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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18년 만에 깬 '고졸 신인' 최다 SV...블론 여파 없이 17호, '돌부처' 김택연

여전히 앳된 얼굴이지만, 마운드 위 김택연(19·두산 베어스)의 표정은 백전노장과 다를 바 없이 차분했다. 그렇게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의 새 역사가 쓰였다.김택연은 지난 27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정규시즌 NC 다이노스와 원정경기에서 팀이 8-7로 근소하게 앞서던 8회 말 2사 1루 때 등판해 아웃 카운트 4개를 챙기고 세이브를 수확했다. 시즌 17번째 세이브로 KBO리그가 출범한 이래 고졸 신인이 찍은 최다 기록이다.김택연이 등장하기 전까지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 기록은 2006년 나승현(당시 롯데 자이언츠)이 기록한 16개였다. 이후 김택연이 등장할 때까지 17시즌 동안 나승현의 기록을 넘는 이는 없었다.아마추어 야구와 프로야구의 간격이 점점 커졌고, 선발이나 셋업맨으로 활약한 신인은 있었어도 첫 해부터 마무리를 맡아 성공하는 고졸 신인은 없었던 탓이다. 2007년 임태훈, 2019년 정우영 등 역대 고졸 신인왕 중에도 불펜 투수들은 있었지만, 고졸 1년 차 마무리 투수는 없었다. 마지막 마무리 신인왕인 2009년 이용찬은 3년 차였다. 김택연은 달랐다. 지난 2022년 9위로 추락했던 두산은 이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인천고였던 김택연을 지명했다. 이미 청소년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하던 김택연은 스프링캠프부터 높은 기대를 받았다. 연습경기에서 만난 일본 프로야구(NPB) 1, 2군 선수들을 압도했고 고척스카이돔 메이저리그(MLB) 월드 투어 서울 시리즈 스페셜 매치에서 만난 LA 다저스 선수들도 헛스윙 삼진으로 솎아냈다. 개막전부터 필승조로 기용된 그는 잠시 흔들렸으나 이후 빠르게 1군 선배들을 이겨냈다.불펜 에이스를 거쳐 마무리 투수까지 된 김택연은 28일 기준 시즌 17세이브 외에도 3승 2패 4홀드 평균자책점 2.20을 기록, 모든 지표에서 올 시즌 최정상급 성적을 찍고 있다.매 경기 완벽한 건 아니다. 김택연도 흔들릴 때가 있다. 김택연은 17세이브를 거두기 직전인 지난 24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 세이브를 위해 등판했다가 3분의 1이닝 3피안타 2실점 블론세이브로 무너졌다. 19살 신인이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지만, 김택연은 27일 호투로 자신의 '클래스'를 보여줬다. 젊은 시절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이 보여준 정상급 마무리 투수들의 회복력과 안정감이 김택연의 투구에서도 흘러나왔다. 개막 전 기대대로 김택연은 올 시즌 신인왕 레이스에서 1순위를 달리고 있다. 눈에 띄는 경쟁자가 많지 않은데다 김택연 본인도 차곡차곡 기록을 쌓아가며 자신의 경쟁력을 증명해가고 있다.다만 완벽한 호투에도 신인 최다 세이브 기록까진 세울 수 없을 거로 보인다. 시즌 중 마무리 투수로 승격한 탓이다. KBO리그 신인 최다 세이브 기록은 현대 유니콘스에서 2002년 데뷔했던 조용준(28세이브)이 보유 중이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8.28 10:36
메이저리그

