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7일 제헌절에 태어나 이름도 송‘제헌’이다. 한자도 지을 제(制), 법 헌(憲)으로 같다. 그의 이름엔 “제헌절에 태어났으니 (헌)법을 거스르지 말고 바르게 살라”는 아버지의 뜻이 담겼다. 이름값이 제법 나간다.
그런 그가 '의적' 대장이 됐다. 그의 소속팀 대구FC가 부자의 재물을 빼앗아 가난한 자에게 나눠주는 의적처럼 부유한 기업 구단을 물리쳐 얻은 승점을 가난한 시·도민 구단에는 헌납하는 탓이다. 그는 팀 내 최다 득점자(8골)로 공격 선봉에 섰다. "(내가) 의적 대장이라니요"라며 웃었지만 송제헌은 "이번 수원전에서 잘 해 의적이라는 말 이어갔으면 좋겠어요"라고 다짐했다. 의적이라는 별명이 내심 싫지는 않은 눈치였다.
◇ 의적의 고민
올 시즌 대구와 붙어 패배를 안은 기업 구단은 9개 중 울산과 포항 등 총 6개 구단. 서울과 성남은 대구와 간신히 비겼다. 반면 6개 도 시민구단(상주 포함)과의 9번 매치에서 대구는 2승 5무 2패다.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저희는 늘 똑같이 경기 하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렇더라고요. 저희끼리도 (아래 순위 팀과 경기에 졌을 땐) 속상해해요. 여기서 더 치고 나갔어야 하는데 하고….” 송제헌의 말투엔 아쉬움이 서려 있었다. 그래도 대구는 기업구단으로부터 모은 승점으로 스플릿 시스템 상위 리그 하한선인 8위(승점 31점)를 지키고 있다. 돌풍의 중심에는 골잡이 송제헌이 있다. 지난해 말 개인훈련을 하다 왼발을 다쳐 겨우내 재활에만 전념한 송제헌은 올 시즌 선발로 뛴 적이 별로 없다. 그가 출전한 18번의 경기 중 절반이 교체 투입이었다. 그럼에도 꾸역 꾸역 골을 넣더니 어느덧 득점 8위에 올랐다. 현재 득점 10위 내에 한국인은 이동국(1위·12골), 김은중(4위·10골), 그리고 송제헌 세 명 뿐이다. “20골 이상 넣고 싶어요. 그래서 앞으론 형들(이동국 김은중)을 넘어서고 싶습니다." 프로 4년차의 자신감이었다.
◇ “그래도 ‘의적’이라는 말 이어가야죠”
송제헌은 21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수원과의 경기에서 승리 의지를 불태웠다. 대구가 ‘기업구단 킬러’ 라고 하지만 올 시즌 수원엔 승리가 없다. 경기 막판 페널티킥을 내줘 0-1로 졌다. 이번 홈 경기는 당시 패배를 설욕할 수 있는 기회다. 수원은 현재 무득점 3연패로 위기에 빠졌다. 그는 “수원은 어려운 팀이에요. 그래도 이번 경기에서 이겨 의적이라는 말 이어갔으면 좋겠네요”라고 말했다.
송제헌은 가장 기억에 남는 골로 3월 전북전에서의 두 골을 꼽았다. 이흥실 전북 감독 대행은 그의 고등학교(마산공고) 은사다. 당시 0-2로 끌려가던 후반, 송제헌은 은사가 보는 앞에서 2골을 성공시켜 극적인 역전승의 발판을 놓았다. 1-5로 패한 6월 전북전에서도 그는 만회골을 넣었다. “고등학교 땐 (이흥실)감독님이 정말 무서웠어요.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는데…. 2골 넣은 날은 감독님이 저한테 손을 내미시며 ‘잘했다’고 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