.(웃음)"
-당장 어제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 같나. "'어제 뭐 했지? 엊그제 뭐 했지?' 생각해 보라고 하면 잘 모르겠다. 그래서 똑같은 하루가 다시 주어진다면 또 똑같이 살 것 같지만(웃음) 그래도 한 번 살았던 하루니까. 좋은 방향으로 나를 이끌려고 하지 않을까 싶다." -감정 변화가 많은 캐릭터였다. 몰입도도 높았을텐데 작품이 끝나면 어떤 방식으로 해소하는 편인가. "난 어렸을 때부터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들면 아무 생각없이 집중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하는 편이었다. 때에 따라 조금씩 바뀌긴 하는데 땀 흘리는 운동을 할 때도 있고,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무언가를 조립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목공도 시작했다. 시간이 잘 가면서 잡생각은 잘 안 하게 되는? 이틀 정도라도 시간이 나면 우리집 개와 함께 캠핑에 다녀오기도 한다. 공기 좋고 사람없는 곳에서 맛있는 것 먹으면서 구경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에너지를 많이 쏟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