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서지혜는 KBS 2TV '흑기사'에서 물만난 고기처럼 연기했다. '인생작'을 만났다고 해도 아쉽지 않았다.
서지혜는 '흑기사'에서 250년 동안 한 남자 김래원(문수호)만을 바라보는 샤론 역을 맡았다. 화려한 미모를 자랑하지만 까칠하고 제멋대로였다. 분명한 악녀였다. 김래원에게 사랑을 넘어 집착했고, 김래원이 사랑하는 신세경(정해라)를 괴롭히기까지 했다. 그러나 '흑기사'에서 가장 사랑 받은 캐릭터는 샤론이었다.
서지혜는 악녀인 샤론을 허당기 가득한 악녀로 재탄생시켰다. 같은 세월을 지내온 장미희(베키)와 티격태격하며 워맨스 연기도 펼쳤다. 코믹 연기도 자연스럽게 해내며 데뷔 15년 차 연기 내공을 선보였다. 그 결과 주인공보다 더 돋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서지혜는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에타에서 일간스포츠와 '흑기사' 종영 인터뷰에서 '인생작'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 이유인 즉, 연기를 잘했다는 칭찬이라 만족감도 높고 기분도 좋지만 부담스럽다는 표현이었다. 그는 "감사한 수식어이긴 아직 인정하고 싶지 않다. 다음에 어떤 작품, 어떤 캐릭터를 맡을지 모른다. 앞으로 더 잘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며 '인생작'이라는 말에 손사래를 쳤다.
서지혜는 올해로 데뷔 15년 차다. 연기에 대한 회의감도 있었다. 한 차례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결국 나 자신을 믿고 버티자는 마인드로 도전했다. 그 결과 '흑기사'라는 작품을 만났고, '흑기사'는 서지혜 연기 인생에 '흑기사'가 됐다. 여배우로서 하기 힘든 백발 분장을 했음에도 '이런 걸 언제 해보겠어'라는 생각으로 웃어넘겼다. 결혼 ㅇ서지혜의 말투에서 이젠 여유가 느껴졌다.
- 어느덧 데뷔 15년 차다. 그동안 고비가 있었나.
"20대 중반 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자의반 강제반으로 2년 정도 쉬었다. 그때 마음을 잡고 20대 후반부터 '열심히 해봐야 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쉬지않고 쭉 달렸다. 그동안 잘 버텼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더 버텨야 하지만 이렇게 한 길을 15년 동안 온 것도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올해 35살이다. 힘들다고 칭얼대는 나이가 아니다. 책임감을 느끼게 된 시간들이 있었다. 나이에 대한 책임감이 커졌다."
-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내 자신인 것 같다. 주변에 응원해주는 분들도 힘이지만 스스로 자아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안 좋은 소식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다. '스스로 강하게 마음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다."
- 슬럼프를 이겨낸 비결은.
"학교 다니면서 일반적인 생활을 했다. 여행도 다니고 친구들도 만나고, 고민도 털어놓고 조언도 들었다. 그러다 보니 버티는게 답이라는 결론이 났다. 그리고 연기를 그만두면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더라. 하다 보면 연기도 늘 수 있고 좋은 기회가 생길 수도 있으니 무작정 악으로 깡으로 버텼다."
- 드라마 외에 도전하고 싶은 다른 분야가 있다면.
"사실 예능 울렁증이 있다. 예능에 나가면 뭘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몸으로 떼울 수 있는 건 잘하니까 '런닝맨'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했었다. 말 하는 것보다 몸을 쓰는 게 편하더라. 하다보니 재미있다는 생각도 든다. 다른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해보니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뷰티 프로그램도 했던 거다. 연기로 보여주는 건 한계가 있는데 예능에서 그 한계를 깬 것 같다."
- 예능도 해 볼 생각이 있어보인다.
"본업이 연기니 예능에 취중하진 않겠지만 섭외를 거부하진 않을 것 같다."
- 댓글은 보는 편인가.
"잘 안 보는 편인데 친구들이 기사도 보내주고 댓글도 보내준다. 초반에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다가 감독님이 '사람들이 샤론을 봤을 때 불쌍하다고 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샤론이 짠하다' '불쌍하다'라는 댓글이 있어서 굉장히 좋았다. 의도한 느낌이 나와서 다행이었다."
- 30대 여배우를 위한 대본이 없다는 말이 있는데.
"영화 쪽은 여자가 할 수 있는 대본이 줄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드라마도 어린 후배들이 하고 있다. '주인공을 해야 돼'라는 욕심을 버리면 할 역할이 많다고 생각한다. 겸허히 받아드릴 준비를 하고 있다."
- 서지혜 포함 신세경·장미희의 미모 대결도 만만치 않았다.
"세경 씨는 워낙 예쁘고 나와 다른 매력을 갖고 있는 친구다. 20대의 밝은 느낌이 부럽다. 나도 저 나이일 때도 있었는데.(웃음) 피부가 좋아서 옆에 있기 부담스러웠다. 장미희 선생님은 자기관리를 워낙 철저히 해서 '피부과 어디 다니시냐'고 물어볼 정도 였다. 장미희 선생님은 일주일에 3~4번 운동을 한다고 하더라. 일찍 일어나서 붓기도 빼고 현장에 오신다."
- 미모 관리 비결은.
"밝게 사는 게 비결같다. 인위적인 건 좋아하진 않는다. 나이 들었으니 주름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웃는 장면이 샤론에겐 별로 없어서 못 느꼈겠지만, 어느 순간 웃으면 눈에 주름이 생기더라. 그래도 이걸 인정하고 넘어가면 더 예뻐보인다.(웃음)"
- 원래 성격이 밝은 편인가.
"밖에도 많이 다니고 활동적인 편이다. 이런 에너지들이 조금 더 젊어지게 하는 비결 같다. 철이 안 든 것 같기도 하지만 좋다. 대부분 꼿꼿하고 도도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아니다."
- 앞으로 15년 후의 모습은 어떨까.
"결혼 해서 아이를 낳을 것 같다. 예전엔 10년 후 20년 후에 뭐하고 있을까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최근 몇 년 동안 1년 만 생각한다. 당장 내 앞이 중요하더라. 너무 먼 미래를 보니 놓치는 게 많았다. 그러다보면 소소한 즐거움 행복을 찾지 못하더라. 하루하루 행복하게 즐겁게 살면 1년이 쌓이고 그게 10년이 되는 것 같다. 현재를 더 즐기고 열심히 살자라는 마인드다."
- 10년 전에 세운 목표는 이룬 것 같나.
"대실패다. 33세면 결혼하고 애를 낳을 줄 알았는데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 배우자의 조건은.
"그릇을 보려고 한다. 저를 품어줄 수 있는 분이었으면 좋겠다. 수호 같은 흑기사를 찾고 싶다. 당장이라도 만나면 결혼할 준비는 돼 있다.(웃음)"
- 앞으로의 계획은.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나서 좋은 작품으로 찾아봬려고 한다. 올해는 열일할 거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