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8건
금융·보험·재테크

뇌물 수수 혐의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200만 초호화 숙박에 3억 추가 연봉까지 구설수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뇌물 수수 혐의와 더불어 공금 낭비·추가 연봉 수령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농림식품부가 8일 발표한 농협중앙회 특별감사 중간 결과에 따르면 강 회장이 숙박비를 지불한 5차례 해외 출장 모두 숙박비 상한을 초과했다. 초과 지출한 금액은 모두 4000만원에 이른다. 하룻밤 200만원이 넘는 호화로운 스위트룸에서 묵은 것으로 조사됐다. 강 회장의 숙박비는 상한선보다 1박당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186만원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박에 상한선보다 186만원을 더 지불했을 때는 해외 5성급 호텔 스위트룸에서 묵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 출장 숙박비 하루 상한이 250달러(현재 약 36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하루 200만원 넘는 돈을 숙박비로 지출한 셈이다.농식품부는 "농협중앙회장은 해외 출장 시 숙박비는 250달러를 상한으로 하되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 실비를 집행할 수 있으나 특별한 사유를 명시하지 않은 채 숙박비 상한을 초과해 집행하는 등 공금 낭비 행태가 확인됐다"고 밝혔다.농식품부는 숙박비 상한 초과 금액을 환수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강 회장은 업무추진비 사용 내용도 공개하지 않았다. 업무추진비 카드를 비서실에 배정한 것이지 농협중앙회장에게 직접 배정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농협중앙회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용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개하게 돼 있다.강 회장은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임하며 연간 3억원이 넘는 연봉을 추가로 받는 것도 과도한 혜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강 회장은 비상근인 농협중앙회장으로 연간 4억원 가까운 연봉을 받고 상근인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임하면서 연간 3억원이 넘는 연봉을 따로 받는다. 농민신문사에서 퇴직할 때는 수억 원의 퇴직금도 따로 받는다.지난 2024년 국정감사 때도 성과급까지 합한 강 회장의 '8억원 연봉'이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농식품부는 농협중앙회장이 관행처럼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임하면서 양쪽에서 거액의 연봉과 퇴직금(또는 퇴직공로금)을 받는 것이 적정한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농식품부에 따르면 강 회장은 지난해 농협중앙회에서 기본 실비와 수당 명목으로 3억9000만원을 받았으며 농민신문사에서는 연간 3억원이 넘는 연봉을 수령한다.외부감사위원으로 특별감사에 참여한 하승수 변호사는 "임원의 보수가 하는 업무에 비해 현저하게 과다한 경우는 위법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한편 강 회장은 지난 2024년 1월 전후 농협중앙회 계열사와 거래 관계인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1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강 회장의 집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출국금지를 조치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김두용 기자 2026.01.08 16:26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국가 기관이 음식 맛의 등급을 매기는 일에 대해

