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차붐-배철수 단독인터뷰]"라디오계의 '차붐'이고 싶어요, 추천곡 My Way"
'두 거장'이 만났다.한 명은 한국 축구의 위대한 '전설' 차범근(65)이다. 또 다른 한 명은 한국 음악의 '선구자' 배철수(65)다.1970년대와 80년대 한국의 불모지였던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해 최고의 외국인 선수라는 찬사를 받았던 '발의 거장' 차붐, 락밴드 송골매 기타리스트로 한국 음악계에 획기적인 파란을 주도했던 '손의 거장' 배철수.동갑내기인 두 거장은 지난 달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축구장은 축구 경기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락콘서트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둘 모두에게 의미가 깊은 무대였다.서로 다른 분야의 전설들이 왜 마주했을까.'축구'라는 공통분모가 이들의 만남을 성사시켰다. 배철수는 이미 알려진 대로 '축구광'이다. 축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도 자랑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차붐의 열렬한 팬이다.차붐에게도 배철수는 동경의 대상이다. 특히 국내 최장수 팝 전문 라디오 프로그램인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배철수는 차붐에 대한 숱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차붐을 위해 배철수가 차붐의 편에 서서 대신 분개하고 싸워줬다. 차붐은 이에 대한 고마움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감사함을 표현할 수 있는 자리를 기다려왔고 이번에 성사된 것이다.두 거장은 오다가다 마주친 적은 있지만 직접 대화를 나눈 것은 처음이다.차붐이 "생일이 어떻게 되세요?"라고 묻자 배철수는 "제가 3달 느립니다"라고 답했다. 차붐은 5월 22일, 배철수는 8월 18일생이다.차붐이 "동안이세요"라고 하니 배철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생각해요. 제가 군대를 갔다 와서 데뷔를 했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은 바로 데뷔한 줄 알아요. 저를 그냥 3개월 동생으로 해주세요. 하하"라고 호탕하게 웃었다.둘의 통성명이 끝나자 인터뷰 질문지는 따로 필요 없었다. 두 거장은 인터뷰라는 것을 잊은 듯 그동안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오랜 동갑내기 친구를 만난 느낌이었다. 축구 이야기로 시작해 인생 이야기로 그리고 서로를 향한 존경심까지 표현했다. 마지막에는 사회의 존경받는 어른으로서 고통 받는 지금의 청춘들에게 조언도 던졌다.3시간 가까이 나눈 두 거장의 뜨거웠던 대화를 소개한다. ◇우정의 시작 "차 감독님은 나를 당연히 모르셨을 것이다. 나만의 짝사랑이었다."배철수가 차붐을 향해 고백한 말이다.둘의 첫 만남은 고등학교 시절로 올라간다. 경희고에서 음악을 하던 배철수는 경신고 축구부 슈퍼스타 차붐의 경기를 보고 빠져버렸다. 배철수(이하 배) : 저는 감독님을 고 1때부터 알았어요. 제가 경희고를 나왔거든요. 저희 학교도 축구를 잘했단 말이죠. 경신고랑 결승에서 만날 때도 있었어요.차범근(이하 차) : 맞아요. 그때 경희고도 정말 잘했지요.배 : 경신고랑 축구 경기를 하는데 모두가 '저기 빠른 애는 누구야?'라고 깜짝 놀랐죠. 애들이 쟤는 청소년 대표라고 말해 주더군요. 그 빠른 애가 차 감독님이었습니다.차 : 그때는 제가 빨랐었죠. 하하.배 :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했을 때 한국에서 TV로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당시에 한국 축구를 보다 분데스리가를 보니 너무 스피디했어요. 그래서 방송국에서 필름을 빨리 돌린다고 했어요. 그걸 또 믿었죠. 하하.차 : 배철수 씨도 대학가요제 상도 타시고, 늘 관심이 있었어요. 아내가 음대를 나와 더 관심이 많았어요. 음악은 어떤 분야에도 다 연결이 돼 있는 것 같아요. 독일 진출 초반에는 여유가 없어 음악을 잘 듣진 못했지만 적응한 뒤에는 많이 들었죠.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음악을 들었어요. 음악은 사람을 차분하게 만들어줍니다. 긴장해 있는 선수들은 빠른 음악을 들으면 안 됐어요. 클래식을 좋아하고 대중가요도 자주 들었습니다.송골매 음악을 좋아했냐는 질문에 차붐은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자 배철수는 "왜 그런 곤란한 질문을 하고 그래요"라며 질문을 막아 나섰다.◇축구라는 공통분모 "축구는 잘 못하지만 애호가로서 오래 봐왔습니다. 보는 축구는 내가 전문가 수준입니다. 하하."축구라는 주제로 나눈 대화에서도 배철수가 차붐과 당당히(?) 맞설 수 있었던 이유다. 해박한 축구 지식에 차붐도 놀라는 눈치였다. 자연스럽게 두 축구 전문가의 심도 깊은 의견이 오갔다. 차 : 축구를 잘 하신다고 들었어요. 