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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재의 까칠한 축구]김판곤 위원장의 '감동적 변명'

"눈높이만 높아져 명장 타령을 한다."한국 축구대표팀 신임 감독에 선임된 파울루 벤투 감독. 그에게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축구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세계적 명장이 한국에 왜 오나?", "한국 축구의 현실을 직시하라.", "벤투 감독도 한국에는 감지덕지다." 등의 말도 덧붙인다.틀린 말이 아니다. 세계적 명장이 아시아로 올 때는 대부분 '커리어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엄청난 금액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다. 또 아시아에서도 뒤로 밀려나고 있는 한국에 명장이 올 명분이 없다.그렇기에 2012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 4강 커리어를 가진 벤투 감독이 한국을 선택해준 것은 감사한 일이다.중국 슈퍼리그 충칭 리판에서 경질되는 등 최근의 행보는 실망스럽지만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최고의 경력을 가진 지도자임은 분명하다. 포르투갈 축구의 뼈대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적 명장은 아니지만 한국 축구 현실을 놓고 보면 높은 수준의 감독을 선임한 것이다.그런데 왜 벤투 감독에 실망한 축구팬들이 존재하는가? 왜 더 수준 높은 명장을 기대했는가?벤투 감독의 경력을 몰라서가 아니다. 한국 축구의 현실에 무지해서도 아니다. 마냥 눈높이만 높아져 명장 타령을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명장을 바라는 그 높은 눈높이, 누가 높였는가?이 질문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협회)다. 정확히 말하자면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이 끝난 뒤 새로운 외국인 명장에 대한 기대감을 최고조로 높인 '주체'가 바로 김 위원장이었다.김 위원장은 지난 달 5일 새로운 외국인 감독 선임 기준을 공개했다. 핵심은 '월드컵 본선 수준에 맞아야 한다'였다. 그러면서 '월드컵 지역예선 통과 경험·대륙컵 대회 우승 경험·세계적인 수준의 리그 우승 경험'이라는 세부 조건을 제시했다.이런 조건으로 자연스럽게 기대의 방향을 명장으로 돌리게 만들었다. 바로 명장들의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이런 명장이 한국에 올까?'라는 의구심에 김 위원장은 이렇게 확신했다."유럽에 있던 지도자가 한국으로 오는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 자신의 커리어가 떨어진다고 볼 것이다. 유럽으로 가서 노력하겠다.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왜 한국 축구가 매력적인지 설득하고 확신을 주겠다."45일 뒤 그가 내놓은 결과가 벤투 감독이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섣부른 기준'만 없었다면 만족스러운 영입이다.그러나 김 위원장의 기준에 대입하면 분명 실패다. 그래서 실망한 것이다. 그래서 믿음이 깨진 것이다.기준으로 따진다면 포르투갈 대표팀으로 2014 브라질월드컵 유럽예선을 통과한 것이 전부다. 정작 본선에서는 전성기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가 있었음에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그가 월드컵 본선 수준에 맞는 감독인가?김 위원장은 분명 축구팬들과 한 약속을 어겼다.벤투 감독 선임에 대한 정당성을 말하기에 앞서 높은 기대감을 가지게 만든 주체로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능력 부족을 인정하고 사과를 했어야 했다.그런데 그는 명장을 향한 막연한 기대감에 대해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현실이 이러니 이해하라고 항변한다. 그러면서 '변명'을 늘어놨다.일부 축구팬들은 김 위원장의 인터뷰를 보며 '감동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한국 축구의 현실을 안타까워했고, 최선을 다해 명장들을 만나며 고군분투한 모습에 느낀 감정이다. 물론 최선의 노력을 한 것은 맞다.하지만 감성적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 냉정하게 협상력의 경쟁력을 따져봐야 한다. 김 위원장은 노력만 했을 뿐, 경쟁력은 없었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기준의 감독 선임에 실패했다. 그리고 협상 능력의 한계를 드러냈다.그의 말에 따르면 명장이 오지 않은 이유는 '오직' 접촉한 감독들의 문제였다. 한국 축구에 애정이 없었고, 돈만 밝혔다는 거다. 자신의 협상 능력이 부족했고, 세계 축구의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으며,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확실한 카드도 준비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쏙 뺀 채로 말이다. 명장을 흔들만한 자금도 준비하지 못했음에도 김 위원장은 한국 축구의 매력을 어필하며 확신을 주겠다고 자신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다.돌아온 건 퇴짜뿐이었다. 포트폴리오에 이름만 넣으면 되는 것이 아니다. 계획했던 후보 감독 100% 실패했다. 그러자 계획에도 없었던 벤투 감독에 접촉한 것이다. 충칭에서 물러날 거라는 정보를 입수한 뒤 김 위원장이 먼저 달려갔다. 다른 감독과 달리 적극성을 보였고, 진정성이 느껴졌다며 벤투 감독으로 결정했다.이 과정은 협상이 아니다. 설득도 아니다. 적극성이 보이지 않는 이를 적극적으로 만드는 것이 협상의 능력이다. 한국 축구의 매력을 모르는 이에게 어필해 마음을 돌리는 것이 설득의 기술이다.김 위원장이 어떤 협상 카드를 준비했고, 어떻게 한국 축구의 매력을 어필했는지는 들을 수 없었다. 명장들의 냉당함에 돌아서야 했고, 적극성을 보인 유일한 이에게 마음을 연 것이다.중국에서 실패한 벤투 감독은 재기의 발판이 필요했다. 한국이 매력적인 카드임에 분명했다. 김 위원장은 "피크에 있는 감독은 접근이 어려웠다. 한 번 꺾여서 접근할 수 있는 감독이 있었다. 스크래치가 나면서 우리에게 기회가 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이는 협상과 설득이 아닌 서로의 마음이 이미 맞은 상태에서 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 것뿐이다. 중국 슈퍼리그 충칭 리판 감독 시절 파울루 벤투/연합뉴스이상을 좇다 실패했다. 현실의 벽에 막혀 돌아온 것뿐이다. 그러면서 감동을 섞은 '감동적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벤투 감독 선임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감동을 뺀 변명도 했다. 포르투갈의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은 독일과 경기에서 페페(베식타스)가 퇴장 당한 변수 때문이고, 충칭에서 실패는 강하지 않은 스쿼드 때문이라는 논리를 폈다. 이럴거면 애초에 기대감을 높이지 말았어야 했다. 