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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정영식, 끝내 눈물 보인 공식 은퇴식..."선수 경험 살려 한국 탁구에 기여하겠다"

한국 남자탁구 대표팀의 간판 스타였던 정영식(31·미래에셋증권)의 은퇴식이 14일 열렸다. 제77회 신한SOL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가 한창인 당진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은퇴식에는 대한탁구협회와 소속팀 관계자들, 선·후배 선수들, 정영식팬클럽 회원들까지 수많은 탁구인들이 함께했다. 아들을 탁구선수로 이끈 부모님 정해철·노순덕 씨도 현장을 찾아 뜻 깊은 감격을 함께했다. 정영식은 오랫동안 한국 남자탁구를 견인해온 주인공이다. 선수를 꿈꿨던 부친을 따라 일찍부터 라켓을 잡은 그는 빠른 성장으로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쳤다. 고등학생이던 2007년부터 이미 성인대표팀에 합류해 약 12년간 붙박이로 맹활약했다. 대표선수로서 정영식은 2015년 코리아오픈 3관왕, 2018, 19 호주오픈 2연패 등 ITTF 월드투어를 다수 석권했으며, 2011년부터 꾸준히 출전한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는 2016, 2018년 한국의 연속 4강에 기여했다.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단체전 연속 은메달 기록을 이었고, 2016 리우,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한국탁구를 대표했다.복식 스페셜리스트로서도 각종 대회에서 많은 메달을 획득했다. 먼저 은퇴한 김민석과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11년 로테르담세계선수권, 2015년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동메달, 아직도 현역에서 뛰는 선배 이상수와 함께 2015년 아시아선수권 은메달, 2016년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 우승, 2017년 세계선수권 동메달, 2018년 월드투어 3관왕 등 숱한 전적을 쌓았다. 훤칠한 외모로 정영식은 국제적으로도 수많은 팬을 거느린 선수였다. 2017년 2월에는 생애 최고 랭킹인 7위에 랭크되며 세계에서 통하는 실력을 과시했다.같은 기간 국내 대회에서도 정영식은 단연 최고 선수였다. 결산무대인 종합선수권대회만 보더라도 2012년, 2014년, 2016년 세 번이나 단식 챔피언에 올랐다. 대통령기, 전국종별, 실업챔피언전 등에서 획득한 타이틀 숫자는 합산이 곤란할 정도다. 각종 국내외 대회에서의 활약을 토대로 정영식은 2012년과 2016년 대한탁구협회 선정 MVP를 두 번이나 수상했으며, 최근인 2022년 KTTA 어워즈에서는 남자탁구 인기상을 수상하는 등 선수생활 말미에도 식지 않은 인기를 자랑했다.이 날 은퇴식에서 소속팀 미래에셋증권의 후배 선수들이 누구보다 성실했던 선배에게 별도의 영상으로 존경을 표했다. 아직 현역에서 뛰고 있는 이상수(삼성생명)와 서효원(한국마사회) 등 선배 선수들, 그리고 소속팀 미래에셋증권의 총감독인 김택수 대한탁구협회 실무부회장도 같은 영상에서 현역을 떠나는 정영식을 격려했다. 모두들 “모범적인 선수생활로 동료 선수들에게 좋은 본보기를 보여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으며 “새로운 탁구인생을 응원”하는 것을 빼놓지 않았다. 대한탁구협회와 한국실업탁구연맹도 현역 생활을 마감한 정영식에게 특별한 선물을 전했다. 대한탁구협회는 국가대표로서의 오랜 활약에 대한 감사패와 함께 ‘정영식 선수’의 상징적인 파이팅이 담긴 사진액자를 제작해 은퇴식을 기념했다. 감사패는 현 소속팀 총감독이기도 한 김택수 부회장이, 액자는 종합대회 개최지인 충남탁구협회 오원태 회장이 전했다. 탁구 전문지 월간탁구 또한 정영식의 실업무대 첫 우승 당시 모습과 사인볼을 별도 선물로 전했다. 실업연맹을 대표한 유남규 남자국가대표팀 훈련단장(한국거래소 감독)과 개최지 당진시의 오성환 시장도 현장에 나와 꽃다발을 전하며 정영식의 마무리와 새 출발을 축하했다.정영식은 마이크를 잡고 은퇴 소감을 전했다. “뜻 깊은 자리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선수생활 힘든 일도, 기쁜 일도 많았는데 늘 이렇게 많은 응원을 보내주셔서 버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식적으로 선수생활을 접지만 탁구계에서 할 일은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선수생활의 경험을 살려 한국탁구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노력하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선수로서의 생활이 쉽지 않고 늘 많은 부담을 안게 되는데, 이렇게 계속해서 열심히 뛰어주는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다. 현역은 떠나지만 동료로서 함께하면서 늘 응원하겠다…”며 은퇴의 변을 전하던 정영식은 끝까지 말을 맺지 못하고 결국 눈물을 보였다. 이은경 기자 2023.12.14 18:19
스포츠일반

