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44) 축구대표팀 감독이 이번에는 '페르소나(Persona)' 구자철(24·볼프스부르크)을 만난다.
홍 감독은 24일 독일 코파스 아레나에서 열리는 볼프스부르크와 마인츠의 2013-2014 독일 분데스리가 3라운드를 현장 관전한다. 17일 손흥민(21·레버쿠젠)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홍 감독은 이번 주말 구자철과 박주호(26·마인츠)의 맞대결을 지켜본다.
홍 감독과 '페르소나' 구자철의 재회다. 페르소나는 영화계에서 감독의 속뜻을 가장 잘 파악하고 표현해내는 단짝배우다. 마틴 스코시지-로버트 드니로, 봉준호-송강호 등이 대표적이다. 축구계에서는 알렉스 퍼거슨-라이언 긱스, 최강희-이동국 등이 있다.
구자철은 홍 감독이 지휘했던 2009년 이집트 20세 이하 월드컵과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2 런던올림픽에서 모두 주장 완장을 찼다. 조직력과 콤비네이션, 전방 압박 등 홍 감독의 축구 철학을 가장 잘 발현하는 선수다. 홍 감독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본선 엔트리에서 탈락해 실의에 빠진 구자철에게 전화를 걸어 "넌 우리나라 최고가 될 수 있다. 한 번의 실패로 좌절하지 말라"고 말할 만큼 아낀다. 구자철도 롤모델을 홍 감독으로 삼고 자선 사업에도 관심이 많다.
구자철은 새 시즌 임대복귀한 볼프스부르크에서 맹활약하며, 홍 감독의 믿음과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구자철은 얀 폴락(체코), 슬로보단 메도예비치(세르비아) 등 국가대표 출신들이 즐비한 볼프스부르크 미드필드진 생존 경쟁에서 살아 남았다. 일본 대표팀 하세베 마코토가 오른쪽 풀백으로 포지션을 변경할 정도로 치열한 포지션이다. 볼프스부르크 '에이스' 디에구는 최근 디터 헤킹 감독에게 "구자철과 함께 뛰는게 좋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자철은 18일 샬케04와의 분데스리가 2라운드에 중앙 미드필더로 풀타임을 소화하며 4-0 대승을 이끌었다. 개막 후 2경기 연속 선발출전한 구자철은 박스-투-박스 미드필더로 공격형 미드필더 디에구, 수비형 미드필더 구스타보와 중원을 책임졌다. 독일 언론 빌트는 구자철에게 팀 내 최고 평점인 2점을 줬다.
구자철은 최강희 전 대표팀 감독 시절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6~8차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구자철은 다음달 아시아국가, 크로아티아와 A매치 2연전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은 하대성(서울) 대신 구자철에게 주장완장을 맡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