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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데스파이네 효과...새 '이닝 이터' 필요해

지난 1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보류선수' 제외 명단에는 지난 3년(2020~2022) 동안 KT 위즈 소속으로 뛴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5)도 포함됐다. KT는 이미 지난달 24일 오른손 투수 보 슐서를 영입해 두 자리 중 한 자리를 채웠다. 2022시즌 뛰었던 웨스 벤자민과도 재계약 협상에 들어갔다. 포스트시즌 선발진에서 제외했던 데스파이네와는 이미 결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데스파이네는 2020시즌을 앞두고 KT 유니폼을 입었다. 15승 이상 거둬줄 에이스가 필요했던 KT는 2019시즌 11승을 거둔 라울 알칸타라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데스파이네를 선택했다. 데스파이네는 2020시즌 15승 8패, 평균자책점 4.33을 기록하며 KT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KT가 통합 우승을 차지한 2021시즌도 13승(10패) 평균자책점 3.39를 남기며 나쁘지 않은 페이스를 보여줬다. 이강철 KT 감독은 2020시즌 중반 "데스파이네가 많은 승수뿐 아니라 선발진 리더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국내 선발 투수 배제성·소형준·김민수는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체력 저하·슬럼프 관리 노하우가 쌓이지 않은 젊은 투수들에게 데스파이네의 존재는 큰 힘이 됐다. 정확히는 '4일 휴식 뒤 등판'이라는 루틴을 고수하는 데스파이네 특유의 성향이 의도치 않게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 휴식일(월요일)이 정해져 있는 KBO리그에선 선발 투수 대부분 5일 휴식 뒤 등판한다. 화요일에 등판하는 투수만 4일 휴식 뒤인 일요일에 출격한다. 데스파이네의 등판 간격을 맞춰주기 위해선 국내 투수가 등판을 미뤄야 했다. 이들의 등판 준비 루틴이 흐트러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장점 효과가 더 컸다. 데스파이네는 2020시즌 최다 등판(35번)과 최다 이닝(207과 3분의 2)을 기록했다. 2021시즌도 33경기에 나서 이닝 소화 부문 리그 1위(188과 3분의 2)에 올랐다. 선발 투수가 많은 이닝을 막아준 덕분에 불펜진 관리도 수월했다. 올 시즌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경험을 쌓은 KT 국내 투수들은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도 자신의 루틴이 지켜지길 바랐다. 결국 후반기부터 데스파이네는 자신의 루틴을 지키지 못했다. 감독과 코치 입장에선 데스파이네보다 더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는 국내 투수들을 먼저 관리해야 했다. 데스파이네의 투구 위력은 이전 2년보다 떨어졌다. KT가 그와 재계약하지 않은 이유다. 이 결정은 합리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숙제도 생겼다. 난타를 당하면서도 이닝을 막아주던 데스파이네가 떠나면서 그 부담을 불펜진이 안게 됐다. KT 선발진은 최근 3년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2436)을 소화했다. 2위 삼성 라이온즈가 기록한 2335와 3분의 1이닝 보다 100이닝 더 많았다. 3년 연속 30경기 이상 등판한 데스파이네의 공이 컸다. 당장 2023시즌은 '이닝 이터' 공백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3년 이상 위력을 유지하는 불펜 투수가 드문 점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결국 데스파이네의 자리를 채우는 새 외국인 투수는 물론 국내 투수들이 이전보다 많은 이닝을 막아줘야 한다. 마침 고영표, 소형준은 승수보다 이닝 욕심이 더 많다. KT 마운드 운영에 꽤 큰 영향을 미쳤던 선발 투수가 떠났다. 2022시즌 KT 레이스 키포인트다. 안희수 기자 2022.12.0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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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총력전? 신통찮은 선발 자원 구원 투입

