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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사상 초유' 완봉의 낭만이 사라진 KBO리그, 가을엔 다를까

가을에는 '완봉'을 볼 수 있을까.완봉(完封)의 사전적 의미는 투수가 득점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완투하는 일이다. 정규이닝 기준 1회부터 9회까지 실점 없이 아웃카운트 27개를 모두 책임져야 한다. 퍼펙트게임, 노히트노런 다음으로 달성하기 어렵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1982년 출범한 KBO리그는 매년 완봉이 나왔다. 1986년과 선동열(당시 해태 타이거즈)과 1995년 김상진(당시 OB 베어스)은 단일 시즌 최다 8번의 완봉을 기록하기도 했다.그런 면에서 올 시즌 KBO리그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하나 남겼다. 정규시즌 720경기(팀당 144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 명의 투수도 완봉을 해내지 못했다. 기록에 근접한 투수도 손에 꼽을 정도다. 완투 명단에 이름을 올린 투수 5명(심재민·오원석·정찬헌·뷰캐넌·산체스) 중 국내 선수 3명은 강우 콜드에 따른 '행운의 완투'였다. 지난 7월 13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9이닝 1실점 한 뷰캐넌이 그나마 완봉에 가장 근접한 사례였다.일본 프로야구(NPB)는 상황이 다르다. 올해 완봉승이 총 41회(퍼시픽리그 17회·센트럴리그 24회)에 이른다. 특히 미야기 히로야(오릭스 버팔로스) 구리 아렌(히로시마 도요 카프)은 각각 3번의 완봉승을 해냈다. 완봉승이 아닌 완봉으로 범위를 좁히면 그 수가 더 늘어난다. NPB는 지난해에도 완봉승이 양대 리그 합쳐 30회 이상이었다. 올해 NPB 완투는 총 63회. 완투가 많으니, 완봉의 가능성도 높을 수밖에 없다.KBO리그에선 왜 완봉이 자취를 감췄을까. 김수경 NC 다이노스 투수 코치는 "예전과 달리 투수들을 관리해 주려고 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김 코치는 "8회까지 마쳤을 때 투구 수가 90개 정도 된다면 완봉을 고려해 보겠지만, 안정적인 팀 승리와 투수의 컨디션·피로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투수들의 분업화가 뚜렷해지고 완투형 투수가 부족하면서 불펜의 역할이 확대됐다. 올해 KBO리그 선발 투수의 경기당 평균 투구 수는 87.2개. 등판마다 100구를 채우지 않는 투수가 부지기수다. 완봉의 전제 조건인 '9이닝 소화'를 충족하기 어렵다. 윤희상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KBO리그에선 적정 투구 수를 100개 정도로 보기 때문에 완봉을 떠나 완투조차 어렵다. (100구 기준으로) 경기당 20~30개를 더 던지면 7이닝 무실점 기록이 9이닝 무실점으로 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투구 수를 늘리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과거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은 "외국인 선수는 긴 이닝을 책임져야 한다"며 경기당 100구를 기본으로 맡겼다. 2014년 SK는 김광현(107.5개) 조조 레이예스(104.8개) 트래비스 밴와트(106개)의 경기당 평균 투구 수가 세 자릿수였다. 최근 KBO리그에선 국내 투수는 물론이고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많은 투구 수를 주문하지 않는다. 부상이라도 당하면 전력이 크게 휘청거리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룬다.올 시즌 경기당 투구 수가 가장 많은 선수는 뷰캐넌으로 99.5개. 펠릭스 페냐(한화 이글스·90.2개)와 웨스 벤자민(KT 위즈·90.9개)의 경기당 투구 수는 90개를 겨우 넘었다. 윤희상 위원은 "일본은 (완봉을 해낼 수 있는) 선수층이 탄탄하다"며 "KBO리그는 NPB와 달리 외국인 선수가 부상이라도 당하면 큰일 난다. 국내 선수 자원도 몇몇 구단을 제외하면 많지 않다. (NPB와 벌어진 격차를) 하루아침에 해결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포스트시즌(PS)에서도 완봉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올해 가을야구 첫 6경기 선발 투수 경기당 평균 투구 수는 80개 미만이다. 어느 선수도 한 경기 100구 이상(최다 NC 다이노스 에릭 페디 98개) 던지지 않았다.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선 다를지 지켜볼 일이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11.0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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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인터뷰] 4년 연속 10승, 투구 수도 1위…변함없는 에이스 뷰캐넌

