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평창, 안녕하십니까]'정치'가 만든 단일팀, 진정 '해피엔딩'일까요
연합뉴스2018 평창겨울올림픽에 나섰던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일정이 끝났다. 그들의 여정을 '해피엔딩'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5전 전패를 당했지만 남과 북이 원 팀의 모습을 위해 노력했고, 최선을 다하는 투지에 감동을 느꼈기 때문이다. 첫 합동훈련을 시작한 뒤 마지막 스웨덴전까지 '24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열악한 환경을 탓하지 않고 하나 되기 위해 노력한 그들의 진심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또 이들로 인해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그러나 단일팀의 마무리를 '해피엔딩'으로 정의할 수는 없다. '해피스타트'가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 일의 과정은 정확하다. 거짓말하지 않는다. 시작부터 잘못된 팀의 끝이 잘될 수는 없다.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정치'가 단일팀을 만들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정치가 결정하고 정치가 통보했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대표팀과 그 어떤 소통도 없었다.공정한 스포츠 정신은 사라졌고, 4년 동안 모든 것을 걸고 준비한 누군가는 자리를 내줘야 했다. 냉정히 말해 '희생양'으로 볼 수 있다. 또 북한 선수들의 특수성과 안전 등을 이유로 한국과 북한 선수들은 다른 숙소에서 자고, 다른 버스를 타고 다녔다. 진정한 단일팀이 나올 수 없는 환경이었다. 박종아/연합뉴스한국 선수들은 마음껏 이야기하지도 못했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언제나 북한 이슈와 함께해야 했다. 북한 관련 질문은 눈치를 보며 "민감해서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는 답변으로 돌아왔다. 이런 상황에 불만을 가진 이도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말하지 못했다. 정치가 한국 선수들이 마음껏 말할 수 있는 자유를 뺏은 것이나 다름없다.일부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럽게 밝힌 이들도 있었다. 박종아는 1차전 스위스전이 끝난 뒤 "북한 선수들이 오면 우리 선수들이 못 뛰는 면이 있어서 우리 선수들에게 좋지 않은 면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골리 신소정 역시 "(단일팀은) 좋은 의미가 있다. 분명 좋은 의미가 있지만 (아이스하키는) 팀 스포츠다. 단일팀이 다음에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우리는 최고의 결과를 내고 싶다"고 밝혔다. 단일팀이 와해되지 않을 정도의 발언이었다. 정치가 만든 가장 큰 문제점은 '24일'이라는 시간이었다. 합동훈련을 하고 조별예선 1차전 스위스전까지 기간은 14일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 짧은 기간에 조직력을 맞춰 올림픽 무대에 도전하라는 방식은 비상식적인 정치가 아니고선 하지 않는 일이다. 4년 동안 이 꿈의 무대만을 생각하며 준비한 팀의 정체성을 흔드는 일이다. 그 어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도 불가능한 시간이다. 정치는 이런 비상식을 강요했다.신소정은 모든 대회가 마무리된 뒤 단일팀 재구성에 대해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모르겠지만 3주 동안 팀을 만들고, 경기하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지금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해피엔딩으로 아름답게 포장할 때가 아니다.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냉정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시작부터 행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는 정치가 이런 '이벤트팀'을 만들게 허용해서는 안 된다. 그 과정과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이번에 확실히 증명됐다. 평화가 여자 아이스하키의 경쟁력을 올려 주지는 않는다."단일팀을 또 하게 된다면 최소한 3~4년 동안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신소정이 강조한 말이다. 그의 말대로 정치적 색깔을 지우고 진정으로 평화와 경쟁력을 함께 잡을 수 있는 단일팀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있지만, 대회 직전에 '일회성' 팀을 급하게 만들기보다 오랜 기간 함께해 '진정한' 팀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남과 북의 현실상 그럴 수 없다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맞다.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는 항상 뜨거운 곳만 찾아다닌다. 화제의 올림픽 일정이 끝났으니 다음 뜨거운 이슈 이벤트가 열리기 전까지 정치의 여자 아이스하키에 대한 관심과 의지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강릉=최용재 기자
2018.02.22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