모두의 기대감을 높인 뒤 이제와서 "현실의 벽은 높았다. 아프지만 어떻게 하나"라고 토로하는 건 너무나 무책임한 행동이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했다."위원회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기준을 높이 잡았다. 스스로 힘든 작업을 하게 됐다. 협회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국민들에게 자존심을 세워주고, 선수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왔던 일들이다. 그리고 이런 표현을 통해 협회의 변화 의지를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과할 정도로 수준을 많이 높여 잡았다."이는 스스로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러시아월드컵 후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귀에 솔깃한 희망적인 말로 여론을 달랜 것에 불과했다. 협회가 그동안 위기 때마다 줄곧 써왔던 방법이다.김 위원장은 독선과 부패로 얼룩진 협회의 현실을 뒤엎을 개혁과 변화의 상징과 같은 존재다. 그가 협회로 온 이유다. 파격적 인사였다. 도약을 이끌어낼 책무를 가진 인물이다. 그래서 도약의 방법 중 하나인, 한국 축구 현실을 뛰어 넘어 명장을 선임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약속은 지켜질 것만 같았다. 그런 협회를 기대했다.그런데 김 위원장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감동적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그가 내린 결론은 한국 축구의 현실을 받아들이자는 거다. 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 2018.08.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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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곤 위원장의 토로 "과할 정도로 기준을 많이 높여 잡았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새로운 감독은 파울로 벤투 감독이다.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17일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벤투 감독 선임 과정과 이유 등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유로 2012에서 포르투갈의 4강에 올려놓았다. 2014 브라질월드컵 유럽예선을 통과시킨 경험과 본선을 치른 경험이 있는 감독이다. 대표팀 감독이 되기 전에는 스포르팅에서 2년 연속 FA컵과 슈퍼컵 우승을 차지했다. 컵대회의 왕자라 불렸다. 감독으로서 60%에 육박하는 높은 승률을 가진 감독”이라고 벤투 감독을 설명했다. 그의 선택한 결정적 이유는 진정성이었다. 김 위원장은 “면접을 한 감독 중 가장 인상 깊은 감독이었다. 진지하고 프로페셔널했다. 현대적이고 높은 전문성을 가지고 있었다. 카리스마와 전문성, 열정과 자신감이 있는 유능한 감독으로 판단했다”며 “이런 분이 한국 대표팀에 대한 진정성이 강했다. 한국 축구 발전을 생각하고 있었고, 그런 의지를 강력하게 어필했다. 다른 후보들은 협상에 진정성이 없었다. 한국 축구에 대해서도 몰랐다. 그리고 엄청난 금액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협상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소위원회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기준을 높이 잡았다. 그래서 스스로 힘든 작업을 하게 됐다. 국민들 자존심을 세워주고, 선수들에게 자긍심 심어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왔던 것이다. 과할 정도로 수준을 높여 잡았다. 생각처럼 만만치 않았다. 현실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어 “피크에 있는 감독은 접근 자체가 어려웠다. 솔직히 처음에는 누구와도 좋아할 분으로 준비를 했다. 하지만 금액이 너무 높았다. 감당하기 어려웠다. 이후 한 번 꺾여서 접근할 수 있는 감독과 접촉을 했다”고 덧붙였다. 팬들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지만 그래도 인내하고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김 위원장은 “4년을 인내하고 기다려줘야 한다. 분명한 것은 카타르월드컵을 목표로 감독을 선임했다는 것이다. 월드컵이 아니면 벤투 감독이 올 이유도 없다. 검증된 감독이다. 기다려주고 지원해줘야 한다. 아시안컵에서 좋은 경기력이 나올지 모른다. 좋은 결과를 기다릴 것이다. 팬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우려의 목소리가 많지만 끝까지 지지를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 2018.08.1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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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표팀 감독에 벤투 유력…KFA, 17일 감독 선임 공식 발표

한국 축구대표팀의 새로운 감독의 윤곽이 드러났다. 파울루 벤투 전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이 유력한 상황이다.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유럽에서 협상을 마치고 16일 귀국했다. 지난 8일 유럽 출장길에 오른 김 위원장은 키케 산체스 플로레스 감독, 슬라벤 빌리치 감독 등 몇몇 후보군과 접촉했고, 최종적으로 벤투 감독을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2022년 카타르월드컵까지 4년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연봉은 역대 외국인 감독 최고 대우를 해줄 전망이다. 벤투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포르투갈 국가대표로 활약한 선수다. 1992년부터 2002년까지 A매치 35경기에 출전했다. 루이스 피구, 후이 코스타 등과 함께 유로 2000과 2002 한·일 월드컵에 출전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과 조별리그 3차전에도 출전한 인연이 있다. 벤투 감독은 2004년 현역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포르투갈 스포르팅 리스본 유스팀을 시작으로 스포르팅 리스본 1군을 이끌었다. 그리고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끌며 유로 2012 4강에 오르기도 했다. 또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끌고 2014 브라질월드컵에도 출전했다. 이후 브라질 크루제이루, 그리스 올림피아코스 등을 이끌었고 올해 중국 슈퍼리그 충칭 리판을 지휘했다. 김 위원장이 새 감독 자격요건으로 제시했던 월드컵 예선 통과 경험 및 대륙간컵 우승·세계적인 리그 우승 등 선임 기준에도 부합한다.화려한 경력을 자랑하지만 벤투 감독에게 단점도 있다.