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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 로하스, 우즈·테임즈와 어깨 나란히

멜 로하스 주니어(30·KT)가 2020년 KBO리그 최고의 선수로 인정 받았다. 로하스는 30일 서울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2020 KBO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한국야구기자회 소속 언론사, 각 지역 언론사 취재기자 112명이 행사한 투표(만점 896점)에서 로하스는 653점을 획득, 2위 양의지(NC·374점)를 제쳤다. 이로써 로하스는 투수를 포함해 역대 6번째, 타자로는 3번째로 MVP를 차지한 외국인 선수가 됐다. KT는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시즌 MVP를 배출했다. 미국으로 떠나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로하스는 "이강철 감독님과 코치, 동료, 프런트의 지원 덕분에 타격 4관왕과 MVP를 수상할 수 있었다"는 영상 메시지를 전했다. 로하스는 2020 정규시즌 출전한 142경기에서 타율 0.349·47홈런·135타점·116득점·출루율 0.417·장타율 0.680을 기록했다. 홈런·타점·득점·장타율 등 4관왕을 차지했다. 최다 안타 2위, 타율과 출루율은 3위에 올랐다. 양의지가 NC의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이끈 공로를 앞세워 MVP에 도전했지만, 로하스가 이겼다. 로하스는 2017년 6월, 조니 모넬의 대체 선수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메이저리그(MLB) 경력이 없었고, 마이너리그 기록(837경기 타율 0.258)도 저조했다.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그는 KBO리그 데뷔 첫 10경기 타율도 0.167에 그쳤다. 미국으로 날아가 로하스 영입을 주도한 이충무 KT 운영 차장은 "로하스의 빠른 공 대처는 KBO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수준으로 봤다. 하체를 잘 활용하는 타격도 인상적이었다. 변화구 대처 능력도 좋은 타자였다"고 돌아봤다. 로하스는 7월 이후 출전한 68경기에서 타율 0.305·17홈런·장타율 0.596를 기록했다. 2018 정규시즌에서는 43홈런을 치며 이 부분 공동 2위에 올랐다. 로하스는 야구 집안에서 태어났다. 부친 멜 로하스 시니어는 MLB 통산 525경기에 등판, 126세이브를 기록한 투수였다. 사촌 모이세스 알루는 현역 시절, 올스타만 6번 선정된 스타 플레이어다. 로하스의 시선도 항상 MLB를 향했다. 2018시즌 종료 뒤 KT가 재계약 제안을 했을 때도 고민했다. 그러나 MLB 구단의 계약 조건은 성에 차지 않았다. KBO리그에서 기량을 더 갈고닦기로 결심했다. 2019시즌 대비 애리조나(미국)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그는 "KBO리그에서 최고 선수가 된다면 더 좋은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KBO리그에서 더 성장했다. 스위치 히터인 로하스는 우타석에 들어서면 위압감이 떨어졌다. KBO리그 데뷔 직전, 귀넷 브레이브스(애틀란타 산하 트리플A) 소속으로 뛴 마이너리그에서도 우타석 타율이 0.248에 그쳤다. KBO리그에서 뛴 2017~18시즌에도 좌타석(타율 0.308)보다 우타석(타율 0.276) 기록이 저조했다. 그는 타격 자세와 메커니즘에 변화를 주며 좌투수 상대 변화구 대응력을 키워갔다. 올해는 우타석에서 타율 0.379·13홈런을 기록했다. 벌크업 여파로 움직임이 둔해지자, 올 시즌을 앞두고 체질 개선에 힘을 썼다. 유연성을 키운 덕분에 더 좋은 타구를 생산할 수 있었고, 더 민첩한 외야 수비도 보여줬다. 지금까지 MVP를 수상한 외국인 타자는 타이론 우즈(1998년·OB 소속)와 에릭 테임즈(2015년·NC 소속)뿐이었다. 우즈는 외국인 선수 제도 원년(1998년) 42홈런을 터뜨렸다. '국민 타자' 이승엽과 홈런왕 경쟁을 펼치며 리그를 달궜다. 테임즈는 2016년에는 역대 최초로 40홈런-40도루를 달성했다. 로하스가 두 타자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인정받으며 역대 최고 외국인 타자 계보를 이었다. 이제 관심은 로하스의 거취에 쏠린다. MLB와 일본 구단이 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나온다. 지난해 두산의 통합 우승을 이끌며 MVP를 수상한 조쉬 린드블럼도 KBO리그에서 향상된 기량을 인정받고 밀워키와 계약했다. 테임즈도 마찬가지였다. 