“마블링이 많은 한우고기로 수입 쇠고기를 이겨낼 수가 있습니다. 수입 쇠고기는 마블링이 없기 때문입니다. 차별화한 한우고기로 우리 한우 농가를 지켜낼 수가 있습니다.”1990년대 중반이었습니다. 쇠고기 등급제 실시를 앞두고 관련 공무원과 축산 전문가 등이 모여서 설명회를 하는 자리였습니다. 당시 농민신문사 기자였던 저는 궁금했습니다, 한우만 마블링이 생기는지. 그래서 물었습니다.“저, 질문이… 외국 소는 마블링이 안 생기는지요.”논점 흐리기의 횡설수설이 답변으로 주어졌습니다. 추가로 질문을 하면 한우 지키는 일에 반대를 하는 사람으로 몰릴 수도 있겠다는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정부와 업계, 학계가 연합을 하여 언론 플레이를 하면 이의를 제기하는 자체가 버겁습니다. 이의를 제기했다고 매국노로 모는 메신저 공격을 감행하기도 합니다. 모두가 예스라고 말할 때에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안 당해봐서 그런 소리를 하는 겁니다. 각설하고.쇠고기 등급은 등심 부위를 보고 판정을 합니다. 등심 절단면의 육색이나 지방색, 조직감, 성숙도 등의 요소도 고려하지만, 등급 판정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근내지방도(마블링)입니다. 등심의 살 사이에 기름이 얼마나 촘촘하게 끼였는지에 따라 등급이 나뉩니다.쇠고기는 1++, 1+, 1, 2, 3 등급으로 판정을 받아 팔립니다. 쇠고기 등급제가 시작될 무렵인 1998년 한우의 1등급 이상 출현율은 15% 정도였습니다. 요즘은 1등급 이상 출현율이 75% 정도입니다. 1등급 이상의 한우가 이처럼 크게 늘어났다는 것은 그동안에 한우고기가 마블링이 풍부한 쇠고기가 되었다는 뜻이며, 따라서 쇠고기 등급제 주창자들의 말대로라면 한우고기가 수입 쇠고기에 비해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쇠고기 수입량이 과연 줄기는 했을까요? 최근 자료를 보니까 2022년 쇠고기 수입량이 2011년에 비해 52% 증가했습니다.쇠고기 등급제 시행 이후 또 하나 늘어난 것이 있습니다. 소 사육 기간이 2000년에는 23개월이었는데 2020년에는 30개월입니니다. 무려 7개월이나 늘어났습니다. 소 사육 기간이 왜 늘어났느냐 하면, 소를 오래 키워야 살에 기름이 끼이기 때문입니다.소를 그냥 오래 키우면 마블링이 생기느냐. 아닙니다. 곡물을 먹여야 합니다. (소는 원래 풀을 먹는 되새김 동물입니다.) 쇠고기 등급제 이전에 비해 한우를 7개월 동안이나 더 길게 곡물 사료를 먹여서 키워야 하니까 한우고기 가격이 세계에서 1등으로 비싸졌습니다. 웬만한 부자가 아니면 투뿔 한우 등심은 꿈도 못 꾸는 세상이 되었습니다.2022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소 사육방식 개선 시범사업’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때에 내놓은 정부의 자료를 보면 소 사육 기간을 30개월에서 24개월로 단축하면 소 한 마리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25% 감소하고 사료비는 약 100만원 절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소 사육 기간을 24개월로 단축하면 현행의 쇠고기 등급제에서는 1등급 이상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소의 무게도 덜 나갈 것입니다. 그래서 농가의 수입이 줄게 될 것이라는 반발이 등장하였습니다. 온실가스는 소 한 마리당 사육 주기만 짧아질 뿐이지 소 사육 회전수를 감안하면 줄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제도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 이미 만들어진 제도를 없애는 것이 몇 배는 힘듭니다. 쇠고기 등급제가 논의될 때에 반대 의견도 충분히 들었어야 했는데 이제 와서 쇠고기 등급제의 주무 부처에서 당시에 등장했던 반대 의견의 논리를 들고 나와서 새로운 사업을 해보자고 하니까 농민이 헷갈리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쇠고기 등급제에 대한 제 의견은 이렇습니다. 이제 와서 쇠고기 등급제를 없애면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쇠고기 등급제를 민간 자율로 운영했으면 합니다. 농민이 소를 시장에 낼 때에 등급을 받아도 되고 안 받아도 되는 것이지요. 국가 기관이 음식의 맛에 등급을 매기겠다는 것 자체가 파쇼적이라는 생각도 했으면 합니다. 2024.03.07 07:00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어쨌든, 양파는 많이 먹읍시다

30여 년 전 농민신문 기자 때의 일입니다. 양파 가격이 폭락해 난리가 났고, 현지 취재를 위해 전남 무안으로 달려갔습니다. 무안 읍내 도로변에는 양파가 담긴 자루가 널브러졌고, 양파 썩는 고약한 냄새가 읍내를 덮고 있었습니다.데스크가 제게 주문한 것은 농민이 얼마나 적자를 보게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기사였습니다. 정부와 농협이 내놓은 통계 수치를 가지고 하는 분석 기사 말고, 현장감이 있는 기사를 요구한 것이었지요.농협을 통해 해마다 양파를 재배하는 농민을 소개받았습니다. 슬레이트 지붕의 초라한 집이었습니다. 양파 가격 폭락으로 난리가 났는데도 농민은 걱정하는 얼굴을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한해 걸러 벌어지는 일이라 그러려니 하는 표정이었습니다.