역사·미래 힘껏 과시했다…'중국다웠던' 5년 만에 AG 개막식 [항저우 2022]

아시안게임(이 5년 만에 문을 열었다. 아시아의 축제를 내건 개막식 속에는 엔데믹을 맞이하는 중국의 색이 한껏 묻어있었다.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23일 오후 9시(한국시간) 중국 저장성의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개회식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날을 기점으로 10월 8일까지 이어지는 16일간의 대장정이 시작됐다.올해로 19회 차를 맞이하는 이번 대회는 이전 대회와 달리 5년 만에 치러진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이후 대회 이름처럼 지난해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가 중국 본토에서 가시지 않은 탓에 1년이 연기됐다. 올해는 다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엔데믹을 선언하면서 이번 대회 역시 지난 2020 도쿄올림픽, 2021 베이징 동계올림픽 등 팬데믹 시대 열렸던 폐쇄형 대회와 달리 제한 없는 형태로 문을 열었다. 지난해 2월 열렸던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는 전체 좌석의 50% 관중만 입장할 수 있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제한 없이 수많은 관중이 개회식이 열리는 항저우 주경기장을 채웠다.개회식에는 단단히 준비해 온 중국의 의지가 그대로 드러났다. 코로나19의 후유증을 가장 강하게 앓았던 중국이 팬데믹에서 벗어나 이전의 위상을 과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기회였다. 중국을 대표하는 대도시 중 하나이자 남송 시대부터 수도로 발전, 한족 문화의 중심인 항저우는 긴 역사를 자랑한다. 또 중국 최대 IT 기업 알리바바의 본진으로 IT 도시로도 국내 입지가 높다. 중국의 역사와 미래를 모두 과시하기엔 수도 베이징만큼, 혹은 그 이상의 성격이 있는 개최지였다. 중국은 이번 대회 준비에만 2248억 위안(약 41조1000억원)을 들였고, 개회식 역시 디지털을 테마로 예고했다. 중국이 선택한 개회식의 첫 주제는 '아시아에 이는 물결'(Tides Surging in Asia)이었다. 중국과 아시아, 그리고 세계 각국 간의 상호 작용을 뜻했다. 남송 시대부터 이어진 항저우의 문화와 역사를 보여줬고, 공연의 배경은 항저우 첸탄강을 상징으로 삼아 펼쳐졌다. 조수와 해일로 유명한 첸탄강의 밀물과 썰물을 통해 스포츠의 활력, 대회가 열리는 저장성의 정신, 시대 발전을 표현했다. 수백만 개의 물방울이 모여 강을 이뤘고, 그 강이 조수를 형성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표현했다. 이어 배를 타고 풍류를 즐기던 옛 모습들을 재현하는 등 물의 도시였던 과거 항저우의 모습을 디지털로 그려내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냈다.디지털은 계속해서 공연의 핵심이 됐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 테마 중 하나로 저탄소, 친환경을 내걸었다. 베이징 올림픽 때 하늘을 수놓았던 불꽃놀이 대신 첨단 영상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불꽃놀이가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반투명 형태의 배너가 취재진 건너편 좌석에 가득 드리워졌고, 이는 거대한 프로젝터 화면이 돼 주경기장을 거대한 영화관으로 변신시켰다. 반투명 배너는 디지털 불꽃놀이는 물론 주요 영상과 무대 배경이 돼 공연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었다.공개하지 않았던 마지막 성화 주자 역시 '디지털'이었다. 중국은 지난 6월부터 1억 명 이상의 누리꾼들이 스마트폰을 흔드는 방식을 통해 봉송 릴레이에 참여했다. 개최국의 스포츠 스타들로만 채웠던 이전 국제 대회 방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였다. 중국은 성화 봉송 주자로 2012 런던 올림픽에서 2관왕에 오른 여자수영 예스원, 남자 탁구 세계랭킹 1위 판젠동,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에어리얼 우승자 쉬멍타오,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역도 스즈융, 배드민턴 세계챔피언 출신이자 IOC 위원인 리 링웨이, 2022 도쿄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 왕슌이 성화를 옮겼다.이어 왕슌이 불을 붙이기 전 그의 뒤에 거대한 디지털 주자가 왕슌과 함께 움직였고, 마침내 성화에 불을 붙이며 중국 홈 관중들의 박수 갈채를 받아냈다. 한편 이번 대회 39개 종목에 총 1140명을 파견한 한국 대표팀은 알파벳 숫자에 따라 16번째로 경기장에 입장했다. 구본길(펜싱)과 김서영(수영)이 기수를 맡아 태극기를 들고 앞장섰다. 선수단장인 최윤 OK그룹 회장은 두 사람의 뒤를 따라 밝게 웃고 거침없이 손을 흔들며 선수단을 이끌었다. 이날 개회식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도 선수단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한편 코로나19를 이유로 도쿄올림픽에 불참했다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징계를 받았던 북한도 이번 대회 참가해 개회식을 함께 했다. 7번째로 입장한 북한은 남자 사격 박명원, 여자 복싱 방철미가 인공기를 들고 기수로 입장했다. 다만 이는 명백한 규정 위반이다. 북한은 앞서 2021년 10월 도핑규정 위반으로 세계반도핑기구(WADA)로부터 올림픽·패럴림픽을 제외한 국제대회에서 국기 게양 금지 처분을 받은 상태다. 북한은 17개 종목에 총 185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항저우(중국)=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9.24 00:30
배구

