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SBS 월화극 '추적자'는 전국시청률 11.1%(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기록했다. 호평 속에 상승세를 보이다가 5회만에 10%대에 진입해 높은 화제성을 증명했다. 동시간대에 1위를 유지하고 있던 MBC '빛과 그림자'도 '추적자'의 기세에 눌려 10%대로 떨어졌다. 공유와 이민정 등 톱스타가 진을 치고 있는 KBS 2TV '빅'은 아직 10%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KBS 2TV '각시탈'의 기세도 무섭다. 지난달 30일 첫방송과 동시에 10%대를 훌쩍 뛰어넘으면서 동시간대 1위를 지키고 있다. 7일 전파를 탄 4회는 15.6%를 기록했다. 소지섭과 이연희를 내세운 SBS '유령'과 김선아를 캐스팅한 MBC'아이두 아이두' 등 톱스타가 출연하는 동시간대 경쟁작을 가볍게 제압하고 있다.
톱스타 없이도 승승장구하는 두 드라마의 인기비결은 뭘까.
▶몰입도 높은 스토리로 승부
드라마 관계자들이 최우선으로 꼽은 '추적자'와 '각시탈'의 성공요인은 탄탄한 각본이다. 두 작품의 시청자 게시판에도 '다음 회를 기다리느라 속이 탄다'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드라마가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인 셈. '각시탈'의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도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TV 드라마가 갖춰야할 제1요소는 바로 재미있는 스토리"라고 말했다.
'추적자'는 6회까지 손현주가 딸의 죽음에 얽힌 내막을 파악하고 복수에 돌입하는 과정을 묘사했다. 억울하게 당하기만 하는 손현주와 가족들의 모습이 섬세하게 표현돼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한편으로는 울화통이 터질 정도의 갑갑함을 유발하면서도 향후 전개될 사건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손현주가 당하는 상황을 지켜보며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제 복수극을 보지 않으면 화병이 낫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라면서 "이 정도로 주인공의 심경에 공감하고 TV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는 건 결국 똑똑한 대본과 이를 살려내는 연출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각시탈' 역시 마찬가지다.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친일파가 된 주원이 민중의 영웅 각시탈로 거듭나는 과정을 긴박감 넘치는 전개로 보여주고 있다. 캐릭터들의 매력을 끄집어내 몰입도를 높여주는 등 드라마 작법의 기본에 충실하다는 게 이 드라마의 특징이다. '각시탈'의 이건준 책임프로듀서는 "원작인 허영만 화백의 만화 자체가 완성도 높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었다. 원작이 가진 이야기의 힘이 강해 승산이 있다고 믿었다"면서 "일본 눈치를 보는 한류스타들이 출연을 거절해 캐스팅에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완성도를 높이는데 열정을 집중시키면서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고 말했다.
▶어설픈 스타성보다 탄탄한 연기력이 관건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 역시 두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하는 중요한 요소다. 스타성을 내세우기보다 실력으로 정면승부하고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추적자'의 손현주는 억울하게 딸을 잃어버린 아버지의 마음을 절제된 연기로 표현해 동료 배우들 사이에서도 찬사를 듣고 있다. 감정을 폭발시키다가도 끓어오르는 화를 애써 누그러트리는 표정연기로 절절함을 자아내면서 '연말 연기대상감'이란 말을 듣고 있다. 상대역 김상중 역시 부패한 대선후보를 연기하면서 눈썹의 움직임하나까지 컨트롤하는 명연기로 베테랑연기자임을 증명하고 있다.
김영섭 SBS 드라마 국장은 "처음부터 손현주와 김상중 카드를 들고 기획을 시작했다. 흔히 미니시리즈의 경우 젊은 톱스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기에 '추적자'의 캐스팅을 모험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제작진 입장에서도 우려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대본이 워낙 탄탄하고 이 정도 역량의 배우들이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면 충분히 대중들과의 소통이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제작을 추진했다"고 전했다.
'각시탈'을 통해 데뷔후 처음으로 '원톱 주연'이 된 주원도 기대 이상의 연기력으로 호평받고 있다. 표독스러운 일본경찰의 모습을 보이다가도 성장기의 아픔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희로애락을 두루 표현하며 연기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평상시에는 바보행세를 하다가 각시탈을 쓰고 영웅으로 돌변하는 신현준의 이중적인 면모를 보는 것도 '각시탈'을 보는 재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