데이비드 뷰캐넌(34·삼성 라이온즈)은 지난 9일 두산 베어스와 더블 헤더 1차전 잠실경기 선발 등판, 8이닝 7피안타 무사사구 1실점 호투했다. 뷰캐넌을 앞세운 삼성은 5-1로 승리했고, 그도 올 시즌 10승째(6패)를 수확했다. 4년 연속 10승 달성에 성공했다. 지난 2020년 KBO리그 첫 시즌부터 15승 7패를 거뒀던 뷰캐넌은 이후 꾸준히 에이스로 활약했다. 9개 구단이 그를 공략하기 위해 달려들었으나 소용없었다. 오히려 올 시즌 데뷔 첫 2점대 평균자책점(2.69)을 유지하며 커리어하이를 바라보고 있다. 꾸준함 뒤에는 영리함과 적응력이 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뷰캐넌이 상대 팀마다 투구 패턴에 조금씩 변화를 주는 등 한국 야구에 많이 녹아든 것 같다. 몸 관리도 꾸준하다. 분석을 당했는데도 이겨내고, 자기만의 분석으로 열심히 준비한 덕분"이라고 그를 치켜세웠다.9일 경기서 8이닝 호투 뒤에는 팀을 생각하는 책임감이 있었다. 본지와 만난 뷰캐넌은 "앞서 7일 울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연장전을 소화한 (우리) 선수단이 서울에 늦게 도착해 피곤한 걸 알았다. 내가 도와주고 싶었고, 막아야겠다고 생각해 계속 집중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뷰캐넌은 올 시즌 평균 투구 수 1위(100구)를 기록 중이다. 지난 8월 11일 SSG 랜더스전에서는 무려 127구를 던진 바 있다. 뷰캐넌은 "많이 던졌지만 지금 컨디션은 정말 좋다. 선발 투수라면 어느 상황이든 팀 승리를 위해 열심히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투구 수는 신경 쓰지 않는다. 9일(107구) 경기와 같은 상황 때도 책임질 수 있는 부분까지는 무조건 책임지는 게 선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메이저리그(MLB)에서도 투수들의 투구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시애틀 매리너스 에이스 조지 커비는 지난 9일(한국시간) 탬파베이 레이스전 후 "솔직히 7회는 던지고 싶지 않았다. 그때 이미 투구 수가 90개였고 더 이상 던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가 로저 클레멘스, 제러드 위버 등 은퇴 선수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커비와 달리 뷰캐넌은 과거의 '완투형 에이스'를 떠올리게 한다. 뷰캐넌에게 커비가 겪은 상황을 물었다. 그는 웃으면서 "커비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선발 투수가 해낼 임무가 있다면 투구 수와 상관없이 무조건 수행하고 내려와야 한다. 나도 9일 등판 때 9회에도 팀이 내가 필요하면 다시 나갈 수 있었다. 투수에게 이상적인 투구 수 기준이란 건 없다고 본다"고 힘주어 말했다.5년 연속 10승 도전은 아직 확신할 수 없다. 재계약 여부를 정하긴 아직 이르다. 뷰캐넌은 "내년에도 다시 한국에 올 수 있다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한국 팬분이 우리 가족에게 사랑을 준다"면서도 "아들 브래들리(4)가 커 가면서 학교나 교육 문제도 고민해 볼 때가 됐다. 재계약 문제는 차차 생각해 보겠다"고 밝혔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9.12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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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의 제언] 백 투 베이직…'기본'으로 돌아가자

미래를 알고 싶으면 과거를 살펴보라. 선현들의 지혜를 엮은 명심보감에 나오는 구절이다. 한국 최초의 스포츠 전문지인 일간스포츠가 창간 53주년을 맞아 프로야구 레전드 선동열(59) 전 국가대표 감독, 이만수(64) 전 SK 와이번스 감독, 김시진(64)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을 한자리에서 만났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한 KBO리그의 과거를 통해 다가올 미래를 함께 대비하기 위해서다. 선동열 전 감독의 선수 시절 별명은 '국보(國寶)'다. KBO리그 통산 평균자책점이 1.20에 불과하다. 1993년 달성한 평균자책점 0.78은 아직도 깨지지 않는 역대 최저 기록. 이만수 전 감독은 1982년 프로야구 1호 홈런의 주인공이다. 1986년 사상 첫 개인 통산 100홈런 고지를 정복한 '공격형 포수'의 대명사다. 김시진 전 감독도 1987년 프로야구 첫 개인 통산 100승을 거둔 '살아있는 전설'이다. 1985년에는 단일 시즌 역대 3위인 25승을 따냈다. 세 감독 모두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프로야구 40주년 '40인 레전드'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지난 26일 일간스포츠 창간 53주년 사진전 '스포츠, 함께 울고 함께 웃다' 개막식에 참석한 선동열·이만수·김시진 전 감독은 웃지 못할 과거 에피소드부터 근황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두 시간 가까운 인터뷰 시간 내내 웃음꽃이 떠나지 않았다. 사뭇 진지한 대화가 오간 순간도 있었다. 프로야구 현안 관련 화두를 던졌을 때였다. KBO리그 역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레전드'답게 날카로우면서도 후배들에 대한 애정 어린 조언이 테이블 위에 쏟아졌다. 그들이 공통으로 강조한 건 '기본'이다. 먼저 운을 뗀 건 김시진 전 감독이다. KBO 경기감독관인 김 전 감독은 프로야구 현장에서 후배들의 경기를 지켜본다. 아무래도 눈이 가는 건 투수다. 그는 "투수라면 일단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데 (요즘 투수들은) 그렇지 않다. 볼을 던지고 스피드건부터 쳐다본다"고 꼬집었다. KBO리그 투수들의 구속은 매년 향상하고 있다. 선수의 체격이 커지고 기술이 발전한 결과다. 하지만 제구가 따라주지 않는다. 지난해 9이닝당 볼넷(BB/9)이 4.19개로 최근 10년 중 최다였다. 경기 질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KBO는 스트라이크존(S존)을 확대했다. 그 결과 9이닝당 볼넷이 3.46개(26일 기준)까지 떨어졌다. 수치 변화가 크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한 인위적인 처방이라는 평가다. 김시진 전 감독의 얘길 듣던 선동열 전 감독이 동조했다. 선 전 감독은 "기술보다 체력을 먼저 갖췄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게 기본"이라며 "선수는 하체를 잘 이용할 줄 알아야 하는데 지금은 (근육 훈련인) 웨이트 트레이닝에 많이 의존한다. 