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의 가드 박혜진(29·178cm)이 올 시즌 완성형 '득점 기계'로 변신했다.
올 시즌 경기당 평균 17.6득점을 터뜨린 박혜진은 김단비(14.6득점 신한은행)를 3점 차로 여유 있게 제치고, 토종 선수 득점 부문에서 선두를 질주 중이다. 외국인 선수를 포함한 전체 순위를 따져 봐도 쏜튼(KB스타즈·22득점) 파커(KEB하나은행·19.6득점) 단타스(OK저축은행·19득점)에 이어 당당히 4위에 올라 있다. 국내 가드가 득점 장신 외국인 선수 사이에서 득점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경우는 남녀 프로농구를 통틀어 보기 드문 일이다.
박혜진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악착같은 수비의 대명사였다. 베테랑 임영희가 해결사를 맡았고, 외국인 선수 2명의 득점력이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임영희가 3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코트에 나서는 시간이 점차 줄어들었고, 올 시즌부터 기존 2명까지 보유할 수 있었던 외국인 선수도 1명으로 줄었다. 박혜진의 역할이 확대된 이유다. 그는 슈팅가드에서 포인트가드로 진화했고, 지난 시즌에는 3점슛까지 장착하며 만능 선수로 변신했다.
박혜진의 평균 득점은 최근 4시즌 동안 수직 상승했다. 현재 같은 득점 페이스라면 또 한 번의 득점 커리어 하이를 기록할 수 있다. WKBL 제공 평균 득점은 최근 4시즌 동안 수직 상승했다. 2015~2016시즌 10.1득점을 넣은 박혜진은 2016~2017시즌 데뷔 이후 9시즌 동안 가장 많은 13.5득점을 기록했고, 지난 시즌인 2017~2018시즌 14.5득점을 넣으며 전 시즌 기록을 경신했다. 현재 같은 득점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올 시즌 또 한 번의 득점 '커리어 하이' 작성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박혜진의 폭발적 득점력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완전 뒤엎었다. 이번 시즌 개막 전 여자 프로농구 6개 구단 사령탑과 전문가들은 토종 최강 센터 박지수(196cm)가 버티고 있는 KB국민은행이 올 시즌 우리은행을 제치고 독주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시즌까지 통합 우승(정규 리그·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빛나는 우리은행은 이번 만큼은 2위로 밀릴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올 시즌 두 차례(10월 16·29일) 열린 KB국민은행과 맞대결에서 모두 이겼다. 박혜진은 지난달 16일 시즌 첫 대결에서 14득점을 몰아치며 59-57 승리를 이끈 데 이어 지난달 29일 열린 두 번째 맞대결에선 19득점 4리바운드 4어시스트 3스틸을 쓸어 담으며 팀의 61-56 승리를 안겼다. 라이벌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한 우리은행은 개막 9연승을 질주하며 단독 선두를 지키고 있다. 2위 KB국민은행은 우리은행에만 2패를 당해 7승2패를 기록 중이다.
조성원 KBS N 해설위원은 "박혜진은 임영희와 함께 뛸 때는 수비에 치중하다가도 혼자 해결해야 할 상황에선 적극적으로 슛을 시도하는 영리한 선수"라면서 "팀 사정상 올 시즌 해결사로 나서야 할 상황이 지난 시즌보다 많아지겠지만, 지금처럼만 활약해 준다면 우리은행은 통합 우승 7연패도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