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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있는 베테랑 군단 보며 깜짝 놀란 이다현, 트라우마는 없다..."우리도 그런 모습으로 가는 길"

프로 데뷔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챔프전) 출전을 앞둔 이다현(23)은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이다현은 18일 서울 호텔 리베라 청담에서 열린 2023~24 도드람 V리그 포스트시즌(PS) 미디어데이에 참석했다. 현대건설의 정규리그 1위를 이끈 주역 중 한 명인 그는 이날 '봄 배구' 무대를 향한 각오를 진솔하게 전했다. 현대건설은 극적으로 1위를 확정했다. 지난 16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3-1로 승리하며, 꼭 필요했던 승점 3을 확보했다. 최종 전적은 26승 10패, 승점 80이었다. 만약 5세트 승부를 치렀다면, 승점 2 추가에 그치며 흥국생명과 같은 승점(79)을 기록하게 됐다. 이 경우 28승(8패)을 거둔 흥국생명에 다승에서 밀리며 1위에 오르지 못했다. 이다현은 페퍼저축은행전을 돌아보며 "승점 3을 무조건 따야 하는 상황에서 1세트를 내줬다. 우리 리듬이 나쁘진 않았다. 상대가 잘 했다고 생각하고, 부담을 내려놓았다. 페퍼저축은행이 리시브가 잘 되고 있다는 걸 알고, 1세트가 끝난 뒤 전략을 바꾼 게 주요했다"라고 돌아봤다. 현대건설은 징크스를 지웠다. 2019~20시즌과 2021~22시즌 1위를 차지했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리그가 중단되거나 포스트시즌이 열리지 않으며 통합 우승 기회를 놓쳤다. 지난 시즌은 막판에 경기력이 떨어지며 흥국생명에 2위를 내줬다. 챔프전 직행은 2010~2011시즌 이후 13시즌 만이다. 이다현은 "그동안 1위를 하고도, 챔프전이 열리지 않거나, 막판에 놓친 시즌이 있었다. 그래서 더 정규리그 1위가 간절했다. 팀원들이 뭉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현대건설은 100% 전력으로 PS를 치르기 어려운 상황이다. 팀 리더이자 주전 미들블로커 양효진이 목 부위 디스크 증세로 주춤하다. 정규리그 막판, 수비 기여도가 높은 위파위 시통이 부상으로 이탈한 사이 급격히 흔들렸던 현대건설이다. 이다현은 프로 무대 데뷔 뒤 5시즌을 치르며 국가대표 미들블로커로 성장했다. 하지만 챔프전 출전은 앞서 언급한 '불운' 탓에 첫 출전이다. 의욕이 남다르다. 이다현은 "배구는 팀 스포츠이기 때문에 개인 역량보다 팀워크가 더 중요하다. 자신에게 공격 기회가 왔을 때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양)효진 언니 컨디션이 안 좋은 건 6라운드 초반부터 느꼈다. 내가 더 많은 공격을 할 수 있도록 (세터) 다인 언니와 얘기를 많이 할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 이다현은 데뷔 첫 PS 무대였던 지난 시즌(2022~23) 플레이오프(PO)에서 패배감을 느꼈다. 베테랑이 많은 한국도로공사 선수들의 여유 있는 플레이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시리즈 전적 2전 2패로 탈락한 것. 1년 전 PO 경험은 이다현에게 자양분이 됐다. 그는 "한국도로공사가 챔프전을 치르는 경기를 많이 봤다. (도로공사) 언니들은 우리(현대건설)과 경기를 하기 전에도 모두 웃고 있었다. 어떻게 그렇게 힘을 빼고 경기를 하는지 놀랐고, 배우고 싶었다"라고 전한 뒤 "우리도 그런 모습으로 가는 프로세스에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단기전은 개인 평균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팀 승리를 이끄는 선수가 등장한다. 지난 시즌 흥국생명과 한국도로공사의 챔프전에선 한국도로공사 신인 아웃사이드 히터 이예림이 서브로 '게임 체인저' 역할을 했다. 이다현은 올 시즌 자신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으냐는 물음에 "결국 그런 퍼포먼스는 연습량에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청담=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3.1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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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안팎 살림꾼' 유서연, GS칼텍스 상위권 수성 숨은 공신

