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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 찬스인가, 능력 인사인가…박정태 SSG 2군 감독 선임 [IS 이슈]

조카 찬스일까, 능력 인사일까. 박정태(56) SSG 랜더스 신임 퓨처스(2군) 감독 선임을 둘러싼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SSG는 '박정태 전 해설위원을 2군 감독에 선임했다'고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1군 수비 코치로 이동한 손시헌 전 2군 감독의 후임 인선이다. 두 달가량 장고를 거듭했는데 "예상을 깬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박정태 신임 2군 감독은 선수와 지도자 경력을 모두 롯데 자이언츠에서 쌓은 KBO리그 대표 '부산맨'이다. SSG 구단 연고지 인천과 별다른 인연이 없다. 더욱이 2012년 롯데 1군 타격 코치를 역임한 이후 현장을 떠난 야인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달 27일 SSG 구단주 보좌 겸 육성 총괄로 선임된 조카 추신수(43)와의 관계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최우선 영입 후보는 아니었다"선임 발표 이후 '추신수의 인맥 인사' 의혹이 불거졌다.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의 친분이 두터운 추신수가 외삼촌 취업에 영향력을 끼친 것 아니냐는 게 골자다. 이에 대해 구단 관계자는 "사실과 다르다"며 "2군 감독 선임 절차를 훨씬 이전부터 진행했다. 추신수 본인도 프런트 합류를 고민했는데 2군 감독 선임에 뭐라고 할 상황도 위치도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인선에 관여할 수 있다면 2군 감독 자리가 공석이 된 직후부터 얘기하지 않았겠나"라고 되물었다.박정태 신임 감독은 SSG의 최우선 후보가 아니었다. 대상자를 10여 명으로 추린 SSG는 1·2순위 후보(현직 코치)와 접촉했으나 영입이 불발됐다. 소속팀과의 계약 관계가 장애물이었다. 이후 외국인 사령탑, 감독 없는 총괄코치 제도를 검토하기도 했다. 내부 격론 끝에 '국내 감독'으로 방향을 재설정한 뒤 영입 리스트를 뒤졌고 박정태 신임 감독이 물망에 올랐다. 구단 관계자는 "박정태 전 해설위원은 이전에도 영입 후보여서 빠르게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음주 사건 해석은박정태 신임 2군 감독의 꼬리표 중 하나는 '음주 사건'이다. 박 신임 2군 감독은 2019년 음주운전 및 버스 운전을 방해한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운전자 폭행)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으로 불구속 입건 된 그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사건이 불거진 뒤 현장 복귀가 어려울 거라는 예상이 중론이었다.SSG는 잘못을 반성한 자세를 높게 샀다. 재판 과정에서 사건 당사자였던 버스 운전기사가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도 확인했다. 박정태 신임 2군 감독은 2023년부터 2년 연속, SSG 2군 선수 대상 교육을 하기도 했다. 구단 관계자는 "주요 내용은 프로의 자세와 의식이었다. 허심탄회하게 본인 사례를 들면서 절대로 이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라고 말했다. 박정태 신임 2군 감독은 2022년 밀양시에 있는 중·고등학교에서 클럽야구단 창단을 추진, 아마추어 야구 저변확대에 힘썼다. 2020년과 2024년 해설위원으로 활동한 것도 평가 항목이었다. 구단은 '선수 시절의 투지와 끈기를 선수단에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박정태 신임 2군 감독은 "이른 시일 안에 선수별 장단점을 파악해 맞춤형 성장을 도울 수 있게 하겠다"라고 말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5.01.01 12:10
산업

재계 대규모 투자 약속에 윤석열, 이재용 사면으로 화답할까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첫 사면권 행사가 될 ‘8·15 특사’에 경제인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 총수들이 윤 대통령 취임에 맞춰 약속한 듯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힌 만큼 이에 화답하는 제스처가 나올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광복절 사면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총리부터 시작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까지 나서며 이 부회장 사면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치권뿐 아니라 경제단체들도 이 부회장 사면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며 불을 지피고 있다. 한덕수 총리는 지난 13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월례포럼에 참석해 주요 기업인의 사면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경제인 사면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면 어떤 의견을 전달하겠느냐’는 질문에 “처벌이 이뤄졌고 괴로움도 충분히 겪었다고 판단되면 사면하는 것이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국민적 눈높이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본다"며 찬성했다. 