변칙적인 마운드 운영은 야구 단기전의 묘미다. 선발 투수 순번을 두고 연막을 펼치고, 1이닝을 불펜 투수 2~3명을 투입해 끊어 막으며, 에이스가 9회에 등판하기도 한다. 올 시즌은 선발 투수의 구원 등판이 두드러진다. 19일까지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PO) 1~3차전은 그 결과와 여파에 희비가 엇갈렸다. 김종국 KIA 타이거즈 감독이 포문을 열었다. 어드밴티지 1승을 KT 위즈에 내준 상황. 패배는 곧 탈락이었다. 이에 김 감독은 토종 에이스 양현종을 제외한 모든 투수를 1차전(13일 수원KT위즈파크)에 대기시켰다. 실제로 선발 투수 3명이 투입되는 총력전이 펼쳐졌다. 9~10월 등판한 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99를 기록하며 컨디션이 좋았던 션 놀린이 2와 3분의 2이닝 동안 3점을 내주자, 다른 외국인 투수 토마스 파노니를 투입했다. 이 선택은 맞아떨어졌다. 파노니는 3과 3분의 1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하며 KIA의 추격 발판을 만들었다. 그러나 8회 말 등판한 4선발이자 정규시즌 10승 투수인 이의리가 1사 뒤 볼넷 3개를 내주며 만루를 자초했다. 위기에서 등판한 셋업맨 장현식이 배정대에게 3타점 좌전 안타를 맞으며 승기를 내줬다. KIA는 2-6으로 패했고, 한 경기로 가을야구를 마쳤다. 이의리는 데뷔 2년(2021~2022) 동안 선발 투수를 맡았다. 정규시즌 구원 등판은 한 경기에 불과했다. 경험이 적은 투수가 익숙하지 않은 임무를 일리미네이션 게임, 그것도 1점 차(스코어 2-3)로 지고 있던 8회에 수행하다 보니 멘털이 흔들린 것. 벤치도 데이터 야구를 하지 못했다. 비록 자초했지만, 이의리는 만루에서 피안타율 0.167에 불과했다. 정규시즌 막판나선 9월 24일 창원 NC 다이노스전, 10월 4일 LG 트윈스전에서도 각각 무사 만루와 1사 만루 기회를 무실점으로 넘긴 바 있다. 이 상황에서 등판한 장현식의 만루 피안타율은 조금 더 높은 0.250이었다. 결국 보직 파괴로 강수를 뒀지만, 정작 데이터가 적용돼야 할 시점엔 선수의 멘털을 먼저 주시했다. 결과도 안 좋았다. 와일드카드 시리즈부터 치른 이강철 KT 감독도 선발 투수를 투입해 승리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13일 KIA전 8회 말, 외국인 투수 웨스 벤자민에게 1이닝을 맡겼다. 원래 불펜 피칭을 하는 날이었는데, 이를 실전에서 소화하도록 유도한 것. 벤자민은 8회 세 타자를 가볍게 범타 처리하며 홀드를 챙겼고, KT는 6-2로 이겼다. 벤자민은 주 임무도 잘 했다. 나흘 뒤 키움 히어로즈와의 준PO 2차전에서 선발 투수로 나서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2-0 승리를 이끌고 승수까지 챙겼다. 여기까진 이강철 감독의 선택도 맞아 떨어졌다. 그러나 KT도 절반의 성공이다. 준PO 3차전에서 선발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를 두 번째 투수로 붙인 선택이 실패로 돌아갔다. KT는 선발 투수 고영표가 1회 초 야시엘 푸이그에게 3점 홈런을 맞고 기선을 내줬다. 3회도 선두 타자 이용규에게 안타, 1사 뒤 김혜성에게 중전 2루타를 맞고 추가 실점했다. 이강철 감독은 이 상황에서 데스파이네를 투입했지만, 그가 푸이그에게 경기 5번째 실점을 허용하는 좌전 적시타를 맞았다. KT는 1차전에서도 0-4, 4점 차 리드를 따라잡았다. 경기 초반이었기 때문에 추격 사정권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데스파이네가 4회 초, 안타 2개와 볼넷을 허용하며 만루 위기에 놓였다. 결국 투수 교체가 이뤄졌고, 위기에서 나선 심재민이 2타점 적시타와 땅볼 타점을 허용하며 추가 3실점했다. 승부의 추가 기운 순간이었다. 데스파이네는 올 시즌 4점(4.53)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이전 2년보다 부진했다. PS 선발진도 탈락했다. 결국 선발 투수가 무너진 상황에서 롱릴리버로 나서야 했다. 4일 휴식 뒤 등판을 선호하고, 투구 수도 가급적 100개를 맞추려고 할 만큼 루틴이 철저한 선수가 구원 등판했으니, 좋은 투구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고영표을 2차전에서 불펜 대기한 선택도 결과적으로 악수가 됐다. KT는 지면 벼랑 끝에 몰리는 2차전에서 선발 투수 벤자민에 이어 고영표를 투입할 계획을 세웠다. 신인 박영현이 8·9회 2이닝을 잘 막아준 덕분에 고영표가 나서지 않을 수 있었지만, 불펜 투구까지 미뤄야 했다. 고영표도 등판과 등판 사이 루틴을 철저하게 지키는 편. 한 보직에 고정되지 않은 게 3차전 부진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안희수 기자 2022.10.2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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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선발이 용병이면 잘 던졌는데...기량 저하 의심되는 KT 1선발

