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IS포커스] 최지만 빠진 이강철호, '강철 듀오'로 정면돌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하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지난 6일 선수 1명을 교체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최지만(32)이 소속팀 피츠버그 파이리츠로부터 대회 출전 허락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외야수 최지훈(26·SSG 랜더스)을 대체 발탁했다. 이강철 감독은 최지만과 같은 포지션인 1루수가 아닌 외야수를 뽑았다. 지난해 오른 발목 인대 부상을 당한 박병호의 건강에 주목했다. 조범현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은 “당초 1루수를 3명 뽑은 것은 박병호의 수비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라며 “최근 박병호의 몸 상태를 확인한 결과 괜찮다는 보고를 받았다. 1루수가 더 필요 없다고 판단해 외야수를 뽑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제 국가대표에 남은 1루수 자원은 박병호와 강백호 둘뿐이다. 비상시에는 김현수(35·LG 트윈스)를 투입할 수 있지만, 전문 1루수가 맡는 게 낫다. 2020년 프로에서 1루수로 전환한 강백호보단 오랜 기간 안정적인 1루 수비로 호평을 받는 박병호가 주전 1루수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박병호는 현재 소속팀 스프링캠프에서 모든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까다로운 수비 훈련도 문제없다. 박병호도 “겨울에 발목 (보강) 훈련을 꾸준히 했다. 지금은 공격과 주루, 수비 모두 큰 문제 없이 할 수 있는 상태”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건강한 박병호의 실력은 이미 지난해 검증이 됐다. 강백호가 빠진 사이 풀타임으로 1루 수비를 맡았던 박병호는 지난해 124경기에 나서 타율 0.275, 35홈런, 98타점을 기록했다. 2019년 이후 3년 만에 홈런왕 타이틀도 되찾았다. 지난 2년간 부진으로 받았던 ‘에이징 커브’의 오명도 말끔히 씻어냈다.
관건은 강백호의 활약이다. 박병호와 달리 강백호에겐 물음표가 뒤따른다. 지난해 부상으로 장기간 빠졌던 강백호는 62경기에서 타율 0.245, 6홈런, 29타점에 그쳤다. 부상과 부진으로 허덕였던 그가 다른 1루수 후보들을 제치고 대표팀에 승선한 것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과 기술위원회는 강백호를 믿었다. 필요할 때 ‘한 방’을 때려줄 자원으로 강백호에게 힘을 실었다. 박병호의 체력 부담을 지워줄 백업 1루 자원인 동시에, 지명타자와 대타 자원으로서의 능력도 높게 사고 있다. 강백호 역시 명예 회복의 의지가 강하다. 지난해 부진을 씻는 동시에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있었던 ‘껌 논란’의 주홍 글씨도 이번 기회에 지워내고자 한다. 당시 강백호는 팀이 지고 있는 상황서 심드렁하게 껌을 씹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포착돼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강백호는 “그동안 (논란과 부진으로) 팬들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렸다. 이번 대회는 더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준비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명예 회복의 의지를 다졌다. 두 선수는 대표팀뿐만 아니라 소속팀 KT에서 일으킬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KT는 지난해 박병호를 영입했으나, 두 선수가 번갈아 부상으로 이탈한 바 있다. 박병호는 “내 임무는 중심타선에서 점수를 많이 내는 것이다. 올해는 강백호와 함께 힘을 합쳐서 팀 득점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윤승재 기자 yogiyoon@edaily.co.kr
2023.02.10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