최태원 회장은 기회가 될 때마다 이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지난 13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경제가 어렵다 보니까 경제인을 좀 더 풀어줘야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자유롭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사면이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민간경제 활성화를 기치로 내세우며 기업들의 규제 완화에 힘을 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사면권을 통해 ‘경제’에 방점을 찍겠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민생·경제 문제가 어렵기 때문에 기업인에게 좀 더 활발히 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제인 중 광복절 특사 대상자로 이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거론된다. 둘 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법의 심판을 받았다. 이 부회장은 2021년 1월 2년 6개월을 실형을 받고 수감됐고, 지난해 8월 집행유예를 조건으로 가석방됐다. 신동빈 회장은 2019년 10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 기간이라 해외출장 때마다 법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회사 경영 활동에 직간접적인 법적 제한이 있는 상황이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신속한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등 이에 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롯데그룹 역시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한 5년간 37조원의 투자를 약속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2.07.18 07:03
프로야구

'이동욱 감독 해임' NC, "시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동욱(48) NC 다이노스 감독이 해임됐다. NC 구단은 "지난해부터 반복된 선수단 일탈 행위와 성적 부진으로 침체한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이동욱 감독을 해임한다”고 11일 발표했다. NC는 10일까지 6연패 포함 9승 24패(승률 0.273)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다. 구단 안팎의 분위기도 뒤숭숭했다. 지난해 주전 선수 4명(박석민·박민우·이명기·권희동)이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위반하고 원정 숙소에서 일반인 여성과 술자리를 가져 문제가 됐다. 선수들의 1군 복귀가 임박했던 지난 3일 새벽에는 한규식 수비 코치와 용덕한 배터리 코치가 술을 마시다가 주먹다짐을 벌여 경찰에 입건되는 악재가 터졌다. 이동욱 감독의 거취를 고민하던 NC는 결국 해임 결정을 내렸다. 이동욱 감독은 NC 구단이 출범한 2012년부터 함께한 창단 멤버. 두 번의 재계약으로 2024년까지 감독 자리가 보장돼 있었지만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NC는 "강인권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는다. 이동욱 감독은 구단 고문으로 위촉하고 예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1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 앞서 이진만 대표이사와 임선남 단장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올 시즌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임 배경은. "갑작스럽게 한 건 아니다. 특정한 시점이나 하나의 시리즈를 보고 결정한 것도 아니고 여러 요소를 복합적으로 보고 진행했다. 지난해부터 구단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을 하나의 사건으로 독립적으로 볼 것이냐 반복되는 패턴으로 볼 것이냐가 고민이었다. 후자가 맞다고 생각했다. 선수단 기강이나 문제들이 경기력에서도 보이지 않나 싶었다. 이런 점들이 어떻게 하면 개선될 수 있을지 내부적으로 논의했다. 코칭스태프나 현장 직원들, 구단 이사회에서도 논의했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불가피하게 결정한 사항이다." -시리즈 중간(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 갑작스럽게 발표했는데. "어제 경기 직후 결정한 게 아니다. 경영진 내부에서 결정했고 모기업과 논의가 필요하다 보니 (공교롭게도) 시리즈 첫날 결정이 된 것이다. 모기업에서도 많은 고민을 했다." -해임 전 이동욱 감독과 나눈 대화는. "어제 결정을 하고 경기 후 숙소에서 해임 내용을 전달했다. 이런 결정을 최종적으로 내리게 됐다는 걸 말씀드렸고 감독님은 그대로 받아들이셨다. 의논할 주제가 아닌 것 같아서 있는 그대로 말씀드렸다." -후임 감독 선임 기준은. "구체적으로 어떤 분은 해야겠다고 정해놓은 건 없다. 언제까지라고 정해지지 않았지만, 당분간은 지금 체제를 유지할 예정이다. 좋은 분을 신중하게 찾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많은 분의 의견을 수렴해 최선을 결정하겠다. 