'퍼지' 백업이던 몰리나, 이번 WBC에선 '감독'까지 맡는다

백전노장 포수 야디어 몰리나(40·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내년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푸에르토리코 감독을 맡는다.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30일(한국시간) '몰리나가 푸에르토리코 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됐다'고 전했다. 몰리나는 2006년과 2009년, 2013년, 2017년 WBC에 모두 '선수'로 출전했다. 2006년과 2009년은 '퍼지' 이반 로드리게스의 백업, 2013년과 2017년은 주전 포수를 맡았다. 푸에르토리코는 제5회 WBC 우승 후보 중 하나다. 일찌감치 내야수 하비에르 바에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투수 에드윈 디아스(뉴욕 메츠)가 출전을 확정했고 '통산 66승' 마커스 스트로먼(시카고 컵스)도 푸에르토리코를 대표해 뛸 전망이다. 몰리나는 MLB(19년) 통산 2220경기를 뛴 베테랑이다. 통산 올스타 선정 10회, 골드글러브 9회, 그해 골드글러브 수상자 중 가장 뛰어난 수비를 보여준 선수에게 수여되는 플래티넘 골드글러브까지 4회나 수상한 '수비 괴물'이다. 오승환이 세인트루이스에서 뛸 때 배터리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2.09.30 08:42
야구

시범경기서도 '돌부처' 오승환 "준비한 만큼 보여주겠다"

'돌부처' 오승환(40·삼성 라이온즈)이 정규시즌 출격 준비를 마쳤다. 오승환은 지난 29일 롯데 자이언츠와 시범경기 최종전에 등판해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투구 수는 15개. 직구 이외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를 다양하게 던졌다. 지난 22일 키움 히어로즈전(1이닝 무실점) 25일 NC 다이노스전(1이닝 무실점)에 이어 롯데전 무실점까지 흠잡을 데 없는 피칭으로 정규시즌 대비 최종 리허설을 마무리했다. 오승환의 시범경기 성적은 3경기 3이닝 무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 4월 2일 개막전(수원 KT 위즈전)에 맞춰 3~4일 등판 간격을 두고 컨디션을 조율했다. 오승환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딱히 다른 소감은 없다. 늘 하던 대로 하면서 팀이 많이 이기고 블론세이브를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다. 그러면 팀 성적도 자연스럽게 좋아질 것 같다"고 했다. 삼성은 지난겨울 사이드암스로 심창민을 NC 다이노스로 보냈다. 필승조 최지광은 상무야구단에 입대, 군 복무에 들어갔다. 불펜의 변화가 많지만, 허삼영 삼성 감독은 걱정하지 않는다. KBO 통산 339세이브를 기록 중인 리그 최정상급 마무리 투수 오승환의 존재감 때문이다. 허삼영 감독은 "오승환의 강점은 준비 과정이 아닐까 싶다. 마흔 살 나이에도 가장 빨리 (야구장에) 나와 운동하면서 루틴을 꾸준히 지킨다. (훈련을) 빠지는 날이 거의 없다"고 극찬했다. 올 시즌에 대한 기대도 크다. 스프링캠프 기간 무리하지 않고 차근차근 몸을 만들었다. 찰떡 호흡을 자랑하는 포수 강민호의 FA(자유계약선수) 잔류 소식도 희소식 중 하나. 개인 세 번째 FA 자격을 행사한 강민호는 4년 최대 36억원을 받는 조건에 삼성과 재계약했다. 계약 직후 오승환은 "좋은 선수가 잔류한 만큼 나뿐만 아니라 팀 전체에도 긍정적 요인이 많을 것 같다. 젊은 투수들과 호흡이 좋기 때문에 당연히 좋은 영향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강민호의 계약을 반겼다. 삼성은 2022시즌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박해민의 FA 이적으로 공수에서 공백이 생겼지만, 내부 자원으로 충분히 채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무엇보다 선발진이 탄탄하다.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이 건재하고 파이어볼러 앨버트 수아레즈가 새롭게 영입됐다. 수아레즈는 시범경기 평균자책점 '0'(9이닝 2실점 비자책)을 기록해 기대감을 키웠다. 지난해 각각 14승을 따낸 오른손 투수 원태인, 왼손 투수 백정현이 버티는 토종 선발진도 강력하다. 이 중에서 오승환이 버티는 불펜은 화룡점정. 백전노장 베테랑 우규민과 직구 최고구속이 시속 155㎞까지 찍히는 김윤수, 징계와 부상 탓에 긴 공백기를 가졌던 최충연까지 1군 복귀를 눈앞에 뒀다. 개인 통산 일곱 번째 구원왕에 도전하는 오승환은 "올해 (좋은 성적을 내려고)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 불펜도 한층 업그레이드됐는데 열심히 준비한 만큼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2.03.31 06:39
야구

