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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윤의 야구 본색] 해체 위기 속에서 희망을 꿈꾸는 웅지세무대 야구부

웅지세무대학교엔 야구부가 있다. 지난해 3월 창단해 첫해부터 대학야구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7월 말 열린 경기도야구협회장기 및 전국체전 선발전에서 결승까지 올라갔다. 성균관대에 패해 우승 문턱은 넘지 못했지만, 웅지세무대의 미래는 장밋빛으로 빛났다. 대학야구 모 관계자는 "야수들이 부족해 자기 포지션이 아닌 곳에서 뛴 선수가 적지 않았다"며 "신입생 야수가 보강된다면 내년에는 우승도 노려볼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웅지세무대에 나쁜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말 정부의 부실대학 선정을 피하고자 3년제에서 4년제로 전환, 4개 학과를 1개 학과로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야구부 해체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유영준 웅지세무대 감독은 "팀 해체를 막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며 "신입생을 받지 않고 기존 선수들이 졸업하는 2025년까지는 팀이 존속하기로 이야기됐다"고 설명했다.큰 위기는 넘겼지만, 신입생을 수혈할 수 없어 전력 보강은 언감생심이다. 야수진의 뎁스(선수층)가 얇다. 2학년 투수 박서진은 "투수진은 어느 정도 뎁스가 두껍지만, 야수들은 아니다"며 "부상자가 나오면 시즌 운영도 어려운 상황이다. 야수들이 다치지 않고 야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팀 해체 위기에 전력 보강도 어려운 이중고에 시달리지만, 조직력은 오히려 단단해졌다. 올해 주장을 맡게 된 2학년 외야수 정승구는 "팀 해체라는 위기를 겪고 있으나 선수들 간의 단결력은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다"며 "좋은 과정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희망했다. 지난해 대학리그 팀 성적은 4승 9패. 승률(0.308)이 3할대에 머물렀지만 1학년 위주의 팀이라는 걸 고려하면 나쁜 성적은 아니다. 팀에서 유일하게 3학년인 포수 한동하는 "경기 중반까지 앞서거나 대등한 경기를 펼치다가 막판에 무너질 때가 잦았다"며 "지난 1년간 경기 경험을 쌓은 만큼 올해는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는 포부를 밝혔다.야수진이 두텁지 않은 만큼 치열한 포지션 경쟁은 기대하기 어렵다. 누구나 경기에 뛸 수 있기 때문에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2학년 포수 전성현은 "어차피 드래프트 지명을 받으려면 다른 팀 선수와 경쟁할 수밖에 없다. 팀 내 경쟁보다는 같은 포지션의 다른 팀 선수와 경쟁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유영준 감독은 이수중 시절부터 시간 날 때마다 일본과 대만 등에 가서 아마팀과 프로팀의 연습 방식 등을 살펴보며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육성 시스템을 도입하는 지도자로 정평이 나 있다. 정승구는 "감독님이 NC 다이노스에서 감독대행과 2군 감독 등을 역임해 연습이나 선수 관리가 체계적"이라며 "그 시스템 속에서 성장할 수 있어서 웅지세무대에 들어온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선수가 "지난 1년은 대학 강의를 들으며 단순히 야구만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선수들은 더 좋은 성적을 거둬 학교 이름을 크게 알린다면 야구부도 해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웅지세무대 선수들이 어제와 오늘처럼 내일도 땀 흘릴 수 있기를 바란다.야구 칼럼니스트정리=배중현 기자야구 전문 칼럼니스트로 네이버에서 아마야구 등을 다루는 '야반도주'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기무라 고이치 기자가 네이버에 연재한 '야큐리포트'를 번역했으며, 김성근·김인식 감독 등과 함께 쓴 '감독이란 무엇인가'를 비롯해 '메이저리그 가이드북', '프로야구 크로니클', '킬로미터', '포수 교본' 등 다수의 야구 서적을 집필했다. 2024.02.23 07:01
프로야구