강인권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하시는데 감독대행도 한 명의 (감독) 후보가 된다." -나머지 코칭스태프는 그대로 가는가. "강인권 감독대행과 협의를 해서 진행할 예정이다. 너무 과격한 변화는 우리도 부담이다. 작은 범위에서 필요한 부분만 조정하려고 한다." -3년 계약 연장 첫 시즌 해임이 이뤄졌는데. "해임이란 말을 쓰고 싶지 않지만, 구단의 결정이었다. 절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창단 때부터 기여했던 점이 크고, 구단 첫 (통합) 우승까지 공여가 큰 점이 절대 쉽지 않았다. 존중하고 과거 공로에 대한 예우를 모두 공감하고 있다. 급여 부분에 대해서는 계약대로 진행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성적이 최하위인데. "시점이 이른 건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33경기를 치렀다. (전체 시즌 일정의) 23%를 소화했기 때문에 샘플 사이즈가 작지 않다고 생각했다. 올 시즌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 (감동을 교체하는) 이 시점이 더 늦어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2.05.11 19:05
야구

강백호, 사직 두 경기 6안타...타석에서는 논란 여파 없었다

사건 사고는 이어지는데 방망이는 뜨거운 무대다. 강백호(20·KT)와 사직구장 얘기다. 강백호는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전에 3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했다. 4타수3안타·1타점을 기록했다. 롯데 선발투수 서준원은 청소년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던 절친한 후배다. 그러나 프로 무대 승부에서는 그에게 압승을 거두고 있었다. 이 경기에서도 그랬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 나선 1회초 첫 타석에서 좌전 2루타를 때려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3회 두 번째 승부에서는 땅볼로 물러났지만 소속팀이 1-0으로 앞선 5회초 무사 1루에서는 좌중간 안타를 때려내며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강백호는 구원투수 박시영을 상대한 7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도 수비 시프트를 뚫고 중전 안타를 때려냈다. 이 경기 세 번째 안타. 강백호는 전날(13일) 열린 2연전 첫 번째 경기에서도 뜨거웠다. 5타수 3안타·2타점·2득점을 기록했다. 1회초 선취 득점을 이끌었다. 1사 1루에서 상대 첫 번째 투수 브록 다익손을 상대로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때려냈다.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어진 상황에서 유한준의 땅볼 때 3루를 밟은 뒤 멜 로하스 주니어의 우전 안타 때 홈까지 밟았다. 3회도 득점을 했다.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선두타자로 나서 상대 투구 김건국으로부터 좌중간 안타를 치며 출루했다. 후속 유한준의 좌월 홈런 때 홈을 밟았다. 7회 타석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다. 1사 1루에서 상대 키스톤 콤비의 실책으로 인해 기회가 이어졌고 대타 조용호가 중전 안타를 치며 만루를 만들었다. 강백호는 이 상황에서 타석에 나섰지만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그나마 전력 질주를 한 덕분에 더블플레이는 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후속 유한준도 뜬공으로 물러나며 득점 없이 이닝이 끝났다. 7회 공격과 수비는 이 경기 승부처였다. KT는 이어진 수비에서 유격수 강민국의 송구 실책으로 위기를 자초했고, 마운드 위 김재윤이 제이콥 윌슨과 채태인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2점을 더 내줬다. 강백호는 끝까지 추격 불씨를 살렸다. 9회초 1사에서 김민혁이 안타로 출루했고 안치영이 아웃되며 벼랑 끝에 몰렸을 때도 우익수 키를 넘기는 적시타를 치며 5-6, 1점 차 추격을 이끌었다. KT는 유한준까지 안타를 치며 동점 기회를 열었지만 멜 로하스 주니어가 1루 땅볼로 물러나며 석패했다. 비록 소속팀은 패했지만 강백호의 활약은 두 팀 타자 가운데 단연 돋보였다.1차전이 끝난 뒤 그는 비난에 시달렸다. 7회 김원중과의 승부에서 파울 타구가 나오자 고함을 지르며 자책했다. 그러나 김원중의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방송사가 투수의 얼굴을 거듭 클로즈업을 하며 논란을 부추겼다. 강백호의 고함이 투수를 자극했다는 얘기다. 14일 내내 비난에 시달렸다. 결국 선수는 경기를 앞두고 "모든 행동에 조심하겠다"며 사과를 하기도 했다. 지난 6월25일에는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구장 내 구조물(볼트)에 손바닥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한 달 넘게 재활기를 가졌다. 사직구장에서 계속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다. 그러나 타석에서의 결과는 계속 좋다. 부산=안희수 기자 An.heesoo@jtbc.co.kr 2019.08.14 21:24
야구

KT, 강백호 부상보다 뼈아픈 감독·프런트 소통 문제