KT 위즈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를 향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제는 기량 저하가 의심된다. 데스파이네는 2020시즌 15승을 거두며 KT 외국인 투수 한 시즌 최다승을 경신했다. 2021시즌에도 13승을 거두며 KT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KS)에서도 3차전에 등판해 5와 3분의 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올 시즌은 부진하다. 등판한 15경기에서 3승 8패 평균자책점 4.59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에는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21번을 해내며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올 시즌은 5번뿐이다. 4점 이상 내준 등판이 8번이다. 데스파이네는 독특한 루틴을 가진 선수다. 정기 휴일(월요일)이 있는 KBO리그에선 선발 투수 대부분 5일 휴식 뒤 나선다. 6연전 첫 경기(화요일)에 나서는 투수만 4일 휴식 뒤인 일요일 등판을 소화한다. 반면 데스파이네는 4일 휴식 뒤 등판을 선호한다. 그동안 이 루틴을 지켰을 때 성적도 좋았다. 무엇보다 등판한 경기에서 꼭 100구를 채우려고 한다. 실점 정도, 이닝과 상관없이 말이다. 데스파이네의 루틴을 지켜주면, 다른 투수들의 등판 간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코칭 스태프는 1선발 예우를 해줬다. 1~2회 무너진 경기도 가급적 5회까지 맡겼다. 그러나 올 시즌처럼 부진하면 더 배려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일단 데스파이네의 부진이 일시적인 컨디션 난조인지, 에이징 커브(나이에 따른 기량 저하) 등 기량 저하가 시작된 것인지 파악해야 한다. 코칭 스태프도 부진한 원인을 명확하게 진단하지 못하고 있다. 한 가지 주목되는 지점이 있다. 데스파이네는 경기 상황, 상대 타선 그리고 상대 선발 투수에 따라 집중력 기복이 있는 투수라는 게 이미 내·외부 평가를 통해 드러났다. 꽤 흥미로운 데이터는 데스파이네가 상대 선발 투수가 자신처럼 용병일 때 더 잘 던졌다는 것. 올 시즌 첫 등판이었던 4월 5일 SSG 랜더스전에서는 메이저리그(MLB)에서 90승을 거둔 이반 노바를 상대 선발로 맞이했다. 이 경기에서 데스파이네는 4자책점을 기록했지만, 6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하며 투지 있는 모습을 보였다.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글렌 스파크맨과 같은 마운드에 오른 4월 16일 홈 경기에선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5월 7일 두산 베어스전은 로버트 스탁을 상대로 6이닝 1실점(0자책점), 5월 17일 LG 트윈스전에서는 케이시 켈리와의 선발 맞대결에서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반면 올 시즌 5자책점 이상 기록한 3경기 상대 선발은 모두 국내 투수였다. 데스파이네는 2021시즌도 외국인 투수가 상대 팀 선발로 등판한 1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24·QS 8번을 기록하며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 난타당하며 4이닝도 채우지 못한 등판이 2번 있긴 했지만, 대체로 국내 투수들이 나설을 때보다는 집중력이 좋은 모습을 보였다. 상대 에이스급 투수가 등판했을 때 실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1선발로서의 책임감이 작용했을 수도 있고, 그냥 외국인 투수와 같은 마운드에 섰을 때 승리욕이 더 클 수도 있다. 그런 데스파이네가 최근 2경기에서 모두 외국인 투수와 선발 맞대결을 하고도 부진했다. 스탁이 나선 18일 두산전에서는 4이닝 4실점, 아담 플럿코와 붙은 25일 LG전도 6이닝 4실점 하며 QS에 실패했다. 이 중 LG 타선은 2020~2021시즌 평균자책점 2.03을 기록하며 강세를 보였다. 데스파이네는 NC 다이노스전이 우천으로 순연된 지난 23일,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도 그라운드에 나와 캐치볼을 소화했다. 이 또한 루틴으로 보인다. 그는 달라진 게 없다. 그러나 숫자는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우리 나이로 서른여섯 살. 노장 외국인 투수가 암흑기를 보내고 있다. 안희수 기자 2022.06.2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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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파이네 향한 사령탑의 쓴웃음, 추락한 1선발

KT 위즈의 복덩이였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5)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데스파이네는 지난 12일 부산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5와 3분의 1이닝 7실점으로 부진했다. 이대호에게 홈런 2개를 맞는 등 10피안타를 기록했다. KT는 0-13으로 완패했다. 데스파이네는 지난달 28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도 4이닝 8실점 하며 무너졌다. 최근 5경기 평균자책점은 6.35, 피안타율은 0.301에 이른다. 데스파이네는 2020시즌 15승, 2021시즌 13승을 거두며 KT 1선발을 맡았던 투수다. 그러나 올 시즌은 등판한 13경기에서 3승 6패 평균자책점 4.24로 부진하다. 