"10점차 역전드라마, 4시간 동안 씻지도 않고 봤죠" 숨죽여 지켜본 선배, 물금고 '영웅'도 환호했다

“4시간 동안 씻지도 않고 봤어요.”지난 20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물금고와 마산고의 경기. 물금고는 3회 초에만 11점을 내주면서 1-11로 끌려갔다. 패색이 짙었던 경기. 이대로라면 5회 콜드게임 패배도 바라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기적이 일어났다. 4회 말 7득점으로 추격에 나선 물금고는 5회 실점 후 5점을 추가하며 점수를 뒤집었다. 이후 물금고는 8회 말 1점을 추가, 14-12 대역전 드라마를 써내며 8강전에 진출했다. 모두가 놀랐던 경기. 이 각본 없는 드라마를 인터넷 중계로 4시간 동안 숨죽이며 지켜본 사람이 있었다. 바로 물금고 선배 김영웅이었다. 2022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한 김영웅은 2015년 창단한 물금고의 1호 프로지명 선수다. 그는 프로 입단 후에도 모교의 경기를 찾아보고 후배들과 연락을 이어왔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김영웅은 훈련 뒤 땀에 젖어있는 상황에서도 후배들의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샤워를 미뤘다. 4시간 동안 앉은 상태 그대로 숨죽여 지켜봤다. 김영웅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후배들의 대역전 드라마에 “소름이 돋았다”라고 돌아봤다. 현재 물금고의 주력 선수들은 김영웅이 물금고 주전 내야수로 활약하던 시절 신입생들이었다. “(공)민서나 (고)승현이, (강)도경이 등등..”이라며 후배 선수들의 이름을 나열한 김영웅은 “후배들 모두 끈기 있고 파이팅 넘치는 선수들이다. 10점 차였어도 뒤집을 것 같긴 했는데 진짜 뒤집고 승리하는 걸 보고 정말 자랑스러웠다”라고 말했다. 기특한 마음에 경기 후 선수들에게 연락해 용돈도 보내줬다는 후문이다. 물금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8강전에서 명문 충암고까지 제압하고 준결승에 올랐다. 22일 경기에서 우천 서스펜디드로 승부를 내지 못했던 물금고는 24일 이어진 경기에서 4점을 추가하며 11-9로 승리했다. 물금고 야구부 창단(2015년) 첫 메이저 대회 4강 진출이었다. 김영웅은 “제가 물금고에 있을 때 8강이 목표였는데 이렇게 준결승까지 가게 돼서 뿌듯하다. 항상 삼성 팀원들하고 다닐 때도 ‘물금고가 최고’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이제 더 당당하게 말해도 될 것 같다”라며 웃었다. 그는 “두 번만 더 하면 우승인데 준결승에 만족하지 말고 우승까지 노려봤으면 좋겠다”라며 후배들을 응원했다. 후배들의 파란은 김영웅에게도 큰 자극이 됐다. 김영웅은 “후배들을 보면서 나도 정말 많이 배웠다. 포기하지 않는 후배들을 보면서 나도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게 됐다”라고 이야기했다. 현재 김영웅은 현재 작은 부상으로 재활조에 내려와 있다. 허벅지 앞쪽 부위에 통증을 느껴 부상 회복 중이다. 김영웅은 전반기를 돌아보면서 “부족한 것도 많았지만 조금씩 배워가고 성장한 전반기였다. 후반기 땐 조금 더 보완해서 자신감 있는 모습을 더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윤승재 기자 2023.07.24 18:00
프로야구

고양위너스와 웅지세무대, 손잡고 야구부 창단

양승호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이끄는 한국전문야구인육성협동조합·고양위너스 독립야구단과 세무·회계 특성화 대학인 웅지세무대학교가 손잡고 야구부를 창단했다. 한국전문야구인육성협동조합과 웅지세무대학교는 지난달 31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웅지세무대학교 본관에서 창단 선포식 및 협약식을 가졌다. 고양위너스 독립야구단과 초등·중학교 야구팀을 운영하는 한국전문야구인육성협동조합은 웅지세무대학교 창단에 이어 조만간 고등학교 팀을 더해 연령별 야구선수 육성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유영준 전 NC 다이노스 단장을 비롯해 풍부한 경험을 가진 코칭스태프가 직접 지도하고 고양위너스 홈구장인 에이스볼파크를 전용구장으로 사용, 체계적으로 훈련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선수들은 웅지세무대학교 공기업경영과에 입학해 야구 외에도 직업기초능력, 컴퓨터와 영어, 재무회계 등 다양한 과목을 배울 수 있다. 양승호 전 롯데 감독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독립야구단까지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기량과 인성을 두루 갖춘 선수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여건이 마련돼 반갑다"고 말했다. 오성일 웅지세무대 대외협력 처장은 "야구는 물론이고, 졸업 후 창업, 취업 등 여러 방면에서 보탬이 될 수 있는 교육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야구부 신입생 모집을 시작한 웅지세무대학교는 내년 시즌부터 대학야구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2.09.01 15:47
야구

한화 이어 수도권 유명 선수…야구계 '학폭 미투' 확산

배구계 '학폭(학교 폭력)' 불씨가 야구계로 옮겨붙었다. 피해를 주장하는 인물이 연일 등장하고 있다. 고교 시절 야구부 소속이었던 A씨는 지난 21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나는 B와 C(선수)의 고교 1년 후배다. 두 사람으로부터 학폭에 시달렸다. (그 탓에) 학교와 야구부에 나가지 못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자신의 이름과 출신 학교, 가해자로 지목한 두 선수의 실명도 공개했다. B와 C는 수도권 연고 팀 D와 E 소속이다. 야구팬에게도 익숙한 선수들이다. A, B, C가 소속됐던 고교 야구부는 2015년 3월, 대만 전지훈련에서 3학년 선수들이 입학을 앞둔 예비 신입생에게 가혹 행위를 한 사실이 발각돼 비난을 받았다. 당시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는 재판을 받았다. 그러나 B와 C는 사건과 무관한 것으로 판명됐고, 프로 팀에 입단했다. A는 B와 C도 학폭 가해자라고 주장했다. A는 "몇 년 동안 연락이 없었던 후배와 동기들에게 연락이 오고 있다. 그 둘(B·C선수)의 만행을 알거나 당한 사람들이다. 이 일로 인해 B·C의 민낯이 까발려지기를 바란다"는 글을 남겼다. B와 C의 소속팀은 진상 파악에 나섰다. 해당 선수들은 이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 D팀은 22일 "결론을 바로 내긴 어렵다. 선수와 글을 쓴 작성자, 그리고 당시 학교(야구부) 지도자와 선수들 얘기를 모두 들어야 한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신중하게 다룰 것"이라고 전했다. E팀도 "피해 사실을 제기한 후배 선수, 학교 측과 연락해 양쪽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있다"고 밝혔다. B와 C를 향한 폭로가 나오기 전, 한화 소속 선수 F도 학폭 가해자로 지목됐다.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작성자는 "한화에 입단한 F는 나를 괴롭혔던 수많은 이들 중에서도 지울 수 없는 이름"이라고 폭로했다. "신체적인 폭력, 나를 벌레 보듯 했던 시선, 폭언 등이 있었다. 패거리들이 모여 단체로 집단폭행을 했던 기억이 있다"고 덧붙이며 F의 실명과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그러나 F는 의혹을 부인했다. 법적 대응 의지도 보였다. 한화는 19일 진상 조사를 시작했고, 피해를 주장한 작성자뿐 아니라 당시 학교 관계자와 F의 선·후배까지 접촉했다. 한화는 21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당사자들 사이의 기억이 명확히 다른 점, 무엇보다 확실한 근거가 될 수 있는 학폭위 개최 기록이 없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안타깝지만 구단의 권한 범위 내에서 더는 사실관계 입증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모든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고 결과를 기다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자 배구 이재영-다영(흥국생명) 쌍둥이의 학폭 파문이 불거진 뒤, 연이어 피해 사실을 주장하는 폭로가 나오고 있다. 가해 의혹을 받는 선수가 부인하면 진실 공방으로 논란이 번지고 있다. V리그는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있고, KBO리그는 스프링캠프에 돌입하며 기지개를 켰다. 그러나 현재 스포츠팬은 새 시즌보다 커뮤니티에 게재되는 '새 글'에 더 관심이 많다. 안희수 기자 2021.02.22 16:36
야구