"팀장님 저 좀 잠깐 봬요". 이강철(53) 감독 특유의 낮은 음성이 더 의미심장한 뉘앙스를 풍겼다. 취재진 브리핑이 끝난 뒤 홍보 팀장에게 한 말이다. 대화 내용은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감독이 주축 선수의 부상 조치 현황을 보고받지 못한 채 언론을 통해 확인한 상황. 그마저도 사실과 달랐다. 10구단 KT의 행정은 여전히 꼴찌다. 상황은 이랬다. 지난해 신인왕이자 현재 KT 주축 타자인 강백호(20)가 지난 25일 사직 롯데전에서 파울 타구를 포구하는 과정에서 손바닥 부상을 당했다. 불펜과 그라운드 경계 담장에 있는 그물망 시건 너트에 손이 쓸린 것. 출혈이 있었다. 피부뿐 아니라 근육까지 손상됐다. 수술이 불가피했다. 이튿날 오후 1시30분 경, 구단이 각 매체에 부상 현황을 알렸다. "강백호가 조금 전 중앙대병원에서 전신마취 뒤 우측 손바닥 봉합수술을 받았으며 사흘에서 나흘 정도 입원할 예정이다"고 했다. "신경 손상은 없었고 복귀까지는 3∼4주가 걸릴 것이다"고 덧붙였다. 두 차례 메시지를 보냈다. 조금 상세하게 다시 알린다며 말이다. 선혈이 손을 적셨다. 이 점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빠른 복귀 일정으로 보였다. 같은 날, 오후 5시 원정 감독 브리핑이 시작됐다. 이 감독의 표정은 평소보다 어두웠다. 주축 선수가 부상으로 이탈했으니 당연했다. 그러나 전 과정을 돌이켜보면 다른 불쾌감이 혼재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일단 선수가 수술을 받았다는 '과거형' 보도를 부인했다. 이 감독은 "나는 수술을 받았다는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집도의의 수술 스케줄이 밀려 아직 수술실에 들어가지도 않은 것으로 안다"는 말도 했다. 이미 수술을 받았고, 복귀 소요 시간까지 나온 것은 기사를 통해 확인했다고도 전했다. 이어 "(복귀까지)4주면 땡큐 아니겠는가. 전날 트레이너에게 들은 보고에 따르면 근육이 손상됐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복귀를 하려면 8주 정도는 걸릴 것이다"고 말했다. 구단이 최초에 전한 두 가지 사실이 모두 틀렸다. 홍보팀 관계자는 "수술 시작은 오후 4시50분경이다"고 정정했다. '받았다'는 수술을 시작도 하지 않은 것이다.재활 기간도 8주라고 했다. 이마저도 억지로 짜내는 듯한 인상을 준다. 최초 검진은 3~4주 소요였지만, 주축 선수의 완벽한 완치를 바라는 이 감독의 의중과 트레이너이 소견을 반영해 기간을 늘리겠다는 얘기다. 이 설명을 하던 시점은 강백호가 수술실에 들어간 지 25분에 불과했다. 사후 뒤 소견, 향후 재활 계획을 두루 반영한 뒤 기간을 발표해야 했다. 8주 조차 근거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 감독은 브리핑이 끝날 때까지 '나는 듣지 못했다'는 말을 세 차례 했다. 향후 대처 계획, 마무리투수 이대은에 대한 얘기도 했지만 이 상황에서 전해진 가장 명확한 메시지는 프런트와 현장의 소통 부재였다. 취재진과의 브리핑이 끝나고 라커룸으로 향하던 이 감독은 이내 멈춰서더니 홍보 팀장에게 "잠깐 보자"는 말을 한 것이다. 홍보팀은 운영팀에 최초 정황을 들었다. 전했을 뿐이다. 운영팀은 선수, 지도자와 가장 가까이 호흡한다. 트레이너 한 명이 강백호와 동행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시작도 하지 않은 수술이 이미 끝난 것처럼 발표됐다. 심지어 감독에게는 보고도 들어가지 않았고, 사실 관계마저도 틀렸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소통 문제가 강백호 부상 건이 처음은 아닐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평소 이 감독의 성향을 감안하면 단 한 번의 실수로 의미심장한 말과 행동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보고 받지 못했다"는 감독의 말이 사실 전달이 아닌 누군가를 향한 경고로 들리는 건 과한 해석이 아니다. 전임 감독들 시절에도 이러한 문제가 없지 않았다는 업계의 설이 드러난 사건이다. 사직구장 시설 관리 문제로 주축 선수가 큰 부상을 당했다. KT는 피해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현장의 분투와 엇박자를 내는 운영 시스템이 드러났다. 신임 감독 첫 해, 신뢰 구축은 필수다. 이런 일은 선수단 장악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프런트가 노력은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부산=안희수 기자 An.heesoo@jtbc.co.kr 2019.06.27 12:17
야구

이대호, 오물 투척 봉변...미꾸라지가 흐린 팬심

엇나간 팬심(心)이 만행으로 이어졌다. 롯데가 시즌 초반부터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롯데는 3월 3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NC와의 시즌 2차전에서 5-10으로 패했다. 개막 7연패를 당했다. 2만 5000석을 가득 채운 홈팬들 앞에서 시즌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변했다. 당연히 비난의 목소리도 커졌다. 그럼에도 결코 발생하면 안 되는 장면이 나왔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인물이 경기 뒤 귀가를 위해 구장을 나선 이대호를 향해 오물을 던진 것. 치킨박스였다. 등을 직격했다. 이대호는 잠시 박스가 날아든 방향을 응시했지만 이내 별다른 대응 없이 자리를 떠났다. 이 영상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향해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사직구장 정문 앞 광장은 선수와 팬이 교감할 수 있는 장소다. 경기가 끝나면 보안팀이 선수가 개인 자가용이 있는 주차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동선을 확보하고, 팬들은 진입을 막은 안전선 밖에서 응원을 보낸다. 