4월이 아쉬웠던 오승환, 두 번의 시행착오는 없다

두 번의 시행착오는 없다. '돌부처' 오승환(40·삼성 라이온즈)은 지난해 개인 통산 여섯 번째 구원왕(44세이브)에 올랐다. 불혹을 앞둔 적지 않은 나이에 시즌 중 도쿄 올림픽까지 출전하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그는 KBO리그에서 유일하게 40세이브 고지를 정복, 여전한 경쟁력을 자랑했다. 손승락(2013년 당시 31세)이 보유하고 있던 리그 최고령 40세이브 기록도 가뿐하게 갈아치웠다. 고비가 없었던 건 아니다. 오승환은 개막 첫 4월 월간 평균자책점이 6.75였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2.13, 피안타율도 0.382로 높았다. 9이닝당 볼넷까지 4.5개로 많아 이닝당 투구 수가 22.5개까지 늘었다. 승계 주자 5명의 득점을 모두 허용했을 정도로 위기관리가 되지 않았다. 야구계 안팎에선 나이에 따른 성적 하락을 의미하는 '에이징 커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컸다. 오승환은 최근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딱 이것 때문에 부진했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예년과 달리 국내에서 스프링캠프를 했고 그에 따라 훈련량과 페이스 조절 등 여러 변수가 많았던 시즌이었다. 시행착오를 정규시즌에 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돌아봤다. 삼성은 지난해 일본 오키나와가 아닌 홈구장이 있는 대구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국외 훈련이 어려워진 탓이었다. 이동 거리가 짧아진 장점이 있지만, 들쭉날쭉한 날씨 탓에 훈련에 애를 먹었다. 백전노장 오승환도 피할 수 없는 문제였다. 오승환은 노련했다. 빠르게 페이스를 끌어올려 5월 월간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이후 꾸준함을 유지해 구원왕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2021년 캠프의 기억은 2022년 준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2년 연속 대구 캠프를 소화 중인 오승환은 "다치지 않으려고 많이 고민하고 있다. 운동도 운동이지만 상황(날씨), 나이에 맞게 준비하고 있다. (오버페이스를 경계해) 훈련량을 조금 줄이긴 했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여전히 삼성 불펜의 중심이다. 삼성은 이번 겨울 사이드암스로 심창민이 NC 다이노스로 트레이드됐다. 필승조 최지광은 상무야구단에 입대, 군 복무에 들어갔다. 불펜의 변화가 큰데 오승환이 지키는 뒷문만큼은 여전히 굳건하다. 그는 "지난 시즌에도 개막 전 불펜이 약하다는 얘기가 많았지만, 다들 준비한 것을 보여줘서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 같다"며 "올해도 외부 평가와 상관없이 잘 준비하고 있다. (내가 느끼는) 책임감보다 어린 선수나 새로운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라는 기대가 더 크다"고 했다. 삼성은 내부 FA(자유계약선수)였던 포수 강민호와 재계약했다. 오승환은 강민호의 잔류를 바랐던 삼성 선수 중 하나였다. 그는 "좋은 선수가 잔류한 만큼 나뿐만 아니라 팀 전체에도 긍정적 요인이 많을 것 같다"며 "젊은 투수들과 호흡이 좋기 때문에 당연히 좋은 영향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반겼다. 오승환은 지난해 4월 25일 KBO리그 사상 첫 30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차곡차곡 쌓은 세이브가 어느새 339개. 산술적으로 두 시즌 정도 더 뛰면 400세이브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관건은 관리다. 2021년 투구 수가 1003구로 2020년보다 213구 늘었다. 팀 내 비중이 큰 만큼 등판 횟수도 잦다. 오승환은 "시즌 때 많이 던지고, 많이 던지더라도 후유증이 안 나오게 하려고 비시즌 동안 준비한다. 올해도 작년처럼 많이 던진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세이브 기록은 팀이 승리해야 나오기 때문에 많이 할수록 좋다. 수치보다 팀 승리를 마무리하는 데 집중하고 블론세이브가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2.03.03 07:00
야구