대학야구 독립리그 꿈꾼다...3부 리그 개최 움직임

#사례1. A학생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다. 중학교 야구부에서 투수로 두각을 나타낸 그는 고교 야구팀에 스카우트 됐고, 프로 진출의 꿈을 키워 갔다. 그러나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대회를 준비하던 중 불의의 부상을 당했다. 의사로부터 "공을 던질 수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A는 막막했다. 야구 외에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프로는 물론 대학 진학도 어려운 상황. 그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사례2. B학생은 야구가 좋았다. 실력이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며 수도권 고등학교 야부구의 백업 멤버로 뛰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기량이 뛰어난 친구 C는 대학 야구부의 선택을 받았다. C의 친구 D와 E도 같은 대학교로 진학이 결정됐다. 그러나 B는 대학 야구부에 진학할 실력도, 함께 진학을 도모할 친한 친구도 없었다. 야구가 좋아 공부에 소홀했던 자신을 처음으로 원망했다. 선택지가 없던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프로와 대학의 선택을 받지 못한 고교 야구선수의 숫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대한야구협회 등록 기준으로 고등학교 야구부는 69개. 하지만 대학 야구부는 고교 야구부 숫자의 절반도 되지 않는 31개에 불과하다. 2006~2015년 사이 고교 야구팀은 12개, 등록 선수는 738명이 늘어났지만 대학팀은 3개, 정원 85명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프로 구단 지명(최대 100명)을 더해도 고교 졸업반 선수를 모두 감당할 수 없는 실정이다. 과거에 비해 학원 스포츠에서 출석과 수업 이수는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오래된 엘리트 스포츠 문화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학창 시절 오로지 야구에 집중한 학생들은 일반 학생들에 비해 학업 능력이 부족하다. 특기생이 아니고서는 일반대학 진학은 언감생심이다. 야구공을 놓고 적성도 찾지 못한 채 진로를 고민해야 한다. 대학의 문턱을 넘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대학 진학에 실패한다면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사회에서 이들을 맞아 줄 곳은 많지 않다. 2015년 서울 소재의 A고교 야구부 졸업생은 13명. 프로 선수를 다수 배출한 학교지만 프로나 대학 야구팀에 들어간 학생은 절반이 되지 않는 6명이다. 나머지 7명은 지방대학에 일반 학생으로 진학했거나,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일찌감치 군 입대를 택한 이도 있다. 야구공은 당연히 놓았다. 야구를 계속하고 싶지만 이들을 받아줄 곳이 없다. 학창 시절 흘린 땀은 이들의 미래에 큰 의미가 없었다. 대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야구부 출신 학생을 대학교 소속 평생교육원에서 받아들인 뒤 야구부 창단과 리그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야구에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사회에 적응할 교육을 병행한다는 취지다. 1990년대 초·중반 OB 베어스의 강속구 투수로 유명했던 박상근(47)은 지금 가천대 평생교육원 체육학과 소속으로 야구부 창단을 준비하고 있다. 신임 감독을 맡았다. 박 감독은 "학교의 허가를 받았고, 신입생 모집을 준비하고 있다"며 "야구만 하다 사회에 나오니 정말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이런 어려움을 겪는 고졸 선수들이 많다. 야구를 계속하면서 학업을 이어 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가천대와 같은 취지로 야구부를 운영하는 곳이 있다. 세종대 평생교육원 체육학과는 지난 2014년 1월 야구부를 창단했다. 프로 입단이나 대학 진학에서 좌절을 맛본 선수들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몰려들었다. 원하는 야구를 할 수 있게 됐지만, 뛸 수 있는 무대가 없었다. 세종대 야구부는 대학리그 참여를 위해 대학야구연맹 가입을 추진했지만, 1·2부 리그 팀의 반대에 부딪혔다. 평생교육원이 정식 대학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대한야구협회에서도 등록을 받아 주지 않았다. 하지만 돌파구가 열렸다. 다른 종목과 마찬가지로 야구도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체육이 통합됐다. 대한야구협회(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지난해 세종대 야구부를 '클럽'으로 등록시켰다. 세종대와 가천대뿐 아니라 KBS스포츠예술과학원과 평생교육원 등 모두 5개 팀이 등록을 마쳤거나, 준비 중이다. 세종대의 경우 정식 리그에 소속돼 있지 않아 경기할 상대팀을 구하기 어려웠다. 여러 팀이 클럽으로 등록되면 리그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연주 KBS스포츠예술과학원 교수는 "고 3까지 야구선수를 했지만, 프로나 대학에 가지 못한 선수들이 많다"며 "중간 지점에서 진로를 잡아 줘야 한다. 기초학력을 다져 주면서 장점인 야구를 할 수 있다면 1석 2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본다. 스포츠 산업 관련 자격증 취득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3부리그가 개최된다면 대학 야구의 '독립리그' 기능을 할 것으로 보인다. 3부리그에서 뒤늦게 재능을 꽃피운 학생은 1~2부 소속 대학 야구부로 편입을 하거나, 트라이아웃을 통해 프로 진출이 가능하다. 박 감독은 "선수는 '어떤 지도자를 만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3부리그 선수도 프로 입성 가능성이 충분하다. 대학 야구 저변 확대와 선수 수급에 큰 도움이 될 거라 본다. 대학 야구의 독립리그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야구협회와 대학야구연맹은 3부리그 창단 움직임을 인지하고 있다. 대학야구연맹 관계자는 "3부리그 개최와 관련된 공문을 받았다"며 "연맹 회장이 새로 선출돼 아직 새로운 집행부가 인준되지 않은 상태다. 이사진이 인준된 뒤 이사회에서 관련 사안이 논의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유병민 기자 2017.01.09 08:44
야구

