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게임회사인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경기도 성남시의 판교 테크노밸리에 마련한 신사옥이 비교돼 눈길을 끈다. 넥슨은 단순하면서 실용성을 추구했고 엔씨소프트는 규모와 화려함 등 상징성을 강조하는 등 외관이나 내부 시설에서 확연히 다른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신사옥의 차이점은 양사 오너들의 경영 스타일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경쟁사이면서도 주식을 주고 받은 한 가족인 양사 신사옥의 다르면서도 같은 점을 살펴봤다.
실용성 넥슨·랜드마크 엔씨
넥슨은 지난해 12월말 판교의 신사옥에 입주해 14일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1994년 창사한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마련한 사옥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여름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판교 이웃사촌이 된 양사의 사옥은 크기와 외형에서 눈에 띄게 차이가 난다. 크기로는 3500평의 대지면적에 총 17개층으로 지어진 엔씨소프트 사옥이 2760평에 15개층인 넥슨보다 크다. 수용 인원도 엔씨소프트는 3000명으로 넥슨(1500명)보다 많다.
외형도 차이를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회사 영문 이름의 앞자인 N과 C를 본 따서 세워진 반면 넥슨은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오피스 건물과 같은 직육면체의 형태다. 외부에서 볼 때 엔씨소프트 신사옥은 다른 건물들보다 독특하고 화려해 판교 테크노밸리의 랜드마크로 통한다.
엔씨소프트가 외형에 공을 들인 것은 사옥에 자신들만의 컨셉트를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윤진원 엔씨소프트 홍보실장은 “신사옥은 엔씨소프트만의 컨셉트를 담고 싶었다”며 “위치도 잘 보이는 판교 테크로밸리의 초입에 있어서 외형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넥슨은 국내 게임사 중 매출 1위인 데다가 창사 이후 첫 사옥인 만큼 화려하게 지을 법했지만 단순한 외형을 선택했다. 일단 위치가 엔씨소프트보다 안쪽으로 들어가 있어 잘 보이지 않고 외형보다 내부 공간을 내실있게 꾸미는데 집중했다. 김용준 넥슨 스페이스 실장은 “사옥 건립에 있어서 기능과 효율에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들 신사옥의 외형은 양사 경영자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실용성을 추구한 넥슨 사옥은 김정주 창업주의 실리 추구를, 랜드마크의 엔씨소프트 사옥은 국내 게임업계 맏형 역할을 해온 김택진 대표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다.
두 사옥 모두 개발자 위한 최적 공간
양사 사옥이 외형에서 크게 차이를 보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개발자들이 게임을 만드는 데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특히 넥슨은 게임개발 DNA를 되살리는 환경을 마련하는데 신경을 많이 썼다. 게임관련 영상 및 사운드 전문 통합 스튜디오인 ‘찰리바’와 게임 내 캐릭터의 액션을 구현할 수 있는 ‘모션캡쳐실’을 업계 최초로 사옥에 마련했다. 또 직원들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6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직원 전산교육용 컴퓨터 교실을 운영한다.
엔씨소프트는 하루종일 회사에서 생활하는 게임개발자들의 업무 특성을 고려해 복지시설을 최고 수준으로 마련했다. 사옥 내에 전문 의사가 상주하는 병원이 있으며 정규 농구코트 1개가 들어갈 만한 크기의 실내체육관, 개인별 샤워부스와 40명이 쓸 수 있는 찜질방 등 스파 공간 등을 업계에서 유일하게 갖췄다.
새 보금자리에서 만들 게임은
양사의 사옥은 해외 게임개발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양사가 최고 수준의 사옥을 마련한 기본적인 이유는 최고의 게임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이곳에서 미래를 열어갈 게임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넥슨은 새 사옥에서 ‘메이플스토리2’ 등 여러 PC 온라인 게임을 비롯해 30여종의 모바일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김태환 넥슨 부사장은 “스무살 청년이 된 넥슨이 새 집에서 더 새로운 게임을 만들고 더 참신하게 서비스할 것”이라며 “LOL(리그 오브 레전드)가 아니라 넥슨 게임이 업계를 이끌어 갈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판교 신사옥에서 개발하는 첫 작품으로 ‘리니지 이터널’을 올해 선보일 예정이다. PC·콘솔·모바일 기기 등 여러 플랫폼에서 동시에 사용이 가능한 멀티 플랫폼용으로 개발되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