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이정훈이 데뷔 첫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며 팀의 연패를 끊어냈다. 짜릿한 승리의 순간 뒤에는 대타 요원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곁을 지켜준 아내의 '밀당 내조'가 있었다.
이정훈은 17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홈 경기에 9회 말 대타로 출전, 끝내기 안타를 때려내며 팀의 7-6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정훈의 안타로 KT는 3연패에서 탈출했다.
대타로 나서 단 한 번의 찬스를 살려낸 집중력이 빛났다. 매 경기 선발로 나서지 못하고 벤치에서 대기해야 하는 대타 요원의 삶은 녹록지 않다. 경기 후 만난 이정훈 역시 "한 번 나가서 치는 게 어렵긴 한데, 못 치면 나 때문에 지는 것 같아 부담감이 있다"며 털어놓았다.
떨리는 마음과는 달리, 덤덤하게 자신의 차례를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이정훈은 "이전부터 뒤에서 계속 준비를 하고 있었다. 뭔가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내가 알아서 준비를 하는 편이다. 코치님이 찾을 때마다 항상 준비가 돼있다"라며 씩씩하게 말했다.
KT 이정훈. KT 제공
물론, 이런 대타로서 중압감을 이겨내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정훈에겐 나름의 비결이 있다. 원동력은 바로 가족. 아내의 남다른 내조다.
이정훈은 "나는 (부진한 날) 집에 돌아가면 표정에서부터 아쉬움이 묻어나는 스타일이다. 아내가 내 표정을 보고 '참 순박해서 표가 다 난다'고 한다"며 "그럴 때마다 장난도 쳐주고 맛있는 요리도 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아내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남편의 말에 따르면, 아내는 이정훈이 대타로 타석에 들어서면 TV를 끈다고. 마음을 너무 졸인 나머지 외면한 뒤, 이후 결과를 확인하고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만 녹화된 중계를 다시 본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남편의 한 타석 한 타석에 함께 마음을 졸이고 있다.
하지만 따뜻한 위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정신이 번쩍 드는 '돌직구'도 날린다. 이정훈은 "아내가 '오늘 못 친다고 내일 안 할 거냐'며 강하게 말해줄 때도 있다"며 웃었다.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한다.
가족의 든든한 지원 속에 이정훈은 데뷔 첫 끝내기라는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집으로 돌아가면 아내가 정말 기뻐할 것 같다"라고 말한 그는 "경기 끝나면 집에서 아내와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하는데, 오늘은 더 재밌게 보내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