도쿄대 야구부 11학번은 '비운의 세대'

도쿄대 야구부의 정식 명칭은 '도쿄대학 운동회 경식 야구부"다.1917년 창설돼 1925년부터 도쿄6대학리그에 가입했다. 시작부터 고전했다. 타 대학 선수들은 5~6년 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도쿄대 야구부원은 본과 과정 3년을 선수로서 보낼 수 있다. 전력 손해가 많았다. 하지만 도쿄대 역사상 최고 투수로 꼽히는 아즈마 타케오와 포수 시미즈 겐타로의 활약으로 타 팀과 어느정도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도쿄대에는 체육 특기생 제도가 없다. 야구부원은 대부분 고교까지 학업과 고교야구 선수 생활을 병행했다. 대체로 중학생까지는 주니어, 시니어 클럽에서 야구를 한다. '진학교'명문 인문계 고교로 주로 진학해 야구부에 입부한다. 고교 3학년 여름부터는 본격적으로 수험 준비에 들어간다. 신입생 중 재수생 비율이 높은 점은 타 대학 야구부와 차이다. 도쿄대 입시가 워낙 어렵기 때문이다.현재 도쿄대 야구부원은 모루 76명. 에이스 미야다이 고헤이처럼 고교 시절 지역 8강 이상을 경험한 선수도 여럿이다. 지금까지 도쿄대가 배출한 프로야구 선수는 1965년 니하라 신지부터 모두 5명이다. 포지션은 모두 투수였다.만년 약체지만 도쿄대 야구부도 우승할 뻔한 적이 있었다. 2차 대전 종전 뒤인 1946년 춘계리그가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다. '두 번은 없을 기적'으로 불리는 4연승을 거뒀지만 최종 게이오대전에서 0-1로 석패했다. 이후 도쿄대는 한 번도 6대학리그 3위 이내에 든 적이 없다. 6대학리그의 순위 결정 기준인 '승점'은 2002년 릿쿄대 상대 이후 14년 간 전무하다. 그러니 36시즌 연속으로 리그 최하위를 마크하고 있다. 하지만 1960년 춘계리그에서 와세다대에게 우승을 좌절시키는 1승을 따내는 등 '최대 변수'로 꼽힌다. 도쿄대에게 당한 1패는 타 대학에게 큰 타격이다. 그래서 상대 팀들은 도쿄대전에 베스트 멤버를 출전시킨다.뒷날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에이스가 되는 에가와 스구루는 1974년 추계리그에서 호세이대 입학 이후 첫 패배를 당했다. '괴물' 에가와에게 첫 패배를 안긴 팀이 바로 도쿄대였다. 2010년 추계리그에선 전승 가도를 달리던 와세다대의 '손수건 왕자' 사이토 유키에게 첫 패배를 안겼다. 그리고 2015년 5월 23일 호세이대전까지 장장 4년 7개월 동안 1승도 거두지 못하고 94연패를 당했다. 그래서 2011년 입부한 도쿄대 야구부원은 '비운의 세대'로 불린다. 도쿄대 역사상 유일하게 1승도 못하고 졸업했기 때문이다.에이스 미야다이를 앞세운 올해는 '21세기 이후 최강 전력'으로 평가받는다. 전력이 약화된 호세이대를 제치고 숙원인 최하위 탈출을 이룰 가능성도 있다. 최민규 기자 2016.05.11 06:00
야구