웨이트도 물론 중요한데 가장 기본이 되는 건 러닝"이라고 강조했다. 선동열 전 감독은 현역 시절 하체의 중심이동을 최대한 앞으로 끌고 간 후 공을 놓았다. 굽혀진 오른 무릎이 지면에 거의 닿을 만큼 하체 밸런스가 안정적이었다. 공에 체중이 실리니 타자가 느끼는 체감 구속은 더 빨랐다. 토종 에이스 김광현(SSG 랜더스)이 등판 다음 날 가장 먼저 하는 것도 러닝이다. 러닝은 피로물질인 젖산을 빼내는 좋은 방법이면서 하체를 단단하게 만드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효과가 단기간에 드러나지 않아 많은 선수가 중요성을 간과한다. 선동열 전 감독은 "'라떼(나 때는 말이야)'라는 표현을 안 쓰려고 하는데 우리 때는 할 수 있는 게 그거(러닝)밖에 없었다. 그렇게 밑바닥을 다졌기 때문에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알았던 거"라며 "그게 기본기다. 그런데 유소년 야구에선 기본보다 기술(장착)에 다들 매달리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기본기를 강조한 건 타자 출신 이만수 전 감독도 마찬가지다. 이 전 감독은 SK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재능기부에 앞장서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에는 1년에 전국 50여 학교를 방문, 수백 명의 아마야구 선수를 직접 만났다. 이만수 전 감독은 "재능기부를 하면서 러닝을 시키니 '많이 뛰게 한다'는 민원이 들어오더라. 심각한 문제"라며 "선 감독의 말처럼 옛날에는 겨울이면 체력 훈련을 했다. 기본이 되는 훈련 중 하나가 러닝”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프로야구에선 점점 ‘완투’가 사라지고 있다. 올 시즌 리그 완투는 총 6회. 지난해(13회)의 절반 수준이다. 완투형 선발 투수가 사라지면서 한해 200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선발 투수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졌다. 불펜 분업화가 표면적 이유지만, 투수의 기본적인 능력도 하향 평준화했다는 지적도 있다. 선발 투수가 던지는 한 경기 평균 투구 수가 89개로 90구가 되지 않는다. 김시진 전 감독은 "공을 던지는데, 파워가 필요하지 굳이 러닝까지 해야 하나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공을 잘 던지려면 강하면서도 부드러워야 한다"며 "시즌 전 스프링캠프를 가면 투수들이 50개 이상을 던지지 않으려고 한다. (부상 방지 차원에서) 적게 던지면 좋지만, 상황에 따라 다르다. 기술을 갖추고 부드럽게 던지면 100구를 투구하더라도 피로도가 훨씬 덜 하다"고 조언했다. 이만수 전 감독은 "웨이트만 하니까 부드러움이 없다. 그렇게 훈련하면 롱런하기 힘들다"며 "(한 경기에서) 100구 이상을 던지지 못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했다. 선동열 전 감독은 구조적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유소년 야구 지도자들이 문화체육관광부나 교육부에서 정식 직원으로 인정받는 게 중요하다. 학교에서 월급 받으면 기본기를 충실하게 가르칠 수 있다. 하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학부모의 돈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진학이 중요하니 초등학생이 고등학생 훈련을 하고, 중학생이 프로에서 하는 훈련을 한다. 안타깝다. 제도가 먼저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막연하게 성적만 바라보고 훈련하면 자칫 기본을 망각할 수 있다. 선동열 전 감독은 "하나를 얻기 위해선 그만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냥 얻을 수 있는 게 어디 있나"라고 되물으며 "톱 클래스에 있는 선수는 그 정도의 능력이 있으니까 문제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들은 노력해야 한다. 많이 던져봐야 스트라이크도 던질 수 있다. 젊은 선수들은 '던지면 망가진다'는 생각이 너무 많다. 무리할 필요는 없지만, 생각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2.09.28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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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버두치 효과'와 안우진의 200이닝 도전

오른손 파이어볼러 안우진(23·키움 히어로즈)의 시즌 200이닝 소화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국내 투수로는 2016년 양현종(KIA 타이거즈) 이후 6년 만에 대기록 달성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이에 따른 관리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안우진은 5일 기준으로 165이닝을 소화했다. 외국인 투수 찰리 반즈(롯데 자이언츠·172와 3분의 2이닝)에 이어 리그 최다이닝 2위. 반즈가 3경기 더 선발 등판했다는 걸 고려하면 안우진의 이닝 소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시즌 25번의 선발 등판 중 5이닝 이전 강판이 단 한 번도 없다. 22경기(88%)에서 최소 6이닝을 책임지며 '이닝 이터'의 면모를 보인다. 지난 1일 한화 이글스전에선 6이닝 2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 쾌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팀 사정상 하루 앞당겨 등판했지만, 흔들림이 없었다. 