조명받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내며 기여하는 선수가 있다. 부정적인 전망을 비웃고 V리그 여자부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GS칼텍스 유서연(24)이 그런 존재다. GS칼텍스는 개막 전까지 중·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지난 시즌 5위에 그쳤고, 전력 보강도 두드러지지 않았다. 주전 세터 안혜진은 훈련 중 왼쪽 어깨 부상을 당해 이탈했다. 하지만 지난주까지 GS칼텍스는 9승 6패, 승점 25를 기록하며 리그 3위에 올라 있다. 입단 4년 차 세터 김지원이 안혜진의 공백을 잘 메웠고, 외국인 선수 지젤 실바와 에이스 강소휘는 막강한 쌍포를 구축했다. 여기에 팀 세 번째 공격 옵션 역할을 해내며 수비 기여도까지 높은 유서연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GS칼텍스가 1위 흥국생명을 잡고 2연패를 끊은 9일 인천 원정에서도 그랬다. 유서연은 1세트 오픈 공격과 서브에이스로 GS칼텍스 득점 포문을 열었다. 세트스코어 1-1로 맞이한 3세트 후반 박빙 승부에선 상대 서버들의 목적타(특정 선수에게 의도적으로 서브를 하는 전략)를 잘 이겨내고, 정확한 서브 리시브로 원활한 공격 연결을 이끌었다. 이날 그는 10득점·공격성공률 40.91%을 기록하며 알토란 같은 활약을 보여줬다. 지난 시즌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자리를 지켰던 유서연은 올 시즌 초반에는 출전 시간이 줄었다. 최은지·권민지와의 경쟁에서 완전히 앞서지 못했다. 하지만 풀세트(5세트) 모두 소화하며 16점을 올린 지난달 22일 한국도로공사전을 기점으로 다시 주전 자리를 되찾았다. 이후 치른 5경기 중 3경기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유서연은 "불안했던 게 사실이고, 이겨내기 위해 노력했다. 코트와 웜업존을 오갔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슬럼프를 이겨낸 비결을 전했다.현재 유서연은 실바와 강소휘의 공격이 막힐 때마다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리시브 효율 부문 9위(38.13%)에 올라 있을 만큼 수비 기여도도 높다. 공격수 중 이 부문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5명 중 한 명이다. 유서연은 코트 밖에서도 궂은일을 맡고 있다. '젊은 주장' 강소휘를 지원하는 부주장까지 맡고 있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팀에 변화를 주기 위해 강소휘에게 주장을 맡겼고, 그를 지원할 선수가 필요할 것 같아서 (유)서연이에게 부탁했다"라고 전했다. 개막을 준비하는 과정에선 사실상 유서연이 주장이었다. 강소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등 국제대회 일정을 소화하느라 자리를 비우는 날이 많았다. 유서연은 젊은 선수와 베테랑, 코칭스태프와 선수 사이 가교 역할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경험 많은 다른 언니들이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V리그 개막 뒤에는 (강)소휘 언니가 잘 해주고 있어서 그저 코트 안에서 더 잘 뛰려고 하고 있다"라고 웃었다. 어느덧 프로 무대 8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는 유서연. '살림꾼'으로 소속팀 순항에 기여하고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12.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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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스타] 챔프전 흐름 바꾼 '똘끼 충만' 신예..."인천으로 가자"

단기전은 변수가 시리즈 흐름을 바꾼다. 예상하지 못한 선수의 활약이 승패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2022~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챔프전·5전 3승제)에서도 그랬다. 정규리그 1위 흥국생명이 1·2차전을 모두 잡으며 우승을 눈앞에 뒀지만, 신인 선수의 서브에 고전하며 3차전을 내줬다. 한국도로공사(도로공사) 이예은(19)이 그 주인공이다. 도로공사는 2일 홈 코트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챔프전 3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1(22-25, 25-21, 25-22, 25-20)로 승리했다. '클러치 박' 박정아가 24득점·공격 성공률 38.18%를 기록하며 활약했고, 외국인 선수 캣벨도 21득점·공격 성공률 35.19%를 기록하며 박정아를 지원했다. 베테랑 미들 블로커(센터) 배유나는 고비마다 속공과 블로킹 득점을 해냈다. 1·2차전에서 패한 도로공사가 3차전을 잡고 반격했다.. 챔프전 향방은 안갯속이다.이 경기 흐름은 신인 선수 이예은의 손에서 갈렸다. 포스트시즌 '원 포인트 서버'로 나서 존재감을 보여준 그는 2세트 20-20에서 '배구 여제' 김연경을 향해 목적타를 보내 리시브를 흔들고 득점을 끌어냈다. 