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③] 홍종현 "軍입대 숙제 해결 못해, 최대한 빨리 가고파"

어느덧 데뷔 10년이 넘었다. 모델로 먼저 존재감을 떨친 홍종현(29)은 이후 배우로 전향, 첫 작품부터 주목받는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타고난 피지컬에 날카로우면서도 매력적인 비주얼은 어디선가 살짝 스쳐만 지나가도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연예계에서 초반 주목도와 별개로 오랜 담금질은 필요했다. 수 많은 작품에 꾸준히 출연했고, 다양한 도전을 감행했지만 스타로서, 배우로서도 '한 방'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 홍종현은 "과거에는 잘하고 싶은 마음에 조급해 했던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마음이다. 모든 일이 의지대로 되는건 아니니까. 지금은 아주 조금 여유를 찾은 것 같다"고 진심을 표했다.
 
영화 '다시, 봄(정용주 감독)'은 비록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지 못했지만, 홍종현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그것을 표현할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홍종현에게는 분명 좋은 기회였다. 깊이있는 감성 연기부터 정반대의 귀여운 주사까지 한 작품에서 모두 만나 볼 수 있기 때문. "내가 애교가 별로 없다"며 씨익 웃는 미소 자체가 본인만 모르는 애교의 정석이다. 물오른 기세는 KBS 2TV 주말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로 이어가고 있다. 청춘물에서 주말드라마로. 독특한 행보처럼 보이지만 이 또한 홍종현의 야무진 선택이었다. 특별한 기준이 없기에 다 하고 싶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지금의 홍종현을 완성했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에 이어 미리 찍어둔 SBS '절대 그이'까지 당분간은 열일이 예약돼 있는 홍종현이지만 작은 산을 넘고 넘어 군대라는 큰 산을 눈 앞에 두고 있는 것도 사실. 신경을 쓰지 않으려 해도 어느 한 구석에 해결하지 못한 숙제처럼 남아있는 찝찝함은 어쩔 수 없다. "군 입대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그 자체에 대한 고민은 없지만 되도록이면 최대한 빨리 가고 싶다"는 속내다. 열심히 달려왔기에 공백기 후에도 변함없이 열심히 달릴 것이라는 신뢰를 쌓았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고민 후 만들어내는 성취감에 행복함을 느낀다는 홍종현. 노력의 성과는 배우 홍종현을 기대하고 기다리게 만드는 이유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청춘물에서 주말극을 선택했다. 행보가 독특하다.
"나에겐 첫 주말극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일상적인 작품, 연기는 안 해 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재미있겠다' 싶었다. 물론 경험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걱정도 됐는데 '이것 또한 잘 마치고 끝내면 어떤 의미로든 좋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 마인드로 선택했다. 캐릭터가 밝고 좋은 에너지를 갖고 있는 점도 좋았다. 개인적으로 많이 끌렸던 작품이다."
 
-스크린보다 브라운관에서 더 자주 볼 수 있었다.
"내 선호도의 문제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드라마 쪽에서 나를 더 많이 찾아 주셨다고 해야 할까? 시간이 되는 한 둘 다 많이 하고 싶기는 한데, '영화의 기회가 조금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다. 경험이 없어 궁금한 것도 많다."
 
-배우로서 꾸준히 발전하고 성장해 왔다.
"'지금 이걸 하고 있으니까 다음엔 이걸 해야지' 하는 기준은 없다. 작품을 선택할 때 반영된 적도 없고. 그래서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많다고 생각한다. 다만 해보지 않았던 모습을 갖고 있는 캐릭터가 끌리는건 맞다. 내가 판단하기는 살짝 힘들긴 한데, 좋게 봐 주시는 분들도 있고 당연히 부족하다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 조금씩이나마 좋아지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그렇게 생각해 주시는 분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그건 내가 열심해 해야 할 문제 아닐까 싶다."
 
-모델 출신으로 동료들은 물론 후배들까지 배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사실 그 타이틀이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잘은 모르겠다. 관심을 받고 시작하는건 좋은 것 같은데 어떤 기준이 딱 잡혀 있으면 거기에 얽매이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모델 출신 배우'라는 타이틀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오래가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이것 역시 결국 내가 잘 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연기는 어떤 것 같은가.
"난 어렸을 때부터 뭔가 새로운 경험을 좋아했다. 새로운 음식을 먹고, 새로운 어떤 것들을 경험하고. 그래서 연기에도 많이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 그런 작업 자체가 재미있다. 준비를 하고, 고민을 해서 만들어냈을 때 성취감도 좋다. 그래서 '되게 오래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정말 힘들 때도 있지만 재미있을 때도 많다."
 
-데뷔 10년 차다. 요즘 고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오히려 요즘에는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 항상 하는 고민은 결국 작품이다. 촬영하는 것들에 대한 작은 고민들이 대부분이고 큰 고민 없다."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
"그건 고민까지는 아니고 아쉽긴 하다.(웃음) 가야 하고, 갔다 오면 되니까. 생각하고 있기는 한데 시기가 딱 맞아 떨어질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은 최대한 빨리 가고 싶기는 하다. 얼른 다녀와서 마음 편히 일하고 싶다. 하하. 큰 숙제를 끝내지 못한 느낌이다."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몇 년째 강조하고 있는 밝은 캐릭터.(웃음) 장르물 같은 것도 재미있을 것 같고, 아예 웃긴 코미디 물도 해보고 싶다. 불러 주시면 뭐든 다 할 수 있다."
 

조연경 기자 [e-mail]
사진=씨제스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