승리한 경기 뒤엔 당연히 인산인해다. 패한 경기 뒤에도 '진짜' 팬은 자리를 지킨다. 욕을 하기 위해 30~40분을 기다리는 사람은 드물다. 다른 구장에서도 비슷한 장면들이 연출된다. KT는 선수단이 나올 때 음악과 조명을 틀어 놓으며 팬들의 흥을 돋운다. 문제는 안전이다. 저지르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오물을 투척하는 행위 정도는 쉽게 할 수 있다. 보완 요원 2~3명이 따라붙지만 극성팬을 저지하는 수준이다. 상식과 정도를 지켜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이 시간에 일일이 사인을 하거나 사진을 찍어주지 않아 비난을 받는 선수도 있다. 스타플레이어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번 상황과 본질이 다른 문제다. 이대호를 향한 오물이 종이팩이 아니라 유리병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나마 매 경기 이뤄지던 스킨십의 현장마저도 폐쇄가 논의될 수 있다. 현재 롯데 구단도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강구하겠다"는 입장 밖에 내놓지 못했다. 팬이 관련된 사안이 만큼 말을 아꼈다. 사직구장에선 지난해 축제 현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10월 8일 NC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자 한 롯데팬이 홈플레이트를 향해 소주팩을 던졌다. 우매한 한 명의 팬이 관람 문화를 더럽혔다. 이번 사건도 다르지 않다. 이대호뿐 아니라 롯데팬도 상처를 입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tbc.co.kr 2018.04.0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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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이적생', 시즌 초반 새 소속팀에 미친 영향력

2017시즌을 앞두고 선수 몸값 100억원 시대가 열렸다. KIA는 지난해 시즌 뒤 FA(프리에이전트) 최형우와 4년 100억원에 계약했다. 해를 넘기자 롯데는 이대호와 4년 150억원 계약을 발표했다. 금액을 지불하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조심스러웠던 열한 자리 숫자 시대가 왔다.긍정적인 반응은 많지 않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부진은 '몸값 거품' 논란을 부채질했다. 고액 연봉을 받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크고 작은 사건 사고에 연루되며 팬들에게 실망을 줬다.하지만 2017년 정규 시즌 초반, '거품 논란'은 잠시 소강됐다. 고액 FA를 영입한 팀들이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시즌 일정의 10% 남짓 소화한 상태지만, 시즌 초반 순위 경쟁 지각변동에 FA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부산은 이대호 돌풍이다. 그는 지난주까지 치른 14경기에서 타율 0.460·5홈런·12타점·출루율 0.557·장타율 0.800를 기록했다. KBO 리그에서 위압감이 가장 큰 타자다. 적응 기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지난 13일 인천 SK전이 대표적이다. 그는 9-10으로 뒤진 9회초 2사에서 동점 솔로홈런을 치며 경기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5할(0.557)이 넘는 출루율로 뒤 타순에 기회를 만들어 주면서, 필요한 순간마다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 더그아웃 분위기는 그 어느 해보다 좋다. 사직구장을 찾는 팬들의 발걸음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 프로스포츠 '연봉킹'(25억)다운 활약이다. 최초의 '100억원 사나이' 최형우도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14경기에서 타율 0.348·2홈런·11타점·출루율 0.446·장타율 0.696을 기록했다. 이대호의 기록이 워낙 뛰어나 주목은 덜하다. 하지만 내실은 뒤지지 않는다. 득점권 타율은 5할(14타수 7안타)에 이르고 세 경기에서 결승타를 쳐 냈다. KIA의 팀 타율(0.266)은 5위, 팀 평균자책점은 8위다. 기록상으로는 1위를 설명하기 어렵다. 접전, 중요한 상황에서 이기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주 5승 중 1점 차 승리만 세 번이다. 최형우는 이 세 경기에서 모두 타점 또는 득점을 기록했다. 이범호가 허벅지 부상으로 빠져 있고, 김주찬은 타율 0.200에 그쳤다. 하지만 최형우가 팀 득점에 버팀목이 됐다. '이기는 야구'에 기여했다. 역대 FA 투수 최고 몸값(95억)을 기록한 차우찬(LG)도 팀에서 기대한 경기력을 보였다. 그는 3경기에 등판해 2승1패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했다. 최근 2경기 연속 4실점했다. 하지만 3경기 모두 5이닝 이상 던지며 선발투수 역할을 해냈다. LG는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가 무릎 부상으로 이탈했다. 국내 투수들이 그 몫을 나눠 부담해야 한다. 선발투수가 조기 강판되면 부담은 불펜진에 돌아간다. 차우찬이 등판한 첫 2경기에서 등판한 불펜 투수는 각각 2명뿐이었다. 잠실구장 적응도 순조롭다. 2경기에서 12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자책점은 3점뿐이다. 