도로공사는 이예은의 서브 순번에서 연속 4득점 하며 승기를 잡았고, 세트 포인트(24-21)에서 박정아가 퀵오픈 득점을 해내며 세트 스코어 1-1 동점을 만들었다. 이예은은 3세트도 20-21 상황에서 나서 김미연의 리시브를 흔들었다. 22-21에서는 김미연을 향해 서브를 구사, 다시 한번 에이스를 해냈다. 도로공사는 3세트를 25-22로 잡았고, 4세트도 박빙 승부 끝에 먼저 25번째 득점을 해내며 2패 뒤 1승을 따냈다. 경기 뒤 만난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똘끼가 있는 선수를 좋아하는 편"이라며 3차전 '게임 체인저' 임무를 해낸 이예은의 배포를 치켜세웠다. 수훈 선수 인터뷰를 가진 도로공사 주축 선수 박정아는 "(이)예은이 별명이 금쪽이다. 때로는 은쪽이나 동쪽일 때도 있다"며 특유의 개성을 귀띔했다. 배유나도 "처음 봤을 때부터 범상치 않았다"고 했다. 선배들은 중요한 경기에서도 긴장하지 않고 제 몫을 다한 '막내'를 칭찬한 것. 박정아와 배유나 모두 "감독님이나 코트 안 선수들이 바라는 작전을 잘 수행했다. 신인 선수지만 그런 면모로 중요한 경기에 나설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예은은 "긴장되지 않았다"고 해맑게 웃었다. 이유는 코트에 들어가면 선배들이 반기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지시받은 대로 특정 선수에게 목적타를 보내면 그만이었다. 이예은은 "언니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싶었다. 경기 중에는 서브 에이스를 해낸 게 실감 나지 않았지만, 끝난 뒤엔 '포인트를 냈구나' 싶었다"고 웃어 보였다. 사령탑의 말처럼 똘끼가 있느냐는 물음에 그는 "인정한다"고 했다. 장난기 섞인 말투에 솔직한 메시지. 영락없는 요즘 세대였다. 도로공사가 우승하기 위해서는 5차전이 열리는 인천까지 가야 한다. 박정아·배유나 두 선배는 "한 경기, 한 포인트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를 전했지만, 이예은은 "인천으로 가자"라고 크게 외쳐 좌중에 웃음을 안겼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응원했던 언니(박정아·배유나)들과 함께 뛰는 앉아 있는 것만으로 꿈같다"며 다시 배시시 웃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도 이예은의 서브를 막지 못한 점을 언급하며 이 경기 패인으로 삼았다. 기세가 오른 신예 이예은이 시리즈 흐름을 어떻게 바꿀지 관심이 모인다. 김천=안희수 기자 2023.04.02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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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스타]여제에 밀리지 않는 존재감...흥국생명 '신형 엔진' 김다은

새 시즌 흥국생명의 도약은 김다은(21)에 달려 있다. 이 키플레이어는 개막전부터 화끈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김다은은 2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2~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페퍼저축은행과의 홈 개막전에 선발 출전, 14득점을 기록하며 소속팀 흥국생명의 세트 스코어 3-0(25-16, 25-16, 25-16) 승리를 이끌었다. V리그 커리어 한 경기 최다 득점 타이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김다은은 지난 8월 순천에서 열린 KOVO컵에서 한층 향상된 기량을 보여준 선수다. 김연경, 옐레나에 이어 세 번째 공격 옵션으로 기대받고 있다. 흥국생명이 리그 3강으로 평가받는 이유에 성장한 김다은이 있었다. 김다은은 개막전에서 김연경 못지않은 존재감을 보여줬다. 왼쪽·오른쪽 종횡무진이었다. 힘으로 윽박지르다가도 재치 있는 플레이로 완급을 조절한다. 흥국생명 4년 차 아웃사이드 히터 김다은(21)이 성장한 기량을 뽐내며 올 시즌 돌풍을 예고했다 김다은은 1세트 7득점을 기록했다. '배구 여제' 김연경(4점)보다 더 높은 성공률을 기록했다. 흥국생명의 시즌 첫 득점을 자신이 장식했다. 세터 김다솔과의 호흡이 좋았다. 오른쪽에서 시작해 왼쪽으로 이동해 스파이크를 때렸다. 성공률은 54.55%. 페퍼저축은행 블로커 라인은 김연경과 옐레나를 더 경계하는 듯 보였다. 김다은 마치 축구의 리베로처럼 그 빈틈을 노려 상대 코트를 폭격했다. 2세트 7-8로 지고 있던 상황에선 퀵오픈으로 동점, 이어진 상황에선 상대 주포 이한비의 오픈 공격을 블로킹해냈다. 불안정한 세트도 코트 빈 위치를 찔러 넣는 연타로 득점을 만들어냈다. 3세트 6-2로 앞선 상황에선 김다솔의 세트를 받아 완벽한 파이프(후위 공격)를 시도해 상대 코트를 폭격했다. 김연경, 옐레나가 모두 김다은에게 달려들어 멋진 플레이를 칭찬했다. 김다은은 이후에도 퀵오픈, 시간차 공격을 차례로 성공시키며 흥국생명의 리드를 이끌었다. 