[IS 포커스] 몰리나와 결별한 돌부처, 든든한 마틴과 조우

'돌부처' 오승환(36·토론토)이 또 한 번 든든한 조력자를 만난다.오승환은 이번 오프시즌 동안 세인트루이스를 떠나 토론토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당대 최고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36)와 결별도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몰리나는 골드글러브를 여덟 차례나 수상한 세인트루이스의 리더자 연봉이 무려 2000만 달러인 안방 자원이다. 오승환은 몰리나와 함께한 경기에서 통산 평균자책점이 2.84, 피안타율과 피출루율도 각각 0.227와 0.278로 낮았다. 그만큼 둘은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오승환이 메이저리그에 안착할 수 있었던 요인 중에 하나가 바로 몰리나였다.토론토에서도 포수 걱정은 크게 할 필요가 없다. 이번엔 러셀 마틴(35)과 함께한다. 빅리그 13년 차인 마틴은 포수로만 1만2000이닝 이상을 소화한 백전노장이다. LA 다저스 소속이었던 2007년엔 실버슬러거와 골드글러브를 함께 수상했고, 올스타에 통산 네 차례나 선정됐다. 통산 타율이 0.253로 정확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2011년부터 7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 내기도 했다. 2014년 11월 총액 8200만 달러(계약 기간 5년)라는 메가톤급 계약으로 토론토의 유니폼을 입었다. 믿고 기댈 수 있는 포수다. 마틴은 최근 5년 동안 기록한 DRS(Defensive Run Save: 수비로 막아 낸 실점)가 +54로 메이저리그 포수 중에 세 번째로 높다. 몰리나와 차이는 +1에 불과하다. 피츠버그 소속이었던 2013년과 2014년엔 2년 연속 포수 부문 빅리그 전체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어깨 부상으로 91경기 출전에 그친 지난 시즌에도 DRS는 +3이었다. 2013년엔 수비율 0.998로 내셔널리그 1위, 2015년엔 도루 저지율 44%로 아메리칸리그 1위에 올랐다. 통산 도루 저지 344회는 몰리나(325회)를 넘어선 현역 1위다. 포수의 프레이밍 수치인 RAA(Runs Above Average)는 지난해 -8.4(몰리나 -0.4)로 평범했다. RAA는 투수가 던진 공을 스트라이크로 유도하는 능력을 보는 기록. 최근 들어 이 수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도 위험 요소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건강만 보장된다면 수준급의 RAA를 기대할 수 있는 자원이다. RAA가 2011년엔 +28.7, 2012년에는 +24.1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지난 시즌에는 스프링캠프부터 어깨와 목 부위가 좋지 않았고, 4월 30일 홈 충돌을 당해 왼어깨 신경 염증으로 경기에 결장한 여파가 시즌 내내 지속됐다. 8월엔 사근 부상까지 겹치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마틴은 2016년 2월 MLB 네트워크가 선정한 포수 랭킹에서 버스터 포지(샌프란시스코)에 이은 메이저리그 전체 2위로 평가됐다. 지난해 1월 미국 폭스스포츠가 선정한 메이저리그 포수 랭킹에선 전체 6위로 분류됐다. 아메리칸리그로 범위를 좁히면 조나단 루크로이(전 텍사스) 개리 산체스(뉴욕 양키스) 윌슨 라모스(탬파베이)에 이은 4위.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에 잔부상도 겹쳤지만, 정상급 안방마님이라는 것엔 이견이 없다. 토론토에서 새 출발을 준비하는 오승환에겐 원군이다.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ins.com 2018.03.06 06:00
야구

