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과 배우 조재현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피해자가 늘어났다. 알려진 피해자 외에도 연예계와 관련없는 일반 여성까지 피해를 주장하고 나섰다.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MBC 'PD수첩'은 지난 7일 방송된 '거장의 민낯, 그 후' 편을 통해 김 감독과 조재현의 성폭력 의혹에 관해 추가 폭로했다. 지난 3월 한 차례 두 사람의 의혹을 다룬 바 있는 'PD수첩'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스태프로 참여했다는 여성 A씨와 조재현과 주점에서 우연히 만났다는 일반인 여성 B씨, 조재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바 있는 재일교포 여배우 C씨, 피해자의 지인 D씨 등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A씨는 김 감독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기덕 감독이 멀리서 불러 달려갔다. 시킬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없는 해변가에 앉았더니 '나랑 자자'고 했다"면서 "자기가 연애를 잘한다고 하더라. 사귀자가 아니라 한 번 자자고 했다. '그런 거 안 좋아한다'고 했더니 당황하더라. 기분이 정말 더러웠다"고 말했다. B씨는 "술자리에서 우연히 조재현과 만났다. 화장실에 갔는데 조재현이 같은 칸으로 따라 들어왔다. 오만 상상이 들었다. 이미 바지를 벗은 게 느껴졌다"면서 조재현과 5분이 넘는 시간동안 실랑이를 벌인 끝에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C씨는 "내가 죽더라도 절대 이야기 해야지, 내가 망신을 당하더라도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실을"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D씨는 "(피해자인) 친구가 (의혹 부인) 기사를 보고 갑자기 숨이 넘어가면서 숨이 안 쉬어진다고 하더라. 공황장애 약과 수면제를 다시 먹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피해를 주장하는 폭로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두 사람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할 근거가 없다. 근거와 절차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조사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새로운 피해자가 나와야 비로소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다. B씨는 "최근까지도 피해 사실이 있었다. 공소시효 안에 있는 그 분들이 더 용기내서 신고하고 그가 처벌 받을 수 있도록 제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추가 폭로 파문 후 조재현은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C씨의 경우 합의 하 성관계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를 빌미로 10년이 넘도록 1억원 넘는 돈을 갈취당했고 최근에도 3억원을 요구받았다고 주장했다. B씨 또한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우려하거나 추가 제보가 있어 방송을 하였다며 굳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하여 방송을 하거나 악의적인 편집을 통하여 당사자 일방의 주장만을 부각시켜 그 주장이 사실인 것처럼 만드는 등 너무나도 편파적인 방송을 내보냈다"며 'PD수첩'을 비난하면서 "허위사실을 내용으로 하는 보도 내지 방송과 이에 편승한 악의적인 댓글 등에 대하여는 강력하게 대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PD수첩'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면서 "방송 내용이 사실과 다르면 추가로 소송을 해서 법적으로 밝히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김기덕 감독 측도 조재현과 동일한 입장이다. 김기덕 감독의 변호인은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PD수첩' 때문에 강간범으로 낙인 찍혔다. 피해를 주장하는 여배우들은 언론에서 익명으로 (폭로)하지 말고 수사·사법 기관에서 실체를 밝혀주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