한화전에 앞서 홍원기 키움 감독은 '안우진의 200이닝 달성 가능성'에 대해 "등판 일정상 많으면 5경기까지 (선발 등판이) 할 수 있어 수치상으로는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 안우진의 경기당 평균 소화 이닝은 6과 3분의 1닝이다. 25경기 중 절반 이상인 13경기에서 7이닝 이상을 책임져 200이닝 달성이 불가능하지 않다. 시즌 200이닝은 에이스만 달 수 있는 '훈장'이다. 최근 10년 동안 KBO리그에선 총 9번 기록이 달성됐는데 이 중 8번이 외국인 투수였다. 지난해 국내 투수 최다 이닝은 166⅔이닝을 기록한 고영표(KT 위즈)였다. 불펜 분업화에 따라 완투형 선발 투수가 사라지면서 한해 200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선발 투수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졌다. 안우진의 200이닝 도전이 더 큰 의미를 갖는 이유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이닝 증가가 자칫 부상으로 연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2018년 데뷔한 안우진은 첫 3년 동안 연평균 55이닝 정도를 소화하는 데 그쳤다. 4년 차이던 지난해 기록한 107⅔이닝이 개인 한 시즌 최다 이닝이었다. 그런데 올 시즌 일찌감치 규정이닝(144이닝)을 넘어섰고 등판마다 개인 최다 이닝을 경신하고 있다. 시즌 투수 수도 최근 3년 동안 579개→1867개→2517개로 늘었다. 안우진은 현재 '버두치 효과(Verducci Effect)'에 부합하는 투수다. '버두치 효과'는 2008년 미국 메이저리그(MLB) 저명 칼럼니스트 톰 버두치가 '만 25세 이하 투수가 전년 대비 최소 30이닝을 더 던지면 부상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 주장이다. 당시 버두치 효과에 해당하는 MLB 투수들을 꼽아 결과를 내보니 적중률이 80%를 넘는 것으로 확인돼 이론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안우진이 가장 경계하는 것도 부상이다. 그는 "이렇게 많이 던진 적이 없어서 관리를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며 "많이 던지면 다음 해 안 좋을 수 있지만 그건 내가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겨울에 어떻게 준비하고 운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안우진은 지난 7월 올스타전 때 만난 외국인 투수 드류 루친스키(NC 다이노스)에게 몸 관리 비법을 물어보기도 했다. 2019년부터 KBO리그에서 활약 중인 루친스키는 매년 170~180이닝을 소화하는 '이닝 이터'다. 그만큼 주변 선수들에게 조언을 구해 참고하고 있다. 구단도 안우진의 상태를 살핀다. 홍원기 감독은 "지난해 풀 타임은 아니었지만, 선발 경험을 했고 (올 시즌) 전반기 때도 몸 관리나 건강 체크를 다 했는데 별 이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2.09.06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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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리포트] 2022년 나타난 '낭만 에이스' 샌디 알칸타라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샌디 알칸타라(27·마이애미 말린스)는 태생적 '이닝 이터'에 가까운 선수다. 그는 지난 2013년 국제 아마추어 자유계약 자격으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 미국에 발을 디뎠다. 2017시즌 종료 후, 마이애미의 거포 마르셀 오즈나(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트레이드로 영입한 세인트루이스는 마이너리그 유망주였던 알칸타라 등을 대가로 지불했다. 그렇게 알칸타라와 마이애미의 인연이 시작됐다. 마이애미에서 성장한 알칸타라는 메이저리그(MLB) 선발 투수로 꽃을 피웠다. 이적 후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하게 선발 수업을 받았던 알칸타라는 드디어 2019년 풀타임 빅리거가 됐다. 첫 시즌부터 이닝 소화력이 남달랐다. 2019년 32경기에 선발 등판한 그는 평균자책점 3.88을 기록했다. 에이스라 부르기엔 조금 부족했지만, 무려 197과 3분의 1이닝을 던졌고 첫 올스타로도 선정됐다. 2020년 단축 시즌을 거쳐 지난해 두 번째 풀타임 시즌을 맞이한 그는 205와 3분의 2이닝을 소화해냈다. 평균자책점(3.19)도 향상됐다. 올 시즌 그는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경쟁의 선두 주자다. 27일(한국시간) 기준 20경기 동안 알칸타라는 144와 3분의 1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81(MLB 2위, 내셔널리그 1위)을 기록 중이다. 주목할 건 역시 이닝이다. 알칸타라가 던진 144와 3분의 1이닝은 MLB 전체 1위 기록이다. 2위 애런 놀라(필라델피아 필리스·126과 3분의 2이닝)와 17과 3분의 2이닝을 더 던졌다. 경기당 투구 이닝이 7과 3분의 2이닝에 달한다. 시즌 230이닝을 향해 질주 중이다. 그의 페이스는 현대 야구의 추세와 정반대에 있다. 알칸타라의 질주는 바로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코빈 번스(밀워키 브루어스)의 사례와도 정확히 반대 지점에 있다. 번스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 등으로 인해 규정 이닝(162이닝)을 간신히 넘긴 167이닝만 소화했다. 대신 탈삼진이 많고, 볼넷은 적었다. 뛰어난 세이버 메트릭스 지표 덕분에 그는 투표인단의 지지를 받았다. 번스는 그해 투표에서 200이닝·200탈삼진을 기록했던 잭 휠러(필라델피아)를 제쳤다. 최근 몇 년 간 불펜 야구의 대두로 현대 야구에서는 과거 랜디 존슨, 그렉 매덕스로 대표되던 완투형 에이스가 주는 '낭만'이 사라지고 있었다. 