'배구 여제' 김연경, IOC 선수위원 출마 공식화...진종오·이대훈과 경쟁

'배구 여제' 김연경(35·흥국생명)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을 향해 첫 발을 내디뎠다. 최근 대한체육회는 산하 단체에 '2024 파리 하계올림픽 IOC 선수위원 후보자 추천 안내' 공문을 보냈다. 김연경의 소속팀 흥국생명도 이 공문을 받았고, 김연경은 출마 의사를 밝혔다. 김연경은 이전부터 IOC 선수위원으로 '스포츠 외교관' 활동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이전부터 밝힌 바 있다. 외국어와 다른 스포츠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OC 선수위원은 당해 연도 또는 직전 올림픽에 출전했던 선수만 출마할 수 있다. 김연경은 2021년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배구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김연경은 이미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2024년 열리는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는다. IOC 선수위원에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의미다. IOC 선수위원 투표는 파리 올림픽 기간에 진행한다. 대한체육회는 내년 3월 출마할 국내 후보 1명을 선정할 예정이다. 김연경 외에 '사격 황제' 진종오, '태권도 영웅' 이대훈도 한국 대표 선발전에 출마하며 경쟁할 전망이다. 역대 한국 출신 IOC 선수위원은 2명이다. 2004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이 2008년 처음 선출됐고,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이 2016년 선출돼 2024년까지 임기를 소화한다. IOC 선수위원은 동·하계올림픽 개최지 투표 권한을 갖는다. 김연경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진 못했지만, 세계적인 배구 선수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08.04 06:43
축구

미친 왼발 이동경 “도쿄 잊고 도하 꿈꿔요”

