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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수 일침 "중국 축구 안 되는 이유, 유소년 투자 없어서"

이천수 전 인천 유나이티드 전력강화실장이 중국 축구에 따끔한 쓴소리를 했다. 이천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리춘수'에 지난 28일 올린 영상 '축구에 수천억 투자해도 중국이 안되는 이유'에서 "중국 축구는 그렇게 투자를 하는데 왜 안 되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중국 축구는 27일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일본과의 원정에서 0-2로 완패, 사실상 월드컵 본선행이 불가능해졌다. A급 선수를 귀화시키고 장기간 합숙 훈련을 시키고, 이전까지 세계적인 감독을 영입하고도 결과는 늘 실패다. 이천수는 중국 축구가 안 되는 이유를 간단하게 설명했다. "뿌리에 투자하지 않고 위에만 돈을 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박지성, 이영표 등 해외에서 오래 뛰었던 사람들이 늘 강조하는 게 있다. 유소년이다"라며 "중국 축구는 유소년에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천수는 또 자신이 일본에서 뛸 때 직접 들은 이야기라면서 "일본은 먼저 유소년에 투자했다. 당시 책임자 직급이었던 사람이 '우리는 10년 이후를 바라보고 지금 꾸준히 투자하는 것'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만큼 뿌리에 투자하는 게 당장 효과가 나오지는 않더라도 향후 가장 확실한 결과를 낳는다는 뜻이다. 이천수는 "지금 중국 축구에 들어간 비용의 10분의 1만 나에게 줘도 확실하게 중국 축구를 발전시킬 수 있다"며 "중국 소림사를 보라. 유소년 시스템이 확실하지 않나. 그렇게 어린 아이들을 먼저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천수의 지적은 중국 현지 온라인 매체와 SNS에서도 큰 화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중국 축구팬들은 이천수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당장 효과가 나오지 않는 일에 과연 누가 투자하겠나. 중국 축구협회는 이미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자조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은경 기자 2022.01.3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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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에게 '감자' 대신 감사 전하는 이천수

“안녕하세요. 리춘수예요.(웃음)”지난해까지 프로팀 인천 유나이티드 전력강화실장으로 활약하다 ‘축구 전도사’로 변신한 이천수(40)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가 스페인에서 뛸 때 한 팬이 어눌하게 ‘리춘수’로 발음했는데, 입에 착 달라붙어 유행어가 됐다. 지난 4월 개설한 축구 유튜브 채널 이름도 ‘리춘수’. 7개월 만에 구독자 약 13만 명을 달성했다.최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그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제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벗어나나 했는데, 그보다 더 숨 막히는 경쟁이 펼쳐지는 곳에 왔다. 축구에선 90분이 있다면, 방송은 10분 안팎의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를 사로잡아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축구 천재’로 불렸던 그가 축구 홍보에 나선 것은 올해 대한축구협회 사회공헌위원장을 맡으면서다. 축구 홍보와 저변 확대에 힘을 보태는 직책이다. 협회는 2002 한·일 월드컵 4강 진출 20주년이 되는 내년을 앞두고 당시 대표팀 막내였던 이천수에게 중책을 맡겼다. 이천수는 “유튜브는 10~20대와 소통하는 핫라인이다. 팬데믹 시대 유일한 대화 창구이기도 했다. 축구의 매력을 알리고, 재미있는 프로젝트로 더 많은 팬이 생기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유튜브 첫 콘텐트로 심판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파격 행보였다. 선수 시절 이천수는 주심 판정에 자주 불만을 제기했다. 심판과 앙숙이었다. 판정에 항의하다 ‘주먹 감자’를 날려 벌금 800만원 중징계를 받은 적도 있다. 그랬던 그가 5급 심판 자격증(초등학교 8인제)을 취득하는 과정은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필기 시험을 준비하고, 어설픈 동작으로 실기 테스트를 보는 모습에 팬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심판 강의를 듣는 영상은 376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주말에 그는 유소년, 동호인 경기 주심으로 활약 중이다. 이천수는 “심판과 대립각을 세웠던 내가 막상 심판이 되니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판정 하나가 경기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을 동시에 느꼈다. 심판의 고충을 은퇴한 뒤에야 알았다”고 털어놨다.그는 스페인과 프리킥 관련 콘텐트를 꼭 만들겠다고 했다. 이천수는 이강인(20·마요르카)에 앞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2003년 레알 소시에다드 입단) 무대를 밟은 최초의 한국 선수다. 2006년 독일 월드컵 토고전에선 환상적인 프리킥 골을 터뜨려 ‘아시아의 베컴’으로 불렸다. 