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N의 메이저리그 베이스볼 뉴스· 선데이 나이트 베이스볼 등을 통해 화려한 언변으로 해박한 지식, 신속한 정보력을 팬들에게 보여줬고, 컬럼과 특종을 통해 우리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피터 개몬스의 모습을 지금 어디서도 볼 수 없다. 많은 시청자와 독자들, 그리고 베이스볼 팬들이 안타까워 하고 있다.
ESPN의 애널리스트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피터 개몬스는 지난 달 6월28일 케이프 카드(Cape Cod)에 있는 자택에서 갑자기 쓰러져 911 비상 헬기로 브리검 앤 위민스 병원으로 후송돼 뇌 동맥류 수술을 받았다. 보스턴의 병원에서 18일 퇴원했는데 그의 아내 글로리아는 "우리 가족과 담당 의사들은 피터가 뇌 수술 후 빠른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피터 개몬스는 퇴원 후 소재를 밝히지 않은 재활 센터로 옮겨 회복에 전념할 예정이다. 침이 튀는 듯한 그의 열정적인 해설을 하루 빨리 보고 듣고 읽고 싶다.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 한국에 2패를 하다가 4강전에서 겨우 승리하고 결승에 진출해 쿠바를 꺾고 일본야구를 월드챔피언으로 이끈 왕정치 소프트뱅크 감독은 피터 개몬스가 퇴원한 날 위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한국 대표팀의 김인식 한화 감독도 2004년 뇌경색으로 쓰러진 바 있는데 아직 몸이 불편하다.
선수 시절부터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유지현 LG 코치는 바이러스가 뇌에 들어가 생긴 3차 신경통이라는 희귀 질환을 앓고 있다. 그는 1군 주루코치를 맡고 있다가 치료를 위해 부담이 적은 2군 수비 코치로 보직을 바꾸었다.
또 한국야구위원회에서 어느 누구 못지않게 음지에서 한국야구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모 중견 간부는 암 수술을 받고 투병 중이다. 얼마 전에는 스스로 야구인이라고 자부할 정도로 한국 야구의 이론적 기초를 닦고 애정을 쏟았던 언론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 분은 마지막 순간까지 야구 서적 집필을 하고 있었다.
기억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그라운드에서 쓰러진 전 롯데의 임수혁도 참으로 오랜 시간이 흘렀으나 의식조차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고 김명성 전 롯데 감독, 쌍방울 임신근 수석 코치도 문득 생각이 난다. 세상사가 다 그렇겠지만 하루 하루 승패가 엇갈리는 프로야구도 긴장된 나날의 연속이다. 우리 모두 아무리 신경이 곤두서 있더라도 꼭 한번은 자신의 건강을 점검해보자.
로스앤젤레스= 장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