로하스는 MVP 수상 뒤 "내년에도 KT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며 잔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편 최우수신인선수(신인상)는 KT 소형준(19)이 차지했다. 560점 만점에 511점을 획득했다. 소형준은 2020 정규시즌에서 13승6패·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류현진 이후 14년 만에 10승 이상 올린 고졸 신인 투수가 됐다. KT는 2018년 야수 강백호에 이어 두 번째로 신인왕을 배출했다. 소형준은 "단 한 번뿐인 상을 받아서 영광이다. 이강철 감독님과 선배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는 소감을 남겼다. 안희수 기자 2020.11.3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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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스-페르난데스, '타신전쟁'

KBO리그 최고의 '타격 머신'들이 한국시리즈로 가는 길목에서 만났다. 2020년 플레이오프(PO·5전3승제)는 멜 로하스 주니어(30·KT)와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2·두산)의 화력 대결로 압축된다. 정규시즌 2위 KT와 준PO 승자 두산이 9일부터 고척 스카이돔에서 PO를 치른다. 시즌 상대 전적은 KT가 9승 7패로 앞서 있다. 그러나 두산은 최근 5년(2015~19)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른 전통의 강호다. 예측불허의 승부다. 단기전은 기세 싸움이다. 분위기를 바꾸는 '한 방'이 흐름을 바꾼다. 1·2선발 투수가 차례로 등판하기 때문에 다득점 경기가 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따라서 중심타자가 시리즈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로하스와 페르난데스가 그 주인공이다. 로하스는 2020년 최고 타자다. 정규시즌 14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9, 135타점, 116득점, 출루율 0.417, 장타율 0.680을 기록했다. 타점, 득점, 홈런 그리고 장타율 1위에 올랐다.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가 KBO리그 전체 1위인 7.93이다. 강력한 시즌 최우수선수(MVP) 후보다. 로하스는 올 시즌 한층 성장한 타격 능력을 보여줬다. 스위치 히터인 그는 2017~19년 좌투수(우타석) 상대 타율 0.276를 기록했다. 우투수 상대 타율(0.308)보다 낮았다. 겨우내 타격 스탠스에 변화를 주며 변화구 대처 능력을 향상했다. 김강 KT 타격 코치와 함께 진행한 스윙 변화가 성공했다. 이전까지 로하스는 웨이트트레이닝 강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지난겨울에는 체중 감량과 유연성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장타력이 오히려 상승했다. 로하스는 "유연성이 생겨 더 좋은 타구를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로하스는 7월까지 타율 0.387의 맹타를 이어갔다. 8월 23경기에서는 타율 0.206에 그쳤지만, 9월 이후 49경기에서 타율 0.368·47타점을 기록하며 반등했다. 10월에만 타율 0.388·9홈런을 기록했다. 이 기간 득점권 타율은 무려 0.467. 감기몸살로 시즌 막판 몇 경기에 빠졌지만, 그는 "더 큰 무대를 위해 잘 쉬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두산전 성적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16경기에서 타율 0.296를 기록했다. 두산 외국인 선발투수 라울 알칸타라를 상대로 8타수 2안타, 크리스 플렉센에게는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대신 클러치 능력이 뛰어났다. 두산전 득점권 타율은 0.357. 결승타도 3개가 있었다. 고척 스카이돔 8경기에서 로하스는 타율 0.517(35타수 15안타), 장타율 1.034로 매우 강했다. 페르난데스는 안정감이 매우 뛰어난 타자다.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안타(199개)를 쳐냈다. 2019년에 이어 이 부문 2연패다. 올해 타구 방향(좌측 183개, 가운데 132개, 우측 228개)도 고른 분포를 보였다. 약점을 보이는 투수 유형도 없다. 우투수 상대 타율 0.330, 좌투수 0.367, 언더핸드 투수 0.327를 기록했다. 