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원주 DB 가드 두경민(31·1m84㎝)은 바쁜 ‘에어컨 리그’를 보냈다. 2021~22시즌 종료 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그는 대구 한국가스공사를 떠나 친정팀 DB로 복귀했다. 계약 기간 4년, 보수 총액 5억원의 조건이었다. 2013년 데뷔 후 줄곧 DB에서 뛰었던 두경민은 한국가스공사로 트레이드된 지 1년 만에 다시 DB 유니폼을 입었다.
두경민은 DB의 ‘FA 계약 1순위’가 아니었다. 당초 DB는 리그 정상급 슈터로 떠오른 허웅(29) 잔류에 총력을 기울였다. 허웅은 2021~22시즌 54경기서 평균 16.7점을 올리며 리그 베스트 5에 선정됐다. 전주 KCC가 경쟁 끝에 허웅을 영입했고, 결국 DB는 두경민과 계약했다. 두경민이 허웅의 후순위였다는 평가가 있었다.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일간스포츠와 만난 두경민은 “평가는 (내가 아닌) 주변에서 하는 것이다. 나한테 어떠한 평가를 해달라고 할 수는 없다”며 “(허웅에게 밀렸다는 부분에 대해) 보시는 것에 따라 다르게 평가할 수 있다. 해석은 각자의 자유다. 굳이 어떤 선수 때문에 승부욕이 생기는 성격은 아닌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두경민은 지난 시즌 무릎, 허리 등 부상 여파로 자신의 기량을 완전히 못 보여줬다. 39경기에 나서 평균 13.1점을 기록했다. 안양 KGC와 붙은 6강 플레이오프(PO)에서도 발목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두경민은 “굉장히 다사다난했던 시즌”이라고 돌아봤다. 절치부심한 두경민은 DB 합류 첫 훈련에서 체력 테스트 1위를 차지했다.
두경민은 DB 센터 김종규와 다시 호흡을 맞춘다. 두경민이 한국가스공사로 가기 전까지 둘은 경희대 시절부터 손발을 맞춰 온 사이다. 두경민은 “비록 1년이었지만, 다른 팀에 있으면서 봤을 때 종규가 원하는 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자 마음고생을 많이 했더라. ‘내가 (함께 뛰었으면) 해줄 수 있는 부분은 이런 것일 텐데’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돌아봤다.
두경민은 “(김)종규와 나는 절친한 만큼 코트 안에서는 서로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둘이 뭉쳤을 때 대한 부담감은 어렸을 때부터 받아왔다. (지금은) 부담감보다 기대감이 더 있는 것 같다. 서로의 장점을 잘 살려줄 수 있는 친구 관계다. 코트 안에서 나의 장점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것 같아 진짜 기대가 된다”고 강조했다.
DB는 2020~21시즌부터 두 시즌 연속 ‘봄 농구’에 진출하지 못했다. 2020~21시즌에는 24승 30패를 기록해 10개 구단 중 9위, 지난 시즌에는 23승 31패로 8위에 그쳤다. 두경민은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거나 경기에서 패배하는 것에 익숙해진다는 생각이 든다. 지는 습관에서 벗어나기 위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경민이 분석한 DB의 문제점은 ‘치우침’이었다. 그는 “김종규, 박찬희, 강상재 등 굉장히 좋은 선수들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선수들끼리 시너지 효과가 없었다. 허웅한테 너무 치우쳐있었다. 상대 팀은 허웅만 상대했으면 됐다”며 “내가 DB에 합류하면 한 선수에게 치우치지 않는 농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 명이 다 같이 하는 재미있는 농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경민은 '자기중심적인 농구를 한다'는 눈초리를 받는다. 공격형 포인트 가드이기 때문에 생긴 오해다. 이에 대해 두경민은 "우승할 때도 이러한 말이 따라다녔고, 성적이 좋지 않을 때도 물론 동일한 지적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성적에 따라 나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며 "나는 내가 '자기중심적인 선수'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2017~18시즌 DB에서 리그 우승을 경험했던 두경민의 새 시즌 목표는 6강 진출이다. 두경민은 “나와 종규가 해야 할 역할만 충실히 하면 플레이오프 진출 등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원주는 농구 인기가 뜨겁다. 좋은 성적을 거두면 팬들이 경기장에 많이 찾아와주실 거다. 재미있는 시즌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