프로축구 울산 현대를 선두로 이끄는 이동경(24)의 별명은 ‘미친 왼발’이다. 그의 과감한 왼발슛은 경기 흐름을 바꾸어 놓을 만큼 강력하다. 축구대표팀에서도 그는 ‘미친 왼발’을 준비하고 있다.이동경은 7일 오후 8시 경기도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시리아와 3차전 출격을 준비한다. 12일 이란과 원정 4차전도 앞뒀다.현 시점에서 이동경은 K리그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다. 그는 지난 2일 수원FC전 후반 5분 강력한 왼발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7월 도쿄올림픽에 다녀온 후 무려 네 골을 몰아쳤다. 맹렬한 움직임으로 한 순간에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게임 체인저’다.그의 왼발슛은 미사일처럼 날아가 골문에 꽂힌다. 3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동경은 “초등학교 1학년 축구를 시작할 때부터 왼발을 썼다. 팀 훈련이 끝난 뒤 항상 개인 슈팅 훈련을 하고, 밴드를 발목에 걸고 잡아당기는 튜빙 훈련도 한다. 저돌적으로 공격하는 케빈 더 브라위너(맨체스터 시티) 영상을 챙겨본다”며 “도쿄올림픽에서 일찍 탈락해 마음의 상처가 생겼다. 대신 큰 대회를 치르며 자신감도 얻었다. 공을 잡으면 망설이지 않고 슈팅을 때린다”고 했다. 이동경은 7월 31일 도쿄올림픽 멕시코와 8강전에서 3-6 참패를 막지 못했다. 그래도 멕시코 TV 중계진은 두 골을 몰아친 그를 두고 “Lee오넬 메시(이동경 성+메시)”라고 칭찬했다.앞서 조별리그 뉴질랜드전 0-1 패배 후 이동경은 상대 공격수 크리스 우드의 악수 요청을 거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동경은 “축구 말고도 많은 것을 느끼고 반성했다. 앞으로 그런 논란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이동경은 지난해 밴쿠버 화이트캡스(미국), 보아비스타(포르투갈) 이적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지난여름에는 샬케04(독일) 관심도 받았다. 이동경은 “그때 갔다면 인생이 다르게 흘러갔을지 모른다. 지금은 (이적을) 생각하지 않고 현재에 충실하고 있다. 울산이 16년 만에 리그 우승에 도전한다. 지난해 전북 현대를 상대로 한 번 비기고 다 졌다. (나의) 부족함에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이동경은 지난달 7일 레바논과 월드컵 최종예선 2차전에 선발 출전, 1-0 승리에 기여하는 등 A매치 5경기에 나섰다. 스페인 마요르카 이강인(20)이 지난달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골을 터트렸지만,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이번에도 이강인 대신 이동경을 발탁했다. 도쿄올림픽에서 김학범 당시 감독도 이강인보다 이동경을 중용했다. 이동경은 “어느 팀에 가든 감독님이 원하는 스타일에 맞추려고 노력할 뿐이다. 벤투 감독님은 자신 있게 동료들과 볼을 많이 주고받기를 바란다. 전방압박 등 적극적인 모습을 원한다”고 전했다.지난달 레바논전에서 중동팀의 ‘침대 축구(그라운드에 누워 시간을 끄는 플레이)’를 경험한 이동경은 “시리아가 무승부를 염두에 둔 전술을 펼 수 있다. 우리가 선제골을 넣는다면 경기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이동경의 또 다른 별명은 ‘도쿄 리’다. 이름이 올림픽 개최지 도쿄의 한자 독음 ‘동경’과 같아서다. 도쿄올림픽 다음 목표는 내년 카타르월드컵이다. 이동경은 “홍명보 울산 감독님이 ‘이제 월드컵을 목표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해줬다. 올림픽이 끝났다고 축구 인생이 끝난 게 아니다. 어떤 고비가 있더라도 헤쳐나가겠다. 목표는 월드컵에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2021.10.06 07:50
스포츠일반