이천수는 “‘천하제일 프리킥 대회’를 열겠다. ‘프리킥 달인’ 데이비드 베컴(은퇴)을 초대해 일대일 승부도 펼치고 싶다. 축구 유망주들과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같은 스페인 명문 구단을 방문하는 것도 목표”라고 했다. 그가 일주일의 절반을 유튜브에 할애한다면, 나머지 절반은 방송 출연으로 보낸다. 최근 SBS 예능 프로 ‘골 때리는 그녀들(골때녀)’에서 감독으로 활약 중이다. ‘골때녀’는 여성 연예인으로 팀을 만들어 풀리그로 우승팀으로 가리는 내용이다. 모델 한혜진, 코미디언 신봉선, 아이돌 가수 원더걸스 출신 유빈 등이 출연했다. 이천수는 지난 9월 40~50대 가수·배우 등으로 이뤄진 ‘FC 불나방’ 지휘봉을 잡아 황선홍, 김병지, 최진철 등이 맡은 팀을 제치고 시즌1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2에선 국악인 송소회, 래퍼 치타 등이 모인 ‘FC 원더우먼’을 이끌고 있다. 이천수는 “여자 축구는 비인기 종목이다. 예능 형태로 여자 축구를 알리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축알못’이었던 아내의 출연도 권유했다. 축구를 배워가는 과정이 큰 재미와 감동을 줄 거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이천수는 감독으로서 가능성도 발견했다. 그는 “선수들과 합숙하다시피 하며 훈련했다. 축구를 가르쳐서 결과를 내니 선수 때와 다른 희열이 있다. 지금은 한국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님이 된 (황)선홍이 형과 강원FC 감독이 된 (최)용수 형이 이끄는 팀을 이겨보니 ‘나도 프로팀 감독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천수는 현재 프로팀 감독 자격이 주어지는 P급 자격증 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축구를 알리려고 시작한 일인데, 내가 더 많이 배웠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결국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은 그라운드다. 그날이 올 때까지 ‘리춘수’의 활약을 지켜봐 달라”며 웃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2021.12.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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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도 전격 합류…K리그 ‘응답하라 2002’

2002년 한ㆍ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영웅들이 속속 K리그로 모여들고 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프로축구에 신선한 열기를 불어넣을 호재로 주목 받는다. 프로축구 전북 현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18일 중앙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박지성 전(40) 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이 전북에 합류한다. 디렉터(이사)급 역할을 맡아 구단 운영과 선수단 기술 부문에 일정부분 역할을 할 것으로 안다. 상근직은 아니지만, 향후 구단과 꾸준히 소통하며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지성은 현역 은퇴 이후 지도자 대신 행정가 쪽으로 인생 진로를 결정하고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2016년 국제축구연맹(FIFA) 마스터코스 과정에 합격해 2년간 전문성을 키웠다. 국제축구평의회(IFAB) 자문위원과 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도 지냈다. 은퇴 이후 전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글로벌 홍보대사 역할도 맡았다. 박지성이 전북에 전격 합류하며 2002년을 환히 빛낸 전설들의 ‘K리그 회귀’ 현상이 절정으로 향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김남일 감독과 설기현 감독이 각각 성남FC와 경남FC 지휘봉을 잡고 K리그 사령탑으로 팬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올해는 이영표 해설위원이 강원 FC 대표이사로,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가 울산 현대 감독으로 각각 부임했다. 그라운드에서 지략 대결을 펼칠 감독들 뿐만 아니라, 구단 운영의 내실을 기할 행정가들까지 가세하며 K리그가 ‘2002년의 유산’으로 더욱 풍성해졌다. K리그 홍보대사를 거쳐 방송 예능계에서 맹활약 중인 안정환, 축구해설위원 현영민도 K리그 관련 콘텐트에 꾸준히 참여 중이다. 암 투병 중에도 인천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잡고 1부리그 잔류를 함께 이룬 ‘기적의 사나이’ 유상철, 그리고 그를 측면 지원한 이천수 전 인천 전력강화실장의 스토리도 훈훈하다. 박지성의 전북 합류와 함께 완성 단계로 접어든 ‘프로젝트 응답하라 2002’가 올해 K리그 부활의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2021.01.1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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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감독 선임 잡음…구단 고위층은 침묵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는 올 시즌 바람 잘 날이 없다. 5월 초 뒤늦게 시즌이 시작한 뒤 9경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임완섭 감독이 6월 말 성적 부진을 책임지고 사퇴했다. 