팀의 강점 강화에 자신의 역량을 보태고 있다. 삼성으로 이적한 우규민도 제 페이스를 찾고 있다. 3경기 모두 6이닝 이상 소화했고, 최근 2경기에선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지난주까지 삼성이 기록한 3승 중 1승은 그의 등판에서 나왔다. 삼성은 시즌 초반 예상보다 부진하다. 하지만 우규민의 등판 경기에선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 그마저 없었다면 더욱 안 좋은 상황에 놓였을 것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ins.com 2017.04.19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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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별 결산③ 롯데] 운도 실력도 없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2017시즌 KBO리그가 종료됐다. 순위 싸움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고, 사건사고 ·논란도 많았다. 일간스포츠는 한 시즌을 돌아보는 구단별 결산 시리즈를 마련했다. 시리즈는 정규시즌 성적 역순이다. 세 번째 순서는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8위 롯데다. ▷한 줄 평- 실력도 운도 없었다 ◇ 예상했다 ▷ 포스트시즌 탈락 롯데는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탈락했다. 일관성이 있다. 순위도 2년 연속 8위다. 이종운 감독을 1년 만에 경질한 롯데는 또다시 루키 감독 체제를 선택했다.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고, 우려는 맞아떨어졌다. 롯데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 경질 이후 프런트 우위와 강한 훈련을 방침으로 삼았다. 하지만 프런트는 역량이 떨어졌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훈련은 장점을 사라지게 하는 역효과를 불렀다. 2008~2012년의 성공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구단 자체도 답을 모르는 듯했다. 예상치 못한 악재도 많았다. 그러나 2년 차 사장·단장과 1년 차 감독 체제는 위기 해결 능력이 떨어졌다. ◇ 예상 못 했다 ▷ 외국인 선수 부진 2015년 롯데는 외국인 선수 농사에 대성공한 팀으로 꼽혔다. 시즌 전 계약한 세 명이 모두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이런 행운은 계속 이어지지 않는다. 한두 명은 부진할 수 있지만, 세 명 모두 부진했다. 오프시즌 10구단 중 롯데는 가장 먼저 외국인 선수 3명과 재계약을 마쳤다. 그러나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의 평균자책점은 5.28로 치솟았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가장 높았다. 브룩스 레일리는 전반기 6승을 올리며 선발진의 기둥이 됐다. 하지만 후반기 15경기에서 2승·5패·평균자책점 5.74를 기록하며 부진했다. 두 선수와 함께 내국인 에이스 송승준마저 지독한 부진을 겪으며 팀 평균자책점은 전년 대비 18.2% 상승했다. 외야수 짐 아두치와 결별은 최악이었다. 그는 7월 금지약물복용이 적발돼 퇴출됐다. 대체 선수 저스틴 맥스웰은 훈련 도중 손가락을 다쳐 23경기 출장에 그쳤다. 두 선수가 비운 자리는 프로 14년 통산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이 1.30인 이우민이 맡아야 했다. ▷ 불펜 강화 실패 2015시즌을 마치고 롯데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지원 아래 불펜 강화에 나섰다. FA 손승락과 윤길현에게 총 98억을 투자했다. 두 선수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는 마법의 열쇠처럼 보였다. 2015년 롯데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5.43으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였다. 두 선수의 영입으로 팀이 향상되기는 했다. 평균자책점 5.43이라는 숫자가 5.41로 변하고, 10등이 9등이 된 만큼만의 '향상'이었다. 전반기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8월 이후 급격하게 무너졌다. 손승락은 17경기에서 4승·1패·7세이브·평균자책점 5.29를 기록했다. 이 중 3승은 블론 세이브 뒤에 나온 기록이다. 윤길현은 25경기에서 2승·4패·5홀드·평균자책점 7.94였다. ▷ 홈런 실종 2015년 롯데는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177홈런을 때려 냈다. 올해는 127홈런으로 전체 8위로 떨어졌다. 사직구장은 올해 문학구장과 함께 홈런에 가장 유리한 구장으로 꼽혔다. 이 구장을 홈으로 쓰는 팀 타자들은 '신중한 스윙'을 주문받았다. 코칭스태프와 프런트 일부는 마치 홈런 스윙을 증오하는 듯 보였다. 그 덕인지 팀 출루율은 0.370으로 전체 3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장타 실종이 부른 악영향이 더 컸다. 팀 득점 순위는 지난해 5위에서 올해 8위로 떨어졌다. ▷ 타격 천재 김문호 올해 롯데의 선발 라인업에는 리그 최고의 포수와 3루수, 우익수가 있었다. 강민호와 황재균, 손아섭은 각자 포지션에서 리그 WAR 1위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 세 명밖에 없었다는 데 있었다. 나머지 6개 포지션 중 5개 포지션의 WAR 순위는 8위 아래였다. 