[WBC] 대표팀이 한마음으로 인식하는 '서울 라운드'

"서울에서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서울을 떠나면서, '서울'을 언급했다.대표팀의 첫 번째 목표는 1라운드 통과다. 한국은 아시아 A조에 편성됐다. 대만, 네덜란드, 이스라엘과 같은 조다. 네 팀 가운데 두 팀이 조 1·2위로 본선 2라운드에 진출하는 방식은 이전과 똑같다. 한국 대표팀이 유독 이번 대회에서 설욕을 벼르는 이유는 따로 있다. 2013년 3회 대회 1라운드에서 탈락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본선 1라운드 아시아 A조 경기가 열리는 장소가 바로 서울의 고척스카이돔이라서다.한국에서 WBC가 열리는 것은 4회 대회 만에 처음이다. 명칭도 '서울 라운드'로 정해졌다. 한국의 수도 이름을 걸고 치르는 첫 WBC 경기다. 다름 아닌 서울에서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 들고 싶지 않은 게 대표팀의 솔직한 속내다.김인식 대표팀 감독도 12일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부담감을 표현했다. 2006년 1회 대회 4강, 2009년 2회 대회 준우승은 물론, 2015 프리미어 12 우승까지 이끌어 낸 베테랑 국가대표 감독. 그러나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긴장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털어놓았다.선수 선발에 어려움을 겪을 때도 대회 장소가 서울이라는 점에 부담을 많이 느꼈던 김 감독이다. 같은 조에 속한 네덜란드는 메이저리거가 대거 포진한 강팀이고, 무엇보다 지난 대회에서 한국 탈락에 결정적인 패전을 안겨 줬다. 대만은 객관적인 전력에선 한 수 아래로 평가받지만, 한국과 상대할 때마다 유독 끈질긴 승부로 발목을 붙잡곤 했다. 김 감독 같은 백전노장도 "서울의 야구장을 가득 메운 홈 팬들 앞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대표 선수들의 심정도 똑같다. 두산 소속 국가대표인 장원준, 양의지, 허경민을 비롯한 많은 선수들이 "서울에서 경기하는 만큼 최선을 다해 팬들에게 감동을 주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1라운드 통과가 1차 과제"라는 말에는 '다음 단계로 진출하겠다'는 목표 외에 '서울에서 열리는 대회'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물론 대회가 홈에서 열리는 덕분에 얻는 이점도 있다. 대표팀은 오키나와 훈련을 마치고 23일 귀국한 뒤 곧바로 대회 장소인 고척스카이돔에서 훈련을 시작한다. 가까운 일본에서 1라운드를 치르는 쿠바와 호주를 불러들여 평가전도 치른다. 대회 직전에는 경찰 야구단과 상무를 실전 파트너로 맞아들인다. 다음 달 6일 열리는 이스라엘과의 첫 경기 전까지 충분히 적응 훈련을 마칠 수 있다. 세인트루이스 오승환과 시애틀에서 뛰다 복귀한 이대호, 지바롯데 출신의 이대은을 제외하면 선수 전원이 이미 고척스카이돔 그라운드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처음으로 '한 팀'을 이뤄 오키나와에 입성한 국가대표 선수들. WBC를 향한 국내 야구팬들의 관심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한국 경기가 열리는 날, 홈 팬들의 응원으로 들썩거리는 고척스카이돔이 벌써 눈앞에 그려진다. 그만큼 이번 대표 선수들은 더 무거운 짐을 짊어졌다. 대표팀에서 원투펀치 역할을 맡을 장원준은 "부담과 사명감을 동시에 느낀다"고 했다.결전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김 감독은 비행기에 오르기 전 "28인 최종엔트리를 확정하는 데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고, 유독 이번 대회가 힘들었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며 "이제는 그간의 어려운 과정은 모두 잊어버리고 훈련과 경기만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오키나와 나하공항에 도착해선 "열흘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 이젠 고민이 필요 없다. 실제로 부딛혀 봐야 한다"고 했다.'서울 라운드'의 토대를 단단히 다질 11박 12일의 오키나와 여정이 드디어 시작됐다. 오키나와=유병민 기자인천국제공항=배영은 기자 2017.02.13 06:00
야구

