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62)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K리그 클래식(1부리그) 경기장을 찾아 ’직관’ 하고 있다.
그동안 K리거를 ’푸대접’해 왔던 그가 해외파와 국내파라는 구별의 시선을 넘어 진짜 실력과 최상의 컨디션을 갖춘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기용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23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광주 FC의 경기가 열린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찾았다. 비 바람이 부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선수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보는 등 다음달 15일 열리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과 5차전 준비에 한창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앞선 22일에도 수원 삼성과 성남 FC의 경기가 열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를 관전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오는 31일 A매치 우즈베키스탄에 출전할 선수를 발표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동안 해외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K리거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기용해 왔다. 지난 9월 1일 열린 중국과 1차전은 ’베스트 11’을 모두 해외파로 꾸렸다. 연달아 열린 시리아와 2차전에서는 K리거가 3명(교체포함)으로 늘었지만 아쉬웠다. 슈틸리케 감독의 현재 성적표는 좋지 않다. 슈틸리케팀은 4번의 예선전을 치르며 2승1무1패로 A조 3위에 그쳐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러시아행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5차전에서 국내파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선은 사뭇 달랐다. 최종예선이 이미 5부 능선에 접어든 상황 속에서 기존의 멤버들을 대거 빼고 새 얼굴을 넣기 힘들다는 것이다. 복수의 국내 축구해설위원들은 "해외파나 국내파와 상관없이 실력있는 선수들을 뽑아서 약점으로 지적된 포지션에 알맞게 끼워 넣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사실 해외파나 국내파를 가르는 것은 옳지 않다. 어찌 보면 하나의 ’프레임’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라며 "어느 리그에서 뛰느냐를 가지고 나누지 말고, A매치에 나설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 중에서 최근 페이스와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을 추리고 그 능력을 극대화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상철 울산대 감독 겸 JTBC 해설위원 역시 "선수 발탁과 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슈틸리케 감독도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을 해왔을 것"이라면서도 "전술 훈련이 중요한 수비수들은 국내파건 해외파건 구분 없이 약속된대로 훈련을 하고 숙지한다면 어떤 상황에 투입돼도 그에 맞게 움직일 수 있다"고 구태여 어느 리그에서 뛰는지를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걸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해외파 선수들이 소속 리그에서 한국에 오면 3일 가량 밖에 훈련할 시간이 없다. 국내파는 상대적으로 조금 더 수비 전술 훈련을 숙지할 시간이 있다. 새로운 선수들을 발탁할 때 그런 부분도 고려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지금 상황에서 공격수를 포함해 주전급 선수들을 대거 교체하기란 시기적으로 쉽지 않다. 기존 선수들과의 호흡 부분도 있기 때문"이라며 슈틸리케 감독의 K리그 관전 행보에 큰 의미를 두진 않았다. 그러나 한 위원은 앞선 최종예선 4차전에서 뚜렷한 문제점을 드러낸 측면수비 부분은 능력있는 다른 선수로 바꿀 수 있다는 예상을 함께 내놨다.
그는 "이란과 4차전에서 해외파가 맡았던 측면 공격수 부분의 약점이 드러났다. 슈틸리케 감독도 국내파 등 실력있는 대체 자원을 발탁해 캐나다와 평가전 등을 거쳐 기용하는 방안을 고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