같은 기간 KT 국내 선발 투수 4명(고영표·배제성·엄상백·소형준)은 모두 제 몫을 잘해냈다. 현재 데스파이네는 5선발이나 다름없다. 결과보다 과정이 문제다. 데스파이네는 경기 초반, 연속 출루를 허용한 뒤 급격하게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올 시즌 1회에만 4점 이상 내준 경기만 두 번이다. 이강철 KT 감독은 "데스파이네가 경기 초반 흔들릴 때 보면 애써 정면 승부를 고집할 때가 있다. 상황에 맞는 야구를 해야 하는데, 이해가 안 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강철 감독은 이어 "(주전 포수) 장성우도 '일부러 저러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볼멘소리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데스파이네가 그렇게 1·2회를 넘어가면 몇 이닝은 곧잘 막아낸다. 골치가 아프다"며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데스파이네가 대놓도 태업한다고 볼 순 없지만, 떨어진 집중력을 다잡으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데스파이네는 닷새 간격으로 등판하는 걸 선호한다. 마운드에 오르면 5이닝·100구 이상을 던지길 바란다. 이강철 감독은 그동안 에이스의 루틴을 존중해줬다. 그러나 데스파이네는 대우받은 만큼 책임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KT는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 2장을 이미 소진했다.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 대신 웨스 벤자민, 타자 헨리 라모스 대신 앤서니 알포드를 영입했다.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 데스파이네와 동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강철 감독은 "데스파이네를 2군으로 내리고 국내 선수를 (선발로) 써볼까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데스파이네가 마음 상할까 우려된다. 어쨌든 남은 시즌 같이 가야 하는 선수 아닌가. 잘해줘야지 어쩌겠나"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KT는 5월까지 하위권(리그 8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부상으로 빠져 있던 간판타자 강백호가 돌아왔고, 알포드도 1군에 합류했다. 완전체 타선을 갖추고 반등을 노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데스파이네가 고민을 주고 있다. 쿠에바스의 이탈 공백을 잘 메워주다가, 벤자민 합류 뒤 불펜으로 자리를 옮긴 오른손 사이드암 투수 엄상백이 다시 선발로 나서는 게 낫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데스파이네를 향한 시선이 그리 곱지 않다. 안희수 기자 2022.06.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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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준이 기다리던 'FM' 외국인 투수, 벤자민이 딱이네

KT 위즈 선발 투수 소형준(21)에게 '세 번째' 외국인 투수 동료가 생겼다. KT는 지난달 18일 팔꿈치 부상 중인 윌리엄 쿠에바스의 대체 선수로 좌완 웨스 벤자민(29)을 영입했다. 지난 1일 KT 선수단에 합류한 벤자민은 이강철 감독이 보는 앞에서 불펜 피칭을 했다. 이강철 감독은 "벤자민을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 릴리스포인트가 높은 점은 인상적"고 전했다. 지난 3일 퓨처스리그(2군) 실전 등판까지 소화한 벤자민은 7~9일 시작되는 키움 히어로즈와의 3연전에 첫 선을 보일 전망이다. 벤자민은 메이저리그(MLB)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으로 2시즌(2020~2021)을 뛰었다. 이 기간 추신수(SSG 랜더스) 양현종(KIA 타이거즈)과 팀메이트였다. 덕분에 한국 문화에 익숙한 편이다. 벤자민은 KT 선수단과 상견례에서도 한국어로 인사를 전했다. 한국 행을 타진하던 지난겨울부터 틈틈이 공부했다고. 현재 KBO리그 상황도 꿰고 있었다. 지난주 첫 경기부터 7연승을 거둔 키움을 언급하며 "KT도 키움처럼 (상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내가 돕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진지한 태도로 KBO리그에 도전하려는 의지가 전해졌다. 국내 선발 투수 소형준은 '모범생' 벤자민의 합류를 누구보다 반겼다. 2020년 데뷔한 소형준이 한솥밥을 먹은 외국인 투수는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쿠에바스뿐이었다. KT는 두 투수로 3시즌(2020~2022) 연속 외국인 자리를 채웠다. 경험이 많은 외국인 투수는 젊은 투수에게 큰 도움을 준다. 