거듭된 불펜 공백, 부담스러운 오승환의 어깨

'돌부처'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의 어깨가 무거워졌다.세인트루이스는 17일(한국시간) 구원투수 세스 메이너스(28)가 15일 부상자 명단(DL)에 올랐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공백은 15일로 그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공식사이트인 mlb.com은 "메이너스가 팔꿈치 통증을 안고 있었다. 조만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며 재활에 12~15개월이 필요하다"고 전했다.올해가 빅리그 4년차인 메이너스는 최근 세인트루이스 불펜투수 중 컨디션이 가장 좋았다. 7월 10일 밀워키전부터 개인 최다인 14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기간 동안 47타자를 상대로 안타 6개만 내줘 피안타율이 0.130이었다. 피장타율도 0.160. 즉, 장타를 하나도 맞지 않았다.최근 3년 연속 60경기 이상 등판한 메이너스는 마이크 매서니 감독의 '믿을맨'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부상으로 장기 이탈이 불가피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인트루이스는 왼손불펜 타일러 라이온스가 지난 13일 60일 DL로 이동됐다. 오른 무릎 피로골절 진단을 받은 라이온스에 대해 세인트루이스는 '올 시즌 복귀가 힘들다'는 내부 결론을 냈다. 거듭된 불펜진 이탈은 오승환의 부담과 직결된다. 세인트루이스는 현재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까지 오른 어깨 부상으로 15일자 DL에 올라있다. 백전노장 조나단 브록스턴은 부진하고, 신인 맷 보우만은 경험이 부족하다. 지난 1일 트레이드로 영입한 왼손불펜 잭 듀크는 긴 이닝(2016시즌 61경기 등판 44⅓이닝 소화)을 책임지기 어렵다.케빈 시그리스트는 데드암 증상을 보여 상태가 심각하다. 왼손 필승조 시그리스트는 지난 15일 시카고 컵스 원정경기에 등판했지만 공 8개만 던지고 팔 통증을 호소해 마운드를 내려갔다. DL로 이동하진 않았지만 코칭스태프가 계속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결국 매서니 감독이 현재 위기에서 선택할 수 있는 투수는 오승환 밖에 없다. 17일 열린 휴스턴 원정경기에서도 3점차 리드 상황에서 함께 몸을 풀던 브록스턴이 아닌 오승환을 등판시켰다. 결과는 1이닝 3탈삼진 무실점 세이브. 결과는 깔끔했지만 이날 등판으로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 60경기 출전을 넘기게 됐다. 62⅓이닝으로 내셔널리그 구원 최다 이닝 부문 공동 4위. 여기에 총 투구수도 1027개로 리그 6위다. 투구수 1000개를 넘긴 불펜투수는 12명 밖에 없다.오승환은 시즌 전 "매서니 감독이 연투 조절을 잘 한다고 알고 있다. 시즌 경기 수는 많지만 연투는 줄어들 것"이라며 "컨디션 조절에는 더 낫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세인트루이스가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경쟁에 들어가면서 여유가 사라졌다. 불펜에 연이어 발생한 공백 탓에 오승환의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ins.com 2016.08.18 07:00
야구

류중일 삼성 감독 “백정현을 5선발로 굳혔다”