일본 야구명문 PL고, 야구부 존폐위기

일본 고교야구의 명문 PL학원고 야구부가 존폐 위기에 몰렸다.NHK는 지난 17일 “PL학원이 2016년 야구부원 모집을 하지 않았다. 3학년 선수가 졸업하면 휴부 상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2015년에 이은 2년 연속 모집 중단이다. 현재 PL고 야구부에는 2학년 학생 12명만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부 운영은 계속되지만, 실질적인 활동이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오사카에 소재한 PL학원고는 1955년 퍼펙트리버티라는 종교단체가 설립한 남녀공학이다. 운동부 활동이 활발했으며, 특히 야구는 학교의 상징이다.1966년 고시엔 대회에 처음 출전한 뒤 총 7차례 우승했다. 1987년엔 사상 네 번째로 봄·여름 대회를 석권했다. 1983·1985년 여름 대회 우승을 이끈 4번 타자 기요하라 가즈히로와 투수 구와타 마스미는 K·K 콤비로 명성을 날렸다.숱한 프로야구 스타를 배출했다. 재일동포 출신 아라이 히로마사를 비롯해 다쓰나미 가즈요시, 미야모토 신야, 마쓰이 가즈오에 기요하라까지 일본프로야구 명구회 회원인 PL고 졸업생만 5명이다. PL고 야구부는 일반적인 일본 고교 야구부와는 달리 엘리트 정책을 폈다. 야구부원 전원은 스카우트로 입학했으며, 일반 학생의 입부는 허락되지 않았다. 그리고 교내 기숙사에서 합숙 생활을 했다. ‘한국식’ 스타일이다.화려한 성적 뒤에서 그늘이 짙어졌다. 합숙 생활에서 이지메, 폭행 등 여러 사고가 일어났다. 야구부원들은 수업에는 들어갔지만 학업은 뒷전이었다. 사건사고가 이어지자 PL고는 2002년 기숙사를 폐지했다. 하지만 2013년 2월 또다시 야구부 폭력 문제가 발각돼 6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2009년 뒤로는 고시엔 대회 출전에 실패했다. 이 때문에 신입생도 매년 줄어들었다.NHK는 “2017년 이후 모집 재개 여부는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현재 PL고 야구부에는 2학년 학생 12명만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여름 이후에는 야구부원이 한 명도 남지 않게 되는 상황이다. 2월 새로 취임한 야구부 감독은 야구 경험이 없는 검도부 출신이다.일본에서 고교야구는 국가적인 관심의 대상이다. 대다수 야구부는 동아리 개념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PL고를 포함한 명문고들은 엘리트 선수 육성을 우선하는 정책을 펴왔다. PL고의 실패는 한층 더 엘리트주의로 운영되는 한국 학생 야구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최민규 기자 2016.02.19 12:08
야구

유희관 “내 공은 왜 느릴까 좌절도…”

