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22·대전 시티즌)은 올해 가장 짜릿한 여름을 보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에 차출돼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부상으로 병역특례 혜택을 받아 조기에 전역하는 기쁨까지 누렸다. 황인범의 상승 가도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새로 부임한 파울루 벤투(49) 감독은 아시안게임에서 보여 준 황인범의 활약을 눈여겨보고, 그를 대표팀에 발탁했다. 기회를 잡은 황인범은 기대에 걸맞은 모습을 보이며 벤투 감독의 신임을 얻었다.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첫 경기인 코스타리카전에서 후반에 교체 투입돼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그는 벤투호 출범 이후 6경기에 모두 출전하며 '황태자'의 입지를 다져 가고 있다.
황인범은 아시안컵을 앞두고 울산에서 한창 진행 중인 소집훈련 명단에 포함됐다. 지난 11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울산 소집훈련에서 벤투 감독은 아시안컵 최종 명단을 위한 마지막 '옥석 가리기'에 들어갔다. 지금 이대로라면 황인범이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황인범 본인은 자신을 향한 후한 평가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훈련을 앞두고 18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만난 황인범은 "내일모레(20일) 최종 명단 발표가 있는데 명단에 들어가는 게 첫 번째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시안게임이 쉬운 대회라고들 한다. 하지만 굉장히 힘들었고, 아시안컵은 아시안게임보다 두 배 더 노력해야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지난 11월 호주 원정 마지막 경기였던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무릎 부상을 당한 여파가 아직 남아 있다. 황인범은 "우즈벡전에서 뭔가 보여 줘야 했다. 거의 끝날 때 다치는 바람에 팀에 돌아가 조금 혼났다"고 웃으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덕분에 잘 쉰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황인범은 부상 탓에 소속팀 대전의 K리그2(2부리그) 플레이오프에도 뛰지 못했다.
아쉬움을 안고 울산으로 날아온 황인범은 실내 훈련과 개인 훈련을 거쳐 19일부터 정상적으로 팀 훈련을 소화할 예정이다. 20일 예정된 23세 이하(U-23) 대표팀과 경기에도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황인범은 "(벤투 감독이) 내가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을 원하신다. 공격적으로 나갈 때는 패스 플레이를 하라고 말씀하셨다"며 "그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노력한다면 좋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감독님이 원하는 모습을 최대한 보여 드릴 것"이라고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번 대회는 아시안게임으로 존재를 알린 황인범이 더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기도 하다. AFC가 '아시안컵 영 스타 10인'으로 선정했을 만큼 그에 대한 관심이 높다. 좋은 활약을 펼치면 해외 진출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 마침 전날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밴쿠버 화이트캡스가 황인범의 영입을 노린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황인범은 "공식적 제안이 있었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어디든 내게 관심을 가져 준다는 건 곧 가치를 인정받는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감사할 따름"이라며 미소를 보였다.
하지만 황인범은 "이적보다 중요한 건 아시안컵이다. 대표팀에서 최선을 다해 준비한 다음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주면 좋은 팀과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진출은 아시안컵이라는 목표를 이룬 뒤에 생각해 볼 문제라는 얘기다. "내게도 좋아하는 팀과 리그가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꿈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을 이은 황인범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때 도전하겠다. (기)성용이 형, (손)흥민이 형처럼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