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호는 월드컵 대표팀에 꼭 필요한 존재였다. 대표팀 공격의 한 축이었고, 베테랑으로서의 역할이 필요했다. 또 투지와 헌신의 아이콘이었다. 대표팀의 경기력적인 부분과 정신적인 부분에서 이근호의 존재감은 컸다. 또 이근호는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골을 넣은 경험까지 갖췄다. 그는 러시아와 1차전에서 1골을 작렬시켰다.
그렇기에 이근호의 월드컵행은 확정이나 다름 없었다. 신태용 감독 역시 이근호를 절대 신뢰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이근호 월드컵 대표팀 소집 전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19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1부리그) 14라운드 경남 FC와 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후반 4분 상대 선수와 경합 도중 넘어졌다.
오른쪽 무릎에 통증을 호소했고, 들것에 실려 나갔다. 이후 근처 병원으로 이동해 검사를 받았고, 오른쪽 무릎 내측 인대가 미세하게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때까지만 해도 희망은 꺼지지 않았다. 당시 강원 구단도 "이근호의 대표팀 합류와 러시아월드컵 출전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부상정도가 심하지 않아 월드컵에 나설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정밀진단을 받자 결과는 달라졌다.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부상은 월드컵에 갈 수 없을 정도였다. 이근호는 지난 21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대표팀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근호 몸상태에 대한 불길한 징조였다.
이런 불길한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대한축구협회는 22일 "이근호가 정밀검진을 받은 결과 오른쪽 무릎 내측부 인대 파열 진단을 받았다. 6주간 안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에 따라 소집명단에서 제외했다"고 발표했다.
이근호의 월드컵은 여기서 멈췄다. 사실상 이근호의 마지막 월드컵이 끝난 것이다. 마지막 월드컵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뛰었던 이근호의 열정 역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월드컵 대표팀 낙마 소식이 전해진 뒤 일간스포츠는 이근호와 연락이 닿았다. 이근호는 조심스럽게 또 담담하게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이근호는 "받아들여야죠.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지금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저의 운명이라고 생각을 합니다"라고 말을 시작했다.
월드컵이 좌절된 것은 오롯이 자신의 탓이었다. 누구를 원망할 이유는 없었다.
이근호는 "제 정성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정성을 더 쏟았다면 월드컵에 갈 수 있었겠죠. 정성을 더 들였다면 부상도 피할 수 있었겠죠. 월드컵에 갈 준비가 부족했습니다"고 말했다.
경남전에서 이근호는 스스로 월드컵에 갈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이근호가 느낀 고통은 월드컵에 갈 수 없을 정도였다. 믿기 힘들었다. 그래서 주변에 말도 하지 않았다. 이근호는 다른 결과를 간절히 바랐지만, 자신이 받은 느낌은 현실이 돼 돌아왔다.
이근호는 "경남전에서 다쳤을 때 솔직히 느낌이 왔어요. 선수들의 몸은 선수들이 가장 잘 알 수 있잖아요. 다쳤을 때 부상이 심각하고 월드컵에 갈 수 없다는 것으로 저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 혼자 월드컵 대표팀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라며 "근처 병원에서 큰 부상이 아니라고 했는데 그 말을 정말 믿고 싶었어요. 그런데 정밀검사 결과 저의 느낌이 맞았습니다"라고 털어놨다.
지금 이근호는 마음을 추스르고 재활에 집중하려 한다.
그는 "주변에 많은 분들이 걱정을 많이 해주셨어요. 특히 아내가 많이 서운해 하고 있어요. 걱정해 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함을 전합니다"라며 "이제 조금 쉬다가 재활에 집중을 할 것입니다. 저를 걱정해주시고 기대해주시는 모든 분들을 위해 빨리 털고 일어나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