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IS 포커스] 과열된 선수 영입전, MLB 사무국의 탬퍼링 경고 나왔다
치열한 외국인 선수 영입전의 결과일까. KBO리그가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으로부터 선수 사전접촉을 의미하는 탬퍼링(tampering)에 관련해 경고 메시지를 받았다. 일간스포츠 취재 결과, MLB 사무국은 최근 KBO(한국야구위원회)에 "KBO리그 구단이 MLB 선수와 접촉할 때 MLB 사무국을 거쳐 달라"며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했다. 국내 구단이 MLB 선수를 영입하려면 MLB 사무국을 통한 신분조회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신분조회 접수가 들어가면 MLB 사무국은 해당 선수의 신분을 확인하고, 선수가 속한 구단에 이적 협상 의사를 체크한다. 이 단계를 지나야 MLB 구단이나 선수 에이전트와 공식적으로 협상할 수 있다. A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FA(자유계약선수)와 협상하기 전에도 신분조회를 넣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분조회를 건너뛰고 선수와 접촉하는 사례가 확인돼 MLB 사무국 차원에서 제재하는 것이다. KBO는 MLB 사무국의 경고 메시지를 몇몇 구단에만 전달했다. 10개 구단 전체가 아닌 일부 구단에만 알린 건 이유가 있다. 스카우트들은 이번 사태가 내셔널리그 투수 B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소 3개 이상의 국내 구단이 영입전을 벌이면서 탬퍼링 문제가 불거졌다. KBO의 통보를 받은 것도 투수 B 영입과 연결된 구단들이다. C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신분조회 문제라면 한 구단은 신분조회를 넣었고, 나머지 구단이 그렇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에는 선수 인성을 체크한다는 이유로 함께 식사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방법이 자칫 사전접촉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B는 아직 KBO리그 이적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MLB 사무국의 탬퍼링 경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렇다고 자주 벌어지는 일도 아니다. KBO 관계자는 "가끔 있긴 한데 작년에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절차를) 잘 모르는 구단이 있으면 얘기해 달라는 정도의 수준이다. (이번 조치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정도는 아니다"라고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C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이전부터 사전접촉과 관련해서 말이 많이 나왔다"며 "(구단 관계자와 스카우트가) 다 지켜보는 앞에서 선수를 더그아웃 앞으로 불러 따로 대화하는 관계자도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 D 구단에서 뛴 선수 2명(투수, 타자 각각 1명)이 비슷한 방법으로 접촉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두 선수 모두 계약까지 연결돼 큰 문제로 번지진 않았지만, 선수를 이적시킬 계획이 없는 MLB 구단이라면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A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경기 전 훈련할 때는 (구단 관계자들의) 눈에 띌 수 있어서 말을 붙이기 어렵다. 다만, 불펜 피칭할 때 영상을 찍으면 선수도 관심받고 있다는 걸 눈치챈다. 경기장에서는 그 정도만 표현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 영입이 과열됐다는 평가도 있다. 올겨울 이적 시장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변수가 꽤 많다. 데려올 수 있는 후보군의 폭이 좁다. 마이너리그가 아예 열리지 않으면서 1년을 푹 쉰 선수가 태반이다. MLB에서 뛴 선수는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영입전이 치열하다. 목표로 한 선수를 선점하는 과정에서 사전접촉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C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신분조회는 신중하게 해야 한다. 한 번에 여러 명을 조회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 반대의 상황도 마찬가지"라며 "공정하게 일을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 룰이 깨지면 다 힘들어진다"고 강조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0.12.24 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