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환(46)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은 지난달 25일 수원에 당한 패배를 아직 잊지 않고 있다. 리그 3위였던 제주는 하위권인 수원에 '의외의 일격'을 당한 뒤 연패에 빠졌다. 내심 단독 2위를 바랐던 제주는 어느덧 6위까지 떨어지며 자존심을 구겼다. 하위권 구단에 내준 패배는 후유증이 길게 간다. 여름만 되면 약팀에 허망하게 경기를 내주는 '징크스'를 이번만큼은 털고 가야 하는 이유다. 31일 열리는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수원과 원정 경기는 그래서 조 감독에게 더욱 중요하다.
반면 서정원(46) 수원 삼성 감독은 한 달 전 제주를 꺾고 낚은 희망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서 감독은 "우리가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마음이 느껴진 경기였다"고 했다.
당시 클래식 무대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수원은 제주를 상대로 1-0으로 이기며 꽉 막혔던 숨통을 틔웠다. 전 경기에서 퇴장 징계를 받은 서 감독은 제주전을 관중석에서 지휘했다. 그러나 제주전에서 승리하며 위기를 벗어났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위기를 이겨 내려는 모습과 의욕이 엿보였다"며 벅찬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서 감독은 이번 제주와 '리턴매치'를 통해 그때의 기쁨을 다시 한 번 재연하길 원한다.
최근 분위기는 수원보다는 제주가 나은 편이다. 6경기 연속 무승의 늪에 빠졌던 제주는 지난 24일 2위 FC 서울을 잡고 돌파구를 마련했다. 1위 전북 현대(48점)와 승점 격차가 17점에 달하지만 2위 서울(34점)과는 3점 차에 불과하다. 수원을 상대로 짜릿한 복수극을 완성한다면 얼마든지 2위 도약이 가능하다.
믿는 구석도 있다. 이근호·송진형·권순형으로 이어지는 제주의 미드필더진은 클래식 무대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촘촘하다고 평가된다. 하나같이 기량도 무르익었다. 장지현 SBS Sports 해설위원은 "제주는 이번 시즌 클래식 무대의 '다크호스' 중 하나다. 경험도 풍부하고 지금이 전성기라고 표현해도 될 만한 선수가 많다. 전반적인 밸런스가 좋다"고 설명했다.
제주는 이번에도 안정적인 수비진을 바탕으로 후반전에만 들어가면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지는 수원을 괴롭힐 예정이다.
조 감독은 "선수들이 징크스를 벗어나려 애쓰고 있다. 새 마음으로 남은 경기를 치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수원은 지난 23일 전남 드래곤즈에 0-3으로 완패한 뒤 9위에서 한 계단 더 떨어졌다. 11위 인천 유나이티드는 승점 2점 차로 턱밑에서 쫓아오고 있다. 만약 제주전에서 패한다면 진지하게 강등 이후를 생각해야 할 처지다. 절박하게 맞선다면 못 할 일은 없다.
서 감독은 "팀이 성장통을 겪고 있다. 밑의 팀이든 위의 팀이든 가릴 처지가 아니다. 한 경기 한 경기를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JTBC3 FOX Sports는 31일 오후 6시50분 수원과 제주의 대결을 생중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