추석에도 ‘빠이팅’ 기대하세요

일본 도쿄가 떠나가라 외친 ‘빠이팅(파이팅)’은 미국에서도 이어진다. ‘소년 궁사’ 김제덕(17·경북일고)이 세계선수권대회 첫 메달에 도전한다.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를 따낸 양궁 대표팀은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남자팀 막내 김제덕의 인기가 대단했다. 그는 안산(20·광주여대)과 짝을 이룬 혼성전과 남자 단체전에서 대회 2관왕에 올랐다. 한국 남자 양궁 역사상 최연소 메달 획득 기록도 세웠다.올림픽에서 김제덕은 활을 쏘고 나서, 혹은 선배들이 사대에 설 때 목이 터져라 ‘빠이팅’을 외쳤다. 심지어 관중석에서 선배들의 경기를 지켜볼 때도 관중석에서 목청을 높였다. 정적인 스포츠인 양궁에서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 팬들은 김제덕에게 ‘아기 호랑이’ ‘파이팅좌’ 등의 별명을 붙여줬다.‘빠이팅’은 오래된 루틴이 아니다. 올림픽 직전 부담감과 긴장감을 덜기 위한 방법을 찾다가 우연히 만든 응원법이다. 하도 소리를 질러 올림픽 때는 목이 쉬었다. “목은 괜찮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 김제덕은 “괜찮다”며 웃었다.올림픽이 끝난 뒤 그는 방송 출연과 광고 및 화보 촬영 등 다양한 활동을 경험했다. 바쁜 일정을 마무리한 그는 다시 진천선수촌으로 들어갔다. 다음 주 열리는 2021 세계양궁선수권 출전을 위해서다. 한국시간으로 21일 시작하는 이 대회는 27일 메달 결정전을 벌인다. 15일 미국으로 떠난 김제덕은 “컨디션 관리에 집중했다. 사실 (올림픽이 끝난 뒤) 긴장이 조금 풀렸는데 정신적으로 가다듬었다. 선수촌에선 심폐지구력 강화에 힘썼다”고 말했다.세계선수권에 오진혁(41·현대제철)은 여섯 번이나 나갔고, 김우진(29·청주시청)은 개인전 우승만 두 번 경험했다. 김제덕에게는 이번이 첫 세계선수권 출전이다. 그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목표는 남자 단체전 금메달이다. 개인전이나 혼성전보다 단체전을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김제덕은 “이번에도 본선 무대에서 ‘빠이팅’을 열심히 외치겠다”며 웃었다.올림픽 스타가 된 김제덕은 가는 곳마다 “수고했다” “장하다” 등의 응원과 격려를 받았다. 코로나19 때문에 한산했던 인천공항에서도 그를 알아본 이들이 사인과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김제덕은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사실 관심이 부담도 되지만, 선수의 역할은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김제덕은 올림픽이 끝난 뒤 모든 경기를 두 번 이상 다시 봤다고 한다. 그는 “원래 모든 대회가 끝나면 분석을 하기 위해 경기를 다시 본다. 올림픽은 더 중요하니까 많이 봤다. 뭐가 부족했는지 파악했다. 아무래도 한일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김제덕은 일본과 4강전에서 4-4로 맞선 슛오프에서 엑스텐 바로 옆에 적중시켜 승리를 이끌었다.이번 대회는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양크턴에서 열린다. 인구 1만5000명 규모의 소도시다. 박채순 양궁대표팀 총감독은 “조용한 곳에서 대회가 열려 방역 문제는 크게 없을 듯하다. 다만 기온이 한국보다 섭씨 10도 정도 낮아서 경량 패딩 등 보온용품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김제덕은 “세계선수권에 대비해 (한국에서 훈련할 때도) 긴소매 옷을 입었다”고 설명했다.그에게 장거리 비행과 14시간 시차는 아직 낯설다. 김제덕은 “2019년 주니어 세계선수권(2관왕) 개최지였던 스페인 마드리드에 간 적은 있다. (미국 대회는 처음이어서) 컨디션 관리에 집중했다. 많이 자면서 준비할 생각”이라고 했다.한국양궁대표팀은 2019년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 1개(혼성전), 은 2개, 동 2개에 그쳤다. 이번엔 올림픽을 능가하는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대표팀 맏형 오진혁은 “올림픽에서 못 이룬 전 종목 석권(금 5개)에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1.09.17 08:30
축구

'도쿄 리' 이동경, 도쿄 다녀온 뒤 '미친 왼발'