두산 왼손투수 유희관(28)은 누구보다 행복한 2013년을 보냈다. 5월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해 승승장구하더니 10승7패 평균자책점 3.53을 기록하며 데뷔 후 처음으로 두자릿 수 승수를 거뒀다. 포스트시즌에서는 팀의 좌완 에이스로 맹활약했다. 넥센과 치른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7이닝 동안 1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의 기틀을 마련했다. 시즌을 마친 뒤 그의 연봉은 수직상승했다. 26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라 무려 285%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2013년은 그에게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다 가진 해'였다. 정순주 아나운서는 유희관을 만나 지난 시즌 활약의 뒷얘기와 야구 인생, 앞으로 목표까지 깊은 대화를 나눴다. 베이스볼긱은 일간스포츠가 만든 모바일 야구신문이다.야구 인생 시작 그리고 편견 깨기. "느린 공은 통하지 않을 거라는 말에 오기가 생겼죠."정순주(이하 정) : 형제 관계는 어떻게 돼요?유희관(이하 유) : 저 외아들이에요. (이 얘기를 듣는 순간 정순주 아나운서와 유병민 기자는 동시에 ‘진짜?’를 외쳤다) 무려 2대 독자인 걸요. 그런데 사람들이 다들 믿지 않아요. 다들 누나나 동생이 있을 거라 예상하시는데, 외아들이에요. 사람들이 저를 만나고 추측을 하는데 다 틀려요. 활발한 성격이라 혈액형도 O형으로 짐작하시는데 저는 A형이거든요. 외아들이다 보니까 부모님이 오냐오냐 키웠으면 제가 버릇없고 혼자만 생각하기 십상인데, 저희 부모님은 그렇지 않으셨어요. 초등학교 시절 유니폼도 제 스스로 빨고, 부모님 계시지 않으면 밥도 혼자 차려먹고 그랬어요. (정 :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나요?) 아뇨. 굳이 맞벌이가 아니더라도 저녁에 모임을 나가시면 혼자 있잖아요. 그럴 때 저는 알아서 밥 차려 먹고 그랬죠. 어릴 때부터 야구를 하면서 단체생활, 합숙을 하니까 습관이 몸에 벤 것 같아요.정 : 외아들을 운동 시키기는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보는데요. 어떻게 야구를 하게 된 거에요? 유 : 처음에는 반대를 하셨죠. 야구는 초등학교 5학년 끝날 때 시작했어요. 어떻게 보면 조금 늦게 시작했는데. 어릴 때부터 야구를 좋아했어요. 동네서 항상 하고. 그런데 어느 날 야구부 모집 종이를 받았어요. 그래서 시켜달라고 졸랐죠. 부모님은 걱정하실 수 밖에 없는게 집안에 야구는 물론 운동을 한 분이 없었거든요. 괜히 잘못될 수 있을까봐 걱정하신 거 같아요. ‘그냥 공부 열심히 해서 평범히 살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제가 울고 불고 ‘공부도 하면서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해서 승낙을 받아냈죠. 자식이 하고 싶다는 데 어떻게 시키지 않겠어요.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기로 약속을 하고 야구를 시작했죠. 그런데 운동을 하면 공부가 되겠어요?(웃음) 힘들고 공부할 시간도 없고. 그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야구 인생을 살게 됐죠.정 : 처음에는 반대 아닌 반대를 하신 거네요. 이후에는 부모님이 잘 지원해주셨나요? 유 : 네 이왕 시작한 거 잘하길 바라셨죠. 지원을 잘 해주셨어요. 시합이 있으면 지방에도 오시고, 저 때문에 고생 많이 하셨죠. 더 잘해서 효도 해야죠. 정 : 이번 겨울 벌써 효도 했잖아요. 연봉이 많이 올랐죠. 부모님은 뭐라고 말씀하시던가요?유 : 처음에는 200% 정도 기대했어요(유희관의 지난 시즌 연봉은 2600만원. 200% 인상은 7800만원). 그 이상은 힘들 걸로 봤어요. 많이 받아야 8000만원 정도? 그런데 주위에서 1억원이라는 얘기가 들리더라고요. 하지만 얘기 안하고 다녔어요. 괜히 기대했다가 그렇게 되지 않으면 실망감도 클 것 같고. 최대한 설레발을 자제했죠. 처음에 사무실을 들어갔는데 9000만원을 부르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제가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9000만원과 1억원은 1000만원 차이지만, 상징하는 게 크잖아요. 그래서 1억1000만원을 달라고 얘기했죠.정 : 중간에서 합의점을 찾았네요.유 : 그런 셈이죠. 두 번째 들어가니까 1억원을 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제 생각을 관철시키고 싶었는데 생각해보면 구단에서 엄청 신경 써 준거잖아요. 더 이상 질질 끌고 싶지 않고, 빨리 계약해서 홀가분하게 올해를 준비하고 싶었죠. 그래서 그냥 1억원에 도장을 찍었죠. 정 : 사무실 문 닫고 나왔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날아갈 것 같았나요?유 : 제가 억대 연봉자가 됐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어요. 그런 얘기는 신문에서 보던 다른 선수 얘기인 것 같았어요. ‘참 인생 다시 살고 볼 일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유병민(이하 민) : 군 제대 후 1년 만에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났네요. 그때 뭐든 할 수 있다고 의욕을 불태웠었죠?유 : 네. 저도 의욕을 불 태웠지만, 제가 첫 해 만에 이렇게 잘할 거라 예상 못했어요. (민 : 나도 반신반의 했어요) 저도 마찬가지였죠. 1군에서 잘할 때도 ‘몇 게임 잘하면 들통 날 거다’ 이런 소리가 많았어요. 전반기 잘 마치고 후반기에 부진했는데, 언론에서 ‘힘이 떨어졌다’ ‘읽혔다’ ‘분석이 끝났다’는 평가가 나왔죠. 그렇게 포스트시즌을 갔는데, 다시 거기서 엄청 좋았으니까 좋은 얘기만 나오고. 사실 제가 후반기 때는 안일한 생각이 있었어요. 나타해지지 않았나 싶어요. 근데 그 모든 게 결과론인 거 같아요. 포스트시즌에 잘했으니까 이런 결과가 나왔지. 포스트시즌에 못했으면, ‘후반기 때 부진했는데 왜 내보냈나’ 이런 얘기 나올 거고. 어떻게 보면 선수 입장에서 아쉬워요. 과정은 보지 않고, 결과만 생각하니까. 그래도 크게 신경쓰지 않아요.정 : 본인 기사가 엄청 나왔잖아요. 댓글도 많이 봤겠어요.유 : 네. 댓글을 보면 정말 재밌어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지? 정말 상상력이 기발한 것 같아요. 별명 같은 거 지어내고 하면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정 : 본인 별명도 많이 생겼잖아요. 어떤 별명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유 : 원래 유희왕은 있었는데, 뒤에 ‘왕’자가 있어서 최고라는 의미인 것 같아서 좋아했어요. 신조어로 느림의 미학이 처음 나왔다는데, 괜찮았고. 아! ‘모닥 불러’라는 단어는 정말 신선했어요. 파이어 볼러가 아닌데 그걸 모닥 불러라고 생각을 하디니 정말 기발해요. 요즘에는 몸매 때문에 빙그레 우유라는 별명도 생겼어요. 정 : 다시 학창시절 얘기를 해보죠. 처음부터 투수를 했어요?유 : 처음에는 중견수를 봤어요. 근데 왼손이 드물다 보니 투수와 외야수를 겸업했죠. 제가 공은 왼손으로 던지지만, 글씨는 오른손으로 써요. (정 : 머리가 좋겠어요) 좋죠(웃음) 계속 투수와 외야수를 같이 보다가 고등학교로 가서 투수로 완전히 전향했어요.정 : 투수 전향은 본인의 의지였나요. 아니면 주위의 권유로? 유 : 감독님의 권유도 있었고, 제가 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어요. 왼손 투수가 희귀성이 있잖아요. 이점이 많죠. 사실 제가 왼손 투수가 아니라면 지금도 야구를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왼손 투수라는 혜택을 누구보다 잘 본 케이스 인 것 같아요. 정 : 학교도 두 차례나 옮겼더라고요. 초등학교 때는 야구를 시작하려고 전학갔는데, 고등학교 때는 왜 옮긴 거에요?유 : 남성초등학교를 다니다가 아까 얘기한 그 전단지를 받고 방배초등학교로 전학했죠. 이수중을 거쳐 배재고에 진학했는데, 1학년을 마치고 장충으로 옮겼어요. 중학교 감독님께서 장충 감독님이 되셔서 현택이 형이랑 같이 장충으로 갔죠. 당시 배재고 신입생 대부분이 장충으로 전학했어요. 학교 안에서 일어난 문제라 제가 자세한 사정은 몰라요. 정 : 장충고에서 그렇게 좋은 성적을 기록하지 못했는데, 팀 내에서 위치가 어땠나요?유 : 그냥 고만고만하게 했어요. 저 뿐만 아니라 동기들이 모두 고만고만했어요. 이용찬이 2년 후배인데, 그 후배들이 들어오면서 전력이 괜찮아졌죠. 용찬이는 1학년 때부터 등판했을 정도니까요. 제가 1~2학년 때는 장충고가 그렇게 잘 하지 못했어요. 정 : 그렇게 장충고를 졸업하고 프로 지명을 기다렸는데, 결국 받지 못했죠. 당시 많이 속상했을 것 같아요.유 : 큰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명 날짜가 다가오면 나도 모르게 조금은 기대하는 부분이 생기잖아요. ‘내가 되지 않을까?’ 이런 거. 그런데 고졸로 프로에 가려면 즉시전력감이 돼야 하니까 선택받지 못했어요. 제가 경기 운영은 좋다는 평가를 예전부터 받았지만, 공이 빠르지 않으니까. 거기서 편견이 있던 것 같아요. 프로에 가도 통하지 않을 거다. 실제로 그런 얘기도 들었죠.정 : 지금은 그 편견을 깬 거네요. 당시 오기가 생겼나요? 유 : 오기도 오기지만, 좌절을 많이 했죠. ‘남들 다 공이 빠른데 왜 나는 느릴까.’ 고민 아닌 고민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야구를 하면서 항상 생각했던 것 같아요. 공이 느린 것에 대한 고민과 공이 느려서 통하지 않을 거라는 편견? 그러다 여기까지 왔죠. 남들은 그렇게 생각하는데, 제가 올해 활약을 하면서 그 편견을 조금이나마 깼다는 것에 뿌듯함은 느꼈어요.유희관의 유쾌한 입담, 그의 진솔한 모습 등 나머지 인터뷰 내용은 일간스포츠가 만든 모바일야구신문 베이스볼긱 앱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안드로이드폰 다운로드] [아이폰 다운로드]정순주 아나운서/ 베이스볼긱 제공 2014.02.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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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고 야구부, 총동문회 후원이 명문 원동력 ③