이러다 보니 공격의 맥이 뚝뚝 끊겼다. 유일한 예외는 좌익수 포지션이었다. 만년 유망주 김문호는 6월 10일까지 4할대 타율을 유지하며 2016년 롯데가 거둔 가장 큰 수확이라 불렸다. 기분 좋은 빗나간 예상이다. ▷ 이성민 7월 아두치의 금지약물복용 적발에 이어 11월에는 이성민이 2014년 승부 조작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금지약물복용과 승부 조작은 프로스포츠에서 가장 죄질이 나쁜 범죄다. 롯데도 할 말은 있다. 이성민의 승부 조작 혐의는 NC 시절 일어난 일이다. 이성민은 지난해 1월 kt에서 트레이드돼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팀 입장에선 트레이드로 '폭탄'을 떠맡은 셈이다. 물론 이 트레이드로 롯데 역시 '폭탄' 하나를 kt로 보내긴 했다. 안희수 기자 [구단별 결산① kt] '막내티'만 내다 끝난 2년차 [구단별 결산② 삼성]변화 적응에 실패한 올해, 하지만 변화는 내년에도 2016.11.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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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규의 친뮤직] 강민호의 수난 이면엔 '사인훔치기' 신경전

롯데 포수 강민호에게 지난 주말은 힘들었다.23일 사직 한화전에서 4회와 8회, 두 번에 걸쳐 몸에 공을 맞았다. 24일에도 5회 두 번째 타석에서 파비오 카스티요의 시속 152km 강속구에 골반 근처를 강타당했다. 이틀 동안 몸으로 날아온 공은 다섯 개였다. 우연으로 보기 힘들다.롯데 투수 이정민은 8회에 이용규에게 몸쪽으로 연속 공을 두 개 던졌다. 두 번째 공은 이용규가 미리 피하지 않았다면 정통으로 몸통에 맞았다. 타자나, 투수나 모두 빈볼임을 알고 있었다. 보복이었다.그런데, 왜 강민호는 다섯 번 위협을 당하고, 세 번 하드볼에 타박상을 입어야 했을까.23일 경기 7회에 속사정을 짐작케하는 장면이 있다. 롯데가 6-4로 앞선 1사 2루 손아섭 타석에서 김성근 한화 감독이 권영철 주심에게 걸어나왔다. 롯데 1루 코치가 코치박스를 벗어나 있다는 항의였다.야구규칙 4.05는 주루코치는 항상 박스 안에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한쪽 발을 바깥쪽으로 내놓거나, 라인에 걸치는 경우는 상대 감독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이상 박스 이탈로 보지 않는다. 이의를 제기한다면 심판은 두 팀 코치에게 박스를 벗어나지 말라고 지시해야 한다. 권 주심은 김 감독에게 “경기에 특별히 지장을 주는 행위가 아니다”고 설명한 뒤 규칙에 따라 두 팀에 주의를 요청했다. 3연전 기간 중 한화 코치들도 코치박스 바깥으로 발을 빼는 장면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문제는 이 장면이 ‘사인 훔치기’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근 감독은 다음날 기자들과 만나 “롯데 1루 코치의 행동이 뭔가 이상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롯데에선 오히려 “한화 쪽에서 의심이 가는 행동을 많이 했다”고 반박했다. 강민호의 수난극 아래에서는 두 팀 사이에 ‘사인훔치기’를 둘러싼 신경전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데자뷔. 역시 사직구장에서 열렸던 2010년 9월 14일 롯데-SK전이었다. 김성근 당시 SK 감독은 주심에게 “롯데 1·3루 코치들이 포수 사인을 캐치해 타자에게 알려준다”고 어필했다. 그리고 확신에 찬 어조로 “지난해에도 롯데가 (비슷한 수법으로) 사인을 훔쳤다. 내가 모르는 줄 아느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내가 낸 사인도 놓친다"고 반박했다. 2010년은 몰라도 2009년 ‘사인훔치기’ 의혹에 대해선 전해까지 롯데 3루 코치를 지냈던 이철성 SK 코치가 확실한 증언을 했다. 이 코치는 김 감독의 어필 다음날 “롯데 주루코치로 타자에게 사인을 알려준 적이 없다”고 했다.의심은 의심을 낳고, 분노는 포도처럼 번진다. 주심이 “이상 없다”고 한 상대 주루코치의 행동에 대해 김 감독은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늘 의심을 한다. 김 감독을 잘 아는 야구인은 “그 자신이 '치팅'에 능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10년도 전의 일이다. 한 구단이 수 천만원 예산을 들여 영상장비를 홈 구장에 설치했다. 외야 전광판에 카메라가 설치됐고, 본부석 쪽 실내에서 전용 비디오테이프로 촬영 화면이 녹화됐다. 상대 배터리 사인을 분석하기 위한 용도였다. 하지만 이 구단의 시도는 미수에 그쳤다. 정규시즌 전 치른 경기에서 상대 구단에서 주심에게 어필을 해 장비 설치 사실을 적발했기 때문이다. 원정 구단은 김성근 감독이 전해까지 맡았던 팀이었고, 홈 구단에는 전해까지 김 감독과 일했던 전력분석 파트 직원들이 이직해 있었다. 해 봐서 안 것이다.사인훔치기 등 치팅이 과연 팀 승리에 어느정도 역할을 하는지는 논쟁거리다. 2000년 월스트리트저널은 1951년 내셔널리그 우승팀 뉴욕 자이언츠가 망원경과 버저를 이용해 상대 투수 구종을 타자에게 전달했다고 폭로했다. 그런데, 한 연구에 따르면 치팅이 시작된 이후 자이언츠 타자들의 타격 성적은 이전에 비해 더 떨어졌다.지금은 ‘KBO 리그규정’에서 베이스코치의 사인 전달, 영상장비를 이용한 치팅 등을 금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런 규정이 없었다. 그래서 ‘사인훔치기’는 ‘지능적인 플레이’와 ‘비신사적인 플레이’의 중간 쯤에 있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상대의 응징과 보복을 부를 일임에는 틀림없다.