소형준도 데뷔 시즌 쿠에바스로부터 컷 패스트볼(커터)을 배워 자신의 주 무기로 만들었다. 이번엔 새 동료 벤자민에게서 배울 점을 찾고 있다. 마침 벤자민은 6개 구종(포심 패스트볼·커터·싱커·커브·체인지업·슬라이더)을 구사한다. 이강철 감독과 양현종은 벤자민의 커브를 일품으로 꼽기도 했다. 올 시즌 소형준은 슬라이더를 다시 연마하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다양한 구종을 갖추는 것이다. 소형준은 "아직 벤자민의 실전 투구는 보지 못했다. 그의 피칭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적극적으로 다가설 것"이라고 했다. 구종보다 더 주목하는 건 루틴 등 생활 습관이다. 소형준은 데스파이네와 쿠에바스에 대해 "정말 뛰어난 투수들이지만, 자유분방한 편이라 그들의 루틴을 내가 따라 하긴 어려웠다. 삼성 뷰캐넌이나 NC 루친스키는 체계적으로 등판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벤자민도 그런 선수라면 유심히 지켜보며 배우고 싶다"며 웃었다. 안희수 기자 2022.06.0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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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 실점 뒤 버티기, 데스파이네 교체 타이밍 딜레마

KT 위즈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데스파이네(35)는 두 가지 독특한 루틴을 갖고 있다. 한 가지는 잘 알려진대로 4일 휴식 뒤 등판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휴식일(월요일)이 있는 KBO리그에서는 선발 투수 대부분 5일 휴식을 부여받고 다음 등판에 나선다. 다른 한 가지는 투구수다. 데스파이네는 가급적 100구를 채우고 마운드를 내려오려 한다. 이강철 감독과 투수 파트 코치들은 이런 루틴을 존중해줬다. 실제로 2020~2022시즌 총 73번 선발 등판한 데스파이네가 80구 이상 던지지 못한 경기는 2번뿐이다. 문제는 데스파이네가 경기 초반 대량 실점한 경우다. 빠른 교체를 하자니, 다음 등판에서 선수의 심신이 흔들릴 게 우려된다. 루틴을 지켜주면 그 경기에서 승기를 내준 채 끌려가는 양상이 펼쳐진다. 지난 1일 고척키움 히어로즈전도 그랬다. 데스파이네는 1회 말에만 사사구 2개, 안타 개를 내주며 5실점 했다. 1회 투구수만 38개였다. 1사 1·3루에서 야시엘 푸이그와 11구 승부를 했고, 볼넷으로 출루를 허용했다. 이후 데스파이네의 포심 패스트볼(직구)과 커브는 가운데로 몰렸다. 집중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모습을 보여줬다. 2~5회 추가 실점은 없었지만, 기선을 내준 KT는 경기 내내 끌려갔고, 3-9로 완패했다. 이강철 감독은 이 경기를 두고 "1·2회에 많은 점수를 내준 경기에선 꼭 이후 몇 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내더라. 본인도 투구수 루틴을 지키고 싶어한다. 그래도 이미 승기를 내주면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라고 털어놨다. 선수 시절 포지션을 떠나서 초보 감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선택이 투수 교체다. 특히 선발 투수가 3이닝도 버티지 못했을 때는 "막막하다"라는 표현을 한다. 투수 출신에 통산 457경기를 치른 이강철 감독도 마찬가지다. 이전 몇 경기에서 불펜진 소모가 컸다면, 어쩔 수 없이 선발 투수에게 한 이닝이라도 더 맡길 수밖에 없다. 1일 키움전도 그런 상황을 고려해 데스파이네에게 5회까지 맡겼다. 이런 딜레마는 반복될 전망이다. 데스파이네는 KBO리그 통산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할 만큼 안정감을 주는 투수지만, 종종 빅이닝을 허용한다. 이때 구위나 제구 난조가 두드러지기 보다는 멘털을 다잡지 못하고 투구한다는 인상을 준다. 데스파이네에게 등판 간격 루틴을 지켜주다 보니 다른 선발 투수들은 등판이 밀린다. 부상 없이 풀타임으로 로테이션을 소화해도 규정이닝을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규정이닝을 채워야 투수 부문 기록 순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소형준과 배제성은 올 시즌 목표로 커리어 최다 이닝이라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지도자와 동료들의 배려가 특혜로 보이지 않기 위해선 데스파이네도 책임감 있는 투구를 해줘야 한다. 등판한 경기에서 당연히 80~100구를 던질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강철 감독도 태도 문제가 불거지면 그냥 두고 보지 않을 전망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2.05.04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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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제성, 고영표 퍼포먼스를 자극제로 삼은 이유

