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IS 포커스] 조작설에, 홈런 잔치 MLB, 더 대단한 류현진의 ERA
올 시즌 공인구에 대한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2011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이자 올 시즌 유력 수상 후보인 저스틴 벌렌더(휴스턴)는 "공인구는 100% 조작된 게 분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일(한국시간)에는 '전설'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홈런이 되지 말아야 하는 공이 홈런이 되는 경우가 있다"며 벌렌더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마르티네스는 통산 219승을 기록한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뛰어난 투수 중 한 명이다.2019년 메이저리그는 '홈런 풍년'이다. 지난 2일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은 '개막 후 7월까지 4478개의 홈런이 나왔다. 이 페이스라면 시즌 6712개의 홈런이 터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메이저리그는 2018년 5585개의 홈런이 기록됐다. 6712개는 지난해 대비 약 20% 정도 급등한 수치로 이 부문 역대 신기록이 작성된 2017년 6105개보다 600개 정도가 더 많다. 올해 리그 장타율은 0.435로 고점을 찍고 있다. 공인구에 어떤 변화나 문제가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정확한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투수들 처지에선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셈이다.직격탄을 맞은 건 성적이다. 피홈런이 늘어나면서 평균자책점도 동반 상승했다. 12일(한국시간) 기준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은 4.50이다. 3.74로 시즌이 끝난 2014년보다 0.76이 더 높다. 평균자책점 4.50 이상으로 시즌이 마무리된 건 2006년이 마지막이다. 그해에는 40홈런 타자가 무려 11명(30홈런 34명)이나 배출된 '빅 볼' 시대였다. 하지만 이런 리그의 기형적인 변화 속에서도 안정감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가 있다. 바로 류현진(LA 다저스)다. 류현진은 12일 열린 애리조나와의 홈경기 선발 등판해 7이닝 5피안타 무실점으로 시즌 12승(2패)째를 따냈다. 단 1실점도 하지 않아 시즌 평균자책점을 1.53에서 1.451로 낮췄다. 이 부문 2위 마이크 소로카(애틀란타·2.32)와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직접적인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다.오히려 역대급 선수들을 소환했다. 라이브볼 시대인 1920년부터 개막 후 22경기 선발 등판을 기준으로 했을 때 1968년 밥 깁슨(0.96) 1968년 루이스 티안트(1.25) 1971년 바이다 블루(1.42) 2005년 로저 클레멘스(1.45)에 이은 역대 5위. 클레멘스와의 차이는 0.001에 불과하다. 시즌 전체로 봤을 때는 1968년 1.038을 기록한 깁슨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원동력 중 하나는 피홈런 억제다. 투수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홈런 공포증'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9이닝당 홈런이 0.63개로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72명 중 2위다. 최근 6경기 158타자를 상대해 피홈런이 단 하나도 없다. 평균자책점이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피홈런이 적으니 안정적인 성적 관리가 가능하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비현실적인 기록에 가깝다"며 "1968년 깁슨의 시대에는 투수들의 전성시대였다. 투수가 너무 득세해서 1969년부터 마운드의 높이를 낮추기까지 했다. 깁슨 다음의 성적이라는 게 대단하다"고 했다. 1968년까지 마운드 높이는 15인치(38.1cm)였다. 릴리스 포인트가 높은 쪽에 형성돼 타자들이 공략에 애를 먹었다. 깁슨의 만화 같은 성적이 나온 배경 중 하나다. 메이저리그는 1969년부터 10인치(25.4cm)로 마운드 높이를 내려 운영하고 있다.송 위원은 "구위는 이전과 비교했을 때 더 떨어졌다. 구속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모든 투수가 꿈꾸는 어떤 경지에 오른 느낌"이라며 "볼 배합과 컨트롤, 구속 변화로 타자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전형적인 케이스다. 투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결과인데 그걸 해내고 있다. 대단하다"고 했다.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tbc.co.kr
2019.08.1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