사퇴 며칠 뒤 인천은 췌장암 투병 중인 유상철 명예 감독의 사령탑 복귀를 시도했다가 반대 여론에 부딪혀 철회했다. 유 감독은 지난 시즌까지 팀을 이끌었고, 투병을 위해 물러났다. 인천은 최근 또 한 번 감독 선임이 불발됐다. 이임생 전 수원 삼성 감독과 협상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사회 승인부터 받았다. 그런데 막판에 협상이 무산됐다. 팬과 언론의 질타가 쏟아졌다. 우여곡절 끝에 7일 조성환 전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과 계약했다. 일련의 감독 선임 과정에서 잡음이 나온 게 구단 만의 잘못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시민구단은 운영을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지자체의 정치적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도 예외가 아니었다. 정치권과 연결된 여러 후보가 낙하산을 타고 등장했다. 구단 고위층이 어딘가에서 전화나 문자를 받으면 유력 후보가 수시로 바뀌었다. 고위층과 감독 선임 전담부서인 전력강화실은 후보를 놓고 부딪혔다. 이견이 갈등으로 이어지면서 감독 공백기가 길어졌다. 전달수 인천 구단 대표이사는 “전력강화실과 소통했다”고 해명했다. 이천수(사진) 인천 구단 전력강화실장은 침묵했다. 감독 선임 과정의 잡음에 따른 피해는 선수단과 팬에 돌아갔다. 인천은 특유의 끈끈함을 잃었다. K리그1 최하위(5무10패)로 강등 0순위다. 이번 잡음과 관련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표를 낸 이천수 실장 외에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구단 고위층은 침묵하고 있다. 감 놔라 배 놔라 했던 외부인(주로 정치권 인사)은 숨었다. 우여곡절 끝에 ‘난파선’ 인천의 키를 잡은 조성환 감독은 9일 취임 후 첫 인터뷰에서 “(모든 상황이) 어느 한 사람 잘못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의 잘못이라 생각한다. 각자 맡은 부분에서 돌이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 감독이 말한 ‘모든 구성원’이 ‘모두’가 아니라는 건 모두 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2020.08.1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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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훈의 축구·공·감] 유상철에게, 지휘봉은 아직 이르다

프로축구 FC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 경기가 열린 27일, 축구계 지인이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유상철(49) 전 인천 감독과 마주쳤는데, 안색이 좋아졌다는 거다. 유 감독은 지난해 말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올 초 감독에서 물러나 항암 치료에 전념했다. 지인이 보여준 사진 속 그의 얼굴은 밝고 편안해 보였다. 혈색이 돌아와 발그레했다. 황달 증세로 윤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던 지난해와 딴판이었다. 불과 하루 뒤 이번에는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7연패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한 임완섭(49) 인천 감독 후임으로 유 전 감독이 거론된다는 얘기였다. ‘설마’ 했는데, 상황이 예사롭지 않았다. 급기야 29일 “유 전 감독이 인천 사령탑에 복귀해 다음 달 4일부터 지휘봉을 잡는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팬들의 부정적 반응에 놀란 구단이 “유상철 전 감독의 건강이 우선”이라며 선임 의사를 백지화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기전까지 논란이 이어졌다. 유 전 감독 건강이 호전된 건 기쁘고 반가운 일이다. 그는 힘겨운 항암 치료를 꿋꿋이 버텨냈다. 지난 주말 13차 치료를 끝으로 반 년간의 의학적 처치는 모두 마무리했다고 한다. 치료 초기에는 ‘어지럼증을 느껴 급히 병원을 찾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언제부터인가 잠잠해졌다. 기대 이상 빠른 회복세를 나타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팬과의 약속일 것이다. 유 전 감독은 인천 지휘봉을 내려놓으며 “건강을 회복해 반드시 K리그 현장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대표팀 동료였던 홍명보(51)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는 “(유)상철이는 힘든 항암 치료 과정에서도 늘 긍정적이었다. ‘건강해진 몸으로 팬 앞에 다시 선다’는 일념으로 견뎠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없던 일이 됐지만, 아직 몸을 추스르기에도 힘겨운 그에게 지휘봉을 쥐게 하려 한 인천 구단은 비판받아야 한다. 전보다 호전됐다해도 아직 치료가 끝났다고 말할 단계가 아니다. 항암 치료 이후에도 힘든 치료가 기다리고 있다. ‘완치’ 판정을 받기까지 갈 길이 멀다. 인천 입장에서 ‘유상철 카드’는 연패로 바닥에 떨어진 팀 분위기를 단번에 끌어올릴 자극제다. 인천은 지난해에도 “죽더라도 그라운드에서 죽겠다”는 유 전 감독의 집념으로 기적처럼 강등을 면했다. 말기 암을 이겨내고 그라운드에 컴백한 사령탑의 성공담은 K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전설이 될 것이다. 인천이 유 전 감독 선임 여부를 저울질하는 과정에서 그의 건강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는지 의문이다. 