디그, 리시브 등 수비 기여도도 높았다. 흥국생명은 1~3세트 모두 여유 있게 잡고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김다은은 "(데뷔 처음으로 선발 출장을 해서) 긴장을 했다. 언니들이 도와줘서 잘할 수 있었다"며 웃었다. 김연경과 파트너를 이뤄 공격을 이끈 점에 대해서는 "함께 뛰다 보니 듬직하다"는 속내를 전했다. 유망주였던 김다은은 데뷔 3시즌 동안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 비시즌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강화하며 한층 향상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권순찬 흥국생명 감독도 "아무래도 리시브 부담이 큰 것 같다. 그러나 소통을 통해 멘털 관리에 도움을 줄 것이다. 잘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다은은 "리시브 부담을 최대한 버텨보려고 한다. 올 시즌은 트리플 크라운(한 경기 서브·블로킹·백어택 각 3점 이상)을 해보고 싶다"는 당찬 각오를 전했다. 옆에 있던 김연경이 "그것참 좋다"고 화답했다. 인천=안희수 기자 2022.10.25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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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윤 "리시브 부담? 언니들 덕분에 버텨내"

V리그 1위를 독주하고 있는 여자배구 현대건설이 날개를 달 수 있을까. 백업 레프트 정지윤(21)이 약점을 극복하고 있다. 정지윤의 공격력은 리그 정상급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2018~19시즌 신인상 수상자이고, 2020 도쿄올림픽 배구 대표팀에도 승선했다. 이토록 화려한 이력을 가진 선수가 현재 소속팀에서는 백업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라이트에서 레프트로 포지션을 옮겼기 때문이다. 레프트는 리베로와 함께 서브 리시브를 받아야 한다. 정지윤은 저연차 시절에도 리시브 부담을 숨기지 못했다. 잠시 레프트를 맡은 때도 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올 시즌부터 현대건설 지휘봉을 잡은 강성형 감독은 본격적으로 정지윤의 포지션 전환을 감행했다. 정지윤을 김연경의 뒤를 이어줄 '국가대표 레프트'로 키우려고 했다. 팀은 공격력이 향상할 수 있다. 강 감독은 경험이 많은 고예림과 황민경을 주전 레프트로 기용하면서도 정지윤을 꾸준히 투입했다. 상대 서버는 정지윤을 향해 집요하게 서브를 보내 리시브를 흔들었다. 공격의 시발점인 서브가 흔들리면, 득점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리시브를 제대로 받아내지 못한 선수는 멘털이 흔들린다. 공격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생긴다. 하지만 시즌 반환점을 돌고 4라운드에 돌입한 현재, 정지윤의 서브 리시브는 많이 좋아졌다는 평가다. 강성형 감독은 "이전에는 불안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성장한 것 같다. 이제 나도 안정을 느끼고 있다"라며 웃었다. 팀 선배 황민경도 "정말 많이 좋아졌다. 실수한 순간을 의식할 때도 있는데, 그 부문 극복하면 더 나아질 것"이라며 반겼다. 정지윤은 동료들의 독려에 힘을 얻었다. 그는 "내가 코트에 들어가면 상대가 나에게 서브를 많이 보내는 것을 알고 있다. 잘 되는 날도 있고, 흔들리는 날도 있다. 언니들이 리시브 커버를 많이 해준다. 세터 언니들도 내 리시브가 흔들려도, 뛰어가서 토스로 연결시켜 준다. 불안한 리시브가 나와도 '잘했다'고 독려해준다. 그래서 버티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것 같다"라며 웃었다. 리그 레프트 중 리시브 효율이 가장 높은 선수는 37.83%를 기록한 KGC인삼공사 이소영이다. 정지윤은 올 시즌 출전한 18경기에서 리시브 효율 23.28%를 기록했다. 정지윤은 리시브 능력은 아직 부족하다. 하지만 점차 나아지고 있다. 정지윤이 코트 위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현대건설의 좌측 공격력은 더 좋아진다. 국가대표급 레프트 없이 1위를 질주하고 있는 현대건설이 더 강해진다는 얘기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2.01.03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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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정지윤 "서브 리시브? 언니들 덕분에 편안한 마음으로"