페르난데스는 KT와의 16경기에서 타율 0.333을 기록했다. KT 원투펀치도 잘 공략했다. 1차전 선발투수로 낙점된 우완투수 소형준에게 타율 0.417(12타수 5안타), 2차전 선발이 유력한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에게 0.385(13타수 5안타)를 기록했다. 페르난데스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13타수 1안타에 그쳤다. 그는 LG와의 준PO를 앞두고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자신의 말을 지켰다. 5일 열린 준PO 1차전 1회 말 LG 선발투수 이민호를 상대로 우월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2차전에서도 빅이닝(7득점)을 만든 4회 초 2사 3루에서 진해수를 상대로 적시타를 쳤다. 두산은 준PO에서 3번 타자 오재일이 타율 0.222, 4번 김재환이 타율 0.143에 그쳐 고민이 있다. 김재환은 KT와의 정규시즌에서 타율 0.234에 그쳤다. 2번 타자로 나서는 페르난데스가 키플레이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1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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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박자' 강백호-로하스, 조합 시너지가 필요해

멜 로하스 주니어(30)의 방망이가 차갑게 식었다. KT는 올 시즌 내내 3·4번 타자의 시너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로하스는 7월까지 KBO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였다. 타율(0.387), 최다 안타(108개), 홈런(25개), 타점(65개), 득점(63점), 출루율(0.443), 장타율(0.746) 부문에서 모두 리그 5위 안에 들었다. 2010년 이대호(롯데) 이후 10년 만에 타격 7관왕에 다가설 것으로 보였다. 로하스는 "겨우내 유연성 강화를 위해 노력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팀 배팅이나 간결한 스윙을 하려고 한다"며 그의 변화를 짚었다. 더 완숙한 스위치 히터로 진화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상대적으로 약했던 우타석에서 변화구 대응력이 좋아졌다. 그러나 로하스의 슬럼프가 길어지고 있다. 로하스는 8월 23경기에서 타율 0.206(97타수 20안타)에 그쳤다. 이 기간 규정 타석을 채운 KBO리그 타자 중 네 번째로 낮은 타율이다. 8월 23~24일 NC전에서 2경기 연속 홈런을 때리며 반등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지만, 이후 6경기에서 타율 0.115, 1홈런에 그쳤다. 시즌 타율은 0.340로 떨어졌다. 홈런은 7개를 때려낼 만큼 로하스의 장타력은 줄지 않았다. 그러나 정교한 타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7월까지 0.22개였던 타석당 삼진은 0.25개로 늘었고, 0.66이었던 뜬공 대비 땅볼 비율은 1.26으로 증가했다. 빗맞은 타구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강백호와의 엇박자도 개막 넉 달째 이어졌다. 3번 로하스가 득점 기회를 만들면, 4번 강백호가 해결하지 못하는 장면이 잦았다. 강백호의 득점권 타율은 0.225에 그쳤다. 대범한 강백호도 데뷔 처음으로 4번 타자로 나서는 상황에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이강철 감독은 "로하스가 앞 타순에서 출루를 많이 하다 보니 오히려 (강)백호가 부담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강백호는 8월부터 회복세를 보였다. 8월 23경기에서 타율 0.352·4홈런·14타점을 기록했다. 득점권 타율도 이전보다 높아진 0.280. 8월 19일 삼성전에서 40일 만에 홈런을 쳤고, 이후 10경기에서 홈런 3개를 추가했다. 강백호가 살아나자 로하스가 침묵에 빠졌다. 지난달 이강철 감독은 "두 타자가 같이 잘 친 경기가 많지 않아서, (두 타자) 사이에 유한준을 포진시킬 생각도 해봤다"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강백호가 부진할 때도 이강철 감독은 타순을 바꾸지 않았다. 두 타자 중 하나는 터진 덕분에 꾸준히 승수를 쌓기도 했다. 그러나 순위 경쟁이 치열해지는 후반기에는 타순의 변화 가능성도 있다. 현재로서는 로하스가 타순 조정의 대상일 수 있다. 강백호의 뜨거운 타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합이 필요하다. 안희수 기자 2020.09.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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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전반기, 구로(구창모+로하스)의 시즌