팀 성적이 계속 부진해서 감독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래서 혹시 건강을 다시 해치는 상황이 온다면. 그렇지 않을 거라고 누가 단언할 수 있겠나. 그때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프로스포츠에서 감독은 스트레스를 달고 산다. 멀쩡하던 지도자가 건강을 잃는 경우가 자주 있다. 최근 같은 인천 연고인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염경엽(52) 감독이 경기 도중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갔다. 굳이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유 전 감독 또한 성적 부담감이 건강을 해친 요인 중 하나다. 그라운드에 선 유 전 감독을 다시 보고 싶은 건 모두 한마음이다. 다만 ‘완치’라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인천은 당면한 성적 부진 때문에, 감동 스토리 욕심 때문에, 한국 축구 ‘레전드’를 위험에 빠뜨릴 뻔했다. 부디 유 전 감독이 완쾌하거든, 그때는 꼭 그에게 지휘봉을 맡겨라. 송지훈 축구팀장 milkyman@joongang.co.kr 2020.06.3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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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1면 at IS]③이강인, 한국 역대 최고의 '왼발' 등장

'스타'의 시작은 언론이다. 신문의 1면은 그 시대를 상징하는 스타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1면의 첫 등장. 스타로 향하는 과정이 시작됐음을 세상에 알리는 메시지다. 'Messi's first day at MARCA' 82년 된 스페인 유력지 '마르카'가 최근 게재한 기사다. 지난 20년 동안 지면에 실린 기사를 분석한 뒤, 세계 최고의 스타가 된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를 마르카가 '처음으로' 소개한 날을 기념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51년의 역사를 가진 스포츠지 일간스포츠도 특별기획을 준비했다. 한국에서 등장한 '메시의 사례'를 소개한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 '생애 첫 1면'을 장식한 축구 스타 이야기다.〈편집자 주〉 2019년 여름. 한국 축구는 너무나 뜨거웠다. 혹자는 2002년 같다며 흥분했다. 한국 축구, 아니 한국 스포츠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2002년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분위기라고?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지금껏 한국 축구 역사에서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20세 소년들이 해냈다. 2019년 폴란드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에서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결승에 올랐다. 한국 남자 축구에서 FIFA 주관 대회 결승에 오른 최초의 순간. 결승에서 우크라이나에 밀려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그들이 전한 환희와 감동은 한국 축구를 뒤흔들었다. 그 중심에 있었던 이가 이강인(발렌시아)이었다. '날아라 슛돌이'를 통해 귀여움을 널리 알린 이강인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라리가) 명가 중 하나인 발렌시아에 입단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는 정주행했다. 발렌시아 1군에 입성했고, 라리가 데뷔전을 치렀으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무대도 밟았다. 모든 것이 한국 선수 최연소 나이로 일궈낸 일이다. U-20 월드컵에서 이강인은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U-20 대표팀 연령대보다 2세 어린 18세 막내였던 그는 2골4도움을 올리며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결정적 장면은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FIFA 골든볼을 수상한 것. 그러자 한국 축구는 귀여운 이강인이 아닌 카리스마 이강인으로 뜨거워졌다. 한국 축구 역대급 재능 탄생에 열광했고, 기대감은 폭발했다. 뜨거웠던 2019년 6월 19일. 이강인은 자연스럽게 일간스포츠 1면을 장식했다. 이강인의 재능과 미래를 다룬 기사는 많았지만 1면에 등장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 기사에서는 이강인의 '왼발'에 주목했다. 한국 축구 '왼발의 달인' 1세대로 통하는 하석주 아주대 감독의 평가가 주를 이뤘다. 놀라움과 찬사의 연속이었다. 하 감독은 "전진 패스를 그렇게 정확히 찔러줄 수 있는 선수는 거의 없다. 슈팅 타이밍, 임팩트, 자세도 안정적"이라며 "특히 세네갈전에서 조영욱에게 찔러 준 패스는 정말 고난도 패스다. 상대 뒷공간으로 정확하게 들어갔고, 조영욱이 슈팅할 수 있는 타이밍도 정확히 맞췄다. 정말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왼발로 자신과 비교한다면. 하 감독은 "내가 볼 때 왼발로는 한국 최고다. 어떻게 나와 이강인을 비교하나. 이강인은 FIFA 골든볼을 받은 선수다. 세계가 인정한 선수다. 당연히 나보다 훨씬 낫다. 왼발로 따지면 나보다 세 수 위"라고 밝혔다. 한국 축구에 등장한 역대급 재능. 