현대건설 토종 레프트 정지윤(20)이 모처럼 코트를 오래 누볐다. 서브 리시브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정지윤은 30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2 도드람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와의 홈 경기에서 출전, 11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세트 스코어 3-1 승리를 이끌었다. 3세트 승부처에서 멋진 디그를 보여줬고, 불안정한 상태로 올라온 공을 연거푸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이날 정지윤은 리시브 효율 25.53%를 기록했다. 좋은 기록은 아니지만, 상대의목적타(서브 리시브를 흔들기 위해 특정 선수에게 집중적으로 보내는 서브)를 잘 견뎠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도 만족감을 전했다. 경기 후 정지윤은 "언니들이 커버를 잘 해주고, 서브 리시브가 흔들려도 '잘했다'고 독려해주다 보니 조금씩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라며 웃었다. 함께 수훈 선수 인터뷰에 나선 베테랑 황민경도 정지윤의 성장을 반겼다. 정지윤은 올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레프트로 전향했다. 원래 서브 리시브에 부담을 갖고 있었지만, 공격력이 워낙 좋은 선수이기 때문에 팀 차원에서 활용폭을 넓혔다. 출전 시간은 이전보다 줄었다. 하지만 경기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날 승리로 6연승을 거뒀다. 승점 54점을 쌓으며 1위를 독주했다. 수원=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12.30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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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현대건설의 언성 히어로, 캡틴 밍키

'언성 히어로' 황민경(31)이 현대건설의 선두 행진을 이끈다. 화려하진 않아도 든든한 수비와 강한 서브, 묵직함으로 주장 역할을 하고 있다.현대건설은 개막 이후 15경기를 치르는 동안 딱 한 번 졌다. 개막 12연승 이후 도로공사에세 패했지만, 이후 2연승을 이어가며 1위를 달리고 있다. 3년째 캡틴을 맡고 있는 황민경의 마음도 새롭다.황민경은 "팀 분위기가 좋다. 이렇게까지는 잘 될 거라고는 예상 못 했다. 솔지히 플레이오프권 정도를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황민경은 마음을 놓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1라운드 전승을 달렸지만, 계속 잘 될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 아직 안심할 수 없다. 2위권과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초반에 승점을 많이 따놓아야 한다"고 했다.황민경은 2019~20시즌을 앞두고 처음 주장이 됐다. 현대건설은 정규시즌 1위로 순항했지만, 코로나19로 끝까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챔프전은 열리지 않았고, 우승으로도 인정받지 못했다.지난해엔 최하위까지 추락했다. 극과 극을 모두 경험한 황민경도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 황민경은 "꼴찌일 때 많이 힘들었다. 내가 부족한 게 많이 느껴져서 힘들었다. 올해는 팀원들 덕분에 잘 되는 거 같다"고 했다.스스로를 낮췄지만 올 시즌 황민경의 활약은 작지 않다. 득점은 팀내 5위지만 리시브와 디그는 2위다. 서브와 상대 스파이크를 받기 위해 항상 몸을 날리고 있다. 황민경은 "이젠 요령이 생겨서 멍이 생기진 않는다"고 웃었다. 그는 "제가 해야하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공격적인 부분은 다른 선수들이 할 수 있고, 내가 다른 부분을 신경쓰면 팀도 좋아질 수 있다"고 했다.커리어 로우에 가까웠던 지난 시즌과 달리 컵대회(득점 2위)부터 황민경의 반등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황민경은 "작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 몸 상태도 그렇지만. 심리적으로도 편해졌다. 컵대회를 치르면서 확신까지는 아니지만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황민경의 강점은 서브다. 서브왕도 한 차례 차지했고, 통산 서브 득점은 313개로 4위다. 현재 추세라면 언니들을 제치고 통산 1위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엔 서브 에이스는 11개에 머물렀다. 데뷔 첫 시즌을 제외하면 가장 적은 숫자다. 발바닥과 허리 부상 때문이었다. 시즌 막판에야 힘있게 볼을 때릴 수 있게 됐다.올 시즌은 더 좋아졌다. 