영농일지를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기록이 매우 부실했습니다. 종자값, 비료값, 비닐값, 인건비 등등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덧셈을 했습니다. 곁에서 농협 직원이 도왔습니다. 농민은 영농투입비 계산을 처음 해보는 듯했습니다. 예상 수입은 수확량에다 시세를 곱하여 얻었습니다. 예상 수입에서 영농투입비를 빼니까 마이너스가 나왔습니다.농민은 그때에야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실감하는 듯했습니다. 계산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농협 직원과 함께 몇 차례 검산까지 하고 나서야 적자라는 현실을 받아들였습니다.지금 생각해보면 비정한 일일 수도 있는데, 그때에는 현실에 대한 직시가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앞서서 적자에 고통스러워하는 농민에게 이 말을 던졌습니다.“이 계산에는 선생님의 인건비가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선생님이 선생님의 양파밭에서 일하는 대신에 다른 일을 하였다면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 있잖아요. 여기 이 적자에다가 그 돈까지 더해야 선생님이 본 적자 규모가 정확해지겠지요.” 농민은 제 말에 큰 충격을 받은 듯했습니다. 자신이 한 노동이 돈으로 계산되어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자본주의 논리가 전통적인 농민 정서에는 어색할 수가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때 그 기사에 농민의 인건비를 적었는지 어땠는지는 기억이 없습니다.양파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책이 없습니다. 한해 폭등하면 한해 폭락을 합니다. 양파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마늘도 그렇고, 고추도 그렇고, 배추도 그렇고. 이 작은 나라에서 그 빤한 논밭에서 거두어내는 그 빤한 농산물의 수급 조절을 정부는 내내 실패합니다. 이 실패는 정부가 진보이든 보수이든 가리지 않고 똑같습니다. 농산물 수급 조절과 관련해서는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라고 막말을 해도 될 지경입니다.올해도 양파 재배 농민은 힘듭니다. 양파 재배 면적이 줄고 생산량이 감소했는데도 양파 가격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번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물가 조절용으로 수입한 양파의 양이 상당해 이를 풀면 국내산 양파 가격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농산물은 풍년이 들면 폭락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흉년임에도 폭락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질 수가 있습니다.양파가 풍년으로 가격이 폭락하면 소비 촉진 운동이 벌어집니다. 어느 해에는 양파를 공짜로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농민에게서 대량으로 구입해 공짜로 뿌리니까 고맙기는 하지만, 이게 합리적인 방법인지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그 공짜 양파를 먹는 동안에는 시장의 양파 수요가 줄어들 것이니 결국은 양파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동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풍년으로 농산물 가격이 폭락할 때에는 “제값에 팔아주기 운동”이어야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가 있습니다.“양주 마시기”라는 캠페인도 있었습니다. 양파를 썰어서 소주병에 넣어 마시는 겁니다. ‘양주’는 의외로 산뜻하고 달콤하여 맛있습니다. 문제는, 마시고 난 다음입니다. ‘양주’를 한 병 이상 마시면 입에서 양파 냄새가 심하게 납니다. 반 병 정도는 괜찮습니다.양파 가격이 어떠하든, 봄이면 저는 조생종 양파를 잔뜩 삽니다. 대충 썰어서 된장과 함께 상에 올립니다. 조생종 양파는 달고 연하여 끼니에 한 개가 뚝딱입니다. 양파가 건강에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서는 지면 관계상 생략하겠습니다. 2023.05.18 07:02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꽃에 이름이 없는 이유