하 감독은 이런 재능을 더 키워주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강인을 A대표팀으로 불러 꾸준히 성장시켜야 한다. A대표팀에 녹아들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골든볼은 세계가 인정한 것이다. 이런 선수가 더 성장할 수 있게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선수 시절 '천재'로 불렸던 이천수 인천 유나이티드 전력강화실장의 평가도 실렸다. 이 실장 역시 "청소년 선수 딱지를 떼고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성인 선수로 변모했다.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다. 이강인의 위상이 대회 전과 180도 달라졌다"며 놀라움을 표현했다. 또 이 실장 역시 A대표팀에서 이강인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력을 검증받았기 때문에 파울루 벤투 감독이 과감하게 A대표팀에 발탁할 수 있게 됐다. 200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이강인이 주전으로 뛰는 모습을 상상하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손흥민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되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로 U-20 월드컵 이후 이강인의 위상과 존재감은 달라졌다. 이강인은 U-20 월드컵이 열리기 전인 2019년 3월 볼리비아와 콜롬비아와 A매치 2연전을 앞둔 A대표팀에 처음 발탁됐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이강인에게 출전 기회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U-20 월드컵이 끝난 뒤 분위기는 달라졌다. 이강인은 자연스럽게 A대표팀에 녹아들었다. 2019년 9월 5일 조지아와 친선경기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10월 10일 스리랑카와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2차전에 출전해 환상적인 몸놀림을 보이며 8-0 대승에 일조했다. 11월 14일 레바논과 4차전에서도 출전 기회를 부여받았다. 이제 A대표팀에서 이강인이 발탁되고 경기에 나서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시기로 접어들었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 관련기사 ①손흥민, '함부르크의 신'이라 불린 사나이 ②이승우, 최연소 A매치 데뷔 기록은 못 깼지만… 2020.03.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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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가 이천수 “유상철 형 영입 최고 선택”

“(유)상철이 형한테 감독직 제안하던 순간이 안 잊혀요. 친한 사람 선임했다고 할까 봐 관둘까, 우리 팀 살릴 적임자라고 밀어붙일까 엄청 고민했거든요. 믿고 모셔온 게 올해 한 최고 선택이 됐네요.” 2019년을 돌아보는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이천수(38) 전력강화실장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시즌 중후반까지 강등권이던 인천은 최종전에서 극적으로 1부 리그에 잔류했다. 축구 행정가로 변신한 그는 팀 상황에 맞는 감독과 선수 영입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최근 인천 도원동 구단 사무실에서 만난 이 실장은 “남들은 몇 년에 걸쳐 경험한 걸 한 시즌에 다 겪느라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라고 말했다. 인천의 반전 드라마 뒤에는 이 실장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올 1월 팀에 합류한 그에게 사무실 생활은 난생처음이었다. 그는 “어느 팀이든 프런트와 선수단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선수였던 사람이 갑자기 프런트라고 끼어 있으니 직원들로선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황스러웠다. 그동안 사인은 유니폼이나 A4용지에 했는데, 사인할 서류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며 웃었다. 남들보다 2시간 일찍 출근했다. 그러다가 출퇴근 시간을 아끼려고 서울 자양동에서 인천 영종도로 이사했다. 그는 “축구 기본기 다지듯, 신입사원의 자세로 업무에 임하자 직원들도 마음을 열었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일에 적응한 이 실장은 행정가로서 본격적인 역량을 발휘했다. 대표적인 게 공격적인 선수 영입이다. 그는 전북에서 주전급 선수를 여럿 영입해 호평을 받았다. 인천이 약체라 거절할 것 같은 선수들도 “어린 시절 우상 이천수 선배가 불러주니 인정받은 기분”이라며 이적에 응했다. 그는 “전북에서 선수를 데려온 건 상징적인 일”이라며 “매번 강팀에 선수를 내주기만 하는 인천이 아니라는 걸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유망주 육성도 주요 성과다. 이 실장은 부평고 1년 후배 김정우(37)를 설득해 유스팀(대건고) 감독으로 영입했다. 국가대표 출신으로는 보기 드문 경우다. 예산도 5억원 이상 늘렸다. 만년 2위 대건고는 올해 창단 후 처음 2관왕에 올랐다. 이 실장 책상 위엔 깨알 같은 글씨가 빼곡히 적힌 수첩 5권이 있다. 그는 “상대 분석, 스카우트, 연봉, 스폰서, 선수 집 주소 등 온갖 내용이 적혀있다. 민감한 사안도 많아 일부러 흘려 쓰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태어나 뭔가 이렇게 많이 쓴 건 처음이다. 사무실에 불이 나면 수첩만 들고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향적인 이 실장은 예전과 달리 인터뷰 내내 크게 웃지 않았다. 