지난 11일 GS칼텍스전에선 1세트에서 3연속 서브 에이스로 점수 차를 벌렸다. 14일 흥국생명전에서도 서브득점은 1개지만 초반 6연속 서브로 흥국생명의 기를 꺾었다. 서브 1위 현대건설에서 한 축을 맡고 있다.황민경은 "강성형 감독님께서 범실을 해도 되니 강하게 서브로 공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잘 된 것 같다. 모든 훈련에 있어서 범실을 신경쓰지 말고, 공격적인 배구를 하자고 하신다"고 설명했다.황민경의 별명은 '밍키'다. 동료들도 다들 그렇게 불러 이제는 이름보다 익숙한 호칭이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중인데 그 이름도 '황밍키'다. 선수들과의 일상, 여행, 짧은 영상들로 소통하고 있다. 최근 구독자 2만 명을 넘어섰다.황민경은 "팬들이 생일 파티를 해주셔서 애장품 경매를 했다. 팬들이 코로나 때문에 못 만나니까 라이브 방송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했고, 팬 중 한 분이 편집을 해주셔서 꾸준히 올리게 됐다. 시간을 내서 찍기보다는 가볍게 찍은 걸 올린다. 올려놓고 보니 나중에 돌아보는 재미도 있어서 좋다"고 했다. 그는 "최근 팬들이 늘었다. 방역 상황이 좋지 않은데 경기장 많이 찾아주셔서 놀랍고 감사하다"고 덧붙였다.황민경의 목표는 2년 전엔 불가피하게 치르지 못한 챔프전까지 가서,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르는 것이다. 황민경은 "사실 정규리그 1등이 더 힘들다. 6개월을 지켜낸 건데 인정을 못 받아서 속상했다. 챔프전도 아예 못 해서 아쉬웠다"며 "목표는 언제나 우승이다. 지금도 우승을 하기 위해서 다같이 노력하고 있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1.12.16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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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매운맛 보여주는 신인, 페퍼저축은행 박은서

앳된 외모의 신인이라고 얕보다간 매운 맛에 호되게 당한다. 여자배구 AI 페퍼스 박은서(18)가 신인왕 후보로 급부상했다.박은서는 지난 12일 KGC인삼공사전에서 데뷔 후 아포짓으로 선발 출전했다. 팀의 주포인 엘리자벳이 무릎 통증 때문에 빠져서였다. 윙스파이커로 교체투입돼 두자릿수 득점을 두 차례 올렸지만 선발은 처음. 박은서는 "엄청 긴장했는데 경기 전 언니들과 엘리(자벳)가 장난을 쳐줘서 경기 들어갈 때는 풀렸다"고 떠올렸다.팀원들의 도움 덕분이었을까. 박은서는 경기 내내 자신감있는 플레이를 했다. 팀 전체 공격 3분의 1을 책임지면서도 43.59%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면서 팀내 최다인 17점을 올렸다. 팀은 또다시 지면서 9연패에 빠졌지만, 김형실 감독은 "김연경이 연상된다"면서 흡족해했다.박은서는 아직 일신여상을 졸업하지 않은 신인이다. 올해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순위로 지명됐다. 신생팀 페퍼에 온 덕분에 빠르게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고교 때도 맡지 않았던 라이트로 나섰음에도 준수한 모습을 선보였다. 백어택도 9개 중 4개나 성공시켰다.박은서는 "고등학교 때 레프트로 포지션을 바꿨기 때문에 오래간만이었다. 걱정도 했다. 하지만 공격적인 부분이 잘 된 것 같다. 후위공격 연습도 많이 하지 못했는데 잘 돼서 나도 놀라고, 언니들도 놀란 눈치였다. 다만 서브나 블로킹이 아쉬웠다"고 했다.박은서의 키는 1m77㎝로 큰 편이 아니다. 하지만 빠른 스윙을 가졌고, 체구에 비해 힘이 좋다. 몸을 날리는 수비도 잘 한다. 리시브만 좀 더 좋아지만 공수를 겸비한 김연경 같은 선수가 될 수 있다. 조용한 성격이지만 코트에선 공격적이다. 박은서는 "그냥 내 앞에 오는 공을 때려야 하는 거니까 자신감 없이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박은서는 태릉선수촌이 낳은 '2세 체육인'이다. 아버지 박우씨는 1998 방콕 아시안게임 레슬링 동메달리스트다. 어머니 어연순씨는 실업리그 시절 도로공사에서 활약했고,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박은서의 동생까지 세 자매가 배구를 하고 있는 건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DNA 덕분이다.박은서는 "개막전 때 한 번 어머니가 경기를 보셨다. 많은 이야기를 하진 않으셨는데 내가 프로에 있는게 신기하시다고 했다. 동생들은 평소와 똑같다"고 웃었다. 사령탑 김형실 감독은 70대다. 하지만 친밀한 관계를 쌓아가며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박은서는 "감독님이 자상하시다. 운동을 안 할 때도 옆에서 말장난도 쳐주고, 분위기를 좋게 만든다. 혼낼 때도 잘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준다"고 했다.페퍼저축은행은 신생팀이라 신인을 7명이나 뽑았다. 