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 시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에 너무 의존하는 단조로운 전술로 비판을 받았다. 포르투갈을 이끌고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굴욕도 맛봤다. 또 충칭 리판에서 성적 부진의 이유로 경질당한 점도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한국 축구팬들의 엄청난 지지를 받았던 스페인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 플로레스 감독과 협상은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플로레스 감독은 2009~2010시즌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끄는 등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특히 스페인 특유의 점유율 축구보다는 선수비 후역습을 추구해 한국 축구와 잘 맞는다는 평가를 받았다.하지만 플로레스 감독은 멕시코대표팀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클럽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등 인기가 높았다. 협상 결렬의 핵심 이유는 4년이라는 장기계약에 대해 플로레스 감독이 주저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로레스 감독의 이력을 보면 한 팀에 오래 머무는 스타일이 아니었다.벤투 감독이 유력하지만 아직 대한축구협회의 공식 발표는 없었다. 대한축구협회는 17일 벤투 감독 선임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축구협회는 16일 "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회의 김판곤 위원장이 17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A대표팀 감독 선임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는 "기자회견 전까지 협회는 감독 선임에 관해 언급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용재 기자 2018.08.1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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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이용수와 4년 후 김판곤, 무엇이 다른가

2014년 7월.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마이크 앞에 섰다.새롭게 선임할 대표팀 감독 기준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한 한국 축구대표팀은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1무2패를 기록, H조 꼴찌로 탈락했다.거센 비난 여론 속에 차기 감독은 '외국인 감독'이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 위원장은 외국인 감독 선임을 전제로 내세우며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했다.'첫 번째 조건'은 월드컵 혹은 클럽 감독으로서 결과를 만들어 낸 경험이었다.구체적으로 아시아선수권대회, 대륙 지역별 선수권대회(유로·코파 아메리카 등) 지휘 경험을 강조했다. 또 유럽을 포함해 월드컵 예선을 치러 본 감독, 월드컵 본선에서 16강 진출 이상 경험이 있는 감독, 클럽에서 결과를 만들어낸 경험이 있는 감독 등을 후보군으로 언급했다. 그러면서 K리그와 공존하며 발전할 수 있는 철학·인성·교육자의 마음가짐 등을 추가로 꼽았다. 이 위원장은 몇몇 후보들의 접촉설에 대한 곤혹감을 드러내기도 했다.그는 "어떤 감독이 협회에 어떤 연락이 왔는지 모른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분들이 이메일을 보내고 있다"며 "아직 접촉했다는 분들에 대해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비용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이 위원장은 "2002 한일월드컵을 개최했던 상황과 현실에 차이가 있다. 현실적으로 협회 예산을 고려해야 한다"며 "무조건 좋은 지도자를 많은 돈을 들여 영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무조건 연봉이 높은 지도자를 선임할 수도 없다. 비용에 대해 기술위에서 심도 있게 고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짧은 시간에 쫓기지 않겠다는 말도 했다.이 위원장은 "9월에 A매치가 있다. 시간에 쫓겨서 감독을 선임하는 것은 한국 축구 발전에 전혀 보탬이 안 된다"며 "조금 여유롭게 좋은 감독님을 모시도록 하겠다. 급하게 선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7월.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마이크 앞에 섰다.새롭게 선임할 대표팀 감독 기준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신태용 감독이 지휘한 한국 축구대표팀은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1승2패를 기록, F조 3위로 탈락했다.거센 비난 여론 속에 차기 감독은 '외국인 감독'이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김 위원장은 외국인 감독 선임을 전제로 내세우며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첫 번째 조건'은 월드컵 혹은 클럽 감독으로서 결과를 만들어 낸 경험이었다.구체적으로 아시아와 유럽을 포함한 월드컵 지역예선 통과 경험, 대륙컵 우승 그리고 수준 높은 세계적인 리그 우승 경험을 강조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한국 대표팀의 격에 맞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 축구에 부합하는 철학을 추가로 꼽았다. 김 위원장은 몇몇 후보들의 접촉설에 대한 곤혹감을 드러내기도 했다.그는 "어떤 감독과도 접촉한 적이 없다. 외국인 감독 이력서는 이미 쏟아지고 있다. 아직 검토하지 않았다. 공식 절차가 먼저"라며 "후보는 10명 안쪽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철학에 맞는 후보에게 우리가 먼저 접촉할 것"이라고 토로했다.비용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김 위원장은 "중국처럼 거액을 지급하는 것을 국민들이 받아들이겠는가. 상식적으로 상식선에서 투자하겠다"며 "한국이라는 시장이 쉽지 않다. 유럽에 있던 지도자가 한국으로 오는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 자신의 커리어가 떨어진다고 본다"고 설명했다.짧은 시간에 쫓기지 않겠다는 말도 했다.김 위원장은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다. 다이내믹하게 하겠다. 굳이 많이 끌지도 않겠지만 서두르지도 않겠다"고 말했다.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도대체 무엇이 다른가.4년 전 이 위원장의 외국인 감독 선임 시작과 나아갈 방향 그리고 4년 뒤 김 위원장의 외국인 감독 선임 시작과 나아갈 방향에 차이점이 없다. 