리그 에이스 계보를 잇는 20대 투수가 나타났다. 10년 만에 타격 7관왕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KBO 리그 전반기는 활력이 넘쳤다. 최고를 노리는 새 얼굴들이 등장한 덕분이다. KBO 리그는 지난 1일까지 총 359경기를 소화하며 전반기를 마감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다. 7월 넷째 주 토요일까지 무관중 경기가 진행됐다. 리그 흥행 저하가 우려됐다. 그러나 치열한 중위권 순위 경쟁이 연일 흥미를 끌었다. 개인 타이틀 경쟁도 뻔하지 않았다. 가장 빼어난 활약을 보여준 두 선수가 있다. NC 좌완투수 구창모(23)와 KT 외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30)다. 구창모는 전반기 등판한 13경기에서 9승·무패·평균자책점 1.55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승률 1위, 다승 2위다. 이닝당 출루허용(0.82), 피안타율(0.178)도 1위에 올랐다.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도 리그 투수 가운데 1위(4.42)다. 2015 신인 드래프트 1라운더다. 데뷔 4년 차던 지난 시즌(2019)에 처음으로 10승(7패)을 거두며 잠재력을 드러냈다. 자질과 경험을 감안해도 성장 속도가 빠르다. 몇 가지 변화가 있다. 겨우내 포크볼을 더 연마했다. 기존 무기인 슬라이더, 커브와 시너지를 냈다. 릴리스 포인트가 높고 일정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선수는 "지난 시즌 허리 부상 뒤 디딤발이 많이 흔들리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이동욱 NC 감독은 직구도 강약 조절을 할 줄 아는 경기 운영 능력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외인 선수가 득세인 개인 타이틀 경쟁에서 국내 투수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과거 류현진(토론토), 양현종(KIA), 김광현(세인트루이스)이 그랬다. 구창모가 에이스 계보를 잇는 선수로 평가받는 이유다. 로하스는 71경기에 출전해 타율 0.389(283타수 110안타)·26홈런·68타점·65득점·출루율 0.446·장타율 0.760을 기록했다. 1일 현재 타율과 득점 2위, 다른 5개 부분(안타·홈런·출루율·장타율·타점)은 모두 1위에 올라 있다. WAR는 리그 선수 전체 1위인 4.96. 65경기 만에 시즌 100안타를 돌파했다. 역대 2위 기록이다. 좌우 편차를 줄인 점도 뜨거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원동력이다. 5월 23일 LG전, 7월 21일 LG전은 좌우 연타석 홈런을 기록했다. 역대 3, 4호 기록이다. 로하스는 "좌우 타석에 들어설 때 타격 자세를 조금 수정한 점도 영향이 있었고, 지난해보다 체중을 감량하고 유연성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도 도루를 제외한 타격 7개 부문 1~2위권을 지키고 있다. 이대호(롯데)가 2010시즌 최초로 해낸 타격 7관왕을 재현할 기세다. 외인 최초 트리플 크라운(타율·홈런·타점 1위)도 마찬가지다. 다른 부문도 개인 타이틀 경쟁은 흥미를 자아낸다. 1일 현재 홀드 부문 1위는 키움 좌완 이영준(29)이다. 이전 세 시즌(2017~2019년) 동안 기록한 홀드는 단 1개다. 손혁 감독 체제에서는 불펜 주축으로 기용되고 있다. 도루 부분도 주목된다. 전반기는 서건창이 1위(16개)를 지켰다. 13개를 기록하며 공동 2위에 올라 있는 NC 애런 알테어(29)와 배정대(25)가 주목된다. 알테어는 마이너리거(싱글A)던 2011시즌에 한 시즌 37도루를 기록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는 10도루 이상 기록한 시즌이 없다. KBO 리그에서는 적극적인 주루를 보여주고 있다. 배정대는 7월에만 도루 8개를 성공시켰다. 추격 기세가 거세다. 롯데 손아섭(32)도 눈길을 끈다. 그는 전반기 69경기 출전, 타율 0.350(266타수 93안타)를 기록했다. 리그 대표 타격 기계로 인정받는 선수지만, 2019시즌 같은 경기 수 출전은 타율 0.289(266타수 77안타)였다. 10시즌 연속 3할 타율도 실패했다. 올 시즌은 명예회복에 나섰다. 아직 선두권과 차이는 크지만, 후반기 눈여겨봐야 할 선수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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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의 엔드게임] 스위치·벌크업…지지 받지 못했지만 로하스는 지지 않았다