승장 인터뷰=류중일 삼성 감독(21일 넥센전 목동구장)제 5선발’을 노리는 삼성 좌완 백정현과 넥센 강윤구가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백정현이 5이닝 5피안타 2실점, 강윤구가 5이닝 5피안타 5실점을 기록했다. 삼성은 3회 4안타 2볼넷으로 대거 5득점, 타선의 집중력을 보였다. 최강 불펜으로서 최근 기대에 못 미친 삼성은 이날 권혁-심창민-안지만이 이어 던지며 모처럼 합격점에 가까운 투구를 펼쳤다. 삼성이 6-4 승.- 백정현을 제 5선발로 확정하는 것인가.“지금까지의 모습으로는 부상으로 빠진 외국인투수 마틴이 복귀할 때까지 제 5선발이다. 팀 미래까지 생각할 때 선발투수 자원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선발투수로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오늘은 투구수 78개에서 강판했지만 시즌이라면 6회 이상 던질 수 있었다.”- 난조를 보이던 불펜과 마무리투수는 컨디션을 되찾은 것인가.“불펜은 볼넷으로 출루시키면 안 되는데 기대에 약간 못 미쳤다. 그러나 권혁(5타자 1피홈런 1볼넷)은 수술 후유증에서 회복 중인 점을 감안하면 괜찮다. 심창민(5타자 무피안타 3탈삼진 1볼넷)과 안지만(4타자 1피안타)은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생각이다. 안지만은 시즌 들어가면 잘 할 것으로 믿는다. 오승환에 비해 불안한 감이 없지 않지만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그 동안 행복한 시절이었다고 생각하고 이를 감안해 대비하면 된다.”- 백전노장 이승엽이 시범경기에서 4타석(3타수 1안타 1볼넷)이나 나왔다. 시범경기에서의 일반적인 선수기용과는 다른 모습인데.“타격컨디션을 끌어올리거나 하는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박석민 최형우 나바로 등 중심타선이 경기에 출장할 수가 없어서 그런 것이다.”목동=박준철 기자 2014.03.21 16:56
야구

WBC 첫 이변의 주인공, 2라운드 진출한 네덜란드의 힘

3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첫 이변의 주인공은 네덜란드였다. 네덜란드는 5일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1라운드 B조 호주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4-1로 승리해 2승1패로 2라운드 진출을 확정했다. 1회 대회에서 1라운드 탈락(1승2패)했던 네덜란드는 2회 대회에선 우승후보 도미니카공화국을 두 번이나 누르고 2라운드에 진출(2승4패)했다. 당시 우연과 행운이라는 평가가 많았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네덜란드는 또 한 번 우승후보 한국을 제압하는 등 안정적인 투타 전력을 자랑하며 야구팬을 놀라게 했다. 당초 한국과 대만의 2파전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 B조 전망을 깨트린 '이변'이다.'퀴라소 군단'의 힘네덜란드 돌풍의 핵심은 인구 14만명(2010년 기준)의 카리브해 작은 섬 퀴라소다. 네덜란드 자치령인 이른바 ABC 제도(아루바·보네르·퀴라소) 중 하나인 퀴라소는 네덜란드 본토(10명)보다 많은 역대 13명의 메이저리거를 배출했다. 네덜란드는 퀴라소 출신 선수들을 앞세워 32번의 유럽야구선수권대회에서 20차례 우승을 휩쓸었고, 유럽 사상 처음으로 IBAF 야구 월드컵(2011년)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이번 대회 사령탑을 맡은 헨슬리 뮬렌(46) 감독을 비롯해 중심타자로 활약한 일본 리그 홈런왕 출신 블라디미르 발렌틴(29·야쿠르트)과 빅리그 통산 434홈런을 터뜨린 백전노장 앤드류 존스(36·라쿠텐)가 퀴라소 출신이다. 여기에 키스톤 콤비 안드렐톤 시몬스(24·애틀랜타)와 조나단 슈프(22·볼티모어)를 비롯해 중견수 로저 베르나디나(29·워싱턴), 투수 샤이론 마티스(26·미네소타) 등도 역시 퀴라소에서 태어났다. 한국전 선발 1~5번 타자가 모두 퀴라소 출신이었다.활약도 좋았다. '한 물 갔다'는 평가를 받은 4번타자 존스는 한국전 4타수 2안타를 포함해 1라운드 타율 0.429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발휘했다. 시몬스는 타율 0.308로 1번타자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고, 슈프도 호주전에서 2회 2점 홈런을 터트리며 '퀴라소 군단'의 힘을 보여줬다. 유망주와 벤치 관록의 조화이번 대회에서 네덜란드는 미국 메이저리그 진입을 눈앞에 둔 유망주들로 팀을 꾸렸다. 젠더 보가츠(21·보스턴)는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가 선정한 유망주 순위에서 전체 20위에 올랐고, 슈프는 지난해 베이스볼아메리카(BA)가 뽑은 유망주 82위였다. 네덜란드의 강점 중 하나는 코칭스태프다. 한국프로야구 SK에서 잠시 뛰었고 현재는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타격코치를 맡고 있는 뮬렌 감독은 대회 개막 전 명투수 출신의 버트 블라이레븐(62)을 투수코치로 데려왔다. 블라이레븐은 네덜란드가 배출한 야구 영웅이자 빅리그에서 통산 287승을 거둔 투수다. 지난 2011년에는 네덜란드와 퀴라소를 통틀어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블라이레븐의 지도 아래 1회 대회 팀 평균자책점 6.48(16개국 중 11위)에 머물렀던 네덜란드는 이번 대회 3경기에서 단 6자책점(평균자책점 2.07)밖에 허용하지 않는 견고한 마운드를 구축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JTBC 해설위원은 "네덜란드는 이번 대회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관심이 가는 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joongang.co.kr[관계기사]▶ 한국, 대만에 3:2로 이겼으나 2R 진출 좌절▶ 류중일 감독 "국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박희수·이승엽·오승환, 탈락 속에서도 빛났다 2013.03.05 17:53
야구