비슷한 정도를 넘어 '똑같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월드컵 성과, 대륙컵 성과 그리고 세계적 리그 경험 등을 '첫 번째 조건'으로 내걸면서 축구팬들의 기대치를 최상으로 높여 놨다. 자연스럽게 세계적 명장들의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세계적 명장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한 주체가 누구인가. 협회다. 그리고 축구팬들이 명장을 향한 막연한 기대감을 갖는다며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곳도 협회다. 그러면서 유명한 지도자들의 접촉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후보는 많고, 지원자도 많지만 한국 축구와 맞지 않는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아직 공식 절차가 시작되지 않았다는 설명도 했다. 한국이 협상에서 우위에 있다는 뉘앙스도 풍겼다.비용에 대한 철학도 똑같다. 확실하고 과감한 투자에는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월드컵 본선 성과, 대륙컵 성과, 세계적 리그 경험 등을 거론했다.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런 성과를 낸 감독은 과감한 투자가 없으면 절대 한국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면서 여유롭다. 9월 A매치까지 남은 두 달이 충분한가 보다. 좋은 감독을 선임하기 위해 재빨리 움직이는 다른 국가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세계적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것이다. 축구팬들이 '여론을 살피며 최대한 시간을 끌어 보겠다는 의도'라고 의심하는 이유다.이번 감독 선임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축구팬들은 강한 '불신'의 시선을 먼저 보내고 있다. 4년 전과 '똑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은 속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4년 전, 이런 과정을 통해 선발된 감독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었다.세계 축구 무대에서 성과가 전혀 없었던 무명 감독이었다. 이 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의 인간적인 면, 즉 '첫 번째 조건'이 아닌 추가적인 조건으로 내걸었던 '인성'에 가장 많은 점수를 줬다. 김 위원장도 1차 조건을 거창하게 제시했다. 그리고 추가적인 조건으로 '추상적인 철학'을 내걸었다. 정확히 이해할 수도, 확실한 방향을 잡을 수도 없는 애매모호한 철학이다. 이는 곧 어떤 감독에게도 끼워 맞출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이나 다름없다.김 위원장은 4년 전과 똑같은 과정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반드시' 달라야 한다. 이번에도 4년 전과 똑같은 결과를 낸다면 축구팬들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김 위원장은 '다름'을 증명해야 한다. 모든 것이 똑같지는 않다. 다른 부분도 있다. '두 가지'다.첫 번째, 기술위원장에서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으로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위원회와 장의 이름이 바뀐 것이다.두 번째, 4년 전에는 브라질월드컵 실패를 인정한 뒤 홍명보 감독을 차기 감독 후보군에서 제외했고, 4년 후에는 러시아월드컵이 실패인지 성공인지도 모른 채 신태용 감독을 차기 감독 후보군에 올린 것이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 2018.07.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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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월드컵 스트레스’ 아닌 ’기쁨’으로 돌아가라

한국 축구대표팀, '신태용호'의 조별리그 3경기가 모두 끝났다. 결과적으론 '탈잘싸(탈락해도 잘 싸웠다)'가 됐지만, 독일전 승리에 마냥 기뻐할 수 없는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있다.조별리그 3경기를 치르는 동안 신태용호는 전쟁에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부상자들이 즐비한 선수단, 연이어 밀려드는 더 강한 적들 그리고 대표팀에 쏟아진 비난의 십자포화까지. 그라운드 위에 서서 이 모든 것들과 싸웠던 선수들은 물론, 지켜보는 팬들도 덩달아 지치고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대표팀 베이스캠프였던 상트페테르부르크, 스웨덴과 맞붙었던 니즈니노브고로드, 멕시코전이 열린 로스토프나도누, 독일전을 치른 카잔까지 러시아 길거리엔 서로의 국기를 휘날리며 응원가를 부르고 웃고 떠드는 소리가 새벽까지 쉴 새 없이 이어졌는데, 유독 우리는 축제가 아닌 전쟁 같은 시간을 보냈다. 월드컵은 세계인의 축제라는데, 한국이 월드컵을 축제로 즐겼던 적은 원정에서 16강 진출을 달성했던 2010 남아공월드컵이 끝인 듯하다. 물론 축제의 정점엔 2002 한일월드컵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뒤로 월드컵은 4년마다 찾아오는 '스트레스 유발자'가 됐다. 감독은 감독대로, 선수는 선수대로 그리고 팬들은 팬들대로 월드컵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영표(41) KBS 해설위원의 말대로 "기쁨이 돼야 하는 월드컵이 4년마다 팬들에게 스트레스가 되고 있는 셈"이다. 조별리그가 끝난 지금, 월드컵이 왜 '기쁨'이 아닌 '스트레스'가 되고 있는지 짚고 넘어가야 할 시점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가장 큰 문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겠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색깔'을 잃었다는 점에 있다. 이천수(37)는 1차전 스웨덴전이 끝난 뒤 일간스포츠 관전평을 통해 "이길 수 있었고, 또 반드시 이겨야 했던 경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아쉬운 것은 우리만의 '색깔'이 없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이들의 의견도 대체로 같았다. '한국 축구' 하면 떠올랐던 악착같은 모습, 상대보다 더 많이 뛰고 강하게 압박하며 투지로 물고 늘어졌던 모습이 희미해졌다는 평이다. 이번 대회 '첫 단추'자 16강 진출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스웨덴전 패배에서 가장 강렬하게 드러난 문제점이다. 당장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더 뛰고 상대를 괴롭히는 모습을 보였던 멕시코전은 '졌지만 잘 싸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손흥민(26·토트넘)의 기적적인 후반 추가시간 만회골까지 터지면서 등 돌렸던 팬심도 어느 정도 돌아왔다. 