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FC서울이 시원하게 일본을 침몰시켰다. 서울은 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조 2차전 산프레체 히로시마(일본)와의 경기에서 아드리아노(29)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4-1 역전 승리를 거뒀다.
서울은 1골을 먼저 내줬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투혼을 불태웠다. 특별한 날이기에 특별한 의지로 맞붙었다. 이후 서울은 무려 4골 폭죽을 터뜨리며 만세를 불렀다. '상암 대첩'이라 부를만 했다. 특히 히로시마는 지난 시즌 J리그 챔피언이다. 서울은 일본 챔피언을 처참하게 몰락시키면서 한국 축구 팬들에게 더욱 큰 희열을 선사했다. 3.1절에 이보다 기쁜 승리는 없다.
한·일전 승리는 여기서 끝낼 수 없다. 이제 1경기가 끝났을 뿐이다. 3.1절을 시작으로 한·일전 3연전이 펼쳐진다. 2일 한·일전 2경기가 열린다.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과 포항 스틸러스가 서울의 기세를 이어 가야 한다. 이 2경기 역시 승리를 쟁취해야 한다.
두 팀 모두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간절함이 있다. 여자 대표팀은 사상 첫 올림픽 본선이라는 갈망이, 포항은 올 시즌 ACL 첫 승과 16강 진출의 열망이 그것이다.
여자 대표팀은 일본 오사카에서 일본 대표팀과, 포항은 포항스틸야드에서 우라와 레드(일본)와 각각 격돌한다. 두 팀 모두 또 하나의 '대첩'을 꿈꾸고 있다. 바로 '오사카 대첩'과 '포항 대첩'이다. 3.1절의 여운이 남아있는 2일 두 번의 '일본 격침'이 기대된다.
"3·1절인 만큼 의미가 남다르다."
최용수(43) FC 서울 감독이 히로시마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F조 2차전이 열리기 하루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내뱉은 말이다.
3·1절에 일본을 만나는 것만큼 한국 선수들의 투지를 불태울 수 있는 요소는 없다. 일본전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힘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는 서울 선수들에게도 무장된 감정이었다. 최 감독은 "3·1절에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겠다. 홈팬들에게 준비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부담감도 배가 된다. 일본에 패배한다면 그 후폭풍이 강하게 불어 올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축구팬들뿐만 아니라 한일전은 국민적인 관심을 받는 경기다. 한국 국민들은 일본에 지는 것 자체를 용납하지 못한다. 그런데 3·1절 일본전 패배의 파장은 상상 이상이 될 것이 당연했다.
게다가 히로시마는 J리그 챔피언이자 조직력으로 뛰어난 팀으로 평가 받고 있다. 쉽게 이길 수 없는 강호다. 최 감독은 "우리가 겨뤄야 할 히로시마는 강팀이다"며 경계심을 놓지 않았다.
뚜껑을 열어 보니 최 감독의 자신감이 이겼다. 현역 시절 일본 J리그에서 왕성하게 활동한 경험과 꾸준한 분석과 연구는 3·1절이라는 특수성이 더해져 폭발했다. 서울은 4골을 작렬시키며 그야말로 일본을 침몰시켰다.
또 최 감독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3·1절에 일본 팀을 상대로 '3골'을 폭발시킨 영웅, 공격수 아드리아노였다.
아드리아노는 서울과 히로시마와의 경기에서 팽팽했던 흐름을 한 방에 바꿔 놓았다. 서울은 전반 25분 히로시마 치바 카주히코(31)에 선제골을 허용하며 끌려갔다. 서울은 전반 31분 코너킥에 이은 문전 혼전 상황에서 김원식(25)이 왼발 슈팅으로 가까스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팽팽함은 이어졌다.
후반 아드리아노가 폭발하면서 흐름은 서울 쪽으로 강하게 흘렀다. 후반 5분 신진호(28)의 프리킥을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역전골을 뽑아낸 아드리아노는 후반 11분 고광민(28)의 패스를 다시 한 번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시키며 골망을 흔들었다.
3-1 상황에서도 아드리아노는 멈추지 않았다. 아드리아노의 득점 본능은 모자랐다. 아드리아노는 후반 24분 신진호의 패스를 오른발로 마무리하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놀라운 득점 감각이다. 아드리아노는 지난달 23일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와의 F조 1차전에서 홀로 4골을 넣으며 6-0 승리를 이끌었다. 이어 히로시마전에서도 3골을 넣었다. 2경기 연속 해트트릭을 포함해 총 7골을 넣었다. 당연히 현재 ACL 득점 1위를 질주 중이다.
빠른 스피드로 문전 빈공간으로 치고 들어갔고 절정의 골 감각으로 쉽게 골을 터뜨렸다. 상대 수비수들이 아드리아노의 움직임에 당황할 뿐 막아내지 못했다. 지난 시즌 중반에 서울로 이적하며 가능성을 보인 아드리아노는 올 시즌 시작부터 서울 공격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서울의 모든 공격이 아드리아노 중심으로 이뤄졌다.
승리 뒤 아드리아노는 "너무나 행복하다. 3골 모두 큰 의미가 있다. 나만 잘 한 것이 아니다. 우리 팀 모두가 가져온 승리"라며 "작년에는 중반에 왔지만 올 시즌은 처음부터 서울에서 훈련해 호흡이 더 잘 맞는 것 같다. 데얀(35)과도 너무 호흡이 좋다"고 기뻐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 하나. 브라질 출신 아드리아노도 3·1절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외국인 선수는 일반적으로 한국의 기념일을 잘 알지 못한다. 관심이 없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기적인 성향의 외국인 선수가 많다 보니 이런 현상에 익숙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3·1절의 역사적 의미를 아드리아노는 알고 있었다. 이는 그가 K리그 클럽 서울에 어떻게 녹아 들고 있고, 서울의 한국 동료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드리아노는 3·1절 의미를 묻는 질문에 "오늘 한국 선수들이 어떤 느낌을 가지고 경기를 뛰었는지 알고 있다. 나 역시 같은 느낌으로 뛰었다"며 "한국 선수들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고 한국 선수들이 슬프면 나도 슬프다. 팀 동료로서 함께 가지고 가야 할 느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