30년 전 즈음이었습니다. 농민신문사에서 잡지를 제작하고 있었습니다. 봄이 오고, 산나물에 대한 취재 계획을 세웠습니다. ‘산나물 백과와 요리’ 식의 기사는 피하고 싶었습니다.강원도 지역의 민속자료를 뒤져서 화전민 가옥을 찾아내었습니다. 어찌어찌 전화 연결을 하였는데, 거기에 화전민 출신의 노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강원도 삼천시 하장면의 어느 골짝이었습니다.차에서 내려 1시간 정도 산을 올랐습니다. 숲길 주변으로 집이라곤 보이지 않았습니다. 봄꽃이 만개한 깊은 산 속에 따개비 같은 작은 집이 나타났습니다. 지붕은 겨릅대(대마의 속대)로 이었고 흙벽에 나무껍질을 대었습니다. 네모 모양의 집이었는데, 외양간이 집안에 있는 구조였습니다. 부엌 바로 옆이 외양간이었습니다. 노부부는 저희(저와 사진기자)를 무척 반겼습니다. 거기까지 올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지요. 노부부와 함께 저녁을 먹었습니다. 방이 둘이어서 잠자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저와 사진기자는 작은 방으로 건너갈 준비를 하였습니다. 할아버지가 “아녀. 여기서 자” 하고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저희가 작은 방에서.” 할아버지가 다시 말했습니다. “여기서 나하고 자면 돼.” 할머니는 벌써 작은 방으로 몸을 옮기고 있었습니다.젊은이 여러분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때에 저 역시 금방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저와 사진기자가 할아버지 옆에 이부자리를 펴고 누웠을 때에야 생각이 났습니다. 남.녀.유.별.조선의 유교는 남자와 여자를 하나의 생활공간에서 살지 못하게 했습니다. 남자는 사랑채에서, 여자는 안채에서 살았습니다. 살림이 넉넉하지 않아 한 채의 집에서 살아도 사랑방과 안방의 구별은 있었습니다. 그 작은 겨릅대흙벽집이어도 남녀의 공간은 나뉘어야 한다고 노부부는 생각하였던 것이지요. 불을 넉넉하게 때 방바닥은 쩔쩔 끓었습니다. 방바닥이 약간 기울어서 혼란해진 균형감각 때문에 잠을 설치었고, 그 덕에 여러 상념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그때의 상념 조각 중 하나는 이것입니다. “조선이 먼 과거가 아니다.”다음날 아침밥을 먹고 할머니를 따라 산나물을 뜯으러 나섰습니다. 아니, 나섰다고 말하기는 애매합니다. 집 둘레가 온통 산나물이었습니다. 할머니 곁에 쪼그리고 앉아 할머니가 말하는 산나물의 이름을 하나하나 수첩에 적었습니다. “이건 곤드레, 이건 딱주기, 이건 미역취, 이건…” 우리 삶터 주변에 먹는 풀이 지천입니다. 산업화 이전, 그러니까 적어도 조선시대 우리 조상은 봄이 오면 자기 집 바로 옆에서 산나물을 뜯었을 것입니다.광주리에 산나물이 금방 찼습니다. 이를 부엌에 가져와 솥에다 데치고 툴툴 털어 겨릅대자리 위에 널어서 말렸습니다. 말린 산나물은 노부부의 반식량입니다.점심에 산나물죽을 해서 먹었습니다. 옥수수를 맷돌에 갈아 끓이다가 산나물을 넣고 된장을 풀었습니다. 맛있을 것 같지요? 여물 냄새가 나서 저는 두어 숟가락 먹고 말았습니다. 배가 아프다는 핑계를 대었습니다. 사진기자는 한 그릇을 다 비웠다가 할머니가 잘 먹는다고 또 한 그릇을 주어서 먹었습니다. 나중에 그는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죽는 줄 알았어.” 맛내는 것이 달랑 된장 하나였던 산나물죽이니 누구든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산나물을 뜯는 할머니 곁에 앉아 할머니의 인생을 들었습니다. 구슬픈 아라리도 들었습니다. 첩첩산중에서 이웃 없이 살아가는 것이 어떨 때에는 행복하고 어떨 때에는 행복하지 않다고 할머니는 말했고, 30년 정도 지나고 보니까 제가 대도시 한복판에서 살아도 할머니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습니다.할머니 발치에 작은 풀꽃이 송송송 돋았습니다. 풀꽃을 꺾어 ‘산나물 척척박사’ 할머니께 보여드리며 물었습니다. “할머니, 이 꽃 이름이 뭐예요?” 곁눈으로 슬쩍 보시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몰라.”인간은 의미 없는 것에는 이름을 붙이지 않습니다. 할머니에게 ‘먹는 풀’이 아닌 풀꽃은 의미가 없었던 것일까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봄이면, 가을에 거둔 곡물을 겨우내 다 먹어 광이 비었을 때입니다. 풀꽃인들 예쁘게 보였겠는지요. 봄꽃이 여러분의 눈에 의미 있게 들어온 봄이었는지요. 2023.04.13 07:07
생활문화

[황교익의 Epi-Life] 호떡에 대한 쓸데없는 미식적 분석