통산 6097타수 박재홍, “가장 기억에 남는 타석은…”

2010년 10월15일. SK와 삼성의 한국시리즈(KS) 1차전이 열린 인천 문학구장. 2-0으로 앞선 SK는 5회초 내리 3점을 내주며 2-3으로 역전 당했다. 하지만 5회말 곧바로 안타와 볼넷을 묶어 2사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마운드에는 마무리 오승환이 버티고 있었고 김성근 당시 SK 감독(현 고양 원더스 감독)은 6번타자 김강민 타석 때 '백전노장' 박재홍을 대타로 내세웠다. 노련한 박재홍은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며 9-5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프로 17년 통산 6097타수를 기록한 박재홍(40)이 기억하는 최고의 한 타석은 의외로 소박했다. 박재홍은 25일 서울 마포구 가든호텔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2010년 삼성과의 KS 1차전 5회 대타 타석'을 잊을 수 없는 한 타석으로 꼽았다. 데뷔 첫 해인 1996년 30(홈런)-30(도루)에 가입하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다섯 번 경험한 스타플레이어치고는 다소 의외의 대답이었다.그는 "당시 위기 상황에서 오승환이 등판했는데 김성근 감독님이 주자 만루 상황에서 대타로 내보내주셨다. 결과는 1타점을 올린 밀어내기 볼넷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승환과의 맞대결도 자신 있어서 정말 나가고 싶었던 타석이었다. 감독님의 지시를 받고 대기 타석에서 기다리던 그 짧은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박재홍은 '잊을 수 없는 사람'으로는 현대 유니콘스 시절 김재박 감독과 김용휘 사장을 꼽으며 "너무 많은 도움을 주셨던 분들이다"고 소개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어 은퇴식 현장을 찾은 민경삼 SK 단장에게 "감사했습니다. SK에서도 저한테 많은 도움을 주셨던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이날 박재홍은 "최근에도 현역에 대한 의지가 있어 훈련을 소화하고 준비했지만 그런 과정에서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인지 고민을 하게 됐다"며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명예롭게 은퇴하는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고 공식적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향후 박재홍은 케이블 채널인 MBC 스포츠 플러스에서 야구 해설을 맡아 '제2의 인생'을 개척할 예정이다.배중현 기자 bjh1025@joongang.co.kr 2013.01.2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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