실낱같은 16강 진출 가능성을 위해 죽기 살기로 뛴 독일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팬들은 한국 축구 특유의 색깔을 그리워하고, 우리가 잘하는 것으로 세계 무대에서 배짱을 보여 주길 바란다. 스웨덴전에서 신태용호가 조금 더 배짱 있게 나갔다면 대표팀도 팬들도 스트레스를 덜 받았을지 모른다.한국 축구가 색깔을 잃은 배경에 대한축구협회의 안일함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영표 위원은 "2014 브라질월드컵 때를 생각해 보라. 그때나 지금이나 대회 1년 전에 감독을 해임하고, 또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이 같았다"고 비판했다. 4년 전 최강희(59) 전 감독이 최종예선까지 '시한부 체제' 사령탑을 마치고 나서 협회가 홍명보(49) 전 감독을 부랴부랴 선임한 것이 대회 개막을 1년 남짓 남겨 둔 시점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울리 슈틸리케(64) 전 감독을 대회 1년도 채 남겨 두지 않은 상황에서 경질하고 신태용(49) 감독을 다급하게 월드컵 대표팀 사령탑에 앉혔다. 공격 축구를 추구하던 신 감독의 '색깔'은커녕, 성적에 대한 부담감으로 한국 축구의 색깔도 이어 가지 못하게 한 악수였다. 이런 요소들이 얽히고설켜 월드컵을 향한 관심 저하로 이어졌다. 가뜩이나 대중의 관심에서 밀려나고 있는 한국 축구에 월드컵은 4년마다 찾아오는 '특수'였는데, 이번엔 그마저도 영 효과가 미미했다. 대표적인 수치가 바로 시청률이다. 이번 월드컵은 한국과 6시간 시차인 러시아에서 열려 대부분 경기가 '황금 시간대'에 편성됐다. 1차전 스웨덴전은 지난 18일 월요일 오후 9시, 2차전 멕시코전은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24일 새벽 0시에 시작했다. 3차전 독일전도 27일 수요일 오후 11시에 열려 대부분 사람들이 무리 없이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시청률만 보면 새벽과 아침 시간대에 열렸던 4년 전 브라질월드컵보다 하락했다. 브라질월드컵 첫 경기였던 러시아전은 회사원들의 출근 시간대인 평일 오전 7시에 킥오프했는데 지상파 3개 사 시청률 합계가 52.5%에 달했다. 반면 이번 1차전 스웨덴전은 40.9%로 4년 전보다 10% 이상 낮았다. 가장 완벽한 시간대로 꼽혔던 멕시코전 역시 3개 사 합계 34.4%로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그나마 가장 뚝심있는 축구를 보여준 독일전이 시청률 60.96%(실시간 기준)로 선방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월드컵을 다시 기쁨으로 되돌리는 일이다. 모두 밖으로 뛰쳐나와 "대~한민국!"을 외치는 것이 부끄럽지 않았던 때로 돌아가게끔 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 이영표 위원과 박지성(37) SBS 해설위원은 "우리나라 모든 축구인들이 반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영표 위원이 "선수들은 현상일 뿐이다. 원인은 모두에게 있다"고 얘기한 것처럼 박지성 위원도 "10년 이상 한국 축구의 미래를 내다보는 수준의 반성과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반성을 촉구했다. 축구계 전체가 노력하지 않으면 잃어버린 기쁨은 되돌아오지 않는다.카잔(러시아)=김희선 기자 2018.06.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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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 세상'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월드컵 '라이징스타'는 VAR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Video Assistant Refree)'이야말로 이번 월드컵의 '라이징 스타'다."영국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잭 버나드는 20일(한국시간) 기고문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처음 도입된 VAR을 스타 선수에 빗댔다. 세계적인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보다 'VAR'이란 말이 축구팬들 사이에서 훨씬 더 자주 오르내리는 상황을 풍자한 것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번 대회를 위해 VAR 전담 심판팀 13명을 별도로 꾸리고, 경기마다 VAR 심판 4명을 배정하고 있다. 이들은 경기장(12골)에 설치된 37대의 카메라를 통해 공과 선수들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한다. 페널티킥·레드카드·득점 등 결정적인 상황에서 오심 여부가 확인되면서 VAR이 승부의 결정적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VAR의 힘'을 빌려 월드컵 본선 첫 경기에서 승리를 챙겼다. '우승 후보' 프랑스는 지난 16일 열린 조별리그 호주전에서 고전하며 0-0으로 전반전을 마쳤다. 후반전 들어 VAR이 분위기 반전의 기회를 도와줬다. 후반 9분 앙투안 그리즈만이 호주 수비수 조시 리즈던의 발에 걸려 넘어졌는데,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하지만 20초 뒤, 주심은 경기를 중단했다. VAR 전담 심판진으로부터 사인을 받은 그는 경기장 밖에 설치된 모니터를 확인한 뒤 판정을 뒤집고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월드컵 사상 첫 VAR 판정이었다. 그리즈만은 자신이 얻은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밀어 넣으며 선제골을 기록했다. 프랑스는 이 경기를 2-1로 이겼다. 주심이 경기를 중단시킨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VAR은 어느 시점에서든 선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심이 그라운드에서 직접 VAR을 결정할 수도 있고, VAR 전담 심판의 확인 필요 권고에 따라 판독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다. 한국도 지난 18일 스웨덴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VAR 판정으로 상대에게 페널티킥을 내주며 0-1로 졌다. 후반 22분 김민우가 페널티박스에서 상대 공격수 빅토르 클라에손에게 태클할 때만 해도 주심은 반칙 휘슬을 불지 않았다. 하지만 18초 뒤에 주심은 경기를 중단했고, 영상 확인을 통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VAR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선 레드카드를 찾아보기 힘들다. 