1월 1일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습니다. 제가 영상을 찍고 편집을 합니다. 채널 이름이 ‘황교익 Epi-Life’입니다. Epi는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루스(Epicurus)에서 따온 것입니다. 미식가를 뜻하는 영어 에피큐어(Epicure)가 Epicurus에서 비롯했습니다.Epicurus의 철학을 쾌락주의라 번역하는데, 이 쾌락이라는 단어로 인해 그의 철학이 오해되기도 합니다. Epicurus가 이르고자 한 궁극의 경지인 아타락시아는 불교의 열반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Epicurus는 인간의 감각과 감정 그 너머의 무엇을 위해 금욕적 삶은 살았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말하는 쾌락과는 정반대에 있는 쾌락을 추구했습니다.미식의 시대라고 합니다. 미식은 저의 오랜 화두이기도 합니다. 배움이 짧은 글쟁이가 미식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미식은 이것이다” 하고 주장을 할 것이 아니라 저의 “미식적 삶”을 보여주는 게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고, 그래서 ‘황교익 Epi-Life’라고 이름을 붙인 채널을 만들었습니다.일간스포츠가 제게 연재 지면을 주었습니다. 편집진은 “한국 음식에 관한 것이면 어떤 글이든 다 좋다”고 하였는데, 그래도 집필 방향이 있어야 독자 여러분이 이 지면의 글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제 유튜브 채널 이름 ‘황교익 Epi-Life’를 여기에도 쓰기로 했습니다. 제가 일상에서 겪는 미식 경험을 솔직하고 재미나게 전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충남 서산 해미읍성에 갔습니다. 해미읍성 주차장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호떡집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줄을 섰습니다. 마가린으로 튀기듯 굽는 호떡이었습니다. 해미읍성 정문 앞에는 2층짜리 건물의 호떡 카페가 있고, 해미읍성 안에는 (사)해미읍성역사보존회 사회적 기업이 운영하는 호떡집이 있습니다. 호떡이 해미읍성 향토음식인가 싶었습니다.호떡은 구한말에 화교와 함께 이 땅에 들어온 음식입니다. 1924년 경성부 재무국 조사에 의하면 서울에 설렁탕집보다 호떡집이 많았습니다. 이때의 호떡은 지금의 호떡과 다른 음식입니다. 노동자가 끼니로 먹는 커다란 ‘빵떡’이었고, 그래서 호떡집을 설렁탕집과 비교하였던 것입니다.한반도 격동기에 화교들이 이 땅을 떠났습니다. 호떡이 한국화합니다. (자장면의 역사와 비슷하지요.) 화교의 호떡은 대체로 화덕에 구웠습니다. 우리에게는 ‘전통의 번철’이 있습니다. 가마솥 뚜껑 뒤집어놓은 것이 번철입니다. 부침개 방식이 우리 호떡 조리법으로 안착합니다.기름이 귀했던 시절엔 호떡이 번철에 구워졌습니다. 밀이 타면서 내는 구수함이 호떡에 묻어 있었습니다. 1966년 동방유량 개업 이래 식용유가 값싸게 주어지면서 호떡은 기름에 지져졌습니다. 1970년대 마가린의 등장과 맞물려 호떡의 시대가 활짝 열렸습니다. (호떡의 주요 고객인 청소년에게 용돈이 넉넉하게 주어지기 시작한 시기입니다.) 마가린은 고체여서 번철에 바르기 쉬운 것은 물론, 인공 크림향과 소금이 호떡의 맛을 풍성하게 했습니다. 1980년대에 마가린이 건강에 안 좋다는 말이 돌면서 식용유에 밀려납니다.호떡은 기름의 종류와 조리 방식에 따른 맛 차이가 큽니다. 그날 해미읍성 일대를 돌며 마가린에 튀긴 호떡, 콩기름에 지진 호떡, 기름 없이 솥뚜껑에 구운 호떡을 연속해서 먹었습니다. 세 호떡 모두 맛있습니다. 맛에 차이가 난다는 말은 어느 호떡이 더 맛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호떡집 앞에서 뜨거운 호떡을 손에 들고 설탕물에 혀를 데여가며 먹는 호떡이 맛없었던 적이 있었는지요.이 세상의 모든 호떡은 보편적으로 맛있습니다. 자신에게 특별나게 맛있는 호떡이 있다고 느끼는 것은 대체로 추억이 작동한 결과입니다. 코흘리개 때에 처음 또는 자주 먹었던 호떡에 특별난 애착을 가집니다. 여러분의 추억 속 호떡에서는 어떤 냄새가 나는지요. 구수한 곡물 향인가요, 고소한 콩기름 향인가요, 크리미한 마가린 향인가요.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황교익은 농민신문 기자로 일하다가 '안주하는 삶이 싫어서' 사직서를 냈다. 이후 프리랜스 맛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2015년 tvN '수요미식회', 2017년 '알쓸신잡'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유명세를 얻었다. 음식을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관찰하는 학문인 '음식 인문학'을 대중에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맛 칼럼니스트로서 성과가 뚜렷하지만 스포트라이트를 자주 받은 탓에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의 맛을 탐구하는 그가 지향하는 삶은 물 같은 삶이라고 한다. 아무 맛도 나지 않지만, 반드시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2023.02.23 07:07