2020년 KBO 리그는 멜 로하스 주니어(30·KT)의 것이 되고 있다. 21일 수원 LG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포함해 5타수 4안타(2홈런) 3타점을 올렸다. 21일 기준으로 그는 65경기에서 타율(0.395), 홈런(24개), 타점(63개), 득점(59개), 안타(103개), 장타율(0.755), 출루율(0.446) 등 타격 7개 부문 모두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스위치히터인 그를 '좌타자 로하스'와 '우타자 로하스'로 분리한다면, 아마 둘이 타격 각 부문에서 1·2위를 다툴지 모른다. 그만큼 로하스는 올 시즌 좌·우 타석 가리지 않고 리그 최상급의 정교함과 폭발력을 발휘하고 있다. 로하스에게는 두 차례 전환점이 있었다. 2017년 KT에 입단한 그는 불완전한 스위치히터였다. 왼손잡이인 그가 오른손 타석에 들어서면 테크닉과 파워 모두 떨어졌다. 이승엽 SBS 해설위원은 "로하스가 우타석에 들어서면 투수들이 '생큐'라고 했다"고 전했다. 당시 KT 코칭스태프도 로하스에게 "좌타석에 전념하라"고 조언했다. 로하스가 2018년 스프링캠프에 등장하자 동료들은 그를 한눈에 알아보지 못했다. 체중이 8㎏ 늘어 우락부락한 근육으로 중무장했기 때문이다. 로하스는 "KBO 리그에서 장타를 더 많이 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2018시즌 초반 로하스는 무기력했다. 벌크업 후유증 탓에 스피드가 떨어졌다. 하드웨어가 달라졌지만, 소프트웨어는 그대로인 것 같았다. 스윙이 날카롭지 못했고, 외야 수비 범위도 좁아졌다. 언제든 퇴출당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가 저래서 버틸 수 있을까 싶었다. 당시 20대 나이였던 그는 제법 단단했다. 우타석에 들어서는 걸 포기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자 오른손 스윙을 좌타석에서 타격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기존의 선구안과 정교함에 파워를 보강했다. 더 크고 강해진 몸에 맞는 스윙을 찾았다. 재능 위에서 연구하고, 노력한 것이다. 지난 3년의 과정을 거쳐 '좌타자'와 '우타자', '중거리 타자'와 '장거리 타자'가 융복합하며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근육량을 유지하며 유연성을 강화한 올해는 오히려 우타석 성적이 더 좋다. 스위치히터는 상대 투수에 따라 좌우 타석을 바꿔 활용할 수 있다. 오른손 투수가 던지면 대각 방향인 좌타석에서 공이 잘 보인다. 대부분의 변화구가 먼 곳(바깥쪽)에서 가까운 곳(몸쪽)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대응하기 쉽다. 우타석에서는 오른손 투수의 투구 궤적이 잘 보이지 않는다. "등 뒤에서 공이 날아오는 느낌"이라는 과장도 있다. 스위치히터라면 투수에 따라 유리한 타석을 선택할 수 있다. 타자는 그만큼 편안하고, 투수는 그만큼 불안하다. 장기에서 두 개의 말이 동시에 장을 부르는 양수겸장(兩手兼將)이다. 그런데도 스위치히터는 드물다. 메이저리그(MLB)에서 가장 유명한 스위치히터는 통산 536홈런을 미키 맨틀(1931~95)이다. 현대 야구에서 활약한 타자는 치퍼 존스, 카를로스 벨트란 정도다. MLB 규모와 역사에 비하면 많지 않다. KBO 리그에서는 이종열 박종호 서동욱 최기문 등이 스위치히터였다. 펠릭스 호세가 스위치히터이지만, 좌타석에 비해 우타석 파워가 크게 떨어졌다. 오른손잡이는 왼손으로 밥 먹기조차 어려운데, 양 타석에서 균일한 기량을 보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오른손잡이 김현수(LG)는 초등학교 시절 스위치히터였다가 중학생 때 좌타자로 전향했다. 이정후(키움) 같은 '후천적 좌타자'도 우타석에 굳이 들어서지 않는다. 시야 확보를 하려다 자신이 가진 힘과 기술, 밸런스까지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타석을 포기하라"는 말을 로하스가 자주 들었던 이유다. 로하스는 쉬지 않고 길을 찾았다. 벌크업한 몸으로 타구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김강 KT 타격코치와 함께 스윙을 연구했다. 김 코치는 "기본적으로 로하스는 파워와 배트 스피드를 가지고 있는 타자다. KBO 리그 투수들에게 익숙해지면서 여유도 생겼다"라고 말했다. '우타자 로하스'는 지안카를로 스탠턴(31·뉴욕 양키스)의 타격에서 힌트를 얻었다. 상·하체 움직임이 작은 자세로 강력한 허리 회전을 만든 것이다. 이를 위해 스탠스도 교정했다. 