사인훔치기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는 김성근 감독은 더욱 민감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 팀의 주전 포수에게 위협구를 다섯 개 던지고, 세 번 몸을 맞추는 건 의심의 결과로는 너무 지나쳤다.이날 사직구장에서 벤치클리어링이 나오지 않은 건 그나마 다행이다. 프로야구 전체가 승부조작 사건으로 몸을 낮추고 있는 때다. 두 팀 선수들이 더그아웃에서 쏟아져 나왔더라면 신문과 방송에서 어떤 헤드라인이 뽑아져 나왔을지는 명약관화다. 최민규 기자 2016.07.2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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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규의 친뮤직] 삼성의 영광, '메리트' 때문이 아니었다는 걸 보여주세요

삼성 라이온즈는 5월 2일 현재 11승 13패, 10개 구단 중 8위 성적으로 처져 있다. 시즌 초반 부진은 삼성에게 낯설지 않다. 2012년 5월 2일엔 7승 11패로 5할 승률에서 –4승이었다. 여기에 삼성은 지난 겨울 리그 최고 2루수와 3루수를 잃었다.해외원정 도박 사건에 연루된 선수 중 윤성환은 호투하고 있다. 하지만 임창용은 이미 팀을 떠났고, 안지만의 직구 구속은 현저하게 낮아졌다. 여기에 차우찬, 장원삼, 박한이 등 주전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외국인 선수 전력도 지난해만 못하다. 고전할 이유가 있고, 아직 시즌 초반이다. 하지만 다른 구단이 아닌 삼성이라면, 외부에선 다른 말이 나오게 된다.모든 구성원이 늘 화합하는 조직은 없다. 포지션 경쟁에 민감한 프로야구 선수단에선 더욱 그렇다. 삼성에도 친소관계에 따라 선수 그룹이 나뉘어져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까지 삼성은 위기일수록 뭉치는 팀이었다. 한 프로야구 관계자에게 “그래서 삼성이 강한 팀 아닐까”라고 하니, 그는 이렇게 받았다. “메리트의 힘이었지.”메리트는 연봉계약서에 포함되지 않는 보너스다. 삼성의 ‘메리트’는 프로야구 역사에서 유명했다.1994년 이전의 일이다. 해태와 삼성의 경기 도중 삼성의 한 타자가 해태 포수에게 “공 하나 맞혀달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출루에 메리트가 걸려 있었고, 안타를 치고 나갈 자신은 없었다.승부와 크게 상관없는 상황, 포수는 약간은 왜곡된 ‘동업자 정신’을 발휘해 타자의 소원을 들어줬다. 그리고 삼성 타자의 몸맞는공에 걸린 메리트 금액을 나중에 알게 된 이 포수는 “나, 야구 안 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뒷날 이렇게 회상했다. “우리 팀 한국시리즈 우승 배당금보다 더 많았다.” 약간의 과장은 있었을 것이다. 2000년대 후반, 부산 출신의 한 삼성 선수는 고향 원정을 오면 사직구장 트레이닝룸에서 자주 시간을 보냈다. 메이저리그에선 금기지만 KBO리그에선 용인되는 관행이다. 그리고 은근슬쩍 “너희 구단은 얼마 주냐”며 롯데 선수들의 속을 긁었다. 삼성이 원정을 오면 부산 시내 5만원권이 동난다는 농담이 있었다.2015년 제일기획으로의 이관이 결정된 뒤 삼성 구단이 “올해가 마지막”이라며 통크게 메리트를 풀었다는 건 정설이다. 지난해 9월 삼성은 2위 NC와의 원정 2연전을 싹쓸이하며 승차를 3.5게임으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두 경기에 걸린 메리트 액수는 억대가 넘어갔다. 한 수도권 프로야구 팀 감독은 “설마 그 정도일려고”라고 반신반의했다. 한 경기에 억대였는지, 두 경기 합쳐 억대였는지에 대해선 설이 분분하다.하지만 정확한 금액은 공개될 수 없다. 메리트 지급은 야구규약에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KBO는 올해 1월 이사회에서 규약을 위반한 메리트 지급에 대해 구단이 원천징수 영수증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결정했다.위반이 확인될 때 제재금 10억원, 신고자 포상금 10억원이 적용된다. 4월 20일에는 규약 위반 조사를 담당할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에는 전직 부장 검사, 지능범죄조사 팀장 등 검경 관계자도 포함돼 있다.선수 입장에선 불만이다. “선수협회는 뭘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당장 혜택이 줄어든다는 데 좋아할 사람은 없다. 일반적인 노사 관계에선 기존 혜택을 사측이 일방적으로 중단하면 문제가 생긴다. 여기에 KBO리그는 구단들이 임의로 정한 규약이 합의 당사자가 아닌 선수를 구속한다. 반면 메이저리그에선 선수 신분이나 처우에 관한 내용 변경은 노사협약 대상이다.하지만 프로스포츠는 공정함을 추구해야 한다. 스포츠에서 도핑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이유는 선수의 건강 뿐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죽이기 때문이다. 메리트 지급은 본질적으로 도핑과 다를 바 없다.삼성은 지난 5년 동안 페넌트레이스에서 모두 우승했고, 한국시리즈 트로피도 네 번 들어올렸다. 프로야구사에 남을 위대한 업적이 메리트 때문이었다고 폄하하는 건 부당하다. 그들은 우승할 자격이 있는 팀이었다. 올해도 삼성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는 팀이다. 명문 삼성의 자존심은 과거와 지난해 메리트에 걸렸던 금액, 그 이상이다. P/S. 삼성 구단은 3일 지난해 메리트 지급에 대해 "우리는 통상적인 것 외에 크게 거는 팀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전해왔다.최민규 기자 2016.05.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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