췌장암을 투병 중인 유상철(48) 감독을 생각해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두 사람은 4강 신화를 함께 썼다. 지난 5월 부임한 유 감독은 이 실장과 서로 의지하며 팀을 이끌었다. 투병 소식을 처음 접한 건 팀이 한창 뒷심을 내던 10월쯤이다. 이 실장은 “(유)상철이 형이 전화로 대뜸 ‘췌장암이다. 이 실장에게 먼저 얘기해야 할 것 같았다’고 했다. 꿈꾸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온종일 멍하게 앉아있었다”고 말했다. 마음을 추스른 이 실장은 유 감독에게 “몸만 허락하면 (팀과) 끝까지 함께 해달라”고 부탁했다. 다행히 유 감독 생각도 같았다. 유 감독은 병마와 싸우며 인천의 1부 잔류를 이끌었다. 이 실장은 “마지막 경기 후 상철이 형을 찾아가 ‘수고하셨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유 감독이 ‘힘들 때 옆에 있어 준 이 실장 고맙다’고 답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유 감독 승부는 지금부터다. 반드시 그라운드에 다시 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의 2020시즌은 이미 시작됐다. 그는 내년 1월 태국 전지훈련 일정을 준비하는 등 바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선수 영입 작업도 한창이다. 주말, 휴가도 없다. 몸은 피곤해도 마음이 즐겁다. 그는 “나는 ‘어린’ 행정가가 아니라 ‘젊은’ 행정가다. 지켜봐 주면 멋있는 시민구단을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인천=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2019.12.26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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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첫 라운드, 눈물 속에 요동친 경제인

파이널 라운드에 돌입한 K리그1, 그 첫 주말의 주인공은 인천 유나이티드였다.인천은 19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19 34라운드 성남FC와 원정 경기에서 1-0으로 승리,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기며 강등권 '경·제·인(경남·제주·인천)' 중 홀로 웃었다.쉽지 않은 경기였다. 전후반 통틀어 성남은 21개의 슈팅을 쏟아내며 인천 골문을 두들겼다. 이태희 골키퍼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승리는커녕 여러 골을 내주며 무너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끈질기게 버텨낸 인천은 후반 28분 터진 무고사의 프리킥 선제골을 마지막까지 지켜내 승점 3점을 가져왔다.시즌 내내 최하위를 맴돌던 인천이 다시 한 번 '생존왕' DNA를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승리로 강등권 '경·제·인' 중 유일하게 승점 3점을 추가하며 승점29(6승11무17패·승점29)가 된 인천은 같은날 나란히 패한 경남FC(승점28)과 제주 유나이티드(승점23)에 앞서 10위로 올라섰다.경기 후 그라운드는 눈물바다가 됐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그라운드에서 뛰던 선수들은 땀에 젖은 유니폼으로 눈물을 훔쳤다. 벤치에서 지켜보던 선수들도 울음을 삼켰고, 코칭 스태프와 팬들은 물론 구단 직원들과 이천수 전력강화실장도 새빨개진 눈으로 눈물을 쏟아냈다.기자회견에 나선 유상철 감독은 "선수들이 원정에서 이기고자하는 절실함이 좋았다. 남은 경기에서 다 이기겠다는 각오였고 5경기 중 첫 경기 단추를 잘 꿰어서 기분이 좋다. 전날 생일이었는데 선물을 큰 것을 받은 것 같다"며 극적인 승리의 소감을 전했다.이날 인천 선수단이 하나되어 흘린 눈물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있었다. 강등의 문턱에 서서 간절함과 절실함으로 버티며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걸어야했던 선수들의 마음고생과 한을 비롯해 여러 감정들이 뜨거운 눈물로 쏟아졌다. 유 감독은 "선수들이 한이 맺혔을 것이다. 그게 오늘 폭발했다"며 "현실적으로 우리가 위험한 위치에 있는 만큼 승리에 대한 감동이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10위로 뛰어오르며 한 고비를 넘긴 했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 11위 경남과는 승점 1점차, 12위 제주와도 승점 6점차다. 남은 4경기에 걸린 승점은 최대 12점.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강등권 전쟁'은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다. 아직 강등권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K리그1과 달리, K리그2(2부리그)에선 이미 1부리그로 직행할 승격팀이 결정됐다. 자동 승격의 주인공은 K리그2 우승을 확정지은 광주FC. 광주는 19일 열린 FC안양전에서 4-0 승리를 거두며 승점70을 확보했고, 20일 2위 부산 아이파크(승점60)가 안산 그리너스에 0-2로 덜미를 잡히면서 일찌감치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1부리그 승격의 기쁨을 만끽했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19.10.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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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상철 감독 성남전 후 입원… 쾌유 기도해달라"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건강 문제로 성남전 후 입원했다.