총 17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주심이 레드카드를 꺼내 든 경우는 19일 일본-콜롬비아전(카를로스 산체스)에서 단 한 차례뿐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는 10명이 레드카드를 받아 그라운드를 떠났고, 2010 남아공월드컵에선 17명이 퇴장으로 경기를 일찍 끝냈다. 2006 독일월드컵에선 주심이 모두 28명(이상 경고 누적 포함)을 퇴장시켰다. FIFA는 VAR 도입 의도가 들어맞았다며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FIFA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VAR로 반칙 행위를 다시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을 선수들이 알기에 퇴장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dba통신에 따르면 FIFA 대변인은 "(VAR은) 매우 만족스러운 결정"이라며 "기대한 대로 됐다"고 17일 말했다. 레드카드는 줄었지만 페널티킥은 늘었다. 조별리그 17경기 기준으로 모두 10개의 페널티킥이 나왔다. 이 추세대로라면 단일 대회 최다 페널티킥 기록을 새로 쓰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역대 월드컵 단일 대회 최다 페널티킥 기록은 18개(1990·1998·2002년)다.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VAR의 영향은 실로 대단하다. 페널티킥은 늘었지만, 그 어떤 대회보다 오프사이드 반칙은 줄었다"면서 "'VAR 세상'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는 '최첨단 장비의 경연장'으로도 불린다. VAR 외에도 경기장 곳곳에 과학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헤드셋 도입이 대표적이다. 각국 코칭스태프가 머리에 헤드셋을 쓰고 경기를 지휘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지난 3월 축구 규칙을 관장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의 의결로 벤치에서 전자 장비를 사용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감독은 벤치가 아닌 장외에 있는 코칭스태프와 헤드셋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화하면서 작전 지시를 내린다. 경기를 폭넓게 볼 수 있는 기자석에 스태프 3명이 앉아 경기 관련 데이터와 선수의 몸 상태를 벤치에 있는 감독과 다른 스태프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전자칩이 내장된 공인구가 사용되는 것도 색다르다. 대회 공인구인 '텔스타 18' 안에는 근거리무선통신(NFC) 칩이 장착돼 있다. 월드컵 공인구로는 최초다. NFC 리더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을 공인구에 갖다 대면 무게, 재질 등 공에 대한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이용자 간 콘텐트 공유도 가능하다.피주영 기자 2018.06.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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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가는 길목에서 맞이한 '캡틴' 기성용의 센추리 클럽

"홈에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니까요, 팬분들께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오스트리아로 가고 싶습니다."'캡틴' 기성용(29·스완지 시티)은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온두라스와 평가전을 벤치에서 지켜봤다. 대표팀 소집 후 그를 괴롭힌 허리 통증 때문이었다. 이날 경기 결장으로 기성용의 A매치 100경기 출전은 6월 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으로 늦춰지게 됐다. 그러나 기성용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몸상태는 긍정적이라 보고 있다. 다음 경기에는 나도 뛸 수 있을 것"이라며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 출전 의지를 다진 기성용은 "온두라스전보다 힘든 경기가 되겠지만 A매치 100경기인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기성용은 명실공히 한국 축구의 대들보자 대표팀의 기둥 역할을 맡고 있다. 기성용이 자리를 비운 중원은 그 어떤 공백보다 크게 느껴질 정도로 그는 이미 대표팀의 '대체 불가' 자원이다. 만 19세던 2008년 9월 5일 요르단과 친선경기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뒤부터 지금까지, 10년의 시간 동안 기성용은 늘 한국 축구의 중심에 있었다. 그리고 데뷔 이후 10년 뒤, 기성용은 러시아로 가는 길목에서 센추리클럽 가입이라는 또 하나의 결실을 수확하게 된다.A매치 100경기 출전자를 일컫는 센추리클럽은 국가대표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꿈꾸지만 아무나 이룰 순 없는 '명예의 전당'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공인한 한국의 센추리클럽 가입자는 차범근(65) 홍명보(49·이상 136경기) 이운재(45·133경기) 이영표(41·125경기) 유상철(47·124경기) 이동국(39·105경기) 김태영(48) 황선홍(50·이상 103경기) 박지성(37·100경기)을 포함해 9명에 불과하다. 증빙 부족으로 FIFA 인증을 받지 못한 선수까지 더한 대한축구협회 기준으로는 김호곤(67) 조영증(64) 박성화 허정무(이상 63)를 포함해 13명이다. 한국 축구 전체 역사를 두고 봐도 13명에 그칠 만큼 A매치 100경기 출전을 달성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기성용의 센추리클럽 가입이 의미 깊은 이유다. 기성용 역시 "대표팀은 축구를 하면서 가장 큰 영광이었고, (100번째 경기는) 내가 갖고 있는 어떤 커리어보다 의미 있는 경기가 될 것"이라고 대기록 달성을 앞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비록 허리 통증 때문에 한 경기 뒤로 밀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에서 센추리클럽에 가입하게 됐지만 그 의미는 변함없다. 오히려 기성용의 말처럼, 러시아로 떠나기 전 국내에서 치르는 마지막 평가전에서 A매치 100경기 출전을 달성하는 것이 더 의미 깊을 수 있다. 또 '캡틴' 기성용의 센추리클럽 가입은 대표팀을 둘러싼 비관적인 분위기도 어느 정도 바꿔 놓을 수 있다. 앞서 온두라스전의 승리로 어느 정도 분위기 환기가 되긴 했지만 국민을 보다 뜨겁게 열광시키기 위해선 또 다른 '상징'이 필요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모두가 신뢰하는 '캡틴' 기성용의 센추리클럽 가입은 선수 개인의 영광이 아닌 러시아로 떠나는 신태용호의 분위기 반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2010 남아공월드컵과 2014 브라질월드컵에 이어 이번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 자신의 세 번째 월드컵을 준비하는 기성용의 존재는 한국 축구에 있어 그만큼 각별하다. 김희선 기자 2018.05.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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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선발 '견제 시스템'이 있습니까?