연예인 축구단에서도 활약을 했지요?배 : 축구를 너무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3학년 때 축구부에 들어갔어요. 거기서 잘 했으면 축구 선수가 됐을 텐데 그러지 못했죠. 고교 때부터 시간만 나면 축구를 했어요. 대학에서도 군대에서도 체육대회를 하면 무조건 축구를 했죠. 차붐처럼 빠른 것은 아니었지만 날렵했어요. 제가 공을 몰고 가면 상대가 못 쫓아오고 그랬어요. 연예인 축구단도 했는데 꽤 열심히 했어요. 80년대 중반 최백호, 이문세, 주병진 등과 함께 앵무새 축구단에서 활동했죠. 연예계 최강 팀이었어요. 2002년에는 월드컵 성공을 기원하면서 전국을 돌면서 경기를 했고, 포항축구전용구장에서 시합도 해봤어요. 하지만 지금은 은퇴했습니다.차 : 배철수 씨를 보면 요한 크루이프가 생각나네요. 하하. 크루이프가 날렵한 스타일이에요. 저도 축구는 이제 안 해요. 축구를 하면 자꾸 다쳐서 못 해요.배 : 저는 데니스 베르캄프를 좋아했어요. 아스널 때 전성기였죠. 그래서 아스널도 좋아해요.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현장에서 두 번 봤는데 한 번은 아스널과 퀸즈 파크 레인저스 경기였어요. 당시 박주영 선수가 아스널에 있을 때죠. 경기에는 나오지 않았어요. 또 한 번은 맨체스터 시티와 퀸즈 파크 레인저스 경기였어요. 프리미어리그를 보면 3골 넣었는데 악착같이 더 해서 5골을 넣더라고요. 그만 좀 넣지, 이건 너무 심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어요. 하하.차 : 브라질월드컵에서 독일은 브라질에 7골을 넣었잖아요. 그렇게 하는 것이 축구죠.배 : 한국 축구 특히 K리그가 인기가 없어요. 우리 애가 K리그 한 번 보고 싶다고 해서 몇 년 전에 경기장을 한 번 갔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수비만 할까요. 양팀 통틀어 유효슈팅이 각팀 당 1개씩 하고 0-0으로 끝났어요. 애 보기가 창피했죠. 애도 집에 가면서 정말 재미없다고 말하더군요.차 : 분명 문제가 있죠. 골키퍼가 공을 잡으면 빨리 던져서 경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골키퍼 코치들을 만나면 다 이런 이야기를 해요. 그런데 경기에서는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이기는 데만 너무 신경을 쓰다 보니. 물론 승리가 중요하죠. 그러나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이 있어요. 빠른 경기, 깨끗한 경기가 필요해요. 세계 축구 흐름에 따라가야 합니다. 한국 대표팀도 그렇게 바뀌고 있어요. K리그 팀들도 그렇게 가야만 합니다.배 : 요즘 선수들은 차 감독님 현역 시절처럼 열심히 뛰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차두리도 열심히 뛰어서 팬들이 다 좋아하는 거잖아요.차 : 선수 수준이 높건 낮건 최선을 다해 뛴다면 감동이 옵니다. 월드컵을 봐야 감동이 오는 게 아니죠. 어떤 경기라도 최선을 다하는 게 보이면 팬들은 운동장으로 오게 돼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선수는 죽어라 열심히 뛰어야 합니다. 그 다음이 감독의 전술이죠.배 : 저는 스포츠의 교육적 문제를 방송에서 얘기를 많이 했어요. 요즘 학교에서 국영수 하느라 예체능을 없앤다고 해요. 이게 무슨 짓이냐고 화를 냈어요. 제 생각에는 국영수보다 예체능이 더 중요합니다.차 : 한국은 생활 체육을 많이 시켜야 합니다. 독일은 직장이고 학교고 다 체육이 생활화 돼 있어요. 한국은 엘리트만 체육을 하죠. 선진 사회, 좋은 사회는 공정하고 깨끗한 사회입니다. 이런 삶 속에는 스포츠가 있어요. 스포츠는 룰이 있어요. 페어플레이가 녹아 있죠. 스포츠가 생활화 돼 있으면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방해를 하지 않으려 합니다. 상대를 배려하게 됩니다. 또 스포츠를 통해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걸 배우게 되죠.◇1998 프랑스월드컵의 상처 배철수는 조심스럽게 1998 프랑스월드컵 이야기를 꺼냈다.배철수가 방송에서 격분했던 내용이다. 차붐이 감독 지휘봉을 잡았던 프랑스월드컵은 가장 큰 아픔 중 하나다. 대회 도중 경질됐다. 차붐은 배철수를 향해 20년 전 아픔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J-PHOTO DB배 : 1998년 프랑스월드컵은 제가 방송에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끄러운 사건이었습니다. 정말 미개한 국가도 아니고. 대회 중간에 감독을 경질하다니요.차 :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배 : 저 혼자 격분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었고. 정말 너무 부끄럽더라고요.시간이 지났으니 조심스럽게 물어보겠습니다. 그때 경질 통보를 받았을 때 어떠셨나요.차 : 중압감이 있었죠. 프랑스로 가기 전부터 기류들이 있었어요. 월드컵 전에 호주랑 경기를 했는데 0-2로 졌어요. 최종엔트리를 구상하기 위한 실험 무대였죠. 