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올 시즌 홈 경기 승률이 11일 기준으로 0.326(14승 29패)로 KBO리그 꼴찌다. 시즌 승률이 0.422(35승 48패·8위)까지 떨어진 가장 큰 원인이 홈 경기 열세. 지난 5일부터 열린 홈 6연전(LG 트윈스→SSG 랜더스)을 모두 패해 시즌 9연패 수렁에 빠지기도 했다.
라팍은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다. 홈플레이트에서 좌우 폴까지 거리가 99.5m 센터가 122.5m다. 수원 KT위즈파크(좌우 98m, 센터 120m)보다 야구장 사이즈가 크지만, 타자가 느끼는 부담은 라팍이 훨씬 덜하다. 라팍은 구장이 팔각형 모양에 가까워 외야 펜스가 곡선이 아닌 직선이다. 홈플레이트에서 우중간과 좌중간이 짧고 바람까지 외야 쪽으로 분다. 2루타성 타구가 자주 펜스를 넘어간다. 구장의 특징을 잘 활용하려면 중장거리 타구를 잘 날리는 타자를 적극적으로 기용, 상대 투수를 압박해야지만 그렇지 않다. A 구단 관계자 "삼성에는 현재 홈런 타자가 거의 없다. 라팍에서 경기를 하더라도 피홈런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은 올 시즌 43번의 홈 경기에서 33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경기당 평균 0.767개. 반면 투수가 허용한 홈런이 56개로 경기당 평균 1.30개다. 삼성 투수들이 라팍에서 한 경기 3피홈런 이상을 허용한 게 여섯 번이나 된다. 지난달 4일 두산 베어스전과 지난 6일 LG 트윈스전에선 한 경기 5피홈런으로 마운드가 무너졌다. 두 경기에서 삼성 타자들이 기록한 홈런은 단 1개에 불과했다. 홈런으로 뽑아낸 점수 마진이 -14점. '화력전'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특히 6일 경기에선 피홈런 때문에 8-1로 앞서던 경기가 9-10으로 뒤집히기도 했다.
삼성의 라팍 홈런은 쏠림 현상까지 심하다. 33개의 홈런 중 호세 피렐라와 오재일이 각각 10개씩 때려냈다. 두 선수가 홈구장 홈런의 61%를 책임졌다. 피렐라와 오재일을 제외하면 신인 이재현의 홈런이 3개로 가장 많다. 대구를 방문하는 원정팀은 피렐라와 오재일만 넘어가면 장타에 대한 두려움 없이 삼성 타자를 상대할 수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삼성은 피렐라와 오재일 이외 구자욱과 강민호가 라팍에서 두 자릿수 홈런을 터트렸다. 그런데 올 시즌 구자욱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 중이고 강민호는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빠져있다. 강민호의 시즌 장타율이 0.295, 라팍에선 0.270으로 수치가 더 떨어진다. 지난 7일 1군에 등록된 베테랑 이원석마저 허벅지 통증으로 한 달가량 공백기를 가졌다. 팀 타선에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선수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졌다.
삼성은 지난해 정규시즌을 2위로 마무리, 6년 만에 포스트시즌(PS) 무대를 밟았다. 리그에서 두 번째로 좋은 홈 경기 승률(0.618)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라팍에서 피홈런(70개)보다 더 많은 홈런(82개)을 때려낸 '홈런 흑자'로 승률을 끌어올렸다. 홈구장을 어느 구단보다 잘 활용했지만, 올해는 아니다. 라팍에서의 '홈런 적자'로 사자구단이 휘청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