알칸타라의 이닝 이팅이 그래서 반갑다. 알칸타라의 이닝 소화 비결은 뭘까? 바로 땅볼 유도다. 알칸타라의 삼진 비율(24.3%)은 높지 않다. ‘닥터 K’의 상징인 빠른 공을 가졌지만, 삼진보다 땅볼을 더 많이 유도해 효과적으로 아웃 카운트를 잡는 타입이다. 올 시즌 그의 땅볼 타구 비율은 56.5%(팬그래프 기준)에 달했다. 또 발사 각도와 타구 속도 및 볼넷과 삼진을 바탕으로 한 xwOBA(기대 가중 출루율) 등 여러 기대 스탯에서 리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타자들이 어퍼 스윙으로 장타를 노리는 시대에서 그는 땅볼과 약한 타구를 끌어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땅볼 전문가' 알칸타라를 설명하려면 구종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알칸타라의 구종은 비율과 임무를 정확하게 나눠 타자들을 잡아낸다. 알칸타라의 직구(포심 패스트볼) 평균 스피드는 시속 97.9마일에 달한다. 빠른 직구를 가지고 있지만, 직구만 던지지는 않는다. MLB 공식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 서번트 기준으로 올 시즌 그의 직구, 슬라이더, 싱커(싱킹 패스트볼), 체인지업의 구사 비율이 각각 25%에 가까웠다. 타자들은 한 가지 구종만 노려서는 알칸타라를 공략하기는 힘들다. 심지어 싱커는 직구 스피드와 거의 같은 평균 97.6마일을 기록, 타자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알칸타라의 싱커와 체인지업은 역할이 달랐다. 우투수인 그는 싱커를 좌타자 상대로 13.8%, 우타자에게 39.7% 비율로 던졌다. 좌타자에게는 체인지업(35.7%)을 더 많이 던졌다. 타자별로 다른 구종을 던지며 유도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올 시즌 알칸타라는 좌·우타자 상대 땅볼 비율은 55%, 58.7%로 고르게 높다. 최근 수년 간 강속구와 삼진, 적은 이닝을 던지는 유형의 에이스가 지배하던 MLB에서 '완투형 땅볼 에이스' 알칸타라는 독특하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것은 실점을 억제하며 최고의 시즌을 이어가고 있다. 투수의 역할이 분업화하는 시대에서 알칸타라는 존재만으로도 '살아있는 낭만'에 가깝다. 경기가 아직 많이 남았지만, 지금의 활약만으로도 그에게 찬사를 보내는 이유다. 순재범 야구공작소 칼럼니스트(경상국립대학교 정보통계학과) 2022.07.2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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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이슈] 창원에서 함께 꽃 피우지 못한 '배·구·장 트리오'

한때 NC의 미래로 불렸던 '배·구·장 트리오'는 결국 함께 꽃 피우지 못했다. 12일 밤 NC와 KIA가 단행한 2대2 트레이드 핵심 중 하나는 장현식(25)이다. 불펜 보강이 필요했던 NC는 장현식과 멀티 내야수 김태진(25)을 내주고, 마무리 투수 경험이 있는 문경찬(28)과 불펜 자원 박정수(24)를 받았다. 장현식을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한 건 큰 결단이었다. 김종문 NC 단장은 "경쟁력 있는 불펜을 데려오려면 좋은 카드를 꺼내야 했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된 장현식은 NC가 애지중지 키운 오른손 파이어볼러다. 시속 150㎞까지 나오는 빠른 공이 트레이드마크. 서울고 시절부터 '완투형 투수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장현식은 프로 데뷔 시즌이었던 2013년 겨울 경찰야구단에 합격했다. 2015년 9월 제대 후 NC로 복귀한 나이가 만 20세였다. 당시 그는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선택이 아닐까 싶다. 신인 때는 경쟁력이 없었다. 아무것도 몰랐는데 군대에서 많은 걸 배워 왔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야구단에서 마무리 투수를 맡았다. NC 복귀 후 본격적으로 1군에서 뛴 2016시즌 스윙맨으로 37경기에 등판해 1승3패 1홀드 평균자책점 4.48을 기록했다. 그해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김경문 전 NC 감독은 "장현식·배재환·구창모는 앞으로 NC의 기둥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른바 '배·구·장 트리오'로 불린 셋에 대한 기대가 점점 커졌다. 올 시즌 구창모는 선발, 배재환은 불펜에서 활약 중이다. 구창모는 시즌 첫 13번의 선발 등판에서 9승 무패 평균자책점 1.55로 맹활약했다. 배재환은 시즌 40경기에 등판해 1승3패 12홀드 평균자책점 3.78을 기록 중이다. 마무리 투수 원종현과 함께 이동욱 NC 감독이 믿는 필승조 요원이다. 최근 기복이 있지만, 배재환은 팀에서 가장 많은 등판을 기록했다. 반면 장현식은 부침이 심했다. 올해 개막전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한 뒤 5월 18일 '지각' 등록됐다. 9경기에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9.31(9⅔이닝 10자책점)로 부진했다. 결국 6월 14일 퓨처스(2군)리그로 내려갔다. 그는 코칭스태프와의 면담에서 "선발로 던지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2군에서 선발 수업을 받았던 장현식은 지난 5일 1군에 재등록됐다. 예정된 선발 등판이 계속 비로 밀려 '선발 투수' 장현식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짐을 쌌다. 장현식의 잠재력은 여전히 KBO리그 최고 수준이다. 프로 7년 차이지만 나이는 20대 중반에 불과하다. 지난 시즌만 해도 53경기에서 5승 4패 9홀드 평균자책점 4.61을 기록했다. 54⅔이닝 동안 삼진 49개를 잡아냈다. 