경제

'농민 대통령'은 누구…농협중앙회 회장 선거 D-1

'농민 대통령'을 뽑는 제23대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농민 234만명을 대표해 4년 간 농협을 이끌 주인공이 누가 될지 주목된다. 후보들은 조합장 위상 강화와 농협 개혁 등을 외치고 있지만 선거운동이 과열되면서 선거 전후 진통이 우려된다. 이성희·최덕규·김병원 3강 구도오는 12일 치러지는 이번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는 최원병 현 농협중앙회장이 한 차례 연임한 이후 8년 만에 열리는 선거다.농협중앙회장은 정부 임명직에서 1988년 조합장 직선제로 바뀌었다가 2009년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개정으로 간선제로 바뀌었다. 이번 선거는 간선제가 된 이후 두 번째 치뤄지는 것이다.이번 선거의 후보는 6명으로, 현재 3강 3약 구도라는 관측이 많다. 이성희 전 경기 낙생농협 조합장과 최덕규 전 경남 합천가야농협 조합장, 전남 출신의 김병원 전 농협양곡 대표이사가 선두 그룹을 이루고 있고, 하규호 경북지역농협운영협의회 의장과 서울 출신의 박준식 농협중앙회 상생협력위원회 위원장, 김순재 전 경남 동읍농협 조합장이 쫓고 있다.3강 후보들은 오랜 경험을 내세우고 있다. 이성희 후보는 낙생농협 조합장 3선과 7년간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을 지냈고, 최덕규 후보는 중앙회 이사 3선과 합천가야농협 조합장 7선을 지냈다. 김병원 후보는 13~15대 남평농협 조합장을 지내고 농협양곡 대표이사를 역임했다.이들은 공약에서 하나같이 조합장의 권한·위상 강화와 사업 구조 개편 등 개혁을 강조했다. 이는 역대 농협중앙회장들이 권한을 휘두르며 비리를 저질러 온 것과 농협 안팎에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그동안 농협중앙회장의 말로가 좋지 않았다. 선거제로 바뀐 이후 지금까지 총 4명의 중앙회장들이 선출됐지만 이들 모두 비리와 뇌물·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됐다.1대 회장인 한호선 회장은 비리 혐의로 1994년 6월 구속됐고 2대, 3대인 원철희 회장과 정대근 회장도 각각 비자금 조성 혐의와 뇌물수수 혐의로 물러났다. 최원병 현 농협중앙회장도 작년에 특혜 대출 및 비자금 의혹에 대해 검찰을 수사를 받았다.농협중앙회장이 매번 부정 의혹에 오르는 이유는 중앙회장이 갖고 있는 막강한 권한 때문이다. 234만명의 조합원과 1136개의 조합을 주무르며,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하고, 법적으로 비상근 명예직임에도 무려 7억20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지난해 3분기말까지 농협의 자산 총액은 333조원으로 신한금융지주(338조원)에 맞먹는다.이 같은 막강한 위치 때문에 중앙회장 선거 방식이 계속 바뀌어 왔다. 지난 2009년 농협법을 개정하면서 전국 모든 농협조합장들이 참여하는 방식인 직선제에서 선출된 대의원들이 뽑는 간선제로 바뀌었다. 연임할 수 있게 한 제도도 단임제로 변경했다. 비난·비방 등 과열현상그러나 여전히 진흙탕 선거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농협 선거와 관련해 2011년 선거 때 2건보다 많은 3건을 수사 의뢰했다. 검찰 고발이 1건, 경고는 2건이다.후보들 간의 비난·비방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3강 후보에 집중돼 있다.이성희 후보는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까지 하면서도 검찰에서 밝혀낸 농협 비리 실상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농협 조합원 자격 논란과 함께 농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1000㎡ 이상의 농지를 경영하거나 경작하는 자만 농협 조합원에 들어올 수 있으나 이 후보는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후보 측은 "근거 없는 흑색선전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최덕규 후보는 '청와대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2007년과 2012년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활동해 청와대가 적극 밀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덕규 후보 측은 "청와대가 밀고 있다는 것은 근거 없는 루머"라고 반박했다. 