‘도쿄 리’ 이동경(24·울산 현대)이 도쿄올림픽에 다녀온 뒤 ‘미친 왼발’을 선보이고 있다. 이동경은 지난 29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28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홈 경기에서 멀티 골을 몰아쳐 3-2 승리를 이끌었다. 이동경은 1-0으로 앞선 후반 16분 교체 투입됐다. 2분 뒤 이청용이 자기 진영에서 높이 뜬 공을 절묘하게 트래핑했다. 상대 2명 사이로 볼을 빼내 적진으로 치고 들어갔다. 이청용의 패스를 받은 이동경은 아크 왼쪽에서 강력한 왼발 땅볼 중거리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동경은 후반 23분에는 자기가 때린 논스톱 슛이 골키퍼 맞고 나오자 왼발로 재차 차 넣었다. 지난 7일 강원FC전에서 시즌 첫 골을 신고한 이동경은 이날 2, 3호 골을 뽑아냈다. 7월 도쿄올림픽을 마치고 돌아온 이동경은 8월에만 3골째다. 올여름 K리그1에서 가장 ‘핫’한 공격형 미드필더가 됐다. 이동경은 경기 흐름을 한 순간에 바꾸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한다. 김도훈 전 울산 감독처럼 홍명보 현 감독도 이동경을 주로 교체로 투입한다. 상대가 힘이 빠져 발이 느려진 순간 이동경을 ‘슈퍼 조커’로 내보낸다. 이동경은 폭발적인 움직임으로 분위기를 반전 시키는 매력이 있다. 왼발이 자신 있다 보니 과감하게 왼발 슛을 많이 때린다. 인천전에서도 들어가자마자 왼발 중거리슛을 꽂았다. 잘 나가는 이동경 옆에는 울산 동료이자 선배 ‘블루 드래곤’ 이청용(33)이 있다. 축구 센스가 뛰어난 이청용은 볼을 가지고 움직이며 동료가 최상인 위치를 파악한다. 인천전에서도 수비가 따라붙지 않자 이동경에게 패스를 내줬다. 이동경은 경기 후 “청용이 형은 가까이서 보고만 있어도 배울 게 많은 선수다. 본인이 가진 걸 가르쳐 준다”고 고마워했다. 이동경과 이청용의 활약 덕분에 울산은 최근 3연승 포함 7경기 연속 무패(5승 2무)를 달리며 선두(승점 54)다. 2경기를 덜 치른 2위 전북 현대와 승점을 7점 차로 벌렸다. 이동경 별명은 ‘도쿄 리’다. 이름이 올림픽 개최지 도쿄의 한자 독음 ‘동경’과 같아서다. 도쿄는 그에게 특별한 장소였지만 올림픽에서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한국 올림픽축구 대표팀은 7월 31일 멕시코와 8강전에서 3-6 참패를 당했다. 이동경은 왼발로 2골을 넣으며 고군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올림픽팀 에이스였던 이동경은 경기 후 눈물을 흘렸다. 앞서 이동경은 뉴질랜드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상대 선수 악수를 거부하는 듯한 행동으로 논란이 됐다. 이동경은 도쿄에 다녀온 뒤 한층 성숙해졌다. 올림픽을 준비하며 체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자신감도 부쩍 늘었다.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도 최근 이동경의 활약이 반갑다. 이동경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1, 2차전 명단에 뽑혀 대표팀에 합류했다. 이동경은 A대표팀에서도 왼발 킥을 정조준한다. 이동경은 “컨디션이 좋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이 있다면 최대한 잘하고 싶다. (올림픽을 비롯해 바쁜 해를 보내고 있지만) 힘든 것은 없다. 선수가 계속 경기장에 나가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공격수다보니 찬스에서 득점에 신경 쓰겠다. 한국이 월드컵을 나갈 수 있게하는 시작점에서 최대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박린 기자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2021.08.31 06:00
스포츠일반

17일간의 열전…줄어든 금메달, 더 적어진 획득 종목

도쿄올림픽이 8일 밤 17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5회 연속 올림픽 종합 10위를 목표로 했던 한국 선수단은 최종 16위로 대회를 마쳤다. 사상 첫 종합 10위에 오른 1984년 LA올림픽 이후 가장 낮은 순위다. 금메달(6개)을 획득한 종목이 3개(양궁·펜싱·체조)에 불과하다.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선 8개 종목, 2012년 런던 대회에선 7개 종목에서 금맥을 캤다. 직전 2016년 리우 대회에서도 골프를 비롯한 5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금메달을 4개 휩쓴 양궁이 아니었다면 더 낮은 순위표에 자리할 수 있었다. 국제대회 경쟁력도 숙제로 남았다. 5년 전 리우 대회 때만 하더라도 순위에서 앞섰던 헝가리, 쿠바, 뉴질랜드, 브라질, 캐나다 등에 모두 뒤처졌다. 리우 때 3개 차이였던 '아시아 라이벌' 일본(27개)과의 금메달 격차도 21개까지 벌어졌다. 한국은 전체 메달이 20개(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지만 일본은 사상 최다인 58개(은메달 14개, 동메달 17개)를 휩쓸었다. 자국에서 열린 대회의 이점을 잘 살려 유도, 체조, 스케이트보드, 야구, 펜싱, 권투, 탁구 등 다양한 종목에서 강세를 보였다. 한국은 한때 '메달밭'이던 유도, 레슬링, 사격이 노골드에 그쳤다. 특히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태권도에서 사상 첫 단 하나의 금메달도 따내지 못하는 굴욕을 당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한국에 돌아가면 각 연맹 관계자, 전문가들과 근본적인 문제를 같이 한 번 성찰하겠다"고 말했다. 수확이 없었던 건 아니다. 수영에서 각종 기록을 갈아치운 황선우(18·서울체고), 4년 만에 높이뛰기 한국신기록을 세운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 사상 첫 부녀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된 체조 여서정(19·수원시청) 등 2024년 파리올림픽이 기대되는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경쟁력이 떨어진 종목을 끌어올리면서 메달권 선수들의 경기력을 유지하는 게 대한체육회의 숙제로 남았다. 이번 대회 욱일기를 둘러싼 논란도 뜨거웠다. 지난 5일 열린 스포츠클라이밍 남자 콤바인 결선 볼더링 3번 과제 암벽이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외신에서도 '욱일'을 의미하는 '라이징 선(Rising Sun)'이라고 3번 과제를 지칭하기도 했다. 이기흥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욱일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문서로 받았다"면서도 볼더링에 대해선 "형상물로 봐야 하지 않나 싶다.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도쿄=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1.08.08 22:52
스포츠일반