실업리그 출신 큰언니 문슬기를 제외하면 동기만 6명이나 된다. 박은서는 "어렸을 때부터 친한 (박)연화와 (박)사랑이는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이다. 단톡방에선 (서)채원이가 제일 말이 많아서 '제발 그만하라'고들 한다. 사랑이가 부상 때문에 경기를 못 뛰었는데 위로보다는 장난을 한 번씩 더 치면서 격려한다"고 전했다.페퍼저축은행은 개막 5연패 이후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첫 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후 9연패에 빠졌다. 박은서는 "첫 승 때 웜업존에서 응원하고 있었는데 언니들이 너무 잘 해서 '우와, 이기는 거 아니야' 했는데 이겨서 모두 손잡고 뛰어갔다"며 "지금도 이기고 싶다. 연패가 너무 길어지고 있는데 그래도 팀 분위기가 좋다. 한 번 더 이기는 경기가 나오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박은서의 말대로 페퍼저축은행 선수단은 항상 밝다. 젊은 선수들답게 에너지가 넘치고 실수를 해도 서로 웃어주며 다독인다. 김형실 감독도 "기죽지 않고 해주는 게 고맙다"고 한다. 박은서는 "승리도 중요하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게 느껴지고, 내일을 바라보면서 배구를 하고 있다. 언니들도 분위기를 항상 좋게 만들어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출전시간이 늘어나면서 박은서도 어느덧 신인왕 후보로 꼽히고 있다. 박은서는 신인왕을 받고 싶은 마음을 퍼센티지로 말해달라고 하자 "90%"라고 답했다. 이어 "처음엔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런 이야기가 나오니 욕심이 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1.12.15 13:39
스포츠일반

9연승 현대건설, 19명이 함께 뛴다

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의 중심 양효진(32)은 “(주전) 7명이 아니라 (전체 선수) 19명이 경기를 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최하위 현대건설이 확 달라졌다. 똘똘 뭉친 선수들이 원 팀이 되어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현대건설은 지난달 16일 2021~22시즌 V리그 개막 후 남녀부를 통틀어 유일하게 한 번도 지지 않은 팀이다. 개막 후 9연승(승점 26). 오는 20일 IBK기업은행전에서 승리하면 11년 만에 팀 최다인 10연승과 타이기록을 세운다.현대건설의 압도적인 경기력은 세트 득실률(5.400)에서 나타난다. 총 27세트를 따내는 동안 상대에게 빼앗긴 세트는 5개에 불과하다. 여자배구 사상 가장 높았던 2005년 도로공사의 세트 득실률(2.688)을 훨씬 능가한다.2019~20시즌 1위를 차지한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 꼴찌(11승 19패, 승점 34)로 급전직하했다. 지난여름 현대건설은 확 달라진 전력을 보였다. 8월 말 막을 내린 KOVO컵에서 전승을 거두며 우승한 것이다. 정규시즌 1라운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새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등록명 야스민)가 득점 4위(182점), 성공률 2위(44.22%)로 막강한 화력을 자랑했다.현대건설은 외국인 선수에게만 의존하지 않는다. 야스민의 공격 점유율은 31.51%로, 다른 외국인 선수보다 10%포인트 정도 낮은 편이다.현대건설은 탄탄한 국내 선수층을 한껏 활용한다. 7억원을 받는 ‘연봉 퀸’ 양효진은 17일까지 국내 선수 득점 1위(141점, 전체 7위)에 올라 있다. 지난 시즌 12년 연속 블로킹 1위 등극에 실패했으나, 올 시즌엔 부문 2위(세트당 0.813개, 2020~21시즌 0.545개)로 자존심을 회복했다. 신예 이다현(0.688개)의 높이까지 더해, 현대건설은 높고 단단한 벽을 자랑한다.부상에서 돌아온 리베로 김연견과 수비에 능한 레프트 황민경, 고예림이 뒤를 받친다. 이다영이 떠난 뒤 주전 세터로 도약한 김다인도 풀 타임 2년 차를 맞아 언니들과 좋은 호흡을 자랑한다. 웜업존을 지키는 시간이 더 많지만, 베테랑 황연주와 레프트로 변신해 서브 리시브를 가다듬고 있는 정지윤도 현대건설의 상승세에 한몫한다. 양쪽 날개와 중앙 센터진의 높은 블로킹과 속공, 그물 수비 등 공·수에서 경기를 풀어갈 요소가 넘쳐난다.현대건설의 독주에는 강성형 신임 감독의 리더십도 녹아있다. 양효진은 “말로 표현을 할 수 없을 만큼 감독님이 좋다. 정말 편하게 해준다. 선수의 장점을 살리는 감독님”이라며 “1년 사이에 팀이 많이 달라졌다. 끈끈해졌다”고 말했다. 강성형 감독은 “지난 시즌 최하위로 떨어져 선수들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원 팀이 되기 위해, 누구 한 명 소외되지 않도록 모두가 함께 움직였다”며 상승세 비결을 설명했다.이형석 기자 lee.hyeongseok@joongang.co.kr 2021.11.19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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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없는 대표팀 주축이 될 박정아의 각오