최근 막을 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최대 화두는 감동, 환희, 눈물이 아니었다. 파벌과 왕따 그리고 국가대표 자격에 대한 의구심이었다.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경기에서 드러난 일명 '왕따 논란'이 대한민국을 흔들었다. 국민들은 분노했고, 해당 선수들에 대한 비난이 거셌다. 그 다음 대한빙상경기연맹 개혁을 화두로 던졌다.익숙한 장면이다. 4년 주기로 반복되는 현상이다.언제나 4년 동안 무관심으로 일관하다 올림픽이 열리는 그때에만 분노하며 변화를 외친다. 빙상연맹의 적폐는 오래 전부터 이어져오는 현상이었음에도 빙상연맹을 향한 의심의 기간은 너무나 짧다. 올림픽이 끝나면 다시 사그라질 이슈다. 무관심의 시기가 찾아오는 것이다. 그리고 4년 뒤 다시 폭발한다. 이런 과정의 연속이다.이는 올림픽에서만 국한된 장면이 아니다. 월드컵도 그렇다. 아니 월드컵은 올림픽보다 더욱 파급력이 크다. 4년 마다 한국 축구는 요동친다. 한국 프로축구 K리그 등 평소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체력을 비축시킨 뒤 월드컵 때 한 번에 폭발시킨다. 영광으로 환한 빛을 내던가. 아니면 한국 축구 최대 위기로 몰리던가. 둘 중 하나다. 후자의 경우, 언제나 대한축구협회(협회)와 대표팀을 향한 개혁의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잠시 뿐, 변하는 건 없었다.올해가 4년 주기가 돌아오는 해다. 2018 러시아월드컵이 열린다.대회가 끝난 뒤 원인을 찾는 것, 이제는 늦다. 똑같은 과정의 반복일 뿐이다. 이번에는 대회 전 미리 문제점을 적시하고 대비해야 한다. 국가대표의 진정한 자격을 묻고 이를 갖추기 위한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 러시아월드컵 성공을 위한 또 장기적인 대표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발점이 돼야 한다. 진정한 변화가 필요하다. ◇국가대표 선발 기준은 대표팀 감독가장 원론적인 질문. 월드컵 대표팀을 구성하는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기준'이 있는가.없다. 선수 선발 권한은 대표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들이 감독들의 권한을 보장해 준다. 따라서 신태용 감독의 철학과 방향성이 곧 지금 국가대표 선발 기준인 셈이다. 국가대표 선발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다.사실 한국 대표팀 감독에게 선수 선발 전권을 준 것도 오래된 일은 아니다. 협회 윗선의 개입과 압력 등 월권행위가 감독을 흔들었을 때가 있었다. 학연, 지연 등에 얽히고, 자신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특정 에이전트 소속 선수를 선발하는 등 암울한 시대가 있었다. 태극마크의 품격은 떨어졌고, 대표팀은 모래알처럼 흩어졌다. 사공이 많으면 배는 산으로 가게 돼 있다.2002년 변화가 일어났다. 한일 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전권을 가지면서 공정한 경쟁을 통한 선발을 시도했고, 4강 신화라는 영광이 찾아왔다. 축구팬들은 어떤 세력과도 얽히지 않은 외국인 감독이기에 공정한 선수 선발이 가능했다고 바라봤다.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협회 임원의 아들이 월드컵대표팀에 발탁돼 경기를 뛰어 많은 의구심을 받은 바 있다. 또 조광래 감독 시절 기술위원장이 선수 선발에 개입하며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런 시행착오를 거치며 감독에게 전권을 주는 문화는 자리를 잡아가게 됐다. ◇감독 전권의 부작용어떤 조직에서도 무소불위의 권력은 탈이 나게 마련이다.감독에게 전권을 주자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어떤 선발 기준과 철학 없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선수들을 대거 발탁하면서 흔들렸다. 해외파 선수들은 소속팀 경기에 뛰나, 못 뛰나 관행처럼 선발했다. 해외파 앞에서 공정함은 지웠다. 해외파와 국내파 파벌 논란도 결국 감독이 만든 것이다.이런 부작용이 한꺼번에 터진 대회가 바로 '2014 브라질월드컵'이었다.홍명보 감독에게 선수 선발 전권이 주어졌고, 이는 '엔트으리'로 귀결됐다. 여러 선수 중 핵심은 박주영이었다. 소속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박주영을 향한 자격 논란이 일었다. 홍 감독은 '황제 훈련'을 시키며 돌파구를 찾으려 했지만 끝내 일어서지 못했다.1무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홍 감독이 의구심으로 가득 찼던 박주영을 브라질로 데리고 가려고 할 때 협회가 한 일은 '방관'이었다.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에도 마찬가지다. 대표팀 엔트리를 발표할 때마다 논란이 터졌다. 대표팀에 어울리지 않은 선수들이라 평가 받는 이들이 태극마크를 달아도 기술위원회는 침묵했다. 결국 슈틸리케호도 실패로 끝났다. 김봉길 U-23 대표팀 감독의 실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견제 시스템이 필요하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감독의 독단적 선택을 막을 수 있는 '견제 시스템'이 필요하다. 기술위원회가 해야 할 일이다.물론 선수 선발 권한은 감독에게 남아있어야 한다. 기술위가 간섭과 개입, 압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기술위는 감독이 오판을 내리지 않도록 견제와 협력 기능에 주력해야 한다. 어떤 세계적 명장이라도 오판할 수 있다. 옆에서 흔들리는 감독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이다. 신 감독과 기술위는 머리를 모아 이를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완성할 필요가 있다.신 감독이 대표팀을 맡은 뒤 많은 축구팬들이 의구심을 보내고 있는 특정 선수들이 있다. 장현수(FC 도쿄)와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이 대표적 선수다.신 감독도 소통해야 한다. 귀를 열고 왜 그런 목소리를 내는지 들어봐야 한다. 비난을 위한 비난이 아니다. 팬들에게도 이유가 있다. 아무리 감독이 원하는 선수라 해서 무조건인 포용과 옹호는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또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국민들의 하나 된 응원은 없다. 국민의 마음이 분열된 대표팀은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신 감독과 기술위는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해결책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팬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무조건 끌어안는다고 해결되는 일은 절대 아니다. 4년 전 홍 감독의 '엔트의리' 전철을 다시 밟는다면 한국 축구는 또 다시 최대 위기로 몰릴 수밖에 없다.협회는 지금까지 이런 시스템이 있었다고 항변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결과와 과정이 말해주고 있다. 