인천 유나이티드는 20일 공식 SNS를 통해 유 감독의 입원 사실을 알렸다. 인천은 전달수 대표이사의 이름을 통해 게재된 '팬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유 감독의 건강 상태가 악화된 것은 사실"이라며 "황달 증세를 보임에 따라 성남전이 끝난 후 병원에 입원했으며, 현재 정밀 검사를 앞둔 상태"라고 설명했다.인천은 지난 19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34라운드 성남FC전에서 값진 1-0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이날 경기 후 이천수 전력강화실장을 비롯해 인천 선수들과 지원 스태프 등 선수단 전원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유 감독의 '건강 이상설'이 제기됐고,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까지 올랐다.이에 전 대표이사는 구단 공식 SNS에 유 감독의 상태를 전하고, 동시에 "다양한 소셜미디어 채널과 언론을 통해 유상철 감독의 건강 악화와 이에 따른 감독직 수행 여부에 대한 소문이 퍼지고 있는 것을 지켜봤다"며 "그릇된 소문과 추측성 보도 등으로 유상철 감독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것을 자제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전 대표이사가 올린 입장문 전문.안녕하십니까? 인천유나이티드 대표이사 전달수입니다.먼저, 늘 인천유나이티드를 아껴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팬 여러분 및 미디어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최근 불거진 유상철 감독 사안에 대해 사실관계를 말씀드리고자 이렇게 여러분께 인사를 올리게 되었습니다.유상철 감독은 2019년 5월 14일 처음 인천의 지휘봉을 잡은 후 5개월간 '덕장'으로서 감독직을 훌륭히 수행해가고 있습니다.그리고 지난 19일 성남과의 원정 경기가 끝난 직후, 다양한 소셜미디어 채널과 언론을 통해 유상철 감독의 건강 악화와 이에 따른 감독직 수행 여부에 대한 소문이 퍼지고 있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유상철 감독의 건강 상태가 악화된 것은 사실입니다. 황달 증세를 보임에 따라 성남전이 끝난 후 병원에 입원했으며, 현재 정밀 검사를 앞둔 상태입니다.저는 구단의 대표이사로서 유상철 감독이 이번 시즌을 건강하게 마무리 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구단을 사랑하는 팬 여러분도 저와 함께 감독님의 쾌유를 간절히 기도해주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구단은 이후 발생하는 모든 소식을 가감 없이 사랑하는 팬 여러분과 미디어 관계자 여러분께 공유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부디 미디어 관계자 여러분께서는 그릇된 소문과 추측성 보도 등으로 유상철 감독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것을 자제주시길 부탁드립니다.다시 한 번 인천 구단을 믿고 응원해 주시는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선수단과 임직원 모두 남은 파이널 라운드 일정 간 최선을 다해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팬 여러분의 건강과 행운이 항상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주식회사 인천유나이티드 프로축구단 대표이사 전달수 배상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19.10.2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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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군대 간 축구 전설들, 실력은 무서웠다···군부대 축구 붐업 프로젝트

"와아,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입니까? 이 레전드들을 우리 부대에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말입니다."한국 축구의 별들이 군부대에 떴다. 면면만 보면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현역 축구대표팀이 와도 밀리지 않을 만큼 화려하다. 이천수(인천 전력강화실장) 최태욱(축구대표팀 코치) 현영민(JTBC 해설위원) 김태영(전 수원 코치) 설기현(성남 전력강화실장) 송종국(전 해설위원) 등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일군 멤버를 필두로 조원희(JTBC 해설위원) 김용대(은퇴) 김정우(대건고 감독) 김재성(SPOTV 해설위원) 등 2006·2010년 월드컵 멤버가 발을 맞춘다.여자 20세 이하(U-20) 대표팀 골키퍼 출신 유가은은 홍일점이다. 여기에 조성환(전 제주 감독) 정경호(상주 코치) 박재홍(전 부천 코치) 등도 지원 사격한다. 말 그대로 '축구판 장성급 멤버'가 결성된 셈이다. 팀 이름은 '지구방위대FC' 프로젝트명은 '군대스리가'다. 지구방위대가 결성된 이유는 한국 축구(K리그)의 붐업과 국군 장병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다. 세 번째 시즌을 맞은 지구방위대 프로젝트(맘스터치 후원)는 국방부와 협력했다. 계룡대를 시작으로 전국 주요 군부대 10곳을 찾아 해당 부대 선발팀과 승부를 벌이는 방식이다. 공 좀 찬다는 현역 장병 대 40대 전설들의 결전인 셈이다.그냥 공만 차는 게 아니다. 지구방위대는 득점당 50만원, 경기 이후 이어지는 족구 대결에서 승리할 경우 100만원을 '위국헌신 전우사랑' 기금으로 적립한다. 