그런데 어느 한 신문 기자가 경질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어요. 한 달 뒤에 홈에서 일본을 이겨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가 했는데 중국과 평가전에서 (황)선홍이가 다쳤어요. 선홍이는 우리의 에이스였죠.배 : 아 그 중국 수비수... J-PHOTO DB차 : 선홍이를 놓고 갈 수 없었어요. 상황을 봐야 하니까. 경과를 보니 사실 뛸 수 없었던 상태였어요. 이런 상황에서 선홍이가 뛸 수 있는데 안 뛰는 것처럼 보도가 나왔어요. 진통제를 맞으면 뛸 수 있다는 인터뷰도 나오고. 상황이 와전됐고, 첫 경기 멕시코전에 지니까 바로 해임설이 돌았어요. 다음 경기 네덜란드전에서 지니까 바로 그렇게 됐어요.배 : 솔직히 네덜란드는 실력차가 많이 나는 팀이었죠.차 : 이전 대표팀 감독 제의를 2번 거절하고 더 이상 거절하지 못해 승낙한 거였어요. 열심히 해서 본선까지 올려놨는데 안타깝기는 했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괴롭힘을 받았고 막상 그렇게 되니 약간은 후련했어요. 그 무거운 책임을 안 져도 되니까. 나 스스로 사퇴는 못하겠다고 했어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고 했어요. 나를 그만두게 하려면 당신들이 해임을 시키라고 했죠. 더욱 화가 난 건 나 이후에 조광래를 그렇게 경질시킨 겁니다. 나 하나로 만족하지 못하고 또 그런 사례를 만든 거죠. 외국인 감독에게는 관대한 경우가 많았어요.배 : 외국인 감독 중에서도 거스 히딩크 감독만 성과를 낸 것 아닌가요.차 : 히딩크 감독도 월드컵 전에 계속 지니까 나보고 계속 해임해야 한다는 인터뷰를 해달라고 요청이 왔어요. 난 그렇게 못한다고 했어요. 때에 따라서는 처방이 될 수는 있지만 모든 것을 다 해임으로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배 : 2006 독일월드컵에서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차두리를 독일월드컵에 안 데려 간 것이죠. 독일 현지에서 뛰고 있는 선수를 뽑지 않다니. 제가 차두리 스타일을 좋아해요. 제 축구 스타일이 차두리와 비슷합니다. 하하.차 : 방송에서 (차)두리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고 들었어요. 부모 마음은 어쩔 수가 없나봐요. 제 아들 변호를 배철수 씨가 많이 해주니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두리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요.차두리 이야기를 할 즈음 차두리가 인터뷰 장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차두리 역시 배철수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방문했다. 차두리는 "예전에 뵌 적이 있지만 뜻 깊은 자리라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라고 정중히 악수를 건넸다. ◇서로를 향한 존경 차붐은 분데스리가에서 98골을 넣으며 최고의 외국인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더욱 대단한 기록이 분데스리가에서 뛰며 퇴장을 단 한 번도 당하지 않았다. 옐로카드 1장이 전부다.배철수는 1990년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시작한 뒤 무려 28년을 이어오고 있다. 100% 출장 기록이다. 지각 한 번 없었다. 한국 팝 음악 최장수 프로그램이다.찬사가 아깝지 않은 두 전설의 행보다. 배 : 분데스리가에서 오래 선수 생활을 했는데 퇴장은 없고 경고 한 장을 받았다는 사실에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이것만 봐도 차범근이 얼마나 깨끗한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차 : 나 정말 페어한 사람이야. 하하. 상대를 해코지 하는 건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배철수 씨도 라디오를 오랫동안 하셨어요.배 : 다른 재능이 많았다면 이것저것 했을 텐데 재능이 이것(라디오 DJ)밖에 없어서 이거라도 잘 하자는 마음이었어요. 직장생활이죠. 28년째입니다. 8년 정도 했을 때 10년 까지만 하고 외국에 나가서 살다오려고 했어요. 20년 때도 그만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까지 왔어요. 지각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제 자신한테 놀라운 것은 28년 동안 아파서 못 나온 적도 없다는 거죠.차 : (허리를 굽혀 악수를 청하면서) 저의 10년 경고 한 장과 비교도 안 될 정도입니다.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네요. 철저한 자기 관리가 없다면 그렇게 못 합니다.배 : 따로 몸관리 하는 것은 없습니다. 저는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방송 때문에 자제하는 건 아닌데 군대에서 전역한 후 마시지 않게 됐습니다. 