배제성(26·KT 위즈)은 최근 3시즌 리그 국내 투수 중 가장 많은 승수(29승)를 거뒀다. 2019·2020시즌 각각 10승, 2021시즌은 9승을 거뒀다. 배제성은 승운이 따라주지 않는 투수였다. 지난해 9~10월만 다섯 차례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투구)를 해냈지만, 이 등판들에서 단 1승밖에 챙기지 못했다. 타선의 득점 지원이 적었다.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달성이 무산된 이유다. 배제성은 2021시즌 종료 후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나도 모르게 10승을 의식했고,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면서도 "어차피 승리 투수는 내 힘만으로 될 수 없다. 평균자책점이나 피안타 등 세부 기록을 잘 관리해서 지금보다 좋은 투수가 되는 게 중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제성은 "2022시즌 160이닝 이상 소화하겠다"라는 각오를 전했다. 종전 단일시즌 개인 최다 이닝은 2021시즌 기록한 141과 3분의 2이닝. 3시즌 연속 풀타임 선발로 나섰지만, 아직 규정이닝은 채운 시즌이 없다. KT 선발 투수들은 규정이닝을 채우는 데 어려움이 있다. 외국인 투수이자 1선발인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4일 휴식 후 등판이라는 흔하지 않은 루틴을 갖고 있고, 이강철 감독이 이를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투수는 등판이 밀릴 때가 있다는 얘기다. 2021시즌도 데스파이네는 33번(188과 3분의 2이닝) 등판했고, 다른 선발 투수 4명은 23~26번만 나섰다. 배제성은 이런 상황을 알고도 160이닝을 목표로 내세웠다. 팀 선배 고영표가 2021시즌 자신과 같은 조건 속에서도 166과 3분의 2이닝을 소화했기 때문이다. 고영표는 9이닝당 6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하며 이 부문 리그 1위에 올랐다. 배제성은 5과 3분의 1이닝. 배제성은 "데스파이네의 등판 간격을 맞추다 보면 다른 투수의 등판 횟수가 적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고)영표 형은 그런 상황에서도 이닝이터 역할을 해냈다. 나도 그런 투수가 되고 시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평균자책점(3.68)보다 낮은 기록을 남기고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영표는 2021시즌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퍼포먼스를 남긴 투수로 인정받는다. 배제성은 꾸준히 6이닝씩 채워주며 팀 불펜 투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한 고영표를 보며 승수보다 이닝 소화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배제성은 올해 시범경기 세 차례 등판에서 10과 3분의 2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했다. 포심 패스트볼(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7㎞를 찍었고, 왼손 타자 몸쪽 낮은 코스를 파고드는 주 무기 슬라이더도 날카로웠다. 배제성은 "개막 준비는 마쳤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정규시즌 자신에게 부여한 숙제는 이닝당 투구 수를 줄이는 것이다. 2021시즌 리그 평균(17.5개) 수준인 17.2개를 기록했다. 배제성은 "투구 수가 많아지면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내 장점인 (강한) 구위를 포기할 순 없겠지만, 제구력을 조금 더 가다듬어서 투구 수를 줄이는 경기 운영이 필요할 것 같다"라는 목표를 전했다. 안희수 기자 2022.03.30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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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백, 디펜딩챔피언 마운드 운영 '키플레이어'

오른손 사이드암 투수 엄상백(26)은 2022년 KT 위즈 마운드 키플레이어다. 선발진 백업과 불펜 핵심 보직을 모두 맡을 전망이다. 엄상백은 지난해 후반기 팀 마운드 운영에 큰 힘을 보탰다. 상무 야구단에서 병역 의무를 마친 후 팀에 복귀, 체력이 떨어진 기존 선발 투수들의 휴식 공백을 차례로 메웠다. 총 9경기에 선발로 나섰고, 경기당 5이닝을 소화하며 4승을 챙겼다. 퓨처스리그에서 두 시즌(2020~2021) 동안 선발로 뛰며 쌓은 실력과 경험을 앞세워 KT의 새 선발 옵션으로 인정받았다. KT는 선발진이 강한 팀이다. 지난해 10개 구단 최다 팀 선발승(53승)과 최다 팀 퀄리티스타트(76회)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3.69)도 1위였다.