김병원 후보는 자리 약속을 받고 출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병원 후보는 2012년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에서 당선한 최원병 현 회장에 대해 중앙회 정관 위반으로 당선무효 소송을 냈다가 취하했다. 이후 NH무역 대표와 농협양곡 대표 등 요직을 많았는데 이번에도 다른 자리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김병원 후보 측은 "당선을 막으려는 음해"라고 했다.이번 선거인은 중앙회장과 대의원 조합장 290명 등 291명이며, 후보자 6명의 소견 발표를 차례로 듣고 투표가 시작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득표자 2인을 놓고 당선인이 결정될 때까지 재투표한다. 조은애 기자 cho.eunae@joins.com 기호 이름 경력 -------------------------------------- 1 이성희(66) (전) 낙생농협 조합장 (전)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 2 최덕규(65) (전) 농협중앙회 이사(3선) (현) 합천가야농협 조합장(7선) 3 하규호(57) (현) 김천시지역농협 운영협의회 의장 (현) 경북농협경영인조합장협의회 회장 4 박준식(75) (전) 농협중앙회 비상임감사 (현) 농협중앙회 상생협력위원회 위원장 5 김순재(50) (전) 동읍농협 조합장 (전) 전국농축협 보험판매계약갱신협의회 대표 조합장 6 김병원(62) (전) 남평농협 조합장(13, 14, 15대) (전) 농협양곡 대표이사 --------------------------------------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2016.01.11 07:00
연예

[이 한권의 책] 약이 되는 산나물 들나물

산나물·들나물은 제각각 캐릭터를 갖고 있다. 쌉사래한 맛과 독특한 향으로 고기의 누린내를 없애주는 곰취는 영락없이 곰 발바닥을 닮았다. '곰취'란 이름은 그런 연유로 유래된 것으로 보이는데 곰이 잘 먹는 나물이어서 그렇다는 설도 있다. 이 책은 우리 주변에 친근한 산나물·들나물들을 애정어린 눈으로 관찰한 결과물이다. 농민신문사 기자인 오현식씨가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취재한 것을 모았다. 일반적으로 나물 관련서는 나물의 생존방법이나 태생적 특성을 위주로 소개하는데 비해 이 책은 나물의 생산·소비·유통까지 논하고 있다. 예전엔 '잡초'로 취급받던 나물들이 웰빙 열풍과 함께 농가의 당당한 수입원이 되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귀농자들이 서가에 두고 참고할 만한 책이다. 농민신문사 간. 각권 1만 8000원. 장상용 기자 enisei@joongang.co.kr 2012.04.30 13:22
연예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위한 ‘한국관광포럼’ 출범

외국인 관광객 870만 시대를 맞아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한국관광포럼'이 출범했다.포럼 창립 제안자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이철우 위원과 한범수 관광학회장, 팬스타라인닷컴 김현겸 회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한 한국관광포럼은 31일 창립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포럼은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윤덕연 티웨이항공 대표이사, 박재근 한국농민신문 대표이사, 고동완 경기대 교수 등 정·관계·학계·언론·업계를 망라한 전문가 30인을 위원으로 위촉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 내수관광 활성화 등을 위해 분기별로 토론을 시행하고,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이와 더불어 관광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논의한 현안을 정책에 반영해 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법적, 제도적 개선에 힘을 실을 계획이다.포럼 측은 관광관련법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을 시작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국회연구단체로 등록하여 한국 관광정책의 큰 틀을 짜는 토론장으로 발전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유선의 기자 [sunnyyu@joongang.co.kr] 2011.03.31 17:01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행사&비즈니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