하필 우크라이나를 러시아로...조직위 잘못 호명한 다음날 즉각 사과 발표

2020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메달 시상식에서 엉뚱한 국가명을 호명하는 실수를 저지른 후 즉각 사과했다. 미국 AP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4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아티스틱 스위밍 듀엣 자유종목(프리 루틴) 메달 시상식에서 일어났다. 당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스베틀라나 콜레스니첸코-스베틀라나 로마시나 조가 금메달을 받았고, 중국의 황쉐천-쑨원옌 조가 은메달, 이어 우크라이나의 아나스타샤 사부크-마르타 페딘 조가 동메달을 땄다. 문제는 메달 수여 과정에서 장내 아나운서가 동메달을 받은 우크라이나 선수들을 ‘러시아올림픽위원회’로 잘못 호명했다. 올림픽 시상자 발표는 개최지 언어인 일본어와 영어, 프랑스어로 이뤄지는데 프랑스어 발표에서 우크라이나 차례에 ROC로 잘못 발표된 것이다. 조직위원회 측은 하루가 지난 다음에야 사과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다카야 마사노리 대회 조직위원회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의 국가명이 잘못 호명되는 일이 있었다”며 “우크라이나 측에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는 “순전히 운영상 실수”라며 의도하지 않은 사고라고 강조했다. 조직위는 단순 실수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민감한 관계를 고려해 공식 사과 발표로 진화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조직위원회는 지난달 홈페이지에 게시된 지도에서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묘사했다가 우크라이나 측 항의를 받고 수정한 바 있다. 분쟁지역인 크림반도는 러시아가 7년째 점령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제법상으로 우크라이나 영토로 인정받고 있다. 당시 IOC는 “서비스 제공자의 실수였다”라고 해명했다. 스포츠 무대에서 양국의 갈등은 올림픽뿐 아니라 다른 대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AP 통신은 “올림픽 개회식에서 한 러시아 TV 방송국은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자국 국기 뒤에서 입장하기 직전에 방송을 중단했다. 방송은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지나간 후에 복구됐다”며 “올해 유로 2020에서 우크라이나 대표팀은 유니폼에 크림반도를 포함한 국경 윤곽을 새겨 러시아 대표팀 관계자의 항의를 받았다”고 양국의 신경전을 전했다. 차승윤 인턴기자 2021.08.05 15:47
스포츠일반

'도쿄리' 멀티골에도, 도쿄올림픽 8강 탈락…멕시코에 3-6 참패

‘도쿄 리’ 이동경(울산)의 멀티골에도, 한국축구가 도쿄올림픽 8강에서 탈락했다. 멕시코에 6골을 내주며 참패를 당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31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8강전에서 멕시코에 3-6으로 졌다. 한국은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9년 만에 4강 진출을 노렸지만 허무하게 졌다. 멕시코 개인기와 기술에 한국 수비진이 ‘와르르’ 무너졌다. 이동경(울산)이 전·후반에 한 골씩 만회했다. 이동경 별명은 ‘도쿄 리’다. 이름이 올림픽 개최지 도쿄의 한자 독음 ‘동경’과 같아서다. 하지만 이동경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김학범 감독은 측면수비수 김진야를 윙포워드로 올리고, 황의조(보르도)와 이동준(울산)을 선발로 내세웠다. 온두라스와 3차전에서 6-0 대승을 거뒀을 때와 비슷한 전술이었다. ‘강 대 강’으로 나섰지만 한국은 전반에만 3실점했다. 멕시코가 전반 11분 베가의 크로스를 로모가 헤딩으로 떨궈줬고, 이 공을 마틴이 재차 헤딩으로 마무리했다. 이동경이 전반 20분 아크 오른쪽에서 한 번 접은 뒤 주특기 왼발 중거리포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하지만 전반 30분 베가의 침투패스를, 로모가 완벽한 첫 터치 후 논스톱슛으로 골 망을 흔들었다. 전반 38분 강윤성(제주)의 푸싱 파울로 페널티킥이 선언돼, 코르도바에게 세 번째 골을 내주며 전반을 1-3으로 마쳤다. 리듬을 탄 멕시코의 기세는 대단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전반 막판 이동경의 슛이 골키퍼 오초아 손 맞고 골대 맞은 장면이 아쉬웠다. 후반 6분 이동경이 문전에서 강력한 왼발슛으로 2-3을 만들었다. 하지만 곧바로 프리킥 상황에서 마틴에게 또 헤딩 골을 내줬다. 비디오판독(VAR)을 했지만 상대 득점이 인정됐다. 한국 수비수들이 너무 덤벼들고 앞만 봤다. 계속해서 수비 뒷공간을 내줬다. 또 후반에 코르도바에게 왼발 중거리슛을 얻어맞았다. 이어 에두아르도에 6번째 실점을 내줬다. 소속팀 반대로 차출이 불발 된 중앙수비 김민재(베이징 궈안)가 떠오르는 한 판이었다. 멕시코는 이미 조별리그에서 8골을 몰아쳤고 7명이나 골 맛을 봤다. 한국은 마틴, 로모, 코르도바 등에게 실점했다. 한국은 중원을 거쳐가는 공격이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이강인이 후반에야 교체투입됐지만 이미 넘어간 흐름을 바꿀 수는 없었다. 백전노장 골키퍼 오초아의 벽은 높았다. 후반 추가시간에 황의조가 헤딩골을 만회했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한국은 올림픽에서 멕시코에 2승2무였지만 이번에 첫 패배를 당했다. 요코하마=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2021.07.31 21:57
스포츠일반