김 코치는 "우타석에서 로하스는 클로즈드 스탠스(closed stance·앞발을 닫는 자세)로 쳤는데, 스퀘어 스탠스(square stance·두 발이 평행을 이루는 자세)로 수정했다. 좌타석에서는 반대로 오픈 스탠스(open stance)였지만, 역시 스퀘어 스탠스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로하스는 양쪽 타석에서 자신에게 맞는 스윙을 꾸준히 찾아왔다. 이를 함께 고민해준 김 코치를 향해 엄지를 척 올렸다. 이종열 SBS 해설위원은 "스탠스 변화는 눈에 크게 띄진 않는다. 대신 로하스는 이를 통해 기술적·심리적 안정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로하스는 좌·우타석 모두에서 밀어칠 수 있는 파워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변화구 대처 능력까지 더했다. 상대적으로 약했던 우타석에서 변화구 대응 능력이 아주 좋아졌다. 런지(lunge·무릎을 굽힌 자세)에서 좋은 타구가 자주 나온다"고 말했다. 좌타석에서는 빠른 공에 더 강하다. '좌타자 로하스'와 '우타자 로하스'는 생김새가 같지만, 기술적으로 미묘한 차이가 있는 이란성 쌍둥이다. 타석을 바꿀 때 다른 배트를 쓴다. 스위치히터는 다른 타자보다 더 많이 훈련해야 한다. 로하스가 항상 동료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하는 이유다. 양쪽에서 티배팅을 하고, 배팅 프랙티스(투구가 던져주는 공을 치는 훈련)는 상대 선발 투수에 따라 한쪽에서만 한다. 현역 시절 양손타자였던 이 위원은 "스위치히터가 되면 양쪽 스윙 밸런스가 좋아지는 효과가 나오기도 한다. 로하스는 지금 그런 단계에 올랐다"고 말했다. 많은 타자가 스위치히터가 되지 못한 이유는 이 위원이 말한 '경지'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대 타석에서 시행착오를 겪어야 답을 찾을 수 있는데, 그 전에 대부분의 선수와 코치가 포기한다. 로하스도 3년 전 그런 처지였다. 로하스는 "스위치히터는 공을 보는 데 이점이 있다"면서도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남들보다 두 배로 훈련해야 한다. 그럴 각오가 돼 있다면 젊은 선수들에게 스위치히터가 되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로하스는 지지받지 못했다. 그러나 지지 않았다. 김식 스포츠팀장 2020.07.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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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수원 스타]'타격 7부문 선두' 로하스 "유연성이 생긴 덕분이다"

타격 7개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는 KT 외인 멜 로하스 주니어(30)가 연패에 빠진 팀을 구했다. 그야말로 미친 타격이었다. 로하스는 21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LG와의 주중 3연전 첫 번째 경기에서 3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5타수 4안타(2홈런)·3타점·2득점을 기록하며 KT의 10-9 승리를 이끌었다. 단연 MVP(최우수선수)다. KT가 0-4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추격하는 1점, 7-8로 추격한 7회말 무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동점 솔로포를 쳤다. 마무리투수 김재윤이 9회말 2사 뒤 김용의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하며 9-9 동점이 된 상황에서 나선 9회말 타석에서는 상대 투수 여건욱으로부터 우월 끝내기 솔로포를 때려냈다. 홈런 2개를 추가한 로하스는 시즌 24호포를 기록하며 2위와의 격차를 6개로 벌렸다. 타율은 0.395. 4할에 육박했다. 타점(63점), 득점(59점), 출루율(0.446), 장타율(0.755), 최다 안타(103개)까지 7개 부문 선두를 굳게 지켰다. 경기 뒤 로하스는 "오늘 경기에서 투수들이 좋은 공을 주지 않았지만, 끝내기 홈런을 친 공은 공략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빗맞아서 담장을 넘길 줄 몰랐다. 맞바람이 불기도 했다. 운이 좋았다"고 했다. 8회 동점 홈런에 대해서는 "초구는 장타를 노렸지만, 이후에는 출루에 집중한 타격을 했다"고 설명했다. 로하스는 시즌 내내 페이스가 좋다. 슬로우스타터 기질까지 사라졌다. 이전에는 "날씨가 춥지 않은 시점에 개막을 한 덕분이다"고 했다. 현재 그는 리그 최고 타자다. 