그렇게 모인 적립금은 오는 10월 지상군 페스티벌에서 후원금 형식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지구방위대는 앞선 두 차례 시즌을 통해 이미 5100만원을 기부했다. 군대스리가 프로젝트의 준비 과정과 경기 장면은 해당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된다.지구방위대 선수 겸 감독을 맡은 설기현은 "요즘 한국 축구와 K리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기쁘다. 군대스리가 프로젝트를 통해 지금 분위기를 더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밤낮 없이 나라를 지키는 군인 여러분과 땀을 흘릴 수 있어서 좋다.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축구를 통해 누군가를 도울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천수는 "군대에서 축구하는 프로젝트기 때문에 남자들 마음은 이미 사로잡은 것 같다. 뜨거운 반응이 예상된다"면서도 "여심 확보를 위해 경기 전과 경기 도중에 쉴 새 없이 터질 깨알 같은 유머와 아재들의 몸 개그가 준비돼 있다"며 반전 재미를 예고했다. 벤투 감독을 보좌하는 최태욱은 "축구대표팀과 K리그의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거들었다. 최근 찾은 지구방위대의 첫 훈련 현장은 현역 시절 A매치 분위기를 떠올리게 했다. 팀 버스를 타고 경기장에 나타난 선수들은 일사분란하게 유니폼으로 환복한 뒤 설기현의 구령에 맞춰 러닝과 스트레칭 그리고 패스 순서로 몸을 풀었다. 지난 시즌까지 울산에서 뛰었던 골키퍼 김용대는 "현역 시절 다들 한 가닥 하던 대단한 선수들이었다. 대표팀에 발탁되면 볼 수 있는 얼굴이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다시 모이니 그때 생각도 나서 설렌다. 체력이 전성기 시절 같진 않아서 그때처럼 잘할 수는 없겠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최태욱은 "다들 실력은 선수 시절 그대로다. 앞으로 흥미진진한 경기들이 예상된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다들 중후해졌다는 점이다. 예전에 꽃미남으로 통했던 용대 형은 꽃아저씨로 늙었다"고 농담했다. 완벽할 것 같던 지구방위대도 약점은 있었다. 이날 연습 상대였던 대건고와 경기 전반에는 잘 드러나지 않던 체력 문제다. 은퇴 이후 수년이 지난 일부 레전드는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최근까지 현역으로 뛴 조원희와 현영민이 힘내면서 해결됐다. 작년까지 수원에서 미드필더로 뛴 지구방위대의 막내 조원희는 "왜 나만 시켜"라고 투덜거리면서도 특유의 체력과 활동량으로 중원을 완벽히 장악했다. 현역 시절 수비수였던 현영민은 측면을 누비며 쉴 새 없이 크로스를 시도했다. 송종국도 예외였다. 꾸준한 자기 관리를 이어 온 그는 선수 시절 못지않은 날카로운 움직임을 자랑했다.마무리는 역시 이천수였다. 그는 동료들이 측면과 후방에 찔러 준 패스를 받아 여러 차례 번뜩이는 슛으로 연결했다. 현역 시절 뛰어난 킥 능력과 압도적 드리블 돌파가 주 무기였던 이천수는 녹슬지 않은 슛 감각을 선보이며 해결사 역할을 자처했다. 다만 드리블 상황에선 헐떡이는 장면을 자주 연출해 동료들의 장난 섞인 지적을 받았다. 평소 장난기 많기로 유명한 조원희는 "상무 입대는 형들 통틀어 내가 가장 빠르다. 군번으로 따지면 다들 까마득한 후배들이다. 군대에서 축구하는 건 내게 꼭 맞는 옷을 입고 뛰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조원희는 2003년 광주 상무에 입대한 예비역 병장이다. 그는 이어 "천수 형의 배를 보면 마라도나와 비교될 만큼 많이 나왔다"면서 "영민이 형, 태욱이 형은 몸 관리를 잘했다. 그래도 지금 상황을 보면 내가 수비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설기현은 "천수가 수비를 안 해서 걱정"이라면서도 "선수 때처럼 쉽게 공을 차면 못 뛰어도 상관없을 것"이라고 했다.현영민은 "현역 뒤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주연이 돼야 한다"면서 "축구팬들에게 숨은 공격력과 트레이드마크인 '경운기 드리블'을 자주 선보이게 될 것"이라며 웃었다. 그러나 며칠 이후 찾은 한 부대와 공식 맞대결 현장에선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최고의 스타로 불렸던 선수들답게 탄탄한 몸과 든든한 체력으로 무장돼 20대 현역 장병들이 주축인 부대 선발팀을 압도했다. 줄곧 한 팀에서 손발을 맞춘 선수들처럼 척척 들어맞는 패스와 조직력은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부대 관계자와 장병들은 "앞으로 축구대표팀 욕을 하면 안 되겠다. 아무리 레전드라도 은퇴한 선수들인데, 저렇게 잘하면 현역 국가대표와 K리그 선수들은 얼마나 잘하는 거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경기 이후 설기현은 "그동안 축구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더 열심히 보강해서 축구팬들이 실망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경기 이후 땀범벅이 된 이천수와 조원희도 한목소리로 "지금까지 해 왔던 게 축구고 잘할 수 있는 게 축구다. 축구 관련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고 싶다. 우리가 뛰는 모습이 K리그 붐업과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또 20대 청춘과 그라운드를 누비니 우리도 1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많은 성원을 부탁한다"며 활짝 웃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2019.07.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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