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IS시선] “요즘 연습생은 ‘생기부’ 제출”...훅 가는 학폭 이슈, 대응은 세심해야
# 기획사 A사 관계자는 최근 연습생 지망자 중 학교 ‘생활기록부’를 첨부해오는 이들이 늘었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는 프로필 사진이나 특기 등을 준비해오는 사례가 많지만, 학교생활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 생활기록부를 가져오는 연습생이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제작사 B사 관계자는 학교 폭력 이슈가 터질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린다. 출연진의 주목도가 다소 떨어지는 게 ‘터지면 훅 가는’ 학폭 이슈가 있는 것보다 낫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최근 학폭 이슈가 다시 불거지면서 엔터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연예인의 학폭 문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지적된 확실한 리스크지만 여전히 별다른 대응책이 없기 때문이다. 어설픈 대응에 나섰다가는 설화(舌禍)를 자초할 수 있어 엔터사 입장에서는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MBN ‘불타는 트롯맨’은 1위를 달리던 황영웅의 학폭 문제에 즉각 대응하지 않았다. 당시 제작진은 황영웅의 폭행 사실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억울한 부분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감쌌다. 제작진이 출연 강행을 고수하면서 2차, 3차 폭로가 쏟아졌고 결국 황영웅은 자진 하차를 결정하게 됐다. 이 사이 ‘불타는 트롯맨’ 시청률은 연속 상승에서 꺾여 가장 높아야 할 최종회 시청률이 전 주 시청률을 넘지 못하는 굴욕도 맛봐야 했다.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피크타임’의 경우 출연자 김현재의 학폭 의혹이 제기된 지 하루만인 7일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어 사흘 만에 김현재의 중학교 담임 선생님, 지역 경찰관, 교우 등을 접촉해 학폭 제보의 신빙성을 따지고 있다는 입장을 추가로 발표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관계자들은 학폭 이슈가 ‘시한폭탄’같다고 입을 모은다. 연예인 본인이 학폭 사실을 숨길 경우 사실상 알아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본인이 이야기하지 않는 이상 학폭을 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의혹이 제기되면 그제야 대응해야해서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학폭 이슈와 관련해서는 매뉴얼이라는 게 따로 없다”며 “사안도 다 다르다보니 개별적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대응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엔터 산업은 많은 자본을 투입해 고부가가치의 연예인 IP를 만들어내는 구조인 만큼, 엔터사 입장에서도 의혹 제기만으로 담당 연예인 축출이라는 결정을 내리는 게 쉽지 않기도 하다. 또 다른 엔터사 관계자는 “팩트 확인이 최우선”이라며 “사회적 가치에 반하는 이슈를 감싸는 게 아니라, 수많은 스태프와 관계자들의 노력이 담기고 자본이 투여된 프로젝트의 운명을 결정짓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그럼에도 어떤 식으로든 학폭 이슈에 대한 조직 차원의 대응법은 필요해 보인다. 문제는 학폭 의혹의 사실 여부를 가리는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발생하거나,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려 마녀사냥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쓸데 없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엔터사가 세심한 대응방안을 고심하는 게 필요하다.김혜선 기자 hyeseon@edaily.co.kr
2023.03.13 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