③ 비결은 ‘사위(四位)일체’프로야구단에 모기업과 프런트가 있다면, 고교 야구부에는 총동문회와 학교(재단)가 그 역할을 한다. 정윤진(43) 덕수고 감독은 “야구부 운영이 잘되려면, 선수와 감독, 총동문회, 학교가 제자리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 ‘사위(四位)일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총동문회의 화끈한 지원덕수고 총동문회는 야구부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준다. 총동문회 산하에 야구 후원회(회장 김병희)가 별도로 조직돼 있을 정도다. 매년 후원금을 정기적으로 내는 동문이 150여 명 정도 된다. 여기에 야사모(야구를 사랑하는 모임)라는 단체도 있어 경기가 있을 때마다 대규모 응원전을 펼친다. 총동문회는 야구부 운영위원회의를 거쳐 1년에 2억 원 정도를 야구부에 지원한다. 여기에는 정윤진 감독과 코치 1명의 월급이 포함돼 있다. 또 겨울에 해외 전지훈련 비용의 일부도 총동문회에서 지원한다. 덕수고 총동문회는 2008년 3억 5000만원을 들여 합숙소 리모델링을 마쳤다. 성동구청에서도 2012년 구내 유일한 고교 야구팀을 위해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깔고 조명시설을 해줬다. 덕수고에는 실내 연습장과 웨이트 트레이닝장도 갖춰져 있다. 프로에 버금가는 시설 덕분에 프로 선수들도 겨우내 몸을 만들기 위해 덕수고를 자주 찾는다. 지난 시즌 LG에 입단해 12승을 거둔 류제국(31)은 LG와 계약하기 전 모교에 나와 준비했다. 박찬호(41·은퇴)와 봉중근(34·LG), 최희섭(35·KIA) 등 전직 메이저리거들도 국내에 있을 때면 덕수고에서 운동을 했다. 또 덕수고에는 야구부 선수들을 위한 별도의 영양 코치와 급식 시설이 갖춰져 있다. 5000칼로리 이상 고칼로리 식단을 섭취해야 하는 선수들을 위해서다. 이 비용은 학부모들이 회비를 걷어 충당한다. 대신 학부모들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 원칙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는 산으로 가기 십상이다. 정윤진 감독은 일 년에 한 번 신입생 환영회 겸 송년회에서 학부모들에게 인사를 하는 정도다. 정 감독은 “학부모회같은 별도 모임은 없다. 3학년쯤 돼야 학부모 얼굴을 알 수 있을 정도다”고 말했다. 김병희 후원회장은 “(정윤진 감독이) 학부모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자신의 생각과 철학대로 야구부를 잘 운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감독 월급은 학부모의 몫?덕수고의 경우 충분한 지원을 받고 있지만, 다른 고교 야구부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총동문회가 잘 조직돼 있는 학교는 그런대로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감독, 코치 월급에서부터 모든 비용을 학부모의 지갑에 의존해야 한다. 정윤진 감독은 “교육청이나 국가에서 학교 운동부 운영을 위한 별도의 재원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보니 운영을 학부모들의 회비에 의존해야 된다”며 “학부모들은 ‘내가 당신의 월급을 책임진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감독의 운영에도 간섭을 하게 된다. 만약 대학이나 프로 진출에 실패할 경우 감독에게 책임을 요구하는 경우까지 생기게 되는 것이다”고 했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지난해 10월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학교 운동부 운영경비 회계자료’에 따르면 구기 종목 운동부가 있는 전국 1015개 초·중·고교의 운영비에서 학부모가 부담한 비용은 631억원이었고, 학교는 92억원에 그쳤다. 그중 120개 학교는 학교 지원금이 아예 없었다. 정윤진 감독은 “고교 체육 특기자의 경우 수업료를 전액 면제해주고 있다. 만약 모든 체육 특기자가 수업료를 내고 이를 학교 예산으로 편성한다면 감독, 코치 월급은 충분히 나오지 않겠나. 감독, 코치의 고용도 안정되면서 학부모들의 실질 부담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2014년, 진짜 덕수고 시대가 열린다“2014년에는 더 강해질 겁니다.”정윤진 감독의 목소리는 힘찼다. 한주성(19·두산)과 임병욱(19·넥센) 등 팀의 주축이던 3학년들이 곧 졸업하지만, 2학년들의 실력도 만만치 않다. 정 감독의 믿는 구석은 바로 포수 김재성(18·2학년)과 투수 엄상백(18·2학년)이다. 김재성은 2013년 주전 마스크를 쓰고 덕수고 투수들을 진두지휘했다. 포수의 기본이 되는 강한 어깨와 블로킹 능력을 두루 갖췄다. 우투좌타인 김재성은 작년 타율 0.294를 기록했다. 파워는 아직 부족하지만, 공을 갖다 맞추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정 감독은 내년 4번타자로 김재성을 낙점해놓은 상태다. 한 프로구단 스카우트는 “고교 야구 포수 자원 중에서는 김재성이 가장 주목할 만한 선수”라고 밝혔다.호리호리한 체격(183cm, 65kg)의 엄상백은 빠른 공을 던지는 사이드암 투수다. 정 감독은 “지금 시속 142km의 직구를 던진다. 날씨가 풀리면 구속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에는 팀에서 4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엄상백은 선배들이 나간 덕수고 마운드의 새로운 에이스가 될 전망이다. 정 감독은 “올해 청룡기 3연패에 도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2010년 대통령배 결승에서 9회말 투 아웃까지 이기고 있었다. 내 잘못으로 대통령배 3연패를 눈앞에 두고 놓친 것이 한이 된다. 작년에는 운이 많이 따랐는데, 그 기운을 받아 올해도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원 기자 raspos@joongang.co.kr 2014.01.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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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야구의 고양원더스를 꿈꾼다’ 세종대, 야구부 창단

