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카드(Wild Card)는 카드 게임에서 '만능'으로 쓰인다. 다른 모든 카드를 대체할 수 있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그러나 스포츠에서 사용할 때는 뜻이 좀 다르다. 아깝게 플레이오프 진출 자격을 얻지 못한 팀이나 선수에게 추가로 진출권을 주는 제도다. 이른바 최후의 '보너스'다.
메이저리그는 1994년 처음으로 와일드카드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그해부터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가 동부·중부·서부 3개 지구로 나뉘면서 지구 우승팀이 홀수가 됐기 때문이다. 세 지구 2위 팀 가운데 승률이 가장 높은 구단에 와일드카드를 주고 디비전시리즈에 참가할 수 있게 했다. 와일드카드를 따낸 팀은 세 우승팀 가운데 승률이 가장 높은 팀과 5전 3선승제 디비전시리즈를 치러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권을 다퉜다.
도입 첫해에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파업으로 와일드카드 팀이 탄생하지 않았다. 이듬해인 1995년 처음으로 와일드카드 팀이 나왔다. 내셔널리그 콜로라도와 아메리칸리그 뉴욕 양키스였다. 하지만 이후 와일드카드 팀들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는 사례가 사무국이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이 나왔다. 심지어 2002년 와일드카드 진출 팀(샌프란스시코-애너하임)끼리 월드시리즈를 펼쳤다. 2011년에도 와일드카드로 진출한 세인트루이스가 우승하자 2012년부터 와일드카드 결정 방식이 손질됐다. 한 팀이 아니라 두 팀이 와일드카드를 얻고, '원 게임 플레이오프'를 통해 디비전시리즈 진출 팀을 가리는 형태다. 두 팀 중 성적이 더 좋은 팀이 홈구장에서 경기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2014년 샌프란시스코와 캔자스시티가 역대 두 번째 '와일드카드 월드시리즈 맞대결'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KBO 리그에는 양대 리그 시절이던 1999년과 2000년 처음으로 비슷한 개념이 도입됐다. 각 리그 2위 팀까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한 리그 3위 팀이 다른 리그 2위 팀보다 승률이 높을 경우 두 팀이 짧은 준플레이오프를 치러 플레이오프 진출 팀을 가렸다. 상황에 따라 한 리그에서 3개 팀, 다른 리그에서 1개 팀이 각각 올라갈 수도 있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진짜 '와일드카드'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사상 최초로 10개 구단 체제가 출범한 2015년이었다. 처음에는 4위와 5위의 게임 차가 1.5경기 이내일 때만 단판 승부로 준플레이오프 진출 팀을 가리자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논의가 거듭되면서 방식이 바뀌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무조건 치르되, 4위 팀에 1승과 홈 어드밴티지를 주기로 했다. 상위 순위 팀에 1승 어드밴티지를 주는 일본의 클라이맥스 시리즈 방식과 메이저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특징을 적절히 섞은 것이다. 이 와일드카드 도입은 결과적으로 KBO 리그 흥행을 폭발시키는 좋은 계기가 됐다. 도입 첫해에 팀당 144경기를 치르는 동안 상위 4개 팀의 판도가 일찌감치 갈렸다. 자칫 장기 레이스 중·후반이 너무 싱겁고 김빠질 뻔했다. 하지만 대조적으로 5위 자리를 놓고 전례 없이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연승과 연패 한 번에 날마다 희비가 엇갈리다 결국 시즌 종료 직전에야 순위가 결정됐다. 이후 3년간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역시 5위 전쟁이 시즌 막바지까지 이어진 데다 전국구 인기 톱3 구단으로 통하는 '엘롯기(LG·롯데·KIA)'가 모두 참전해 팬들의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와일드카드 도입은 5위뿐 아니라 3위와 4위 경쟁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전까지 많은 감독들은 "3위와 4위는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하곤 했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는 1위나 플레이오프에 먼저 오르는 2위와 달리, 3위와 4위는 동일하게 준플레이오프부터 포스트시즌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3위는 1차전을 홈에서 시작한다는 이점만 있을 뿐, 갈 길이 멀기는 4위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생기면서 3위는 4위에 비해 확실한 장점을 얻게 됐다. 4위가 준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아 보지도 못하고 탈락할 위험이 생긴 반면, 3위는 5위 팀과 전쟁을 치르고 온 4위 팀을 만나게 되는 부수 효과까지 누리게 됐다. 4위 팀의 가장 좋은 선발투수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만나게 될 가능성도 작아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