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고레에다 히로카즈 “삶에 대한 확신 없는 존재, 누구의 책임인가”[일문일답]
일간스포츠

입력 2022.06.07 14:52

정진영 기자
사진=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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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브로커’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브로커’는 그간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해왔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장기를 발휘한 영화. 이번 작품의 경우 특히 히로카즈 감독의 전작과 비교되는 많은 대사가 눈길을 끌었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진행한 라운드 인터뷰에서 베이비박스와 비혼모, 보육원에 맡겨지는 아이들에 대해 취재를 진행하며 많은 것을 배웠고, 그런 깨달음을 영화에 담기 위해 직접적인 대사 표현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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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6년 동안 영화를 준비했다고 들었다.
“처음 플롯을 쓴 건 약 6년 전이지만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착수했던 건 재작년이다. 한 2년 동안 베이비박스를 찾아가서 취재하기도 했고 보육원 출신인 분도 만났고, 쉼터에서 생활하는 아이와 어머니도 뵀다. 아기 브로커를 직접 수사한 경험이 있는 형사분도 화상으로 만났다. 베이비박스에 대한 찬성, 반대 입장이 일본에도 모두 있는데, 한국도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특히 크게 다가왔던 건 보육원 출신 사람들의 목소리였다. ‘내가 정말 태어나길 잘한 것인가’라는 의심을 가진 분들이 많더라. 아이들이 삶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 채 어른이 된다면 그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고민했다. 확실히 엄마의 책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사회의 책임이라면 나는 그분에게 어떤 말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평소에는 잘 쓰지 않는 직접적인 대사를 이번 영화에서 쓰게 됐다.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대사도 그래서 나왔다.”
 
-첫 한국 영화 연출작이다. 어땠는지.
“영화를 만드는 프로세스는 어느 나라나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촬영 감독이라고 하면 어느 나라를 가도 촬영 감독 느낌이 나고 미술부는 어느 나라에 가도 미술부 느낌이 난다. 장인들은 국경을 넘어 어떠한 특징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웃음) 한국의 경우 노동환경이 잘 정비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노동시간 제한, 충분한 휴식시간 보장 등이 인상적이었다. 현장 노동 환경은 그래서 일본보다 훨씬 쾌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본도 빨리 그렇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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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에게 손글씨 편지를 줬다고 들었다.
“내가 키보드로 뭘 치는 걸 잘 못해서 그렇다. (웃음) 시나리오를 작업할 때도 손으로 글씨를 쓰지 않으면 작업을 하지 못 한다. 특히 이번에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 배우들과 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글로써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시나리오가 나온 상태에서 내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를 편지에 담아서 배우들께 전달했다. 각자의 캐릭터 배경에 대해서도 편지에 적었다.”
 
-답장은 받았나.
“사실 답장을 바라고 쓴 편지는 아니다. 배우가 연기로 표현해 주는 것이 내 편지에 대한 답장이라고 생각했다. 결코 배우들하고 편지를 주고받으려고 쓴 게 아니다. (웃음) 하지만 배두나, 이지은(아이유), 이주영 배우에게 짧은 편지를 받았다. 다들 이번 촬영이 즐거웠다고 써줬더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배우들하고 나눈 이야기 가운데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배우나 배우에게 시나리오와 편지를 함께 건네자 이후에 일본어로 쓴 오리지널 대본을 달라는 요청이 왔다. 일본어로 쓴 것과 한국어로 쓴 것을 꼼꼼하게 대조하면서 보곤 일본어가 원래 가지고 있었던 미묘한 뉘앙스들이 번역 과정에서 사라진 부분들이 있다고 했다. 형사의 대사로 옮겨지면서 조금 전형적인 형사의 말투로 바뀐 부분들도 있었다. 그래서 둘이 함께 배두나 배우가 맡은 역의 대사를 모두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호텔에서 4시간 정도 함께 작업했다. 그 작업을 끝내고 나니 ‘이 대본이라면 정형화된 형사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 와 닿는다.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피드백을 해줬다. 굉장히 흥미로운 캐치볼이었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가족 이야기에 특별히 큰 관심을 두는 이유가 있나.
“나 스스로는 가족 이야기를 다루는 작가라고 별로 생각했던 적이 없다. 다만 가족 이야기의 어떤 부분에 내가 재미를 느끼는가 하면 바로 가족 안에서는 한 사람이 복수의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다. 같은 사람인데 어떨 때는 아버지고 어떨 때는 아들이 된다. 그래서 가족을 다루면 인간의 다면적인 면면들을 제한적인 공간 안에서 그릴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물론 혈연으로 이뤄진 가족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비혼인 상태라 해도 그 사람은 혼자 살아가지 않는다. 그 사람을 지탱하고 있는 사회적 공동체가 주변에 존재할 것이다. 나 역시 감독들과 모여 만든 창작 그룹이 있고, 그들이 내겐 또 다른 공동체이자 가족이다. 그런 공동체는 사람을 물에 가라앉지 않게 해주는 튜브 역할을 하고, 그래서 그런 공동체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정진영 기자 chung.j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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