세종대학교(이하 세종대)가 대학야구의 고양원더스를 꿈꾸며 야구부를 창단한다. 세종대는 최근 야구부 창단을 결정하고, 오는 9일 신입생 모집 설명회를 개최한다. 기존 대학들이 엘리트 야구를 추구한다면, 세종대는 생활야구 개념으로 야구부를 운영한다. 학생들은 세종대학교 글로벌 지식교육원 체육학 학사학위 과정을 통해 학점을 취득하고, 대한스포츠애널리스트협회(이하 KSA)와 은퇴선수협회를 통해 야구를 배우게 된다. 교육과 운동이 이원화 돼 운영되는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는 것이다.김병민 세종대 교수는 "야구부가 정상궤도에 오를 때까지 교육과 운동을 이원화 시켜 전문성을 함양할 것"이라며 "중·고등학교까지 야구를 하다 개인사정으로 운동을 이어가지 못한 학생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우리 야구부는 대학 진학과 함께 운동도 계속 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세종대학교가 대학야구의 고양원더스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창단 3년차를 맞은 고양원더스는 국내 첫 독립 구단으로 프로에서 방출되거나, 프로의 문턱을 넘지 못한 선수들의 모여 재기를 꿈꾸는 곳이다. 선수들은 김성근 감독의 지휘 아래 단내나는 훈련을 실시했다.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지난 2년 동안 퓨처스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한 고양원더스는 총 17명을 프로에 진출시키며 빠른 결실을 맺었다.세종대는 프로에 지명받지 못하고, 대학에도 진학하지 못한 채 야구를 중단한 학생들에게 새로운 길을 찾아 줄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며 "학생들은 입학 후 글로벌 지식교육원의 체육학 과정을 이수하며, 총장 명의의 4년제 학사 학위를 받게 된다. 학과 수업을 들으면서 체계적인 야구 교육도 받기 때문에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다양한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야구부가 창단되면 비슷한 수준의 대학들과의 리그제 운영도 논의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에 대한 지원 사항도 이원화 돼 있다. 세종대는 200만원 초반의 반값 등록금을 지원한다. 또한 자격증을 취득하고, 학점을 빨리 따면 조기 졸업도 가능하다. KSA는 스포츠 용품 업체를 통해 학생들에게 필요한 야구용품을 지원하고, 전문 병원의 후원을 받아 부상관리에 만반의 준비를 할 예정이다. 세종대 야구부 모집 대상은 야구에 관심있는 자로서 신입생은 고등학교 이상의 학력 소지자, 편입생은 2년제 이상 학교에서 1년 이상 수료한 학생이다. 특기자 전형으로 선발되며, 비운동자도 지원이 가능하다. 이 과정은 야구부 외에도 일반 체육학전공과정으로도 지원할 수 있으며, 입시 설명회는 오는 9일 오후 4시 세종대 광개토관 828호에서 열린다. (설명회 참석 및 입학 문의는 학과 사무실 02-3408-3853, 담당 조교 010-5152-4555)유병민 기자 yuballs@joongang.co.kr 2014.01.0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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