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KS)에서는 1~4차전 등판한 네 투수 모두 승리를 챙겼다. 정규시즌 에이스 역할을 해낸 고영표가 구원 투수로 나서야 할 정도였다. 기존 5인 선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윌리엄 쿠에바스-고영표-배제성-소형준은 올해도 건재하다. 여기에 엄상백까지 가세했다. 다섯 번째 선발 투수 낙점을 두고 고민하는 팀이 대부분이다. KT는 여섯 번째 옵션까지 탄탄하다. 이강철 감독은 스프링캠프 내내 '6인 로테이션' 가동을 두고 고민했다. 구위, 경기 운영, 이닝 소화 능력 모두 빠지지 않는 엄상백에게 최대한 많은 이닝을 맡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장기 레이스 변수를 대비해야 했다. 올해는 국제대회 브레이크가 없기 때문에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코로나19 감염 이탈도 염두에 둬야 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에 차출되는 주축 선수가 나올 수도 있다. 배제성, 소형준 등 아직 병역 의무를 소화하지 않은 선발 투수들의 이탈 공백을 대비, 엄상백에게 풀타임 선발 경험을 부여할 필요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6선발' 체제는 보류다. 이강철 감독은 16일 두산 베어스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일단 엄상백은 불펜에서 시작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데스파이네의 루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흘 만에 등판할 때 가장 좋은 투구를 보여주는 투수인데, 그런 그의 루틴을 지켜주기 위해서 그동안 다른 투수들이 돌아가며 하루씩 더 휴식했다. 5선발 체제에서도 종종 7~8일 만에 등판하는 투수가 있었는데, 6선발로 운영하면 등판 간격이 더 벌어지게 된다. 이강철 감독은 일단 좋은 성적을 냈던 지난해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엄상백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체력 관리가 필요한 선발 투수가 나오면 언제든지 대체 선발로 투입될 전망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기간(9월 10~25일)에는 선발 투입이 확실하다. 3이닝 이상 막아주는 롱릴리프뿐 아니라 선발 투수와 필승조 사이 연결 고리도 해줘야 한다. 엄상백은 3년 만에 스프링캠프를 치르며 그 어느 해보다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이강철 감독도 스프링캠프에서 "구위와 제구 등 모든 면에서 지난해보다 나아졌다"라고 했다. 엄상백은 시범경기 첫 등판이었던 15일 두산전에서 2과 3분의 1이닝 동안 삼진 4개를 잡아내며 위력적인 공을 보여줬다. 안희수 기자 2022.03.17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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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감독 "데스파이네, 쿠에바스 호투 자극될 것"

이강철(55) KT 위즈 감독이 3차전 마운드 운영 계획을 전했다. KT는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두산 베어스와 2021 KBO리그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3차전을 치른다. 1·2차전을 모두 잡으며 우승에 다가선 상황. 정규시즌 1선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를 내세워 3연승을 노린다. 변수는 두산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 공략. 미란다는 정규시즌 막판 부상을 당한 후 팀의 앞선 포스트시즌 세 시리즈(와일드카드 결정전·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그사이 부상을 다스렸고, 3차전에서 출격한다. 미란다는 올 시즌 KT전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26을 기록했다. 상대 9구단 중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이다. 다음은 이강철 감독과의 일문일답. - 라인업은."똑같다. 조용호(좌익수)-황재균(3루수)-강백호(1루수)-유한준(지명타자)-제라드호잉(우익수)-장성우(포수)-배정대(중견수)-박경수(2루수)-심우준(유격수) 순이다." - 1·2차전 수비가 매우 좋았다. "수비 코치가 준비를 잘했고, 집중력도 좋았다. - 두산 선발 미란다 공략법은."1~3회는 지켜봐야 한다. 컨디션을 확인해야 한다. 그래도 우리 선수들이 정규시즌에 미란다를 상대로 잘 쳤다고 볼 순 없지만, 그래도 못 치진 않았다." - 데스파이네의 교체 시기는."2실점 때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타자들의 공격력과 투수의 공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 데스파이네가 루틴(4일 휴식 뒤 등판)은 지켜지지 않은 상태지만, 시즌 개막전 때도 비교적 잘 던졌다. (다른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잘 던졌기 때문에 본인도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 - 고척돔은 내야 타구가 빠르다. 