이유있는 日소프트볼 金...'5개년 계획'으로 아낌없이 투자했다

공짜 금메달은 없었다. 일본이 5년 동안 칼을 갈고 준비한 끝에 2회 연속 소프트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본 대표팀은 27일(한국시간)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소프트볼 결승에서 미국을 2-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철저한 준비 덕분이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28일 “일본 소프트볼의 젊은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5개년 계획이 꽃을 피웠다”라며 소프트볼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대표팀의 준비 과정을 소개했다. 시작은 2014년 추가 종목 제안 개혁안이었다. 일본 소프트볼협회는 2014년 1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개최지가 지정 종목 추가를 제안하는 개혁안을 승인하자마자 재빠르게 움직였다. 이어 2016 8월 소프트볼 부활이 공식 결정되자 협회는 본격적으로 계획에 시동을 걸었다. 신인 발굴부터 출발했다. 광범위한 후보군을 수집해 조사했다. 마이니치는 “협회는 일본 리그 감독, 대학 관계자에 추천을 의뢰해 24세 이하 후보 선수 144명을 모았다”라며 “2015년 4월 선발회에서 이들을 34명으로 좁혔고 1군과 별도로 신인 중심인 두 번째 팀을 편성해 국내 합숙, 해외 원정을 별도로 실시했다”라고 전했다. 신인 육성의 성과는 확실했다. 마이니치는 “이번 대회 홈런 3개인 후지타 야마토와 주전 포수 아가츠마 하루카 등 6명이 이 과정을 거쳐 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했다”라고 전했다. 1군 팀에 대한 투자도 대폭 늘렸다. 마이니치는 “국가 등이 지원하는 보조금은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사라진 이후 서서히 감액되어 지난 2013년 2400만엔까지 떨어졌다”라면서 “당시 합숙조차 실시할 수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복귀가 확정된 2016년 약 7500만엔, 2019년에는 약 1억6600만엔까지 보조금이 대폭 증가했다. 투자에 따라 인프라도 바뀌었다. 매년 170일 가량, 총 3년간 합숙을 통해 선수 선발과 육성을 진행했다. 또 상대팀, 특히 소프트볼 최강자 미국에 대한 분석도 진행했다. 야바타 신스케 일본협회 선수강화본부장은 마이니치와 인터뷰를 통해 “결국 미국이다”라며 “미국을 이기지 않으면 금메달은 없었다”라고 미국 분석에 집중했다고 답했다. 매체는 협회가 영상 분석 및 변화구 재현이 가능한 배팅 머신, 공 궤도 확인이 가능한 VR 기기 등을 활용해 미국 상대 대책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 대한 만전의 준비는 결승전 무대에서 빛을 발했다. 일본 대표팀은 결승전에서 미국을 꺾으면서 13년만에 다시 금메달을 따냈다. 매체는 야바타 본부장의 발언을 인용해 “공평, 객관성을 담보하면서 조직적으로도 깔끔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면서 “협회의 장기적인 안목과 세심한 대처가 올림픽 무대에서 꽃을 피웠다”고 호평했다. 차승윤 인턴기자 2021.07.2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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