시스템이 있었다면 허울에 불과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 한 축구인은 "감독이 전권을 행사하는 것은 양면성이 있다. 주변을 보지 않고 독불장군식의 선수 선발로는 절대 월드컵에서 성공할 수 없다. 브라질에서 그 교훈을 얻었다"며 "소통이 중요하다. 감독이 전권을 행사하는 가운데 문제점이 있으면 기술위가 적극적으로 조언해주는 견제 시스템이 정착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책임의 관점에서도 '견제 시스템'은 필요하다.시스템이 정착돼야 함께 책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견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 협력하지 못한 책임이 뒤를 따른다. 지금까지 월드컵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감독만 졌다. 기술위는 권한만 누리고 책임은 회피했다. 이런 행태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영광은 같이 누리고,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 책임이 없는 권한은 없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 2018.03.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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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월드컵 본선행 포상금 1억원 받는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달성한 축구대표팀 멤버들이 두둑한 포상금을 받을 전망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달 중 이사회를 열고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오른 축구대표팀 멤버들에게 지급할 포상금 규모를 확정지을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당시 선수들에게 지급한 총액 20억원 가량의 포상금이 기준이 된다. 당시 축구협회는 최종예선 10경기 소집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을 출전시간과 기여도에 따라 총 네 등급으로 분류해 포상금을 차등 지급했다. 가장 기여도가 높은 A급 선수에게 1억원을 지급한 것을 비롯해 B등급에 8000만원, C등급에 6000만원을 지급했다. D등급 선수에게는 4000만원을 줬다. 기성용(스완지시티), 손흥민(토트넘), 김영권(광저우 헝다) 등 최종예선 기간 중 출전 빈도가 높았던 대부분의 주전급 멤버들이 A등급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월드컵 기준을 적용할 경우 신태용 감독은 당시 최종예선 기간 중 대표팀을 이끈 최강희 전북 감독과 엇비슷한 1억5000만원 안팎의 금액을 수령할 것으로 보인다. 축구협회는 본선 4강에 오른 2002 한·일월드컵 당시엔 모든 선수들에게 포상금을 균등 지급한 적이 있지만, 그 이후에는 기여도를 산정해 차등 지급하는 방식을 유지해왔다.온라인 일간스포츠 2017.09.0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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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슈켄트 비하인드]②축구만큼 화제됐던 ’숨’, 우즈벡이 변하고 있다

'4200숨→8000숨.'2017년 9월 5일 낮 12시(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에는 조용한 개혁이 시작됐다. 이날 정오경께 우즈베키스탄의 은행, 호텔 등 공식 환전소에 표시된 1달러당 숨(sum·우즈베키스탄 화폐단위)의 환율이 종전 4200숨에서 8000숨으로 급격하게 조정됐다. 소리 없이 바뀐 환율에 어디든 조용한 분위기였지만 그 이면에선 이미 소리 없는 경제 전쟁이 시작되고 있었다.기자는 축구 취재 차 타슈켄트에 두 번째로 방문했다. 첫 번째 방문은 5년 전 최강희(57) 감독 당시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때였고, 그 때도 숨 환전으로 골머리를 앓은 경험이 있다. 5년 만에 다시 이곳을 찾았지만 여전히 환율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양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단두대 매치’가 열리는 바로 이날, 개혁을 향해 첫 발을 내딛는 또 다른 ’역사의 현장’에 서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됐다.이번 환율 조정은 오랫동안 우즈베키스탄 정부를 괴롭혀 온 고시 환율과 시장 환율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다. 오랜 기간 독재정권을 거친 우즈베키스탄은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폐쇄적인 경향이 남아있는 나라다. 특히 경제적으로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으며 이중 삼중 환전이 꾸준히 문제로 제기돼 왔다. 암시장은 물론 택시나 호텔에서도 고시 환율과 시장 환율의 차이를 노린 불법 환전이 일상적으로 벌어졌다. 상점에서 만난 한 현지인은 "고시 환율(1달러 4200숨)과 암시장 환율간 차이가 적게는 1.5배에서 많게는 2배 이상까지 벌어지는 상황도 있다"며 "제 값 주고 환전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그러나 이날을 기해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우즈베키스탄 중앙은행이 달러당 기준 환율을 전날 기준 1달러당 4200숨에서 8200숨으로 고시하면서 불법 환전의 이점이 사라졌다. 로이터 통신은 "규제 당국은 광범위한 외환 자유화 개혁을 위해 당분간 인위적으로 환율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제적인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자 기준 환율은 당분간 기존대로 유지할 예정이다.숨화의 평가절하는 최근 들어 우즈베키스탄의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정부가 외환 자유화 정책을 실시할 것이란 얘기는 이미 공공연하게 떠돌았고, 그 시기가 언제가 되느냐가 관건이었다. 그리고 지난 3일 샤브캇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외환정책 자유화 우선 조치에 서명하면서 개혁의 신호탄을 쐈다.자유유럽방송(Radio Free Europe)은 지난 3일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외환 자유화 정책을 5일부터 시작할 예정"이라고 보도하며 "이로 인해 암시장 상인들이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조치로 우즈베키스탄 기업들은 수입과 임금·서비스, 대출 상환, 여행경비 지급 등 국제거래를 위해 외화를 구매할 수 있게 됐고, 개인도 외화를 환전 창구에서 자유로이 거래할 수 있다.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김희선 기자 2017.09.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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