제 몸에는 알코올을 분해하는 요소가 없는 것 같습니다.차 : 저도 술을 잘 먹지 않습니다. 선수 시절에는 운동 때문에 못 먹었고, 지금은 와인 한 두 잔 정도 즐깁니다.배 : 저는 원래 인터뷰를 잘 하지 않습니다. 할 이야기도 별로 없고요. 라디오에서 말을 할 수 있는 시간이 2시간이나 있는데 굳이 다른 매체에 가서 인터뷰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차 감독님과 함께 하는 인터뷰라 응하게 됐어요. 워낙 차 감독님을 좋아했습니다. 축구인으로서 행보도 좋아했어요. 정말 나이스한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늘 제가 짝사랑 하고 있었죠. 전 '라디오계의 차범근'이고 싶어요.◇차붐을 위한 음악 마이 웨이 팝 전문가 배철수가 차붐에게 추천해줄 곡이 있을까. 배철수는 "음악은 내가 좋아하는 음익이 최고입니다. 누가 추천해 주는 것이 아니라 우선 내가 좋아해야 합니다"라고 고개를 저었다.그렇다면 차붐의 현역시절 하이라이트 영상을 만든다면. 어떤 배경 음악이 가장 잘 어울리까. 배철수는 고민 없이 한 곡을 선택했다. 배 : 차붐 정도면 프랑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를 깔아야죠. 이 음악은 아무에게나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곳저곳 왔다 갔다 한 사람은 안 됩니다. 진짜 외길만 간 분들에게만 마이 웨이가 어울립니다.차 : 배철수 씨도 마이 웨이가 어울립니다.배 : 저는 아닙니다.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가요제를 나갔더니 갑자기 상을 주더군요. 또 방송에 불려 다니다보니 노래가 히트가 됐어요. 내가 원하지 않는 삶을 80년 대 내내 살았던 것 같아요. 음악적 재능이 없는데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차 : 재능이 없는데 상도 받나요?배 : 대학가요제 때 신선한 노래가 나와서 반응이 있었던 겁니다. 제가 재능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닙니다. 90년부터 라디오 방송을 하게 됐는데 너무나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그때 마지막 앨범을 내고 음악을 끝냈어요. 이후로는 방송만 했어요.차 : 저도 선수생활이 90년대 끝났어요. 그게 그거 아닌가요. 하하.◇청춘들에게 고하다 차붐과 배철수는 축구와 음악이라는 분야의 거장이다. 그리고 분야를 떠나 사회적으로 존경 받는 어른이다. 그들이 청춘이었던 시절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최고의 인물이 됐다. 그들에게 지금 최악의 환경에서 고통 받고 있는 청춘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두 거장은 "청춘들에게 미안하다"라는 말부터 꺼냈다. 차 : 요즘 젊은 사람들이 굉장히 힘들어 합니다. 나이 든 사람으로서 미안하고 부끄러울 때가 많아요. 배철수 씨를 보고 청춘들이 무언가 느꼈으면 좋겠어요. 28년 방송을 하셨어요. 한 분야에서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조명이 될 만한 일이죠. 어떤 방법으로든지 우리 젊은이들에게 좋은 영향과 자극, 또 도전이 될 수 있는 삶을 사신 것 같습니다.배 : 감독님과 저는 동갑입니다. 어떨 땐 나이 먹은 것이 부끄러울 때가 있어요. 젊은이들이 존경할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나이가 들면서 현명해지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아요. 차 감독님이 그런 분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칼럼 쓰신 것도 봤는데 정말 생각이 바르고 상식적인 분이었어요.차 : 나이가 들어가는 사람들이 욕심을 많이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요. 젊은 사람들이 보고 따라갈 만한 어른들이 많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배철수 씨와 같은 훌륭하신 분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실제로 젊은 사람들과 소통을 많이 하시니까 젊은이들이 많이 따라올 것입니다.배 : 저 역시 젊은 사람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많이 듭니다. 지금 사회 시스템은 기성세대가 다 만든 겁니다.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전 젊은 친구들을 만나면 이렇게 얘기를 해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대가가 올 것이다. 대가가 나오지 않으면 네 잘못이 아니다. 그렇게 만들어주지 못한 사회와 국가와 어른들 잘못이니 네가 괴로워할 이유가 없다'고. 사회와 국가가 바람직한 쪽으로 변해가야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최용재·김연지·피주영 기자
2018.02.05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