팀 상황에 따라 선발, 중간, 마무리를 모두 맡을 수 있다. 마지막까지 NC가 트레이드 버튼을 쉽게 누르지 못했던 이유다. NC와 KIA의 트레이드는 지난 7일 두 팀의 광주 맞대결에서 급물살을 탔다. 여러 구단에 필승조 영입을 문의했던 NC는 KIA에 '문경찬 영입 가능성'을 물었고, KIA가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지난 시즌 24세이브를 올린 문경찬을 데려오려면 출혈이 불가피했다. '배·구·장 트리오' 중에서 '구위가 가장 좋다'는 평가까지 들었던 장현식은 그렇게 NC를 떠났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0.08.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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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IS] '한·미·일' 20승 투수, 8년 만에 씨가 마르나

20승 투수의 씨가 마르기 직전이다.28일(한국시간)까지 한국 프로야구(KBO)와 미국 메이저리그(MLB), 일본 프로야구(NPB)에서 배출된 20승 투수는 총 '0명'이다. 한국의 양현종·헥터 노에시(이상 KIA)을 제외하면 19승을 달성한 투수도 없다. 미국에선 제이슨 바르가스(캔자스시티)·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코리 클루버(클리블랜드)의 18승이 현재 최다. 일본에서는 17승을 기록한 스가노 토모유키(요미우리)가 전체 다승 1위다. 이대로 시즌이 끝난다면 2009년 이후 8년 만에 한국·미국·일본에서 20승 투수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게 된다. ◇맥이 끊어진 일본과 역사 한 획을 그은 미국일본은 4년 연속 20승 투수 명맥이 끊겼다. 2013년 다나카 마사히로(현 뉴욕 양키스)의 24승 이후 아무도 20승을 넘어서지 못했다. 올 시즌 스가노가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그러나 17승(5패)에서 멈췄다. 다나카와 이와쿠마 히사시(현 시애틀·2008년 21승)를 비롯한 '완투형 투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시즌 20승은 더 어려운 기록이 됐다.눈여겨 볼 리그는 미국이다. 이례적으로 20승 투수 없이 정규시즌이 막을 내리게 됐다. 팀당 5경기 안팎의 잔여 일정을 남겨 놓고 있어 20승 투수가 나올 가능성이 사라졌다. 19승이 달성 가능한 최대 목표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20승 투수가 나오지 않은 시즌은 총 다섯 번(1981년·1994년·1995년·2006년·2009년)에 불과하다. 이 중 1981년·1994년·1995년은 파업으로 단축 시즌이 진행된 탓이다. 시즌을 온전하게 치르고 20승 투수가 배출되지 않은 건 올해를 제외하면 역대 두 번밖에 없다. 메이저리그는 162경기(한국 144경기·일본 143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20승 투수가 나올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최대 35번 안팎의 선발 등판이 가능하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커쇼와 맥스 슈어져(워싱턴)·잭 그레인키(애리조나)를 비롯한 정상급 에이스들이 하나 같이 20승을 넘어서지 못했다. 미국의 CBS스포츠는 "불펜이 전문화되면서 투수의 승리는 매우 과대평가된 지표가 됐다"며 "20승 투수가 없는 시즌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커쇼는 부상만 없었다면 20승 고지에 올랐을 것"이라며 "나머지 투수들은 득점 지원이 부족했던 것도 아닌데 전체적으로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수의 전유물이 된 한국KBO 리그에선 아직 가능성이 있다. 희망은 양현종과 헥터다. 28일까지 19승을 기록하고 있다. 향후 남은 한 번의 등판에서 승리투수가 되면 20승을 딱 채운다. 관심을 모으는 건 양현종이다. 국내 선수가 20승 고지를 밟은 건 1999년 정민태(당시 현대·20승)가 마지막이다. 정민태는 선발로 19승, 구원으로 1승을 추가해 20승을 채웠다. '선발 20승'으로 범위를 좁히면 1995년 이상훈(당시 LG) 이후 달성자가 없다. 그만큼 먼지가 수북이 쌓인 기록이다.20승은 한동안 외국인 선수의 전유물이었다. KBO 리그에선 2000년대에 접어든 후 세 번의 20승 투수가 나왔지만 모두 외국인이었다. 2007년 다니엘 리오스(당시 두산 22승)를 필두로 2014년 앤디 밴헤켄(넥센 20승), 지난해 더스틴 니퍼트(두산 22승)가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외국인 투수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국내 선수가 설 자리가 좁아졌다. 그만큼 국내 투수가 20승을 달성할 수 있는 확률도 낮아졌다.양현종이 마지막 경기를 승리하지 못한다면 KBO 리그는 미국·일본과 함께 20승 투수 없이 정규시즌을 마무리할 확률이 높아진다. 정규시즌 마지막을 달굴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ins.com 2017.09.2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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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3승…'완투승 시대' 재림의 의미