김연경(33·상하이) 없는 여자 배구 대표팀이 현실로 다가왔다. 주축이 되어야 할 박정아(28·도로공사)는 덤덤하게 내일을 바라봤다.한국 여자 배구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4강에 올랐다. 박정아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었다. 올림픽에서 김연경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특히 결정적인 순간마다 공격을 성공시키는 등 '클러치 박'이란 별명에 걸맞는 활약을 했다. 김천 도로공사 연습 체육관에서 만난 박정아는 "좋은 뜻으로 불러주시는 거라 좋다"고 했다.박정아의 활약이 가장 돋보인 경기는 역시 조별리그 한·일전이다. 5세트 12-14에서 연속 공격 득점을 올린 데 이어 15-14에선 상대 블로킹을 이용한 공격으로 승리를 확정지었다.당시 상황을 묻자 박정아의 표정은 환하게 바뀌었다. 그는 "점수가 타이트한 상황이라 정말 '내 할 일 생각하기에 바빴다. 리베로가 없는 상황이라 수비 신경을 쓰면서, (김연경이 후위라)공격을 해야했다"며 "사실 마지막 득점을 낸 공격은 한국 리그에선 하면 (로컬룰에 따라 인정되지 않아서)안되는데… 하나의 기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태극마크의 무게는 정말 무겁다. 첫 올림픽에서 아픔을 겪었던 박정아에겐 더욱 그랬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은 그런 박정아에게 격려의 말을 했다. 박정아는 "감독님께서 '너는 자신을 너무 낮게 생각한다. 자신감을 가지라'고 한 게 기억난다"고 말했다.도로공사는 2인 리시브 시스템을 쓰기 때문에 박정아는 레프트지만 서브 리시브를 많이 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표팀에선 김연경, 리베로 오지영과 함께 리시브를 책임졌다. 세계적인 선수들의 서브가 이어졌지만 박정아는 이겨내고, 이겨냈다. 박정아는 "잘 했다기보다는 생각한 것보다는 잘 버틴 것 같다. 옆에서 언니들이 도와줬으니까 가능했다"고 말했다.대표팀은 아쉽게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원 팀'이 되어 세계적인 강호들을 물리쳤다. 주장 김연경의 리더십, 그리고 공수에 걸친 활약이 컸다는 건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올림픽이 끝난 뒤 김연경은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김연경과 함께 팀을 이끌었던 베테랑 김수지(34·IBK기업은행)과 양효진(32·현대건설) 역시 태극마크를 내려놓았다. 모든 것을 새롭게 바꿔야 한다.자연히 배구계, 그리고 팬의 시선은 박정아에게 쏠리고 있다. 내년 발리볼네이션스리그와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김연경 없는 대표팀의 본격적인 출발점이다. 염혜선(30·KGC인삼공사), 김희진(30), 표승주(29·이상 IBK기업은행)과 함께 고참급이 된 박정아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특히 공격에 있어선 박정아가 주포 역할을 맡아야 한다.하지만 박정아의 표정은 차분했다. 그는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항상 하는 대답이지만 '나 혼자서 책임질 수 없다. 좋은 어린 선수들도 많고, 새로 들어온 선수들도 있다.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은퇴 결정 이후 "누구 한 명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고 한 김연경의 말과도 같았다.물론 책임감은 갖고 있다. 박정아는 "올림픽 덕분에 배구 인기가 많아졌다. 이 인기를 유지하고 더 좋아지려면 선수 각자가 노력해야 한다. 희진 언니, 혜선 언니, 지영언니, 그리고 동기들과 함께 해나가고 싶다"고 했다.박정아는 이번 시즌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강서브'다. 박정아는 지난해 팀내에서 가장 정확한 서브를 넣었다. 하지만 올해는 범실을 각오하고, 강하게 때릴 생각이다. 박정아는 "나는 범실을 줄이고 싶은 스타일이라 완벽하게 넣으려고 했다. 그런데 코치님들이 범실을 해도 강타를 때리자고 했다. 감독님도 마찬가지다. 이번엔 범실이 늘어나더라도 좀 더 힘있는 서브를 넣을 것 같다"고 했다. 김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1.09.2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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