이에 대해서는 "이전에는 벌크업에 매진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체중 감량을 조금 했고, 유연성을 기르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강철 감독님과도 교감한 부분이다. 유연성이 생기면서 더 좋은 타구를 생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원=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07.2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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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피플] '장타' 퍼즐 끼운 이정후, '완성형 타자'로 진화

2017년에 데뷔한 이정후(키움·22)는 '완성형 타자'에 가깝다는 극찬을 받았다. 첫해 179안타를 때려냈다. 1994년 작성된 고졸 신인 최다안타(134개·김재현)와 신인 최다안타(157개·서용빈) 기록을 23년 만에 모두 갈아치웠다. 높은 출루율을 바탕으로 신인 최다득점(111·종전 유지현 109득점) 기록까지 경신했다. 흠잡을 곳 없는 성적이지만 보완점이 없던 건 아니다. 장타가 부족했다. 첫 시즌 이정후의 장타율은 0.417이다. 규정타석을 채운 46명 중 43위. 2년 차인 2018년 0.477로 상승했지만 리그 평균(0.498)보다 낮았다. 지난해에는 0.456로 전년 대비 소폭 하락했다. 홈런도 매년 2개→6개→6개로 적었다. 다만 통산 타율(0.338)이 워낙 높아 장타력의 아쉬움을 채우고도 남았다. 자칫 장타 욕심을 내다 타격 밸런스가 깨질 위험도 있었다. 키움 코칭스태프에서도 이정후에게 장타를 강요하지 않았다. 자신의 생각은 달랐다. 이정후는 올 시즌을 앞두고 모험을 걸었다. 더 많은 장타를 때려내기 위해 트레이닝 파트와 협의하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힘을 길렀다. 그는 "시즌 전 트레이닝 파트에서 2~3년 기간을 두고 몸을 만들자고 제안했다"며 "강한 타구를 만들기 위해 힘을 기른 것도 있다. 올 시즌은 휴식기 없이 일정을 소화해야 해서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15일까지 기록한 장타율이 0.617이다. KT 멜 로하스 주니어(0.719)에 이어 리그 2위. 에런 알테어(NC·0.612) 로베르토 라모스(LG·0.602)를 비롯한 쟁쟁한 외국인 홈런 타자보다 장타율이 더 높다. 데뷔 후 3년 동안 단 한 번도 5할대 장타율을 넘어선 적이 없는데 올해 단숨에 6할대 장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놀라운 발전이다. 이건우 키움 트레이닝코치는 "비시즌에 근력 운동을 중심으로 힘을 키웠고 유연성도 강화했다. 시즌이 시작된 후에는 유연성 운동을 하면서 근력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부상 없이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성실히 훈련하는 모습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거 같다"고 했다. 단순히 장타율만 올라간 게 아니다. 타율이 0.363으로 리그 3위. 국내 선수 중에선 1위이다. 장타가 많아지면 보통 삼진이 비례할 수 있지만, 이정후는 다르다. 삼진(20개)보다 더 많은 볼넷(25개)을 골라낸다. 장점인 콘택트 능력을 유지하면서 장타율까지 급증하니 투수의 숨이 막힌다. 강병식 키움 타격코치는 "장타력이 좋아지면서 상대한테 주는 위압감도 커졌다. 팀 입장에서는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는 타자가 중심 타선에 있으니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흡족해했다. 손혁 키움 감독은 올 시즌 이정후를 3번 타순에 기용한다. 테이블 세터와 4번 타자를 연결하는 역할이다. 상황에 따라 단타와 장타를 자유자재로 쏘아 올리니 타선의 화력이 극대화된다. 강 코치는 "소속 선수를 평가하라면 좋은 이야기만 할 수밖에 없어 조심스러워진다. 그래도 굳이 평가하라면 최고의 선수라고 말하고 싶다"며 "지금도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도 좋은 모습만 보여줄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타고난 컨택트 능력에 '장타' 퍼즐을 끼운 이정후. 누구도 공략하기 힘든 진짜 '완성형 타자'로 진화하고 있다. 고척=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0.07.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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