'완투의 시대'가 재림할 조짐이다.올 시즌 유독 완투승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한 선수가 벌써 두 차례 완봉승에 성공했고, 하루에 완투승 투수 두 명이 동시에 탄생했다. 이달에만 투수 다섯 명이 완투승에 성공했다. "완투형 투수가 사라졌다"는 한탄은 조금씩 사그라드는 모양새다.지난 20일이 상징적이었다. LG 데이비드 허프와 SK 문승원이 나란히 9이닝을 홀로 책임져 승리를 가져왔다. 허프는 잠실 삼성전에서 9이닝 7피안타(2피홈런) 1볼넷 2탈삼진 3실점으로 호투해 시즌 두 번째 완투승을 거머쥐었고, 문승원은 인천 NC전에서 9이닝 7피안타 1볼넷 1실점(비자책)으로 잘 던져 데뷔 첫 완투승을 신고했다. 같은 날 투수 두 명이 완투승을 동시에 달성한 것은 거의 2년 만이다. 종전에는 2015년 7월 5일 kt 크리스 옥스프링과 SK 메릴 켈리가 차례로 완투승을 올린 게 마지막이었다. 지난해에는 한 번도 없었다.확실히 올 시즌 들어 완투승 빈도가 늘었다. 지난 시즌에는 완투승이 총 12차례 나왔다. 올해는 시즌이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이미 지난해와 같은 수치를 찍었다. 20일까지 나온 12건의 완투승 가운데 절반이 완봉승이다.특히 외국인 선수들이 아닌 국내 투수들의 완투승이 늘어났다는 게 고무적이다. 배영수 장원준 유희관처럼 경험이 풍부한 선발투수들은 물론, '영건'들도 완투승 투수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완봉승을 두 번이나 해낸 KIA 임기영과 kt 고영표 그리고 문승원까지 모두 올해 처음으로 완투승의 기쁨을 맛봤다. 경기를 끝까지 책임지려다 너무 많은 공을 던져 무리하지만 않는다면 분명히 환영할 만한 현상이다.과거에는 완투형 투수가 많았다. 윤학길 한화 투수코치가 대표적인 선수다. 현역 시절 완투만 100번을 했고, 그 가운데 74번 승리투수가 됐다. 완투와 완투승 모두 2위와 차이가 큰 KBO 리그 통산 최다 기록이다. 완봉승도 통산 19회나 해내 역대 3위에 올라 있다. 윤 코치는 완투승의 가치를 묻자 "팀에 도움이 되는 기록이기에 의미가 있다"고 했다. "혼자 한 경기를 모두 책임지면 나머지 투수들의 과부하를 막고 불펜 자원을 세이브할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도 영광이지만 팀 전체적으로도 한 템포 숨을 고를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설명했다.정민철 MBC SPORTS+ 해설위원은 여기에 더해 "투수 당사자에게도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요인이다. 내가 경기를 지배해 승리를 따냈다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럽고, 선수가 자신의 능력에 믿음을 갖게 된다"고 했다. 정 위원 역시 '완투의 달인'이었다. 60경기에서 완투해 49완투승 기록을 남겼다. 무엇보다 완봉승으로만 통산 20승을 올려 선동열 전 KIA 감독(29승)에 이어 역대 2위에 올라 있다. 정 위원은 "당시에는 '내가 몇 이닝을 던져야겠다'라는 생각보다는 눈앞의 한 타자, 한 타자를 잡겠다는 생각으로 던지다 보니 완투를 하게 됐다"며 "힘 안배를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윤 코치는 완투승에 가장 필요한 능력으로 '제구력'을 꼽았다. "경기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제구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1~2회는 잘 던지지만 그걸 끝까지 끌고 가지 못하고 금세 제구가 왔다 갔다 하는 투수들도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최근 젊은 국내 투수들의 완투가 늘어나고 있는 데 대해서도 "투수들이 확실히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구속이 엄청나게 빠른 선수들이 아닌데도 제구를 꾸준히 지키는 능력이 생기고 있다는 의미라 고무적"이라고 반겼다.1회부터 9회까지 오직 '승리'만을 생각하며 홀로 마운드를 지키는 것, 완투승은 그사이 찾아오는 여러 고비를 무사히 넘긴 투수들에게 주어지는 훈장이다. 정 위원은 완투승을 '마라톤'에 비유했다. "계속 공을 던지다 보면 체력이 떨어지고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그 모든 것을 이겨낸 승리이니 값어치가 있다"며 "완주를 해내야 한다는 점에서 마라톤과 같다. 다만 마라톤이 자신과의 싸움을 한다면 투수는 살아 있는 타자를 계속 이겨 나가면서 목적지에 도달해야 한다는 게 다른 점"이라고 했다.대전=배영은 기자 2017.06.2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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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명·5월 2명·6월 3명…완투승 인식 바뀐다

상징적인 완투승이 나왔다. 현역 최다승 투수인 한화 배영수(36)가 지난 10일 대전 삼성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9피안타 무4사구 5탈삼진 2실점으로 완투승을 올렸다. 팀의 5연패를 끊는 귀중한 호투. 배영수의 완투승은 삼성 시절이던 2014년 6월 25일 대구 넥센전 이후 1081일 만에 나왔다. 한화에도 감격적인 기록이다. 한화 유니폼을 입은 국내 투수가 9회까지 홀로 책임진 경기는 무려 5년 만에 처음이었다. LA 다저스에서 뛰고 있는 류현진이 2012년 7월 24일 대전 롯데전에서 완투승(9이닝 3실점)한 뒤 처음이다. 한화는 지난 4년간 국내 투수 완투승이 없는 유일한 팀이었다. 2015년 1군에 진입한 kt조차 지난해 주권의 완봉승으로 창단 첫 국내 투수 완투승과 완봉승을 신고했지만, 한화 국내 투수들은 계속 침묵했다. 지난 2015년 '벌떼 마운드'의 상징인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에는 그런 양상이 더 심해졌다. 배영수가 이날의 역투로 오랜 공백에 마침표를 찍었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투수들의 완투승(완봉승 포함)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는 시즌 전체를 통틀어 완투승이 총 12차례 나왔다. 