시리즈 전에 준비한 점이 있다면."수비 훈련을 할 때 좌·우로 빠른 타구를 보내고 있다." - 주축 선수가 잘 해주고 있다. "강백호가 정규시즌 막판보다는 잘 해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다. 타격 타이밍이 전반적으로 괜찮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고 있는 건 아니다." - 지난해 플레이오프(PO)와 다른 점. "작년에는 나도 긴장했다. 올해는 들뜬 선수도 없었던 것 같다. 10월 31일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1위 결정전 경험 덕분이다." - 1·2차전 오판이 있다면."2차전 5회 말 무사 1·2루 조용호 타석에서 강공으로 갔는데, 야수에게 잡혔더라면 후회했을 것 같다. 이 경기 8회 초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타석에서 마운드 위 고영표를 바꾼 점도 다시 생각해봤다." 고척=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11.1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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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막판 더 빛나는 데스파이네의 '4일 휴식' 루틴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4·KT)만의 독특한 루틴이 시즌 막판 팀 투수진의 체력 관리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데스파이네는 지난 16일 수원 한화전에 선발 등판, 7⅔이닝 동안 6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하며 KT의 11-2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12승(9패)을 거뒀고, 평균자책점은 종전 3.41에서 3.36으로 낮췄다. 데스파이네는 이날 총 투구 수 127개를 기록하며 철완을 과시했다. 7회까지 110개를 던지고도, 8회 마운드에 올랐다. 올 시즌 개인 한 경기 최다 투구 수. KT는 전날(15일) 열린 KIA전에서 불펜 투수 6명을 투입했다. 지난주 내내 불펜 소모가 컸다. 2~4점 차 박빙 승부가 많았기 때문이다. 셋업맨 박시영은 13일 두산전부터 3연투를 소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선 데스파이네가 8회 초 2사까지 책임졌다. KT는 한화전 남은 1⅓이닝을 이대은과 안영명만으로 막아냈다. 주권, 조현우, 김재윤 등 다른 필승조 일원들이 모처럼 휴식을 취했다. 불펜 투수들이 체력 저하에 시달리는 시즌 막판이지만, KT는 데스파이네 덕분에 든든하다. 평균 6이닝 이상 막아주는 그가 상대적으로 자주 등판하며 동료 투수들에게 휴식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선발 투수는 보통 공식 휴식일(월요일)을 포함해 5일 동안 휴식하고, 6일 만에 마운드에 선다. 반면 데스파이네는 '4일 휴식' 뒤 등판을 선호한다. 성적도 훨씬 좋다. 등판 간격이 6일 이상 벌어진 22차례 등판에서는 평균자책점 5.65를 기록했지만, 4일 휴식 뒤 나선 42경기에서는 훨씬 낮은 3.11을 기록했다. 투구 내용에 차이가 크다 보니 이강철 KT 감독도 가급적 그의 루틴을 지켜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등판 간격이 밀린 다른 선발 투수들은 하루, 이틀 더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데스파이네는 지난해 10월에도 루틴을 유지했고, 한 달 동안 7번이나 등판했다. 선발로 나선 6경기는 모두 5이닝 이상 소화하며 임무를 다했다. KT는 데스파이네 덕분에 불펜진을 조기 가동하는 악재를 피할 수 있었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마운드를 운영하며 포스트시즌을 대비할 수 있었다. 데스파이네는 18일 기준으로 31경기에 등판해 176⅔이닝을 소화했다. 투구 수는 3189개. 모두 리그 투수 중 최다 기록이다. 남은 시즌 최소 2번 이상 더 등판할 예정이다. 지난 시즌도 최다 등판(34번), 최다 이닝(207⅔), 최다 투구 수(3525개) 1위에 오른 투수다. 데스파이네는 "내가 팀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더 많은 이닝을 던지는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KT 불펜진은 그가 등판할 때마다 단비같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10.17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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