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호는 올 시즌 지난 3월 말 제주로 입단하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시즌이 시작한 뒤 제주에 온 터라 몸상태가 100%가 아니었다. 팀 동료들과의 호흡과 조직력 역시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이근호는 최선을 다해 몸을 끌어올렸고 지금은 제주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선수가 됐다. 많은 활동량과 특유의 부지런한 플레이는 제주의 공격에 날개를 달아줬다. 이근호가 합류한 제주는 막강 공격력을 자랑했고 K리그 클래식 강호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경기에서 제주의 진가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제주는 1-0으로 앞서다 내리 3골을 내주며 1-3으로 뒤졌지만 다시 3골을 더 넣으며 4-3 승리를 이끌어냈다.
이번 승리로 제주는 6승2무4패, 승점 20점을 기록하며 리그 4위로 뛰어 올랐다. 톱 4 안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이다. 그리고 서울전 4골을 더해 올 시즌 총 26골을 넣었다. K리그 클래식 최다 득점팀이 바로 제주다.
이번 승리가 더욱 기쁜 것은 제주가 약 8년 만에 서울 원정에서 승리를 거둔 점이다. 제주는 지난 2008년 5월 14일 이후 서울 원정에서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하다 이번에 화끈한 화력쇼를 선보이며 승점 3점을 획득했다.
이근호는 행복했다. 제주에서의 생활, 흐름, 순위 등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경기 후 만난 이근호는 "서울 원정에서 승리해 너무 기쁘다. 8년 넘게 서울 원정에서 이기지 못했다. 너무 오래됐다. 그래서 승리하고자하는 의지가 강했다. 간절했다. 이번에 이겨서 정말 만족스럽다"고 웃었다.
제주의 공격 축구에 대한 만족감도 드러냈다.
이근호는 "제주 선수들이 빠르다. 짧은 패스도 잘 한다. 이런 것들이 잘 합쳐져 많은 골이 나오는 것 같다. 제주에서 동료들과 함께 하는 공격 축구가 재미있다"고 자긍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근호는 마냥 웃지 못했다.
자신이 많은 득점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팀 득점은 1위지만 여기에 자신이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다. 이근호는 현재 9경기에 출전해 2골3도움을 기록 중이다.
이번 서울전에서도 회심의 헤딩 슈팅을 때렸지만 서울 골키퍼 유현에 막혀 땅을 쳐야 했다. 이근호는 이 슈팅이 무산되자 꽤 오랫동안 그라운드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만큼 골에 대한 절실함이 컸다.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한 아쉬움도 컸다.
이근호는 "골이 안 들어가 미치겠다. 더 많이 넣어서 팀에 도움이 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 이번에도 좋은 기회가 왔는데 넣지 못했다. 크로스가 조금 낮게 왔는데 그것을 살리지 못했다. 너무 아쉽다. 내 각오는 하나다. 골을 더 많이 넣어서 팀에 더 큰 도움이 되고 싶다"고 털어놨다.
이근호는 골수에 그리 집착하는 선수가 아니다. 골을 많이 넣는 선수도 아니다. 그런데 올 시즌 유독 골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고 있다.
팀을 위해서다. 이근호는 그동안 자신이 밝게 빛나지 않고 뒷받침하는 역할을 주로 해왔다. 같은 팀에 골을 많이 넣을 수 있는 특급 공격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주는 다르다. 이근호가 공격의 중심이다. 게다가 최선참급으로 후배들을 이끌어야 한다. 골로서 공격수 의무를 다해야 하고 골로서 후배들을 이끌어야 할 리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