올해는 아직 반환점도 돌기 전에 이미 배영수가 시즌 10호 완투승 고지에 올랐다. KIA에서는 헥터 노에시가 4월 7일 광주 한화전에서 9이닝 2실점으로 스타트를 끊었고, 일주일 뒤인 4월 14일에는 광주 넥센전에서 팻 딘이 9이닝 2실점으로 다시 완투승을 올렸다. 4일 뒤에는 올해 선발 로테이션에 처음 합류한 '영건' 임기영이 수원 kt전에서 9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완봉승을 신고했다. kt에서는 라이언 피어밴드가 4월 9일 수원 kt전에서 완봉승을 올렸고, 고영표가 같은 달 29일 수원 LG에서 다시 데뷔 첫 완봉승을 기록했다. 두산에서도 장원준이 5월 11일 잠실 SK전에서 9이닝 무실점 완봉승을 따냈고, 유희관이 9일 뒤인 20일 광주 KIA전서 다시 완봉승 소식을 전했다. 4월에만 다섯 투수가 완투승을 기록한 데 이어 5월에도 2명이 나왔다. 이달 들어서도 벌써 3명째다. LG 데이비드 허프가 지난 1일 잠실 넥센전에서 9이닝 1실점 완투승의 주인공이 됐다. 이어 임기영이 지난 7일 광주 한화전에서 올 시즌 두 번째 완봉승을 작성했다. 주 중 3연전의 임기영에 이어 주말 3연전의 배영수까지 일주일 사이에 총 2차례 완투승 투수가 배출됐다. 국내 투수들(6명)의 완투승 비중이 외국인 투수들(4명)보다 많아졌다는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최근 수년간 야구 관계자들은 "과거에 비해 완투형 투수가 줄었다"고 한탄해 왔다. "선발투수들이 5~6회까지만 막고 내려오는 것으로 스스로 만족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점점 늘어나는 완투승 투수들의 숫자는 선발투수들 역시 완투승이나 완봉승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지난달 20일 2년 만에 완봉승을 따내면서 공 122개를 던진 유희관은 "8회가 끝난 뒤 투구 수가 좀 많다고 생각했지만, 완봉승은 워낙 귀한 기회라 욕심을 부려서 더 던지고 싶다고 부탁드렸다"고 했다. 배영은 기자 2017.06.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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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K 페이스' 켈리, KBO 외인 기록 가시권

SK 에이스 메릴 켈리(29)가 16년 만에 '외국인 투수 200K' 사냥에 나선다.켈리는 5월 31일까지 시즌 11경기에 선발 등판해 삼진 81개를 잡아냈다. 2위 차우찬(LG·10경기 등판)을 13개 차로 앞서며 탈삼진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11번의 등판 중 8탈삼진 이상 경기가 6차례나 된다. 현재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무난하게 200탈삼진이 가시권에 들어온다. 가장 최근 200탈삼진에 가까웠던 외국인 투수는 2013년 레다메스 리즈(당시 LG·188개)와 2014년 릭 밴덴헐크(당시 삼성·180개)다.부상 없이 로테이션을 소화한다면 켈리는 향후 20~21회 정도 선발 기회를 더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 시즌 경기당 7.36개 삼진을 잡고 있다. 시즌 종료까지 150개가량을 추가할 수 있다. 산술적으로는 236탈삼진도 가능하다. 1984년 최동원(당시 롯데)이 세운 한 시즌 최다 탈삼진 223개를 넘어서는 수치다. 물론 1984년 정규 시즌은 올해(144경기)보다 44경기 적은 100경기였다. 하지만 이해 최동원은 무려 284⅔이닝을 던졌다.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 탈삼진 기록은 2001년 페르난도 에르난데스의 215개다. 이해 에르난데스의 소속팀은 올해 켈리와 같은 SK였다. 외국인 선수가 KBO 리그에 뛰기 시작한 1998년 이후 한 시즌 200K 기록을 세운 유일한 외인 투수가 에르난데스다. 당시엔 133경기 스케줄이었고, 144경기로 환산하면 233개다.200탈삼진은 가치가 높은 기록이다. 같은 아웃이라도 내야 땅볼이나 외야 플레이는 상대 주자에게 추가 진루 기회를 준다. 하지만 삼진은 수비진의 도움 없이 투수가 자신의 힘으로 만드는 아웃 카운트다. 200탈삼진 기록을 위해서는 시즌 200이닝 안팎을 소화할 수 있는 꾸준함과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치르는 내구성 등이 필요하다. 헛스윙을 이끌어 내는 구위도 필수적이다. 국내 투수 중에선 2000년 이후 류현진만 두 차례(2006·2012) 기록했을 뿐이다. 불펜 분업화에 따라 완투형 선발투수가 사라지면서 200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선발투수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졌다. 켈리는 "200탈삼진은 따로 생각하거나 의식해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달성하면 내게 매우 의미가 있는 기록이고, 놀라운 숫자일 것 같다"고 말했다.올해로 KBO 리그 3년 차에 접어든 켈리의 한 시즌 최다 탈삼진은 지난해 152개다. 2016시즌 켈리는 200⅓이닝을 던졌지만, 9이닝당 삼진 비율이 6.53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10.22개까지 끌어올렸다. 그는 "지난 시즌에 비해 커터를 보다 더 능숙하게 던지게 된 점이 큰 것 같다. 그리고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지면서 코너워크 인 앤 아웃에 좀 더 신경 써서 던지는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켈리의 최대 강점은 '건강'이다. 2015년 첫선을 보인 이후 단 한 번도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경험이 없다. 여기에 노련함까지 갖추면서 역대급 외국인 투수로 거듭나고 있다. 켈리가 에르난데스의 기록을 향해 전진을 시작했다.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ins.com 2017.06.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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